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림사 제 1권
제 4장 소림(少林)에 입문(入門)하다
-1
빙폭(氷瀑).
차라리 하나의 거대한 얼음기둥이라 해도 좋았다.
폭이 오 장(五丈), 높이가 근 사오십 장에 달하는 거대한 폭포가
혹한으로 인해 얼어붙어 있었다.
우르르릉-- 쏴-- 아!
빙폭 사이로 채 얼지 않은 물이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려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비폭(飛瀑)으로 인해 주위에 자욱한 물안개와 얼
음가루가 휘날렸다.
이월(二月) 말이었다.
장소는 숭산 서북 쪽의 한 심곡(深谷).
세차게 쏟아지는 빙수 아래 한 소년이 가부좌를 튼 채 전신으로
폭포수를 맞고 있었다.
십오 세 소년, 그는 준수하고 영민하게 생겼으며 벗은 몸매는 약
간 수척해 보였다.
쏴-- 아!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에 긴 머리칼이 그의 상반신을 덮었으며 온
몸은 퍼렇게 얼어 있었다. 혹한이 최대로 기승을 부리는 이월에
그것도 빙폭에 앉아 폭포수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보통사람은 엄두도 못낼 일을 해내면서도 소년의 얼굴에는
전혀 고통의 빛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바로 다름 아닌 하후
성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이 보이지 않는 대신 온갖 번뇌(煩惱)가 얽혀
어지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었다.
일곱 살 때의 부친과의 이별과 천년고목에서 부친 하후연을 기다
리다 영원한 벗 독고황을 만난 일, 그리고 어느 폭설이 내리던 날
그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할아범이 죽은 일.......
어디 그뿐인가? 긴 세월만에 돌아온 부친 하후연의 죽음과 독고황
과의 기약 없는 이별 등 수많은 상념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게 스쳐
지나갔다.
그런 기억들을 껴안고 마침내 폭설 속에서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
어 버렸던 것까지도.......
그러나 어느 날 하후성은 깨어났고 그 때 그의 곁에는 한 명의 인
자해 보이는 노승(老僧)이 앉아 있었다.
구순(九旬)이 넘어보이는 노승, 그는 바로 현 소림사의 사십이 대
장문인(掌門人)인 현공대사(玄空大師)였다.
현공대사는 망연자실하여 의식의 미궁(迷宮) 상태에 놓여있는 하
후성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 주었다.
일대의 대선승 천심선사(天心禪師)의 예언으로 소림의 현오대사가
그를 데려온 일, 그리고 삼성승이 그를 소림제일 고수로 키우기
위해 마지막 남은 대환단을 복용시키고 개정대법을 시행하여 탈태
환골 시킨 일 등.
결국 하후성은 그 모든 얘기를 듣고 오히려 더욱 더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큰 운명의 시련과 갑작스런 변화가 그로
하여금 허탈 상태로 접어들게 했던 것이다.
현공대사는 그 시기에 그에게 잠언(箴言)을 전해 주었다.
- 소시주,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과정을 겪게 되는 법이오. 그
과정 중에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칠정(七情)을 두루
거치면서 드디어 참된 하나의 인간으로 성숙되는 것이오. 슬픔과
비탄에 빠져 그것을 벗어나지 못함은 의지가 부족한 탓이오. 참된
인도(人道)에 이르려면 반드시 그 어떤 타격이라도 딛고 일어서야
만 하는 것이오. 불가(佛家)에서는 모든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버
려야만 참된 나(眞我)를 얻을 수 있으며 해탈할 수 있다고 했소.
칠정오욕(七情五欲)과 백팔번뇌(百八煩惱)를 물리쳐야만 득도할
수 있는 것이오.
하후성은 빙폭에 앉아 마음 속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아버님! 할아범! 황(皇)!'
그러나 그 누구도 그에게 대답을 주는 자는 없었다.
그의 몸이 눈에 띌 정도로 세차게 경련했다. 마음 속의 고통과 싸
우는 그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폭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한 암석 위에서는 두 명의 고승이
우뚝 서서 하후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현 소림의 장문인인 현공과 처음 하후성을 소림에 데
려온 현오대사였다.
미간에 홍점이 나 있는 현오대사는 불호를 외우며 말했다.
