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제 8 장
出 師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가공할 공세,
그 공세는 가히 삼천근 이상의 힘과 육갑자 이상의 내공이 실린 엄청난
것이었다.
( 완전히 미쳤구나. 이런 사람이 소단성 조사를 죽어라 하고 쫓아다니며
비무를 요구했을 것이니 그 분은 또한 얼마나 귀찮았겠는가. )
소연황이 내심 머리를 저었다.
허나 놀라고 어이없어 멍청히 서 있을 여유도 없었다.
쓰 ---- 읏 !
그이 신형이 좌측으로 미끄러졌다.
쏴아앙!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쌍금도는 빈 허공만을 베어냈다.
허나 기실 부첨궁의 이 공세는 단지 소연황의 반응을 시험해보려는 공세에
불과했다.
[ 흐흐흐.... 역시 피해냈구나. 아암....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려면 피해
야 하고말고.... 자, 어서 덤벼라. 비무를 하자! }
소연황이 몸을 피하자 부첨궁이 낮게 웃었다.
소연황이 백의종사 소단성의 모든 진전을 완벽하게 이어받았음을 알게되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는 듯한 태도였다.
( 큰 일났구나.... 천하에 이런 떼거지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게다가 이미
일천년 전에 소단성 조사를 꺾기 위해 십년 폐관에 들었다가 자신만만하게
출관했던 인물이니만큼 지닌바 무공 역시 보통이 아닐 것이다. )
소연황은 실로 머리가 지끈거려오는 기분뿐이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카----아앙!
쉬익 ----
돌연 허공에서 삼색의 광휘가 어른거렸다.
작고 빠른 물체 하나가 번개같이 쌍금도염라 부첨궁을 향해 폭사해 들었다
[ 으잉? 이 뜯어먹을 고양이 새끼가.... ! ]
부첨궁의 눈에 일시지간 놀람의 빛이 스쳐갔다.
그렇다.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내 쌍금도염라 부첨궁을 공격해 들고 있는 물체,
그것은 바로 천요삼색마표가 아니겠는가.
천요삼색마표는 상금도염라 부첨궁이 주인인 소연황을 공격하는 것을 대하
고 가공스러운 살기를 드러내며 덮쳐오고 있었는데....
우릉.... 쏴아아 ---- 앙!
쌍금도염라 부첨궁은 다소 머리가 아둔하기는 하나 그 본능적인 감각은 무
척이나 뛰어난 인물인 듯 했다.
그는 이미 눈앞의 작은 고양이가 평범한 고양이가 아님을 깨닫고 어느새
우수를 들어 태산 같은 장력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때였다.
쌍금도염라 부첨궁이 천요삼색마표에게 신경 쓰고 있는 것을 대한 소연황의
눈 깊은 곳에서 기광이 번뜩였다.
( 이때다 --- ! )
슷 ----
소연황의 신형이 불가사의하게 빠른 속도로 번뜩였다.
그의 이 행동은 천요삼색마표가 쌍금도염라 부첨궁에게 덮쳐들고, 그가 막
아내기 위해 우수를 움직이는 바로 그 순간에 이어진 것인지라 어찌 보면
사전에 이미 천요삼색마표와 각본을 짜놓고 합공하는 듯 했다.
그만큼 소연황의 공세는 시기적절했던 것이다.
퍼퍽!
[ 윽.... 이 애송이가 비겁하게....! ]
소연황의 손에서 절대자환신기가 바탕이 되어 있는 천도삼결 무영신벽이
뿌려졌다.
그의 공세는 여지없이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마혈에 적중되었다.
쌍금도염라 부첨궁은 천요삼색마표의 공세에만 신경을 쓰고 있던 중인지라
도저히 소연황의 암습을 막아낼 수 없었다.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신형이 석상처럼 굳어졌다.
[ 이, 이놈아! 어서 본좌의 혈도를 풀지 못하겠느냐....! ]
그 상태에서 그는 벽력같이 호통을 내질렀다.
소연황이 미소했다.
[ 하하하.... 싫습니다. 무엇 때문에 힘들여 노선배를 제압한 후 다시 풀어
준단 말입니까? ]
[ 이, 이놈이.... 소단성의 후예답지 않게 암습을....에이 더러운 놈 같으
니....! ]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얼굴이 울그락푸르락 변화되었다.
소연황이 몸을 돌렸다.
