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57 --- 꽃에서 얻는 꿀 벌에서 얻는 꿀
꽃은 제 모습이 아름답다거나 향기가 아주 좋다고 뽐내면서 자랑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웃과 다툴 일이 없다. 조용히 있으면 된다. 보란 듯이 내놓고 보여 줄 사람도 없다. 가만히 있어도 향기가 바람 타고 번져나가고 새들이 짹짹거리며 예쁜 꽃이 피었다고 소문을 퍼뜨렸을까. 좋은 꿀이 있다고 멀리서 벌 나비가 싱글벙글 찾아든다. 어쩌다 길손과 눈길이 부딪치면 한순간에 빨려들듯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잠시 발길을 멈추고 봄을 만끽한다. 굳이 봄이 아니라도 계절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어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꽃은 민망하고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들지는 못해도 은근히 자랑과 긍지를 지닐 것이다. 벌 나비는 기회를 놓칠세라 꿀을 얻어내는 발길이 분주해진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갑게 찾아든다. 발걸음은 향기로운 꿀이 떨어지면 매정하리만치 대뜸 뚝 끊긴다. 그러고 보며 벌은 꽃이 아름답고 예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꿀을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꿀이 없는 모란 같은 꽃에는 벌 나비가 얼씬도 하지 않는다. 야속하고 야박하리만치 계산이 빠르다. 하지만 꿀벌도 절대군주인 여왕벌 밑에서 살아가려니 한가롭게 꽃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다. 가까이에 꿀이 없으면 십 리 밖이라도 달려간다. 그토록 어렵게 모아놓은 꿀을 사람이 일방적으로 빼앗는 것만 같아 한편으로는 염치없는 일이다. 식량으로 모아놓은 꿀을 가져오고 설탕물을 타 주면서 굶주림에서 벗어나라고 위로하면 꿀벌은 감지덕지 받아들인다. 꿀벌이 꽃에서 꿀을 마음대로 퍼 나르는 것 같아도 그렇지만은 않다. 암수가 다른 꽃에서 가루받이를 도와 열매 맺는 데 큰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받아 오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논리로 사람이 꿀벌의 꿀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것 같아도 그렇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다. 꿀벌이 험악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어렵지 않도록 잘 돌봐주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약육강식하는 세상에 저마다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칠 수도 있어 어설픈 웃음을 머금게 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