제목
선인장
엄마생신
알바
김장
만남
아침산책
감사
내 친구 베로니카
선인장
송용숙
봄바람이 불어온다. 마음도 여인들 옷매무새에도 가볍게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다. 매서웠던 겨울바람을 맞으며 대청호 테크길을 걷는 운동을 하면서 마음 아팠던 지난일이 생각난다.
길가의 화분에 잎이 넓적한 선인장이 모두 얼어붙어 축 늘어진 채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을 서리가 오기 전에 집안으로 옮겨 다음해에 아름답게 꽃도 피울 수 있도록 추위를 막아 주었어야 하는데, 살아있는 생물을 이렇게 방치하여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온몸을 얼게 하였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지난 해 푸른 잎을 자랑하며 빨간 꽃을 피우던 선인장이 생각나서 마음이 매우 우울하였다.
사람은 매몰차게 파고드는 추위를 막고자 애를 쓰면서 계절을 보내는데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새파란 잎을 가진 선인장, 대청호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이는 강바람을 어떻게 견뎠을까?
한 겨울 휘날리는 눈도 피하지 못하고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겨울비를 맞으며 얼마나 울었을까 그 생각에 꽁꽁 잎이 얼어있는 선인장을 바라보는 것도 미안하다. 이제라도 옆에 있는 비닐을 주워 덮어 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집안에서 바라보는 주인인 듯한 사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놀라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걸어가는 길 옆 벚나무들은 꿋꿋히 서서 봄을 기다린다. 강에서 헤엄치고 물속을 들락거리며 먹이를 찾는 철새들, 저 멀리 까마귀식구들은 쌩하게 부는 바람을 뚫고 나들이 가는 듯한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날고, 길고양이는 따뜻한 햇살이 있는 곳에서 게슴츠레 눈을 감고 잠을 즐기고 있다. 모든 동물들은 이렇게 알아서 움직이며 겨울을 잘 보내고 있는데 식물은 다른 동물이나 사람의 도움을 얻어야만 겨울의 모진 바람과 추위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봄비가 내리고 햇살이 따뜻한 어느 날 친구와 이야기하며 다시 그 화분 선인장 옆을 걷는데 깜짝 놀라운 일이 생겼다. 이럴수가 그랬구나. 그래서 그 한겨울에 그대로 두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애썼다. 추운겨울을 보내느라고.” 나도 모르게 선인장에게 말을 걸었다. 그 이유는 넓적한 잎을 가진 선인장 밑둥이 연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파를 견디고 견딘 인내심이었다. 정말 아름다움이란 다른 것이 아니었다. 견디고 견딘 후에 얻어낸 선인장의 밑둥이처럼, 나 역시 어렵다는 말보다는 “할 수 있어” 인내하고 강한 마음으로 남은 인생 아름답게 꽃 피워야겠다. 추운겨울을 견디어낸 선인장처럼,
2.엄마 생신
송용숙
92세 엄마 생신이다. 손자 손녀 모두 모여 케이크도 자르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축하 모임을 가졌는데, 올해는 요양원에 계시고 면회가 안되는 비대면이라 남편과 딸 세 식구만 갔다. 휠체어 타고 나오시는 엄마, 우리를 알아보시는 엄마의 미소에 가슴이 뭉클하다.
엄만 생신임을 알고 계실까? 꽃을 좋아 하셔서 활짝 핀 꽃 화분을 드리고 남펀이 창 너머에 계신 장모님께 전화로 생신 축하 기도를 할 때 두 손 모아 간절히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랬다.
외할머니 옆에서 성장한 딸은 언제나 할머니편이다. 내가 투명스럽게 대답을 하거나 말을 할 때면 싫은 표정이 완연히 나타나 당황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전화기에 생신 축하 합니다 노래를 불러 드리고 “할머니 웃어요 아 예뻐요 예뻐 미인이야 우리 할머니” 하며 사진도 찍어 드리는 모습에 나도 함께 웃었다. 언제쯤 코로나19가 물러나 엄마를 안아보고 손도 만질 수가 있을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입술과 끄덕이는 고개로 대화를 하는 모습에 눈물이 쏟아진다.
