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부리 글려
옛 속담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言飛千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한다“
즉 한 번 내뱉은 말은 순식간에 퍼지므로 늘 말조심해야 함을 의미한다.
말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말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一字千金)는 말이 있는가 하면
생각없이 툭 내 뱉은 말한마디가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말조심은 일상에서 업무에서 요즘처럼 선거철에도 중요한 덕목이 된지 오래다.
일상에서는 물론이고 하는 일의 특성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공직자나 직장인, 요즘 같은 선거철에도 함구령이 내려진다.
공직자의 경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14조)이 규정되어 ” 공무원, 공공기관 산하 직원 등 약 190만 명이 공무원 또는 공기업 임직원이 퇴직 후 3년간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공사의 경우에도 공사의 임직원 및 그 직에 있었던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비밀누설금지조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말조심령은 공직자, 공기업, 공사에 국한되지 않고 사기업에서도 서약서 형태의 요식행위가 있으며 내가 하는 일, 가까이에도 “쥐부리 글려”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이 있다.
“쥐부리 글려”는 궁에서 일하는 전문직 여성인 궁녀들 이야기이다.
보통 궁녀들의 입궁 나이는 7 ~ 10살에, 때로는 4살, 하는 일에 따라서는 보모나 유모 일인 경우에는 30 ~ 40살에도 입궁한다. “쥐 부리 굴려”는 정식 궁녀 “나인”(10 ~15년)이 되기 전 갖 입궁한 생각시들을 대상으로 말조심을 일깨우는 행사이다.
“쥐불리 굴려” 란 ? 어린 궁녀들에게 밀떡를 물린 다음 그 위에 수건을 접어 양쪽에 삼실로 끈을 달아 마스크처럼 귀에 걸게 하고 섣달 그믐 날 밤에 대궐 뜰에 길게 한 줄로 세운 후에 수십 명의 젊은 내시들이 바지랑대 끝에 횃불을 붙이고 궁녀들에게 다가가 입을 지지는 시늉을 하며 “쥐부리 굴려”라고 위협했다.
그러면 신참 궁녀들은 겁에 질려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짓는데 이같은 광경을 먼발치에서 그들이 상전을 모실 왕비 혹은 궁녀들이 지켜봤다고 한다. 어찌 보면 궁녀로써 “말조심 요식행위”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일이 나인(9품, 오늘날 9급 공무원)이 되면 각자 왕, 왕비, 후궁, 대비, 세자궁 등에 배치되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죽을 때까지 같은 처소에서 일하고 오직 한 상전을 위해 충성을 다해 모시게 되며 원하든 원치않든 간에 비밀스런 일을 알게 되니 당위적으로 입조심을 해야 했다.
이런 연유로 신참 궁녀을 대상으로한 “쥐부리 굴려” 란 궁궐행사가 치러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