"아미타불... 저 아이의 마음속에 저토록 많은 번뇌가 있으
니....... 과연 대사부(大師父)님의 염원이 성취될까 걱정이오."
그 말에 현공대사는 만면에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합장했다.
"사형, 며칠 내로 저 아이는 모든 것을 벗어날 것입니다."
기이하게도 소림의 현 장문인인 현공대사는 현오대사에게 사형이
라고 부르고 있었다.
현오대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장문인의 말씀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소?"
잿빛의 하늘을 응시하는 그의 눈길에 알 수 없는 감회가 어렸다.
"장문인, 어쩐지 소승은 저 아이에게 남다른 정(情)을 느끼고 있
소. 아마도 저 아이의 현재 사정이 과거의 소승과 너무나 흡사하
기 때문인 듯 합니다."
현공대사의 얼굴에 착잡한 빛이 어렸다.
'아! 사형께서는 아직도 그 여인을 잊지 못하시는군.'
현오대사는 자기를 쳐다보는 현공대사의 시선에 언뜻 홍조를 띄우
며 어색한 듯 웃었다.
"허허허... 장문인께 그만 소승의 마음을 내보인 것 같아 부끄럽
소이다."
현공대사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사형, 마지막 눈이 올 것 같군요."
현오는 다시금 짙은 잿빛을 띈 하늘을 응시했다.
현공이 나직히 그에게 부탁했다.
"사형, 계속 저 아이를 살펴 주십시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현오는 정중히 합장하며 대답했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현공대사도 마주 합장하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나 불과 두
걸음을 옮겼는가 싶은 순간 그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
것은 놀랍게도 실전(失傳)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소림의 유일한 경
공비예(輕功秘藝)인 무흔불화영(無痕佛化影) 신법이었다.
현오대사는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더니 탄식하며 중얼거
렸다.
"아미타불... 진정 멀었도다. 장문사제(掌門師弟)의 불심(佛心)은
나보다 백배로 높으니......."
현오대사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중얼거렸다.
"아아! 대사부의 혜안이 얼마나 높으신가? 사제를 장문인으로 내
세우신 혜안 덕분에 소림은 영원할 것이다."
눈발이 희끗희끗 떨어지기 시작했다. 현오대사는 흩날리기 시작하
는 눈발을 맞으며 깊은 감회에 젖었다.
과거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 삼삼히 피어 올랐으나 곧 그는 고개를
흔들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이미 육십 년이나 지난 아득한 과거의 일인
데......."
자탄하는 그의 두 눈에는 흐릿한 안개가 어렸다.
"빈승에게 불심이 얕다고 말해도 좋다. 그러나 진정 그 일만은 죽
는 순간까지도 잊지 못할 것이다."
눈(雪). 눈이 점점 쏟아지지 시작했다.
현오대사는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보며 문득 외쳤다.
"눈이여, 펑펑 쏟아져라. 그때처럼......."
현오(玄悟).
과연 그에게 무슨 깊은 사연이 있길래 백 세가 넘도록 번뇌를 떨
치지 못하고 이토록 상심하는 것일까? 결국 그 번뇌로 인해 그는
삼성승의 대제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림의 대통을 받지 못하고 사제
에게 장문인 자리를 넘기지 않았던가.
현오대사의 암울한 시선은 빙폭 속에 정좌하고 있는 하후성에게로
옮겨졌다. 그러나 곧 그의 눈에 감탄의 기색이 어렸다.
"아!"
현오대사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했다.
지극히 평정하게 가라앉은 하후성의 안색에는 무념무아무심무상
(無念無我無心無常)의 일체감(一切感)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 저럴 수가......."
현오대사는 노안에 격동을 실으며 부르짖었다.
"성공했구나!"
수계원(授戒院).
이곳은 소림의 승려로 입문하는 자에게 삭발을 하고 계(戒)를 내
리는 곳이다.
수계원은 지금 엄숙한 분위기였다.
수계원의 상餠〈 소림의 현 장문인인 현공대사가 엄숙하게 앉아
있었고 그의 뒤에는 소림의 막강한 고수인 사대금강(四大金剛)이
신상처럼 버티고 있었다.