열정으로 활동 하시며 성경책은 항상 곁에 두시고 읽고 기도 하시던 분, 손톱을 다듬고 메뉴큐어도 바르시던 그 모습 어디 가셨을까? 맆스틱과 메뉴큐어를 함께 고르며 즐거워 하시며 행복해 하셨는데 이제는 먼 옛날 이야기 그저 안타까운 마음과 눈으로만 바라본다.
친정집에는 특이한 음식이 한 가지 있다. 다른 가정에서는 하지 않는 산초멸치조림이다. 산초는 제피나무, 고초로 불린다. 가을에 까맣게 익은 열매로 기름을 짜 컹컹 울리는 항아리 기침에 두부를 지져 먹고, 민물생선 음식인 추어탕에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산초가루를 흔히 알고 있다. 열매가 까맣게 익기 전 푸른 알이 탱글탱글할 때 따서 끓는 물로 며칠에 한 번씩 쓴 물을 우려내고 소금물을 끓여 부어 이듬해까지 먹을 수 있는 밑반찬 거리를 만드셨다. 식구들이 입맛이 없을 때 꺼내 소금기가 있는 열매를 울궈 내어 고추장과 멸치 마늘을 넣고 조린다. 맛있는 반찬이 되어 뜨거운 밥에 비벼 먹으면 입맛은 살아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엄마만의 음식이었다.
막둥이 손녀가 집에 남아 있던 산초열매를 발견 할머니께 배워 두었던 요리를 하고 고모인 나에게 할머니 맛과 같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엄마에게 맛이라도 알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가져가 숟가락에 조금 드리니 상을 찌푸리신다. “찬양이가 할머니 드린다고 산초조림을 했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맛을 알고는 계신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 향기가 우러나오는 가보 음식을 잊지 않기 위해 올 가을에는 산초 열매를 따 저장하여야 겠다.
내년에는 대화도 나누고 가족들이 다 모여 비록 집은 아니지만 동료 어르신들과 함께 생일 축하 노래 부르며 음식도 나눌 수 있는 기대하는 마음, 간절함을 뒤로 하고 창 너머에 손을 흔든다.
3. 알바
송용숙
친구가 무릎 관절 양쪽 수술을 하게 되어 병원에 있을 동안 대신 일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어 겨울의 추위가 아직은 찾아오지 않은 포근한 저녁 시간에 물류쎈터 식당에 알바로 출근을 하였다.
하얀 모자에 두터운 비닐 앞치마 장화를 신으며 게으름 피지 말고 정성 다해 소개한 친구 이름에 오명을 주지 말자는 다짐 하고 남자인 책임자 실장 앞에 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화가 나 소리 지르며 욕하는 그 사람을 바라보니 심장 뛰는 울림이 전해져 왔고 일도 하기 전에 움추려 드는 전신, 좀 전에 가졌던 열심히 하고픈 마음이 무색 할 정도였으며 이곳에서 내가 일을 해야 하나 의구심 까지 들게 했다.
실장은 현 실정의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주방으로 배치를 한다. 나는 홀 서빙 하는 일로 알고 왔는데 주방으로 가라고 하니 그 자리를 빨리 피하고 싶은 마음에 알았습니다 하고 주방으로 들어서니 그 크기에 중압감이 밀려온다. 2명이 주방을 맡고 홀에도 2명이 있다 나도 모르게 어휴 소리를 내밷고 말았다.
식당일을 하신지 10년이 넘었다는 여사님 쌀을 씻어 솥에 안치라고 하시며 20kg 두포를 내 놓으시며 기계에 씻는 법을 알려 주신다 집에서 많아야 5인분 정도 밥을 한 것이 전부인 나는 밥물 붓는 것부터 묻기 시작 하여 이것저것 알아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TV에서나 보았던 커다란 솥에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고 하는 모습은 경지에 이른 듯하며 주방 안 열기는 여름 날씨를 연상케 한다.
근무시간은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이며 9시에 식당 일 하시는 분들 저녁 식사와 차 마시는 30분 정도가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었고 7시간 이상을 서서 해야 하는 고된 일이다. 10시부터 물류쎈터에서 일하시는 분들 배식이 각자 입맛대로 밥과 국 반찬3가지, 라면 김치 밥, 빵2개 음료수 요거트등으로 식사가 시작 되어 새벽 1시경에 끝이 났다.
