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 년 전 천도교 청년회가 태동할 때 우리 청년들의 기백과 종단의 교세는 가히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경지였다고 합니다. 오늘의 청년회는 그날들을 기리기 위해 지난주 8월 28일(토) 저녁에 성사님 체취가 배어있는 우이동 봉황각에서 20여명이 단출하게 모임을 가졌습니다. 거기서 저는 의암성사께서 비온다음 푸른산[雨後靑山]과 같은 청년들의 자유정신(自由精神)을 기뻐하시며 그 형상이 마치 높은 산이 우뚝 솟은 듯한 기상(喬岳卓立氣像) 이라고 칭찬하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청년회의 자유정신, 곧 시대정신(時代精神)은 지금도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비록 789가 우리를 이토록 추풍낙엽으로 만들었고 456이 이제야 겨우 자각(지난 지일기념식후의 토론회)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이즈음, 청년들은 더욱 우리가 당면한 현실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 789에 그 456, 청년회 또한 무슨 일을 해보아도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투정만 부릴 일이 아닙니다. 이 번잡한 현대사회에서 사람과 돈이 부족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시대의 청년회 입지만을 통탄하지 말고 먼 훗날 성사님 당시와 같은 푸른 산이 될 청년회 씨앗을 지금부터 다시 뿌려 가꾸어야[未來準備]할 것입니다.
포덕 148년 8월 1일 천도교 청년회가 발간한「개벽청년」여름 호를 보면 그 내용들이 너무 훌륭하고 우리가 고대하는 쇠운종식, 성운전환의 그날이 곧 눈앞에 보일 듯 희망에 차 있습니다. 특히 청년회후원 CMS 1000구좌를 만들어 장학사업, 인재양성, 각종운동(생명, 인권, 환경, 통일, 동북아공동체, 세계평화 등), 개벽사재건, 복지재단설립, 청년회관건립 등 천도교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후 총부지도부는 성운은 고사하고 더한 쇠운의 역정을 밟아온 터라 이런 방대한 계획이 무산될 수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청년회 스스로도 우리의 상황/실력을 바탕으로 하여 실현가능한 일을 생각하고 한번 작정했으면 그대로 실천하는 4계명[번복시심 두지말일]을 지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오늘의 청년회, 글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을 해야 한다”는 다들 잘 아는데 총부지원 조금 받아 몇 사람이 모여 이런저런 궁리나 해야 하는 처지, 기성세대들은 참으로 미안할 뿐입니다. 천도교의 부문단체, 전위 및 임의조직도 무엇하나 제 구실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중앙총부만이 사람과 예산이 있어 그런대로 현상유지 하는 정도, 그래봐야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편안하게 서있을 뿐 내일을 걱정 못하는 풍토입니다. 234 청년들의 올바른 시대정신이 중요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 밤 봉황각에서 청년들에게 우리 천도교의 총체적 부실을 말하면서 이것저것 하려하지 말고 우리 모두의 최우선 과제인 “총부개벽”에 앞장설 것을 권고했습니다. 청년회를 비롯한 모든 부문의 통합적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중앙총부의 변화(이원경영 : 현상유지 + 미래준비)를 주도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456이 움직이고 있는 활동에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3456의 용기있는 미래가 789의 부끄러운 과거를 대체하는, 그런 우후청산의 자유정신/시대정신으로 매진해야 합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로 바꿔 타라는 것입니다.
청년회의 정확한 상황파악과 해결의지, 나아가 실천력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천도교 미래포럼”을 통하여 서로 공감하고 과감하게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내가알고 한울님이 아시는 일, 사(邪)가 아닌 정(正)에서 주문 읽고 이 시대의 고비를 꼭 넘기자는 것입니다. 감응하옵소서
- 진암 朴 永 寅 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