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세르게예비치 도른
태생 및 성장 과정
1841년 상뜨페테르부르크 (당시 러시아제국 수도)에서 유대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2남 중 막내로 태어나다. 아버지 세르게이는 프러시아 쾨니스부르크에서 이주해온 고리대금업자였던 예브게니의 할아버지처럼 금융업에 종사했으며, 1830년대 급증한 서유럽과의 교역에 힘입어 젊은 나이에 큰 부를 축적. 세르게이는 당시 팽배했던, 특히 상뜨페테르부르크에서 심했던 반유대인 정서를 피하기 위해 유대교 및 유태인 사회/전통을 등지고, 재력을 바탕으로 러시아인 전통 귀족집안의 딸, 발레리나(예브게니의 어머니)와 결혼.
도른은 10살때 유명 사립학교로 진학, 당시 부르조아 사회의 전형적인 교육을 받는다. 전통적인 러시아식 교육외에도 독일철학, 프랑스어, 영어, 서유럽문학, 예술을 공부하며 성장. 사춘기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10대 초반때부터 이미 아버지와 형의 권력지향적인 세계관에 반항심을 가지게 된다. 도른이 15살이던 1856년, 5살 위의 형은 아버지와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진짜 러시아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크림전쟁에 참전하고 몇 달 뒤 전사한다.
3년 후 상뜨페테르부르크 대학교에 입학. 도른이 법과대학에 진학하여 형 대신 가족의 권력/재력을 승계하길 바랬던 아버지와 타협하여 의학을 전공. 정치나 권력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도른은 그나마 의학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어차피 아버지가 문학이나 음악전공은 허락치 않을테니... 학업에 별로 관심이 없던 도른은 젊은 시인, 화가들과 어울려 다니고 당시 러시아 지식계층에 유행했던 허무주의 철학을 탐닉한다. 그러던 중 19살이 되던 해 5년 연상의 연극배우와 사랑에 빠지는데... 하필이면! 그녀는 유태인이다... 2년이 넘게 그들은 몸과 영혼을 다해 사랑을 하나... 그녀는 결국 도른을 떠나고 약정된 사람과 약정된 결혼을 한다.
1861년, 러시아 사회/경제는 엄청난 스케일의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이는 도른의 가족에게 직접적인.. 그리고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알렉산드르 2세 황제가 선포한 농노해방령에 따라 전국의 농지에 대한 소유권이 불안정해졌고 수많은 지주들에게 농지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었던 아버지는 폭삭 망한다. 도른은 학업을 중단하고 시립병원에서 보조업무를 하면서 부모를 부양하나, 이미 쇠약하던 어머니는 죽고... 2년 후 아버지도 결핵으로 죽는다.
도른은 복학하고 1866년 졸업하면서 산부인과 의사자격증을 취득. 더 이상 상뜨페테르부르크에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않은 도른은 멀리 떨어진 지방도시 _____로 이주한다. 산부인과 의사가 한 명도 없는 그곳에서 도른은 곧 바빠지고... 부자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삶을 영위한다.
프로파일
건강: 4~50대에 병으로 죽은 부모 탓인지 술/담배를 거의 안하고 자기 관리도 비교적 철저. 지병없이 건강하다.
좋아하는 운동: 수영, 등산, 낚시
종교: 무신론자. 종교적인 전통과 사고방식을 혐오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직업: 산부인과 의사. 2년전 젊은 의사와 동업을 시작하여 자유 시간이 훨씬 많아짐.
관심사: 문학, 철학. 그를 사랑하는 여인들.
화법: 대화의 절반은 개그. 돌려말하기의 달인. 심지어 질문에 의미심장한 노래나 시로 답을 하기도. 위트가 넘치는 말의 중심에는 항상 진지함이 있다.
인생철학: 한순간 한순간을 진중하게 살아나가지만... 궁극적인 존재의 가벼움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이를 사랑과 유머로 승화시킨다.