또한 그의 앞에는 소림오원(少林五院)의 현자(玄字) 항렬 원주(院
主)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달마원주(達摩院主) 현오대사(玄悟大師), 수계원주(授戒院主) 현
암(玄岩), 계도원주(戒導院主) 현각(玄覺), 선좌원주(禪坐院主)
현광(玄光), 지객원주(知客院主) 현정(玄正). 그들은 당금 소림의
주축이랄 수 있었다.
그 밖에 수계원에는 십팔나한(十八羅漢)을 비롯하여 소림의 고수
들이 열을 지어 서 있었다.
수계원의 원당 중앙에는 하후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완전히 담백무심(淡白無心)했다.
둥!
어디선가 북소리가 울렸고 현공대사가 장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시주, 그대는 이제 모든 번뇌를 씻었는가?"
하후성은 담담히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현공대사는 자애스런 미소를 지어보인 뒤 수계원주를 불렀다.
"현암사제."
"네!"
수계원주 현암대사는 합장을 하며 일어섰다.
"원주는 수계원의 율법에 따라 저 시주에게 계를 내리고 삭발을
하시오."
현공대사의 말에 수계원주 현암대사는 서서히 걸어 하후성의 앞으
로 갔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을 펴 하후성의 머리에 얹었다.
"시주, 소림의 입문을 후회하지 않는가?"
"네."
"불문(佛門)은 곧 사바세계를 벗어나는 일이다. 세속의 연(緣)을
끊겠는가?"
"네."
"불문오계(佛門五戒)와 소림십계(少林十戒)를 지키겠는가?"
"네."
하후성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아울러 그의 표정은 물처럼 담담했
고 음성은 가라앉아 있었다.
"그럼 계(戒)를 받아라."
현암대사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것은 전음입밀(傳音入密)로, 본시
부터 소림의 계는 본인에게만 전달하는 것이 전통이었다. 조용히
이를 듣는 하후성의 얼굴이 엄숙하게 굳어졌다.
이윽고 현암대사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정혜(丁慧)."
"네, 원주님!"
낭랑하고 힘찬 음성과 함께 십팔나한 중에서 젊은 승려 한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는 이십여 세쯤 되어 보였는데 청수한 용모에 두
눈에는 혜지(慧知)가 감도는 비범한 중이었다.
그는 양손에 쟁반과 서슬이 푸른 비수(匕首)를 받쳐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부름을 받자 비수를 들고 하후성의 곁에 섰다.
그는 먼저 상단의 현공대사와 오원주를 향해 절을 하고는 하후성
의 머리를 비수로 삭발하기 시작했다.
스슥, 스스슥.......
맑은 음향과 함께 하후성의 긴 머리칼이 속속 바닥으로 잘려져 떨
어졌다.
하후성은 두 눈을 스르르 감았으나 표정에 일점의 변화도 없었다.
그의 무릎에 떨어지는 머리칼은 잠시 전만 해도 그의 속세를 상징
하던 번뇌의 상징이었다.
이른바 그의 과거와 현재를 잇던 인연의 머리칼이 속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에 상단에 앉아있던 현공대사는 물끄러미 하
후성을 바라보다 내심 탄식했다.
'과연 대사부님의 말씀대로다. 저 아이는 불문과 인연이 없다. 그
러나, 그러나.......'
현공대사는 합장을 했다. 그의 얼굴에 언뜻 아쉬움의 빛이 스치는
사이 하후성의 머리는 모두 삭발되었다.
파르란 머리가 드러나고 하후성은 마침내 승인(僧人)이 되었다.
그의 마음이 어떤 색채로 변해 있을지 그것은 오직 그 자신만이
알 일이었다.
현공대사는 장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사제(少師弟), 너의 법호는 오늘부터 현수(玄修)다."
'현수(玄修).'
하후성은 나직이 되뇌었다. 그의 준미한 눈썹 끝이 부르르 떨렸
다.
현공대사가 다시 장중하게 말했다.
"소사제의 소림입문을 진정으로 축하한다."
하후성. 과연 그는 완전히 불제자가 된 것인지....... 하후성의
무심한 얼굴은 차츰 더 무감동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불심각(佛心閣).
소림제일각(少林第閣)이라고도 부른다.