500명 정도 국그릇과 남은 음식 식판을 물로 걷어내고 설거지 기계로 옮겨 씻으면 건조실로 옮기는 과정은 땀으로 옷이 다 젖고 온 전신과 다리가 아프고 걸을 수조차 없도록 혹사 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을 10년 이상 하고 계신 분과 친구가 위대해 보인다 마지막 바닥 청소와 깨끗이 온 주방을 닦고 쓸고 한 뒤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새벽 4시 매일 다니던 새벽 예배는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지친 난 그대로 쓰러진 채 자리에 누우니 피곤한 몸은 몽롱한 정신으로 휘감고 있다. 피곤에 지쳐버린 내 자신과 싸움이니 이겨야지 이겨 보자를 되 뇌이면서도 하루하루가 힘들고 손가락 관절 한마디 마디마다 쑤시고 얼굴빛까지 창백하게 만든 이 상황을 어떻게 하나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친구를 생각하면 일을 해야 하고 자신을 보면 그만 두어야 하는 하니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계속 노래를 하고 있었다. 나만 알고 있는 습관이 있다 마음이 불안 하거나 몸이 불편하면 알 수 없는 노래로 흥얼거림을 하고 있다 그 버릇이 일하는 동안 나온 것이다.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내 몸이 안타깝다.
6일째 내일은 쉬는 날 빨리 이 시간이 지나 갔으면 하는데 실장이라는 분이 매우 힘들어 보인다며 친구의 부탁도 있고 계속 일 할 수 있는지 묻는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찡하다 그래서 말씀 잘 하셨어요 제 몸이 따라 주질 않네요 죄송하지만 일을 그만 두어야겠다고 말을 하고 6일 동안 식당 알바를 끝내었다.
수술 후 아픔을 이겨내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빨리 회복 되길 기도한다고 전하였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다. 그 곳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 노고에 감사함을 가져 본다 특히 물류 분류 하는 청장년과 전국 화물 수송차량 운행하시는 기사님 그들이 있기에 편하게 물건도 받아 볼 수 있고 보낼 수도 있으니 사고가 없이 건강 하시길 바라며, 몸 회복을 위해 건강에 신경 쓰면서 짧은 기간이었지만 세상에 많고 많은 일중 하나를 해 보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4.김장
송용숙
11월이 되면 어느 집이나 주부들은 김장을 먼저 생각 하고 올해는 어떻게 해야지 무거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나이 70이 되도록 김장이라는 것을 당연히 엄마가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살아온 나는 걱정이라는 것이 없었다.
지난해에는 힘들어 하시는 엄마 곁에서 김장을 도우면서 언제까지 저 모습 엄마 김장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하였지만 기력 없는 엄마는 자리에 누우셔서 일어나시질 못하고 세월이 가는지 김장철이 왔는지 조차 모르고 계신다.
이웃집과 친구들은 김장 이야기에 열을 올릴 때 난 이젠 김치를 사 먹어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을 때 친정에 엄마를 뵈러 갔더니 아는 분이 배추를 가져 왔다고 올케는 가져가 김장을 하라고 한다 이제는 시어머니가 누워계시니까 시누이인 나를 따돌림 하는 것 같아 내색은 아니 했지만 왠지 서운하고 서글퍼지는 마음은 속일 수가 없었다 김장할 때 올케 자매들이 와서 같이 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아무소리도 못하고 형제자매 없는 쓸쓸함을 느껴 본다.
올해는 내가 해보자 머리에 그림을 그려 보며 할 수 있어 눈으로 본 세월이 얼만데 자신을 가지고 배추를 가져와 시작을 하였다.
김장 준비 하는 것을 본 남편은 막내 누나가 김장하면 가지러 오라고 했다며 왠일로 올해는 김장을 다 하려고 애쓰냐며 나도 해볼까 하면서 배추 다듬는 일에 동참을 해준다. 나는 속으로 욕심이 있어서 그건 가져오는 것이고 난 김장 할 꺼야 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옛날 어릴 적 김장 때는 자상 하셨던 아버지는 마늘과 생강 까서 찧고 김장독을 묻을 구덩이를 파시고 울타리를 만드셨던 일 엄마를 도우며 준비를 하셨던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새우젓을 준비하고 무와 파를 채 썰고 농사짓는 막내 시누이가 보내준 태양초 고춧가루를 섞어 양념을 만들어 절인 배추 깨끗이 씻어 물 빼고 만든 양념 속을 골고루 버무리어 김치통에 차곡차곡 넣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뿌듯 했다.