인간관계: 아끼는 남자들 (소린, 꼬스챠 등)은 그들도 모르게 아껴주고... 사랑하는 여인들은 다른 누구도 모르게 사랑한다.
쏘린 가족과의 관계
30년전, 25살 때 이 마을로 이주한 도른은, 곧 법무관 소속 행정관으로 근처 시내에서 근무하던 쏘린을 만나게 된다. 병원 관련 업무로 가끔 한 번에 며칠씩 시내에서 머물던 도른은 죽은 형과 비슷한 외모에 (게다가 동갑!) 뛰어난 유머감각과 배포 큰 성격의 소유자였던 쏘린과 급속도로 친해진다. 쏘린의 고향이 바로 도른이 일하며 살고 있는 마을이고, 근처에 그의 가족이 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된다. 시내에서 만나기도 하고, 마을의 쏘린 가족의 저택을 왕래하면서 절친한 사이가 된다. 또한 쏘린은 아직 가난하던 도른에게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준다.
도른은 쏘린의 아름답고 젊은 약혼녀와도 친해진다. 주위의 몇몇 여자들이 그랬듯이 그녀도 도른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했으나 (눈치없던 쏘린은 전혀 모르는 듯 항상 그녀를 데리고 나오고 도른에게 그녀 자랑을...) 도른은 쏘린과의 관계를 생각해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몇년 전의 상처도 아직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고... 쏘린과 그녀의 관계는 얼마가지 못해 그녀의 심경변화로 인해 깨지고 만다. 도른은 쏘린을 위해 잘된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도른은 상처받고 아파하며 흔들리는 30대초반 나이의 쏘린을 친형처럼 챙겨주고, 이를 계기로 이 둘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쏘린은 2~3년 후 멀리 블라디보스톡의 법무관으로 발령받아 떠나고.... 둘은 편지로 계속 우정을 이어간다.
4년 후 쏘린은 막내 동생 이리나(아르카지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도른은 몇 년사이 성숙하고 무척이나 아름다워진 이리나의 모습에 반하고... 이리나의 동료이자 유명한 배우라는 프레플레프라는 작자를 만나지만.. 그의 심히 거만하고 변덕스러운 모습에 질색한다. 결혼식 후 도른은 쏘린을 다시 떠나 보내고... 이리나와는 곧 친구의 동생이자 병원 고객으로 계속 친하게 지낸다. 이리나는 결혼한지 딱 일년만에 첫 아들 콘스탄틴을 도른의 병원에서 낳는다. 도른이 콘스탄틴을 받느다.
이리나 니콜라예브나는 점점 더 유명해지면서 괴팍한 성격이고 자격지심이 심한 남편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 이리나는 예명을 "아르카지나"로 고치고 남편, 아들 코스차와 모스크바로 이주한다. 몇년 후, 코스차가 아직 어린 아이일 때 도른은 아르카지나로 부터 남편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른은 모스크바로 아르카지나를 만나러 가고... 그녀와 관계를 맺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를 진짜로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아는 도른은 그녀를 놓아주고 자신의 마을로 돌아온다. 아르카지나는 도른이 진심으로 사랑한 두번째 여자이다.
그로부터 10년 남짓 지난 후, 50살이 된 쏘린은 모스크바에서의 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르카지나는 13살짜리 꼬스챠를 삼촌 집으로 보내고... 도른은 다시 쏘린을 자주 방문하면서, 통풍 등 지병을 치료해주면서 가까이 지낸다. 그렇게 쏘린의 영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관리자 삼라예프의 부인인 폴리나 안드레예브나와 가까워진다. 10대의 꼬스챠... 사랑하는 아르카지나의 아들 꼬스챠를 곁에서 보면서 그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고 .... 조용히 챙겨준다. 아르카지나와의 짧았던 관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꼬스챠가 17살이 되던 해.... 5년전쯤 부터... 유명배우가 되어 넉넉해진 아르카지나는 매 여름을 모스크바를 떠나 오빠 쏘린의 집에서 보낸다.