불심각의 선방(禪房)에 소림제일의 선승인 천심선사가 포단을 깔
고 단정히 앉아 있었고 그의 맞은 편에는 하후성, 이제는 머리를
깎고 소림에 입문한 현수(玄修)가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계속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현수의 얼굴은 고요하고 평정하게 가
라앉아 있었다. 게다가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더욱 더 정적인 느
낌을 주었다.
천심선사는 인자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현수, 지금의 심정은 어떠한가?"
현수는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그저 담담할 뿐입니다."
천심선사는 빙그레 웃으며 다시 물었다.
"현수, 그대는 왜 노납이 그대를 불문에 입적시켰으면서도 머리에
계인을 새기지 않았는지 아는가?"
현수가 대답을 대신하듯 의아한 표정을 짓자 천심대사는 탄식하며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나 그대는 불문과 인연이 없구나."
"무슨 말씀이온지......."
"허허허...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현수는 가슴에 의문을 품으며 물었다.
"왜 그대를 소림에 입문시켰느냐 말이지? 허허허... 그것은 불존
(佛尊)의 뜻이다. 천혈성(天血星)과 오대마성(五大魔星)을 막기위
한......."
현수는 더욱 의혹을 금치 못했다.
'내가 소림에 입문하는 것이 천기의 영향 때문이란 말인가?'
그의 의문이 더 이상 계속되기 전 천심대사의 담담하고 인자한 음
성이 들렸다.
"현수, 앞으로 사흘간 너의 선방에서 푹 쉬어라.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그대는 무림 입문에 들어간다."
현수의 안색이 굳어졌다.
"소림무공은 천하무공(天下武功)의 근본(根本)이다. 중원에서 가
장 광범위한 무공이다. 속세인들이 소림무공을 운운하나 그들은
진정한 소림무공의 백 분지 일도 모르고 있다."
'아!'
현수는 비록 표정은 변치 않았으나 내심 탄성을 금치 못했다.
천심대사는 담담하면서도 엄숙하게 말을 이었다.
"현수, 소림에서 가장 무공이 강한 사람은 바로 천뢰(天雷)다. 그
는 소림사상 최강이다. 또한 한 사람이 완전히 터득하기가 불가능
한 소림 정종의 칠십이종절예조차도 유일무이하게 모두 터득했다.
그것은 바로 천뢰 그만이 가능한 일이다."
"아!"
"너는 천뢰대사에게 무공을 전수받을 것이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한은 삼 년이다. 그 삼 년 사이에 너는 그에게 칠십이종절예를
모두 익혀야 한다."
현수의 두 눈에서 점차 신비한 광채가 솟아나왔다.
소림무공입문, 기실 얼마나 가슴 설레이는 일인가? 현수의 가라앉
았던 가슴은 다시 새롭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자죽림.
그곳은 소림사의 금지로 알려진 자죽림(紫竹林) 내에 있는 것으
로, 역시 대나무로 만들어진 한 채의 죽헌(竹軒)이었다.
본래 자죽림은 소림 창건 이래로 시작하여 근 천여 년에 걸쳐 현
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말하자면 과거 달마선사가 천축에서 가져
온 자부경죽(紫府經竹)을 심은 것이 오늘에야 비로소 울창한 죽림
으로 발전된 것이다.
자죽림 속에는 굵기가 한 아름이 넘는 엄청난 대나무도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대나무 전체가 자색(紫色)을 띄고 있으며 단단하기가
강철같아 웬만한 도검(刀劍)에는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소림의 승려들은 이곳의 자부경죽으로 죽장(竹杖)을 만들어 쓰기
도 했다.
그런데 소림에서는 왜 이 자죽림을 금지로 정했을까?
그 이유는 자죽림 안에 불망헌이 있기 때문이었다.
불망헌이란 바로 소림에 큰 죄를 지었으나 신분이 지고(至高)한
중을 역대 장문의 령(令)인 녹옥불령으로 가두어 참회토록 하는
곳이었다.
울울한 자죽림의 중심부에 대나무로 엮어진 불망헌은 허름하고 을
씬년스럽게만 보였다. 불망헌이 지어진 지 수 백 년이 지나도록
손질 한번 하지 않았으니 이는 당연한 노릇이기도 했다.
휘-- 이- 이-- 잉!