[ 하하하.... 소생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노선배님은 소생과 비무할 생각
을 버리지 않는 한 평생 그렇게 지내게 될지도 모릅니다. ]
[ 잠, 잠깐.... 네놈은 본좌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그냥 사라지겠다는 것이
냐....? ]
쌍금도염라 부첨궁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 그렇습니다. ]
[ 네, 네놈은 본좌가 두려운 모양이구나! ]
[ 두려운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낭비를 하기싫은 것뿐입니다. ]
[ 이....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
[ 훗! 소생의 점혈수법은 본문비전의 수법인지라 본인이 아니고서는 절대
해혈 할 수 없습니다. 차후 노선배님의 끼니는 하루에 한 번씩 보내드리겠
습니다. 허나 지금이라도 본인과의 비무를 포기한다면 풀어드릴 수도 있습
니다. ]
[ 싫다면 노부보고 이곳에서 영원히 먹다가 죽으란 말이냐? ]
[ 하하하.... 그것은 노선배님이 결정하실 일입니다. ]
[ 이런 가랑이를 찢어죽일 놈 같으니.... 이런다고 네놈이 노부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림도 없다! ]
[ ......! ]
[ 노부는 이미 네놈의 몸에다 만리추염향을 뿌려두었느니라. 네놈이 설혹
어디론가 도망친다 해도 삼일이면 찾아낼 수 있음이다. ]
---- 만리추염향
시전자만이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기향이다.
이 만리추염향은 삼년 정도가 지나야 저절로 향기가 지워질 뿐 어떤 방법
으로도 향기를 지울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 만리추염향? ]
소연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언제 그의 몸에 그따위 기향을 뿌려 놓았단 말인가!
허나 다음 순간, 소연황은 거침없이 석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 야! 이 문둥이처럼 못생긴 놈아.... 너.... 기다려라. 노부가 이따위
점혈수법을 풀지 못할 줄 아느냐! ]
[ 노선배! 더 이상 떠들면 아혈마저 제압할 것이오. ]
[ 흡! ]
쌍금도염라 부첨궁의 입이 번개처럼 다물어졌다.
말 잘듣는 어린아이가 기겁해서 입을 다무는 듯한 동작이었다.
× × ×
일세서방,
이 일세서방의 모든 일은 칠개월 전부터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었다.
은림대학사 소위지가 어디론가 떠난 며칠 뒤 젊은 주인이랄 수 있는 만학
서생 소연황마저 돌연 실종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일세서방의 모든 일은 이곳에 잠시 기거하기 위해 왔던 백림군주
현미릉이 곤욕을 치르며 꾸려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현미릉의 노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야말로 이를 갈며 소연황이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소연황이 짐짓 그녀를 골탕 먹이기 위해 모습을 감춘 것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바로 그 소연황이 어느 날인가 장경루에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으니..
× × ×
[ 뭐, 뭐라고? 그 작자가 나타났다고? 그래 네 눈으로 확인했느냐? ]
[ 그럼.... 직접 이야기까지 한 걸.... ]
[ 그래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다더냐? ]
[ 장경루에.... ]
[ 끄응.... 장경루에 처박혀 있었으면서 내가 일세서방의 잡동사니 같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쩔쩔매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니.... 일개월만 이
곳에 머물러 있으려던 나를 칠개월이나 머물러 있게 만들다니.... ]
[ ......! ]
두 사람이 마주 서 있었다.
독기를 풀풀 흘려내는 궁장소녀와 십 이 삼세 가량의 소동,
바로 현미릉과 현아룡이었다.
백림군주 현미릉이 이 순간 너무도 분해 견딜 수 없어 하는 표정이었다.
[ 으으.... 이럴 수가 있는 거야. 가지가 없는 동안 내가 일세서방의 모든
집무들을 처리해주었는데.... 당장 이곳으로 달려오지 않고.... ]
[ 응. 소형님은 지금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어. 내가 누나가 무척 고생했다
고 말해주었는데도 눈빛하나 변하지 않던데....? ]
[ 뭐, 뭐야! 왜 숨어있었다고 말하지도 않던? ]
[ 응, 아무 말도 없었어. ]
[ 나쁜 놈....! 좋다. 제가 와서 사과하지 않으면 내가 쫓아가서라도 사과
를 받아내겠다. ]
찰나 !
백림군주 현미릉의 신형이 번개같이 한곳을 향해 치달려가기 시작했다.
바로 소연황의 거처가 있는 방향이었다.
× × ×
< 허허.... 황아야.
이 할아비 걱정을 많이 하고 있겠구나.
허나 그리 걱정할 것 없단다.
현 무림에서 이 할아비를 감히 해할 수 있는 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말이다 >
소연황은 단정한 자세로 석탑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부인 은림대학사 소위지가 ?기 돌아오지 않았음을 알게 되어 황급
히 그가 남긴 금낭을 열어보고 있던 중인 것이다.
< 사실 이 할아비가 일세서방을 떠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 하나는 천하의 정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그 자세한 움직임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또 하나는 너의 칠양선천신맥을 치유시킬 수
있는 영약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천하의 정세가 심상
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곧 본문을 제외한 구대제가 중의 나
머지 팔대제가들이 서서히 암중으로 무서운 힘을 형성하고 있음이다.