타 인물들과의 관계
폴리나 - 10년전 쏘린이 은퇴하여 본인의 영지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처음 만나 가까워졌다. 당시 30대 초반이던 폴리나는 결혼생활에 불만은 있었으나 발랄하고 매력있는 여인이었다. 처음부터 도른에게 친절하게 다가왔으며 만난지 몇 주 지나지 않아 남편 사므라에프가 영지 관리일로 하루 집을 비운 사이 ... 관계를 가진다. 그 후 1년간 뜨겁고 비밀스러운 사이를 유지하지만... 도른은 서서히 관심/흥미가 떨어지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폴리나는 예전에 귀엽고 매력적이던... 사랑까지는 아니었지만 많이 끌렸던 그 여자가 아니다. 아직도 끈질이게 다가오는 폴리나가 도른은 성가시고 귀찮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연민의 정을 느낀다... 도른은 아주 가끔 도의적인 차원에서 폴리나와 밀회를 가진다.
마샤 - 12살쯤때부터 보아왔다. 엄마 폴리나와 많이 닮았지만... 단순하고 직설적인 성격인 엄마와 달리, 우울하고 고독한 모습이다. 왠지 도와주고 챙겨주고 싶다. 자식이 없는 도른은 폴리나와의 뜨거움은 사라졌지만... 마샤는 여전히 딸처럼 느껴진다.
니나 - 3년전 꼬스챠를 통해 처음 봤을 때 니나는 정말 예쁘고 생기발랄한 동네 소녀였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던 니나는 학교 졸업 후 일을 하고 싶어했고, 도른은 흔쾌히 자신의 병원에서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하얀 피부의 니나의 모습에서... 그 아이의 순수한 모습에서 ... 첫사랑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면서 ...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꼬스챠의 모습을 보면서, 비슷한 나이 때 첫 사랑에 빠지고 상처받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둘이 걱정스럽지만... 젊음은 아름다우니...
사므라에프 - 과격하고 허풍스럽고 폴리나와 마샤를 막 대하는 이 인간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허나 폴리나와의 관계때문에 조금은 미안하고, 또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는지라 사므라에프의 썰렁한 개그와 장황한 연극비평에 성심성의껏 적절히 반응해준다.
1막
배경: 아르까지나의 방문에 맞춰 이런저런 핑계로 1주일 전부터 쏘린의 영지에 머무르고 있다. 정원 뒤 게스트룸에서 묵고 있으며... 온 첫 날 뽈리나와 오랜만에 잤지만... 그녀는 계속 대시한다. 이 평화롭지만 따분한 시골 마을에서 너무나 흥미로운 여름이다! 옛 연인 아르까지나가 1년만에 왔고... 그녀의 새 연인 -- 대단히도 유명한 작가 뜨리고린 --은 어떤 사람인지도 너무나 궁금하다. 메드베젠꼬라는 시내에서 가끔 보이던 선생 양반이 마샤를 사랑한다고 영지에서 살다시피 하고... 게다가 꼬스쨔와 니나는 --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이 예쁜 젊은 남녀가 -- 연극을 만들었다고... 오늘 공연을 한단다. 아~~ 궁금하군. 니나에게 그렇게도 연극 내용을 알려달라고, 아니 힌트라도 달라고 물어봤건만 꼬스쨔 이놈한테 혼단다고 절대 말 안해준다. 야코프 이 놈도 도망다니고. 여하튼 궁금하다. 또 매일 밤 호수와 달이 보이는 아르카지나의 테라스에서.. 그녀와 뜨리고린, 쏘린과 와인파티를... 하하, 흥미로운 여름이다.