삭풍이 불면 자죽림에서는 괴이한 음향이 마치 지옥아수라천 악귀
의 호곡인 양 음산하게 울렸다.
자죽으로 엮어진 불망헌의 한 방.
바닥과 벽 천장까지 모두 대나무였고 간단한 탁자나 의자 침상 등
기물도 자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죽탁(竹卓) 위에는 고색(古色) 완연한 향로가 있었는데 향로에서
파란 향연이 피어 오르며 방안을 진동시켰다.
방 안의 죽침상 위.
그곳에는 소림삼성승 중 가장 괴팍하고 괴이한 천뢰선사가 낡은
마의승포를 입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었다.
주사빛 얼굴에 화등잔같은 고리눈, 깔깔하게 뻗친 눈썹과 턱수염
은 그의 괴팍한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후성, 즉 현수는 침상 아래 무릎 꿇고 앉아 있었다.
천뢰선사는 디룩디룩 눈알을 굴려 현수의 몸 이곳저곳을 살펴보
았고 그 때마다 그의 눈에서는 전광(電光)같은 빛이 번쩍이고 있
었다.
그는 다소 거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현수, 너는 대사형으로부터 노납의 성격을 모두 들었겠지?"
"들었습니다."
현수의 대답에 천뢰선사는 까칠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노납은 대사형처럼 불심이 깊지도 않고 셋째처럼 생각이 넓지도
않다."
그의 말에는 정감이라곤 없었다.
"노납은 백칠십 세가 되도록 불경의 참뜻도 모른다. 또한 평생에
단 한 권의 책도 끝까지 읽어본 적도 없다. 물론 읽으려고도 해보
지 않았다."
현수는 묵묵히 그의 말을 듣기만 했다. 어느 정도 천뢰선사에 대
한 말은 들었지만 예상을 넘는 그의 괴이함에 다소 놀라울 뿐이었
다.
"노납은 단지 불존(佛尊)만 알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모른다."
말과 동시에 천뢰선사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방안을 서서히 걸으
며 다시 말을 이었다.
"노납이 십 세 때 입문하여 백칠십 세가 되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배운 것은 단지 불존과 소림의 무학 밖에 없다."
천뢰선사는 말을 마치자 전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현수를 노려보며
엄숙하게 물었다.
"노납이 무공을 가르치는 방법은 가혹하고 잔인할 것이다. 너는
그것을 모두 참아낼 자신이 있느냐?"
현수는 고개를 들어 담담히 반문했다.
"사숙께서는 산을 아십니까?"
갑작스런 물음에 친뢰선사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반면, 현수
는 신비롭고 고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산을 좋아했습니다. 대자연(大自然)의 어떤 변
화 속에서도, 수많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산은 언제나 산입
니다."
현수의 두 눈은 물처럼 고요했으며 표정 역시 단아하기만 했다.
오히려 그를 쳐다보는 천뢰선사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화를 일으켰
다.
'이 녀석은 진골(眞骨)이다. 이런 놈은 가히 백년지재(百年之才)
로 능히 성불할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대사형은 이
녀석이 불문과 인연이 없다는 것인가?'
내심 이렇게 중얼거리는 천뢰선사의 마음 속에는 차츰 현수의 존
재가 자리잡아 가기 시작했다. 그는 현수의 앞으로 가 침상에 걸
터앉으며 물었다.
"현수, 너는 노납이 어떤 사람인 줄 아느냐?"
"모르옵니다."
천뢰선사는 서서히 감개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과거 백수십 년 전 강호에 마애천불(魔涯天佛)이란 중이 나타났
는데 그는 악(惡)을 도저히 참아내지 못하는 과격한 성품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 그는 정(正)과 사(邪)를 막론하고 눈에 뜨이는
악인들이라면 가차없이 죽였고 세인들은 그 보기를 마치 귀신 보
듯 했다."
그는 입술 꼬리를 말아 기이하게 웃었다.
"후후. 마애천불의 무공은 감히 따를 자가 없었고 그의 과격하고
잔혹한 성품 때문에 사도(邪道)는 물론 위선을 자행하던 정도(正
道)조차도 그를 보면 꽁무니를 감추기 바빴다."
'혹시?'
현수는 의문을 느꼈으나 입을 열지 않았고 천뢰선사의 말은 계속
되었다.