계산을 잘 못해 양념이 적어서 남은 배추는 국 끓이고 것절이나 해 먹자 생각하고 자리에 누우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이렇게 힘든 것이기에 주부들이 겨울이 오면 걱정을 태산 같이 하는구나 이것을 난 이제야 실감을 하니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과 우리 엄마 딸 걱정을 90평생 하시더니 이제는 똥 싸고 오줌 싸는 애기가 되어 누워계신 것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여러 종류의 김장을 하신 것을 기억하다가 남은 배추로 백김치를 담기로 했다 시장에서 배 사과 물오징어 생태를 사와 그 옛날 엄마가 하시던 것 하나하나 기억하며 양념을 만들어 넣으니 이것도 한통이나 되었다 빨간 김치 2통, 백김치 1통, 섞바지 1통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왜 해주는 것만 먹고 살았을까 아픈 엄마를 생각하니 또 울컥 울음을 터트렸다.
김치 냉장고에 들여 놓다가 한 생각이 떠올랐다 백김치에 새우젓을 끓여 식히어 국물을 부었던 옛날 우리 집 백김치 김치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친구들에게도 백김치 자랑을 했던 그것을 기억하고 이튿날 새우젓을 끓여 부었다 이제 맛은 알아서 하겠지 엄마 딸 손맛이 어디 가겠어 내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얼굴엔 미소가 전신에 관절은 욱신거려도 든든해진 겨울 양식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가시질 않는다.
지나온 세월 동안 엄마 품에서 어리광만 부리고 어려움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을 질책도 해보며 이제는 무엇이든지 하면 된다 할 수 있어 혼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 처음에는 서운하고 미운 감정이 올케에게 있었지만 다시 생각 하니 독립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야 겠다.
5. 만남
송용숙
일기예보에 오늘 비가 온다고 있었지만. 하늘이 맑고 햇살도 짱짱하다. 시원한 바람까지 불고 하루의 일정이 순조로울 것 같아 온몸과 마음이 풍성한 햇과일 같다.
오랫동안 연락이 두절 되어 만나지 친구와 소식이 닿아 만날 약속을 잡았다 상기된 마음으로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골라 입었다. 오랜만에 구두를 신고 싶어 높은 굽에 볼이 좁은 구두를 신어 보니 불편하다. 또 다른 구두에 눈이 가나 그것도 굽이 높다. 여러 켤레의 구두가 있지만 신을 만한 것은 아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결국 운동화로 결정 했다. 이제는 편한 것만 찾게 된다. 이번엔 옷이 문제다 예뻐보이기 보다는 운동화와 어울리고 신경이 덜 가며 나 자신도 자유로와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 되어 바꿔 입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지냈던 옛 일이 떠오른다. 공부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만 좋아한 나에게 쪽지 편지를 주며 오늘 배운 중 중요 부분을 적어 복습 하도록 알려주고 말없이 옆에서 지켜만 주던 친구, 그런 그 애가 싫었지만 어느 날 내가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친구의 도움에 새롭게 변한 나를 보게 되어 되었다.
세월이 흘러 직장은 달랐어도 계속 이어졌던 우리였건만 연락이 끊어진지 10여년이 되었다. 만나면 어떻게 나를 볼까 “늙었다고 보진 않을까 살이 너무 쪄서 흉하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키도 줄어들고 하는 마음이 우울하게 만든다.
친구는 또 얼마나 변했을까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머리 염색도 하고 화장도 하였건만 그전의 나와는 영 달라진 모습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듯하다.
인간은 여인숙과 같아서 날마다 새 손님인 기쁨, 절망, 슬픔, 깨달음 등 예기치 않은 방문객이 올 때 모두를 환영하며 맞이해야만 한다, 나는 왜 벗어나지를 못하고 아집과 번민 속을 오가는 삶을 살까? 바람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구름처럼 거품을 뿜는 바다의 거친 파도 같은 존재가 내가 아닐까. 지금만 만족하며 사는 현실에 산다고 하면서 영화 아저씨의 “난 오늘만 산다”와 같이 잡히지도 않는 미래 지향적으로 추구하는 삶을 원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부모 자식간의 불화, 형제간의 미움, 지인들 간에 평행선만 있고 만남의 꼭지점은 없는 슬픈 삶.