등장전: 집안 거실에서 기타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늘 밤 테라스 파티 때 연주하려고... 어제 밤 아르까지나가 불렀던 Santa Lucia. 역시 이 아름다운 여자는 노래도 잘 하는 군... 그 것도 이탈리아말로. 뜨리고린은 노래에 입 뻥긋도 안한다. 재미없는 작가 양반 같으니... 몇 년 전에 이탈리아 서해안 -- 남부 나폴리 부터 서북부의 제노바까지 --을 쭉 여행했을 때 즐겨 부르던 노래였는데.... 기타 코드가 좀 헷갈린다. 노래는 간단한데... 어디선가 폴리나가 나타나 식사했냐고 물어본다. 시간이 몇시인데 ㅎㅎ. 폴리나가 아르까를 챙기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기타를 들고 야외 무대를 찾아 나선다.... 어디라고 했더라? 정원에는 그런 비슷한 것이 없고... 아! 저 호수 Deck앞에, 흰 천막이 보인다. 저기인가 봐.... 이 아름다운 밤에 호수 앞에 가극장이라니. 재미있는걸?
등장: 흥미로운 광경... 젊음과 낭만이 어린 무대를 보니... 기타가 치고 싶다. 산타루치아의 선율 -- 아직 연습중이지만 --을 치면서 무대와 호수를 바라본다. 무대 앞에 다가가 걸음을 멈추고.. 기타를 천천히... 노래도 부르고 싶다. 아무도 없네 아직? 쏘린은 안 보이던데 여기도 없네?
뽈리나가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이리 빨리 왔지?? 무대가 어디있는지 정확히 알았었나 보군... 하하 모자를 쓰라고? 참 이런 쓸데없는 잔소리를... 내가 싫어하는 거 알면서. 솔직하게, 하지만 적당히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난 더워요. 그녀는 계속 잔소리... 여름 날씨에 꼭 모자를 쓰라니?? 나 참... "제발 제 맘을 아프게 하지 마세요" -- 참 불쌍하기도 한 여자... 내 행동, 아니 의상 하나하나에 이리도 신경을 쓰다니. "어젯밤에도 계속 테라스에 계시더니!" -- ㅎㅎ 그래, 그게 싫었던게지.... 아르까지나, 뜨리고린과 어울려서... 자기는 낄 수 없는 자리에서 밤새 놀았으니... 그 것도 아주 시끄럽고 즐겁게. 흠... 여기에 어떻게 뭐라 반응/대답하나?? 그냥 네크라소프의 시 한구절이 떠오르는군.... 인간이여, 청춘을 망쳤다 말하지 마라... 이 곳의 나이먹은 사람들은 ... 뽈리나, 쏘린, 그리고 그 막 되먹은 사므라에프.. 어쩌먼 나 자신까지도 ... 왜 이리 다 나이값을 못 하나? 엣 젊음에 대한 후회가 많은 것이야...
기타연습을 이어가고... 그래 이제 좀 되는 것 같아. 풍경도 아름답고.. 띵 띠리 띵 ~~~ 아, 뭐라고?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뭘? "아르까지나씨를 좋아하시죠?" 아... 그렇지 훗. 이 여자도 아직 죽지 않았군... 역시 못 속여. ㅎㅎ 하지만 이제 뭘 어쩌겠어! 세월은 무상하니.. "내 나이 이제 쉰 다섯." 풋... 기타나 계속 쳐야지. 아.. 뽈리나, 멈추지 않는군. 칭찬을 하는데도 잔소리 같아!! "게다가 더 젊어 보여서 아직 여자들이 반한다구요." 아 기타 잠시 멈추고, 따링! 그래... 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 겁니까? 뭐가 알고 싶은거요?? 뽈리나, 가까이도 서있었군... 그새 내가 거실에 깜빡 두고 온 모자를 찾아 손에 들고 있네.... "여배우라면 그저 헬렐레해가지구!" 하! 호수쪽을 바라보며 이런 말을... 참 질투도 실없이 하는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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