"마애천불의 손에는 단 하루도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의 손에
떨어져 나간 정사무인의 수가 근 천 명에 가깝게 되자 사람들은
그를 혈불(血佛)이라고 불렀다."
현수는 내심 짚히는 바가 있었다.
'혈불, 마애천불... 그것은 혹 사숙님 자신의 옛 명호가 아니었습
니까?'
"후후후... 결국 보다 못한 그의 대사형(大師兄)이 문파의 최고
권위인 녹옥불령(綠玉佛令)으로 그를 금제(禁制)하여 이곳 불망헌
에 백 년 동안 가두었지."
현수는 탄식하며 물었다.
"아... 그 분은 그렇다면 백 년 동안 한 번도 불망헌 밖으로 나가
지 못했습니까?"
천뢰선사의 두 눈에 회한이 어렸다.
"그렇다. 백 년 동안 그는 이곳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
다. 불과 일 년 전에야 비로소 백 년 금제가 풀렸다."
"아!"
"하하하... 그 백 년이 흐르는 동안 마애천불은 성격도 야심도 모
두 꺾이고 말았다. 모두......."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천뢰선사의 표정은 차츰 평정으로 되돌
아왔고 그는 말을 돌려 이렇게 묻고 있었다.
"현수, 너는 본문의 칠십이종절예가 어떤 것인지 아느냐?"
현수는 공손히 대답했다.
"대강 들었습니다."
천뢰선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자, 밖으로 나와 봐라!"
"네."
자죽림 가운데 공지(空地).
그곳은 연무장(練武場)으로 손색이 없는 곳으로 현수는 바닥에 무
릎을 꿇고 있었고 천뢰선사는 그의 앞 일 장(一丈)거리에 우뚝 서
있었다.
천뢰선사는 굵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본문 칠십이종절예는 달마성승(達摩聖僧)께서 역근세수경(易筋洗
髓經)을 창안하신 이후 천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소림의 고승들
이 참오 끝에 만들어내신 것이다."
현수는 그의 말을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새겨 들었다.
"그러나 천년이 흐르는 동안 지금 칠십이종절예 중 삼십여 종 이
상이 밖으로 흘러 나갔다."
천뢰선사는 약간 열기 띈 어조로 말했다.
"그것은 진본(眞本)이 아니므로 진정한 소림무예가 아니다."
천뢰선사는 칼칼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백보신권(百步神拳), 이는 소림 십 대 장문인이신 각비대사(覺非
大師)께서 창안하신 것으로 그 분은 황산 천도봉(天都峯)에서 백
보(百步) 밖의 청석비(靑石碑)를 가루로 만들어 전무림을 경동시
켰다."
"아......."
"그러나 지금은 백보신권이라면 무림의 삼류 고수도 할 줄 아는
평범한 무예가 되었다."
천뢰선사의 음성은 점점 더 짙은 열기를 띄어갔다.
"그들은 말한다. 칠십이종소림비예가 이럴진대 나머지는 알만하다
고, 그리고 그들은 가증스럽게도 백보신권을 흉내 내면서 소림을
함부로 비웃고 있다."
천뢰선사는 문득 힘차게 말했다.
"자! 현수, 보아라. 이것이 바로 진정한 소림비예 백보신권이다!"
그는 즉시 오른손 주먹을 쥐었다가 앞으로 가볍게 뻗었고 놀라운
위력이 눈 앞에 펼쳐졌다.
꽈르르르릉!
천지를 뒤흔드는 뇌음과 함께 자죽림은 일시에 오십 장(五十丈)
밖까지 완전히 평지가 되고 말았다.
그 뿐이 아니었다. 오십 장 밖에 있던 거석(巨石)이 어이없게도
가루로 화하고 만 것이었다.
"아!"
현수는 그 놀라운 광경에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백보신권의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한 반석 위.
일노일소(一老一少)의 중이 가부좌를 튼 채 마주보고 앉아 있었
다.
네모진 얼굴에 주사빛 피부, 화등잔같은 고리눈, 고슴도치 같이
빳빳한 수염의 괴승. 그는 바로 천뢰선사였고 맞은 편의 소년승은
바로 현수였다.