이 세상을 살면서 목표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며 어떻게 하면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생을 영위하고 내 가족과 주위의 지인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이승에서의 생활이 그래도 행복했다. 결론지을 수 있는 만남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약속된 시간에 친구를 만나보니 지금까지 걱정 하였던 것이 다 달아나고 말았다. 10여년 만에 만난 그녀는 풍채 좋은 70대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나는 말했다. 어쩜 하나도 변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야. 아주 좋아 보인다. 라고
서로 바라보며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녀의 결혼과 고부간의 갈등 그리고 건강문제 남편과의 불협화음 등. 50대와 60대 그리고 나이가 70세를 넘어 하는 이야기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지만 옛날 그 모습 그대로 웃으며 지난 긴 인생 이야기에 푹 빠졌다.
친구와의 만남은 추억과 긴 세월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푸근함을 갖고 있었다. 숯불은 강렬하고 아름다우나 재로 덮지 않으면 곧 사라지는 것 같이, 나는 이 친구를 지금 이대로 사랑하고 소식을 전하며 존중하면서 우정이 소멸 되지 않도록 이어가고 싶다.
건강하자 건강하지 않으면 약속이 파괴 되는 것이라고 마지막으로 서로 엄포를 놓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오는 길, 일기예보에 맞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 불고 휘몰아치는 빗소리 좋은 친구 만남은 평온한 마음과 안도에 저절로 웃음이 지나간다.
6. 아침 산책
송 용숙
토요일 게으름은 안돼 편한 마음으로 친구 셋이 세상에서 가장 긴 벚꽃 길,
오백리길 오동선 대청호 벚꽃 길을 6시에 만나 걷기로 약속을 하였다.
일찍 일어나 달걀을 삶고 커피를 준비하는 것이 어릴 적 소풍 가는 기분으로 살짝 마음도 들떠 있는 나를 보고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번지고 있음을 느끼며 혼자 식사 할 남편에게 미안 했지만 이 나이에 친구와 아침 산책은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아서 미안은 접어 두고 시원한 된장국을 끓이고 좋아하는 오징어채 무침으로 아침상을 차려 놓고 집을 나섰다
자동차로 길치 가양공원을 지나 폐 고속도로에 차를 정차 해 놓고 가슴을 열고 깊은 심호흡으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대청호의 수려한 경관을 보며 마스크를 쓰고 데크 길을 걸으면서 벌써 가을이 내 옆에 와 있는 것을....
떨어진 낙엽과 동네 감나무에 열린 주홍 빛 감 대봉을 보니 쌀쌀한 아침 바람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계절임을 알 수가 있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들으면서 걷는 친구들의 마음도 나와 같이 먼 옛날 검정 스커트에 하얀 칼라 교복을 입고 예쁜 은행잎 하나에 마음을 주고받았던 시절을 생각 하고 있겠지
지나가는 차들도 정겨워 보이고 쌩쌩 달리는 자전거 부대 젊은 청년들의 모습은 더욱 멋진 이른 가을 정취를 나타내는 것 같아 그 젊음이 정말 보기 좋다 그들은 알까 젊음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이마에 수건을 질끈 묶고 반바지에 런닝셔츠만 입고 열심히 뛰시는 노익장 어르신께 엄지손가락 세워 파이팅을 외쳐 드렸다
스쳐 지나가는 중년 부부에게는 맑은 소리로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도 나누니 서로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밭에 심은 김장 배추는 언제 저렇게 컸는지 수줍은 어여쁜 아가씨 자태요
옆 자리 골에 쭉 뻗은 대파는 건강하고 신실한 남정네를 닮았고
건너 편 넓은 밭 들깻잎은 노랗게 물들어 우리네 엄마의 다정한 가슴이네
한참을 걸어 다다른 곳은 아름다운 소나무와 어울어진 카페, 이른 시간이라 문은 안 열었지만 아기자기한 다육이와 예쁜 꽃 작은 아기고양이가 있어 어울리는 소박한 정원, 손님을 위한 탁자 위에 가방을 내려놓고 이른 아침 가을 안개와 함께 한 잔씩 돌린 커피, 그 향은 어느 노래에 나와 있는 정말 죽여줘요 였다.
