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힘은 읽는 힘_글쓰기가 만만해지는 독서법 위즈덤하우스, 2015 [발췌] 115-117쪽
끝까지 읽는 습관이 언어의 감각을 키운다
책을 읽는 목적은 여러 가지입니다. 책을 하나의 자료로 생각하고 거기에서 지식만을 얻기 위한 읽기'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러나 이른바 통상적인 독서에서 “대충 내용만 파악하면 된다. 스토리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는 읽기를 한다면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힙은 그런 수박 겉핥기식 읽기로는 키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문장을 연결하기 이전에 먼저 하나의 문장을 쓰는 힘이 요구됩니다. 독서량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그 점에서도 불리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글을 마지막까지 다 읽지 못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습관 때문에 글을 많이 읽었어도 자신만의 글을 쓸 수 없는 것입니다. ‘문장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글을 자신 안에 한번 담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떤 형태의 문장이든 그 사람의 것이 되어 걸음이나 호흡처럼 언제나 자연스러운 표현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개인의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예를 들어 소설을 읽을 때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문장의 마지막까지 읽지 않아도 대략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읽기를 지속하는 한 자신만의 문체를 구축하기는 힘들어집니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장의 전제적인 틀만을 중요시하고 세부적인 표현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표현이 있어서 이에 맞는 말이 아니면 인정하려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바람직한 것은 역시 후자입니다. 그 사람이 쓰는 글은 그 사람의 생리와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껏 어떤 문장을 읽어왔는지가 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장을 마지막까지 읽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자신만의 문제는 결코 확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문장을 끝까지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언어의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상한 글을 이상하다고 인정하고 자신이 그런 글을 썼을 때, 곧바로 수정하는 힘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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