천뢰선사는 번뜩이는 눈으로 현수를 쏘아보며 엄숙하게 말하고 있
었다.
"소림의 최고무공은 달마역근세수경에 적힌 반야밀다대승신공(般
若密多大乘神功)인데 이 신공은 가히 탈인간의 개세신학(蓋世神
學)이라 할 수가 있다."
현수의 준미한 얼굴이 엄숙하게 굳어졌고 천뢰선사는 두 눈에 섬
전같은 광망을 발하며 계속 입을 열었다.
"반야밀다대승신공을 익히기는 실로 성불하는 것 만큼이나 힘들
다. 더구나 대성하기 위해서는......."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갓 태어난 아기를 근
이백 년의 공력을 가진 내가고수(內家高手)가 개정대법으로 탈태
환골(脫胎換骨)시킨 다음 천여 가지의 약초를 배합한 물에 천 일
을 담궈 그 후로 백 년간을 고련해야만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
고는 영원히 십이성(十二成)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으음. 그렇다면 나는 이미 불가능하지 않은가?'
현수의 표정은 실망으로 조금 변하였다.
천뢰선사는 그의 내심을 읽은 듯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노납은 백오십 년 동안 연구한 끝에 마침내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은 바로 삼십육 개의 단계를 거친 천 일의 수련방법이다. 다
만 이 방법은 정도에는 없었던 것으로, 지극히 위험하여 자칫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는 물론 생명까지도 잃게 된다. 그러나 이 방
법이 아니고서는 영원히 반야밀다대승신공의 완전한 경지에 도달
할 수가 없다."
"으음."
"현수, 너는 앞으로 이 방법대로 신공을 수련해야 한다. 이미 제
일 단계는 깨쳤다. 노납이 너의 몸에 개정대법을 시행하여 탈태환
골시켰으며 소림 희대의 성약인 대환단으로 너의 내공은 이미 백
년 수위(百年水位)에 이르러 있다."
그 말에 현수는 흠칫 놀랐다.
'내가 백 년 공력을?'
천뢰선사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너는 이 단계부터 시작한다. 천 일(千日), 앞으로 천
일간의 고련(苦練)에 들어간다!"
실로 피눈물 나는 수련이었다. 정신이 산산조각으로 갈라지는 고
통과 고통의 연속이랄까?
그의 살갗은 펄펄 끓는 약물 속에서 수십 번이나 처참하게 벗겨
졌고 벗겨진 살이 채 아물기도 전에 천뢰선사의 무자비한 철편(鐵
鞭)이 허공을 가르며 그의 살을 찢었다.
구절항마철편(九節降魔鐵鞭)이라면 사실 강호의 평범한 일반 병기
였다. 그러나 그것이 일단 천뢰선사의 수중에서 휘둘러졌을 때는
단지 그 경풍에 닿기만 해도 거목이 쓰러지고 암반이 가루가 되었
다.
그 무시무시한 구절항마철편으로 현수는 매일 일천 번씩 맞아야
했다.
게다가 때로는 지하 삼백 장 깊이의 빙굴 속에서 꽁꽁 얼어 사흘
을 보낸 뒤 얼음이 채 녹기도 전에 화로 속에서 지글지글 타는 고
통도 감수해야 했다.
어디 그뿐인가. 수천 개의 금침이 다시 그의 온 몸을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실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고통들이 온통 그를 에워
싸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천뢰선사의 장엄한 말이 그의 정신을 일깨우곤 했다.
"참아라. 참아야 한다. 이 수련이 시작된 이상 노납조차 중단시킬
수가 없다. 중단하면 너는 영원히 폐인이 되고 만다."
현수는 참고 또 참았다. 고통이 극에 이를 때는 일생의 벗 독고황
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거듭되는 고련을 견디어 가고 있었
다.
어느덧 이백 일(二百日)이 지났다.
그동안 현수는 쌀 한 톨, 물 한 모금 먹지 않았다. 단지 십 일마
다 주는 한 알씩의 환약(丸藥) 밖에 먹은 것이 없었다.
"청신정혈보환(淸身精血補丸) 만을 먹으며 온 몸의 온갖 더러움을
모두 제거해야만 한다. 곡기를 끊고 물 한 방울 먹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공(功)이 수포로 돌아간다!"