풀어 놓은 가방에서 머리를 내민 고추장과 된장 부추 청양고추 넣어 부친 장떡의 맛은 어디다 비교하랴
요안나 친구의 음식 솜씨는 단연 최고다 꼬마김밥과 삶은 달걀로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무와 나무를 잇고 있는 거미줄이 눈에 들어온다 거미줄 가운데는 다리가 쭉쭉 뻗은 큰 거미와 그 주위에는 작은 거미 아니 새끼 아가거미들이 올망졸망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햇빛이 내리 쬐이면 새끼 거미들은 어미 꽁무니에 매달려 나오는 진액을 빨아먹고 어미는 당연하게 다 빨리고 하얀 가죽만 남겠지
신은 왜 유독 어미 거미에게 그런 운명을 주셨을까
우리네 부모님들도 겪어야 할 일들 중의 하나겠지. 눈물이 없는 사람의 눈엔 인생의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는 링컨의 말이 생각난다
가을바람에 하얀 껍질만 남은 어미 거미가 날아 갈 때 잘가 라는 새끼 거미들의 안녕의 손짓은 운명의 수레바퀴임을 알 수 있다
비가 그쳐야 무지개도 볼 수 있는 것, 무엇 때문에 태어났나가 아니고 이미
태어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게 인생인 것 같아 아침의 거미 식구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힘을 내고 손을 흔들며 앞으로 걸어가는 나와 친구들
아침산책은 멋지고 즐겁게 행복하게 서로를 사랑하며
내일을 모르는 하루살이의 인생이 아니라
내일의 더 좋은 삶의 질을 위해 일궈낸 건강백과사전 이었다.
7.감 사
송용숙
마지막 달력을 벽에 걸고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공포와 불안 속에 살게 하면서 이제 조금 숨통이 필까 하는 바라는 마음으로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 왔다 한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또 다시 변이 오미크론 출현과 함께 전 세계를 우리 가까이 불안 공포를 주고 있는 이때, 교회는 세상 사람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려나 또 예배는 눈치를 보며 드려야 하는가를 혼란스러움을 가져 오게 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고난도 감사하라 하셨습니다. 고난이 있어야 눈물 흘리며 기도 할 수 있고 내 자리를 찾게 되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심적으로 매우 우울하고 내 스스로 우울증인가 하며 자신을 되짚어 보며 묵묵히 지켜 보아주신 하나님께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를 위해 기도 할 때 좋은 이유가 없었어요 건강 하실 때 꼿꼿하시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돌아가신지 30년 되는 아버지께서 아직 들어오시지 않았다고 기다리시며 대문 잠그지 말라고 하시는 엄마가 한심하게 보이는 그것이 저를 울게 만들었고 지난 한달 사이에 건강이 아주 나빠져서 어쩔 수 없이 요양원으로 모실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벽 예배 때 목사님께서 축복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주시는데 눈물이 주는 축복에 대해서 말씀 하셨습니다. 엄마를 생각하며 슬퍼서 우울해서 속상해서 눈물 흘리며 기도 했는데 전하시는 말씀을 듣고 감사 합니다 하나님, 구원이 주는 축복, 눈물이 주는 축복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 중에, 제가 내가정이 아픈 울 엄마가 선택을 받았고 예수피로 죄 사함을 받은 것 감사했고 엄마 생각 하며 기도할 때 내가 아직은 건강 하니까 눈물의 기도도 하고 그로 인하여 내 생명이 연장되며 미래가 보장 되는 기쁨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안 계셨으면 세상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며 살았겠지요. 죽음은 끝이라고, 삶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어 끝나는 삶, 그러나 죽음은 출발이라고 전하시는 말씀에 개운한 한숨을 내 쉬었습니다 죽음은 영원한 생명의 부활이 있음을 다시 깨닫는 시간 이었습니다
살아 있어서 숨 쉬고 행동하고 믿음이 있다고 하나님을 안다고 예배도 드리고 하였지만 모순이 많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남에게 보여지기 보다는 정말 살아 역사하시는 분이 내 곁에 계시다는 것, 비록 만져볼 수는 없지만 불어오는 바람을 알듯이 하나님이 계심을 믿는 그 마음이 너무 감사 했습니다 이젠 울지 않을래요 우울해 하는 마음도 날려 보낼꺼예요.
사랑하는 문옥자권사님 내가 갈 곳은 돌아가는 곳 바로 하나님 곁이라고 알고 계시는 울 엄마 평안히 몸과 마음을 쉬었다가 때가 되면 이별 할 줄 아는 딸이 12월 달력을 걸며 두손 모아 주님 감사합니다 하며 입술을 엽니다.