그들 중 마교와 구천단성의 움직임이 가장 심상치 않았다. 아울러 아직
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사대제가 역시 언제부터인가 암중으
로 준동하고 있는 것이다. >
[ 으음.... 백의종사 소단성 사조께서 말씀하시기를 당대에 이르러 구대제
가의 제삼차 격돌이 있을 것이라 하더니 결국 그 예견이 실현되는 조짐이
란 말인가....? ]
소연황이 고개를 저었다.
그제야 그는 조부인 은림대학사 소위지가 일세서방을 떠난 이유를 확연히
알게 된 것이었다.
소연황은 다시 소위지가 금낭 속에 남긴 서찰을 읽어 내려갔다.
< 본문을 제외한 나머지 팔대제가에서 이미 활동을 시작했음이니 본문 역
시 방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었다. 본문은 비록 단맥으로 이어져 그들
과 같은 세력을 형성하지 못했으나 아무튼 항차의 일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 혈경도 ! ]
소연황의 눈에 경악의 빛이 스쳐갔다.
만사무불통지라 알려져 있는 소연황이 어찌 혈경도를 모르겠는가.
이 혈경도는 한 비밀의 장소를 가르치는 일종의 장보도였는 바 그 가치는
가히 측량할 수도 없을 지경인 것이다.
[ 지금으로부터 일천 오백 년 전 중원천하위에 군림했던 열국십팔무존의
모든 것이 비장되어 있는 장소를 찾아낼 수 있다는 혈경도가 출현하다니.]
[ 으음.... 만약 혈경도가 진정 천하에 떠돌고 있다면 엄청난 혈풍이 일어
날 것이다. 그렇다! 기보에 눈이 뒤집힌 수많은 무림인들이 서로 죽고 죽
이는 대참극을 연출할 것이 분명하다. ]
소연황이 머리를 저었다.
< 황아야.
이 할아비가 떠난지 육개월 후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너는 즉시 일세
서방을 봉문하고 깊이 몸을 감추도록 해라.
허나 이 할아비는 반드시 너의 칠양선천신맥을 치유시킬 영약을 구해
돌아갈 것인즉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음이다. >
혈연의 짙은 정이 담겨져 있는 글귀....
소위지의 서찰은 이미 끝나 있었다.
소연황이 눈을 들었다.
동시에 그 눈에서 가공할 신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혈경도의 출현.... 구대제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좋다! 나 소연황
역시 강호에 나가겠다. 할아버님은 짐짓 아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시지만 짐작컨데 강호는 지금 무서운 피의 혈풍에 휩싸이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구대제가의 제삼차 격돌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나 소연황은
오히려 그 일을 당당히 주도해 나갈 것이다. ]
----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싸움이라면 스스로 주도해 나가겠다.
아아.... 실로 당당한 외침이 아니겠는가.
출사(出師)!
그렇다.
당금 무림에 존재하는 수백,수천여 문파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구대
제가, 이른바 천하에 존재하는 모든 무학의 근본을 세웠다 할 수 있는 전
설적인 아홉 개의 무맥, 구대제가의 제삼차 격돌.
그 엄청난 난세의 대폭풍을 향해 한 사나이가 이렇듯 출사의 의지를 표출
하고 있는 순간인 것이다.
× × ×
백림군주 현미릉,
그녀는 씩씩거리며 소연황의 거처로 뛰어들었다.
( 흥! 만약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따귀를 열댓번 후려친 다음 매몰차게 뛰
쳐 나오는 거다.
당신같이 후안무치한 사람과는 흘렀을까?
분을 삭히지 못해 식식거리던 그녀의 표정에 점차 기괴한 변화가 일기 시
작했다.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이라고나 할까....?
그렇다.
소연황이 사라져 버린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실
로 불가사의한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아아.... 어디를 간 것일까? 그 병약한 몸으로 도대체 어디를 간 것일까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보면 모두 놀리려 들 텐데.... )
왜 별안간 안타까워지는 심정만 드는 것일까....?
왜 그 지긋지긋하던 사람의 안위가 불현듯 염려스러워진단 말인가....?
그것은 실로 그녀 스스로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다시 안절부절 못하며 서성거리며 반각여가 흘러갔다.
문득 그녀의 눈에서 기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안되겠다. 그래도 명색이 이 백림군주 현미릉의 정혼자인데 그런 사람이
멋대로 싸돌아다니다가 남에게 다치거나 놀림을 받는다면 이는 곧 본녀의
수치인 것이다. 장군부로 돌아가 아버님께 여쭌 후 그 사람을 찾으러 강호
에 나가야겠다! ]
슷----
이내 현미릉의 신형이 소연황의 거처에서 사라져 버렸다.
다급하기 이를 데 없어 하는 태도였다.
과연 그녀는 소연황이 놀림을 받으면 곧 그녀의 수치이기 때문에 그를 찾아
강호에 나가겠다는 것이었을까?
그런 이유만이 그녀가 강호에 나가는 전부였단 말인가....?
여심!
그렇다.
자세한 것은 변화막측한 여심만이 헤아릴 수 있는 일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