천뢰선사의 말은 더욱 지독한 허기와 갈등을 불러 일으킬 뿐으로,
그는 정신이 어지럽고 온 몸의 맥이 다 풀리곤 했다.
그러는 가운데 다시 이백 일(二百日)이 흘렀다.
그는 잠도 자지 못했다. 매일 밤을 수마(睡魔)와 싸워야 했으며
어쩌다 깜빡 졸기라도 하면 천뢰선사의 철편이 여지없이 그의 전
신을 강타했다. 끔찍하도록 무자비한 훈련이었다.
극한의 고통을 견디다 못해 까무라치고 만 적도 있었다. 그러나
쓰러진 몸뚱이 위로 찬물이 쏟아지는가 하면 다시 구절항마철편이
날아와 그를 깨웠다.
이백 일(二百日)이 그렇게 하여 또 지나자, 이전 것까지 도합 육
백 일(六百日)이었다.
실로 겁난의 세월....... 이제는 그도 더이상은 고통을 느끼지 않
게 되었다.
펄펄 끓는 약물도 그리 뜨겁게 여겨지지 않았으며 데인 살도 하루
면 멀쩡하게 아물어 버렸다.
그런가 하면 그 무서운 구절항마철편의 세례에도 그의 몸에는 단
한 줄기 혈흔(血痕)만이 남을 뿐이었고, 금침이 날아와 박혀도 채
일 각이 안되어 저절로 빠져 버렸다.
이는 정녕 기이한 변화였으나 막상 현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보다 더 혹독한 고통들이
시시각각 닥쳐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수의 인내는 실로 초인간적이었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
는 한계를 벗어난 고통을 그는 신음소리 한 번 없이 잘도 참아내
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끝없는 자신과의 투쟁일런지도 몰랐다. 자아(自我)
와의 처절한 싸움.......
이를 느낀 천뢰선사는 지극히 감동했고 마침내 현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평생 그 누구에게도 정을 주어본 적이 없는 괴승, 그가
바로 천뢰였다.
'노납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대사형 천심(天心)이다. 가장 감탄
한 사람은 세째 천기(天機). 그러나 이 아이는.......'
현수를 향하는 그의 손길에는 어느 때부터인지 보이지 않는 따뜻
함이 배어 있었다. 그것은 평생을 외곬으로 괴벽하게만 살던 천뢰
선사의 살벌한 가슴 속에 알게 모르게 싹튼 정이었다. 다만 당사
자인 그가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
그러나 이심전심(以心傳心)일까?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천뢰선사를 바라보는 현수의 두 눈에는 언
뜻언뜻 미소가 어렸다.
'사숙님, 제자는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반드시....... 사숙님
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성공할 것입니다!'
현수의 웃음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다시 이백 일이 흘러 팔백 일이 지났다. 그는 삼십육 관
중에서 드디어 삼십사 관(三十四關)을 넘겼다. 이제는 단지 이 관
(二關)의 단계만을 남겨 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남은 이 관
이야말로 지금껏 거쳐온 삼십사 관을 모두 합친 것 만큼 힘든 것
이었다.
현수도 변했다. 그의 골격은 이제 연약한 소년의 그것이 아닌 튼
튼한 강골로 변해 있었다.
비록 살이 거의 없이 깡마른 몸집이었으나 뼈대와 근육은 오히려
조화의 미(美)를 물씬 풍길 정도로 완벽하게 성숙되어 있었다.
얼굴 또한 지극히 평정담백해져서 득도한 선승(禪僧)의 얼굴도 그
와 같지는 못할 듯 했다.
누구도 그 내심을 읽을 수가 없겠거니와, 더우기 옥으로 깎은 듯
이 고운 그의 용모에서 감히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가 이토록 험
난한 고통 속을 헤쳐 나왔으리라는 것을.......
천뢰선사(天雷禪師).
야색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유난히 수심이 어려 있었다. 그는
천공에 걸린 달을 바라보며 부르짖었다.
'만약 저 아이가 나머지 이 관을 통과치 못하고 실패한다면... 아
니,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노납은 스스로 익힌 반야
밀다대승신공을 전부 그에게 주입하더라도 반드시 성취시키고 말
테다.'
그것은 천뢰의 진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