8.내 친구 베로니카
송용숙
가을 햇살이 빛이 난다. 예쁜 단풍과 붉게 물든 감이 어울리는 시월
아름다움과 풍성함을 음미하고 있을 때, 친구의 슬픈 소식이 들어왔다
학교 정년퇴직 하고 기간재 교사로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어린 반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발목이 골절되어 8시간 수술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친구 남편의 전화였다. 놀라움과 함께 떨려오는 손 감싸 안고 핸드폰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고 벨 소리만 계속 울린다.
얼마나 아플까 내 나이 60에 시작된 퇴행성관절염 무릎 통증으로 밤을 새운 생각과 요즈음엔 손가락 관절로 아픔을 알고 있는 나는 부러진 발목 그 통증을 생각하니 목이 메여 울컥 하는 마음에 눈물이 시야를 가린다.
형제 자매가 없는 나에게 친구는 친자매와 다름없는 사이였다. 한 밤중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전화 한 통화에 달려 나가 집에서 풀지 못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먼저 직장 퇴직한 친구 남편은 아내의 짐을 덜어 주고자 시작된 일, 부엌살림까지 도맡아 하는 남편 잔소리가 지난 세월 자신이 했던 잔소리를 그대로 듣는다며 행복해 보인다. “이젠 그만 하시라고 해 너도 퇴직 했으니” 하니 일을 뺏어 버리면 남편은 살아가는 재미가 없을 것이라 한다 “그래 너는 좋겠다” 하고 웃음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성경 이야기에 몰입을 한다 내 이름은 사랑받는자 뜻을 가진 미리암이다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지어준 이름이 좋다 베로니카와 미리암의 얘기는 끝이 없다 난 우리집 서방님 흉 아닌 흉을 본다 내가 없으면 라면이 주식이고 외출 후 집에 들어서면 마누라 식사는 했는지 물어 보지도 않으면서 오월이, 꽁꽁이 밥 먹었느냐고 묻는 남편, 같이 사는 고양이 녀석들이다 기타를 치는 남편 앞에 냥이들은 감상이나 하듯 두 손 모으고 똘망똘망 눈으로 앉아 바라보는 모습에 입은 귀에 걸리고 정오월, 정꽁이 정씨 성까지 주고도 냥이들에게 하늘에서 떨어졌니 땅에서 솟았니 하며 어이없는 말과 행동들을 친구에게는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다.
중학교 시절 친구는 공부를 아주 잘했다 일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였다
나는 따라가지도 못했다 시기와 질투로 많이 미워하고 모든 일에 훼방을 놓았는데도 왜 나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책가방 속에 수업 중 중요한 것을 메모장을 만들어 몰래 넣어 놓고 한번 읽어보라고 한다 그런 짓을 하는 친구가 싫어서 더욱 가까이 하지 않았으나 언제부터인가 같이 놀고 얼굴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공부도 같이 하였으나 친구는 대전에서 공부 잘하는 애들만 가는 학교로 진학하고 나는 불합격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친구의 우정은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학교에서 배우며 시험 보는 것을 보내면서 공부하라고 한다 그때서야 정신이 들어 열심히 했다 친구가 하라고 할 때 하였으면 난 무엇을 얻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친구는 학교 선생님으로 나는 보건 공무원으로 젊음을 마치게 되었다.
14살에서 시작된 우리의 만남과 우정이 70살이 넘도록 이어졌다 긴 삶의 여정을 건강하게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 20년 이상을 손잡고 천천히 걸어가야 종착역에 닿을 수 있는데 걸어갈 길 끝이 아직 안 보이는데 아픔을 겪는 내 짝꿍을 생각하니 몸에서 알 수 없는 것이 나가버린 허전함이 있다.
친구야 날마다 너의 빠른 회복을 기도하고 있단다 아름다운 단풍 낙엽 되어 뒹굴고 있는 곳을 걷지 못하지만 내가 휠체어를 밀며 보여주고 가을 냄새도 맡게 해줄꺼야 시간은 쉬지 않고 가고 있으니까 걱정 하지마 매서운 겨울바람 불어 올 때쯤 전보다 더 튼튼한 다리로 열심히 건강을 위해 걷도록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