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못 간 공연, 밀린 숙제 하는 기분으로 다니는 중이다. 2022 인천펜타포트 첫날 공연에 다녀왔다. 내가 본 팀은 이무진-선우정아-크라잉넛-넬까지. 환상의 라인업! 요즘 인기몰이중인 이무진이 좀 궁금했는데 “두번째 락페 참여한다”고 하더니만 무대 마치고 들어갔다가는 앵콜 하러 나와서 글쎄 자기 할당된 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신청곡 받아서 ‘누구 없소’ 하고 ‘신호등’도 한번 더 부르고 들어갔다. 하핫 귀여워라. 쫄지 않고 무대 즐기는 건 좋았지만 아직 큰 무대에서 부를만한 자기 노래가 없다보니 약간 우리 대학 명물 보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수는 자기 열성팬들 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자기 곡이 있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선우정아는 가장 기대했던 가수. ost 발라드 곡들도 좋지만 음색의 깊이는 락, 알앤비, 재즈 등을 넘나들 수 있는 무한대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락페에서 처음 보는데 무대 장악력 최고. 자기 노래를 락페에 맞게 편곡해오는 선수 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서 부르른 모습에서 이은미와 이소라가 보이기도 했다. 결론은 영업 당했다. 다음에 선우정아 단독 공연하면 보러 가야지.
“룩룩룩셈부르크!” 크라잉넛이 나오니까 장마로 눅눅해진 송도 지반이 들썩들썩 했다. 아코디온 효과인지, 동네에 유랑단이 나타나자 그 뒤를 따라다니는 아이들처럼 무대 앞에서 사람들이 기차놀이하고 슬램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쉽고 직관적인 가사와 박자와 연주에 흥이 절로 터지는데, 이런 B급 딴따라 락밴드 감성 크라잉넛 아니면 누가 해?! 말이 필요 없는 최고였다. 나는 ‘명동콜링’을 들으면 왜 이렇게 뭉클한지 모르겠다. 카더가든 버전도 참 좋지만 역시 원조다. 크라잉넛 형님들 죽지 않았고, 그들을 무대에서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잘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자 절했네.
어쩌다보니 최근 넬 공연을 예닐곱 번은 본 거 같다. 그런데 이번이 최고였다. 셋리도 락페에 맞게 잘 짜와서 곡이 넘어가는 흐름도 좋았고 종완 보컬 컨디션과 세션 멤버들 연주도 훌륭했다. 락페에 가니까 확실히 뮤페보다 남성청년들이 많았다. 특히 내 뒤에 있던 남성들 “극락이야”를 연발한다. 중간에 ‘기억을 걷는 시간’이 나오니까 극락 감당 못해서 쓰러질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ㅋ 종완이 마지막에 멘트할 때, 오래전에 트라이포트 라는 이름으로 열렸을 때 자기가 관객으로 보러 왔던 락페라서 이 무대가 더 뜻 깊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 락매니아 소년이 뮤지션이 되어서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서다니. 세월이 그런 일을 한다.
난 공연 때 스탠딩 쪽에 있다가 끝 무렵 버스 타려고 좀 먼저 빠져서 뒤에서 봤는데 텐트촌에 있던 머글들이 ‘믿어선 안 될 말’을 아주 넋 빠지게 보고 있었다. 기타 연주 오지는 7분 짜리 대곡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고 막판에는 휘몰아치는 기타음에 젖어 가슴 깊숙이 들어차는 무언가를 느끼는 거다. 락 인구가 줄어든다지만 좋은 무대가 많이 만들어지는 건 뮤지션을 위해서도 락팬들 양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거 같다. 락페가 하나둘 다 사라지는 마당에 펜타라도 지켜야해. 넬 갤에 가보니 다들 공연이 좋았다고. 이래서 펜타구나 감동 고백 게시글들 속에 인상 깊은 한마디. “역시 근본 있는 락페다.”
*KB카드랑 KB페이가 메인 후원사인 건 알겠는데 무대 미술을 아주 망쳐놔서 속상했다.
*낼 마지막날 자우림 나오는데 보고싶다.
첫댓글 은유 덕분에 펜타포트 글로 즐겼어요! 어깨가 들썩들썩, 넬이 등장했을 때의 함성이 들려옵니다. 부러우면 지는건데 은유 넘 부럽습니다. ^^
다음엔 공연도 도전을? ㅋㅋ 아이 어릴 때는 어쩌다 겨우 한번씩 다녔는데, 저는 락공연이 스트레스 해소에 젤 맞더라고요.
락페스티벌 가는 걸 좋아하시는 거죠? ㅎㅎ 거기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극락이라는 표현이 와닿아요.
저는 이번에 자우림 20주년 콘서트 다녀왔는데 락페인 줄 알았어요. 자우림은 보셨어요?
마침내, 자우림도 보고 왔습니다. ㅎㅎ 자우림이 혼을 빼놓죠.
앗 저도 펜타다녀왔어요! 첫째 데리고 둘이 갔는데 저흰 둘째날 하루만 다녀와서 은유샘이랑 딱 비켜갔네요ㅎㅎ너무 더웠지만 가야만했어요 락페 넘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