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가 섬진강변이었어요. 제가 기억하는 그 곳의 정말 맛있었던 식재료들을 세 개만 꼽으라면 은어랑 발가락에 털이 달린 참게 그리고 이 다슬기를 꼽겠습니다. 제첩도 시원하고 맛있지만 어찌 이 다슬기만 할까요!!
다슬기를 삶으면 배어나오는 푸르스름한 기운의 국물
할머니 동네에서는 이걸 '물고동'이라고 불렀어요. 한약방을 하셨던 외가에는 다슬기를 잡아 납품하는 아저씨가 계셨는데 할아버지께서 다슬기를 갈아 간 환자를 위한 약을 조제하기 위해서였어요. 그 아저씨 따라가서 다슬기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요 섬진강 속으로 큰 통을 들고 잠수해 들어가 잡으시더라구요. 물 속으로 들어간지 한참인데도 나오지 않아 놀랠때 쯤 고개가 위로 솟구치며 손에 든 통에는 다슬기가 그득했었죠ㅎ~
맑는 개울물 돌멩이들에 까맣게 들러붙은 다슬기를 여러분도 잡아본 적 있으시죠! 그게 얼마나 즐거웠던지 한참 자란 후에도 다슬기 잡는 꿈을 여러 번 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온 산하가 앓다보니 이런 맑은 빛깔의 국물을 가진 다슬기 한 번 먹기가 너무도 귀해진 것 같아요. 몇년전 말바우 장에서 사 온 다슬기는 역겨운 냄새가 너무 심해 고스란히 버린 기억이 있는데요 맑은 물에서 자란 다슬기가 아니면 이렇게 맑고 깨끗한 맛을 내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이건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에서 잡은 다슬기라 하네요. 이렇게 굵고 깨끗한 다슬기 요즘 만나기 어려운데 참 고마운 선물입니다^^
맑은 물에서 산 녀석이라서인지 해감을 두세시간 했는데 이물질이 하나도 안 나왔어요~
지역마다 다슬기 먹는 방법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리 할머니께선 집간장과 마늘을 조금 넣어 다슬기를 우르르 넣고 삶으셨지요. 그리고 이렇게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오면 한 그릇씩 떠주셨는데 홀홀 불며 마시면 그윽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해 줬습니다.
다슬기 국물맛은 진짜 최고입니다. 바다 조개들의 노골적인 시원함과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은은함의 여운이 남습니다. 이 국물맛 모르는 분들은 정말 가여우세요!ㅎㅎ
시원하게 우린 국물을 실컷 마시고나면 다슬기를 물리도록 까먹고 그리고 남은 건 이렇게 핀으로 전부 까서 된장국을 끓여먹습니다~
된장 엷게 풀고 부추 송송 썰어넣은 다슬기 된장국 한그릇. 좀 진하게 끓여도 되지만 전 국물 많이 먹고싶어 된장 조금만 풀어 아주 담백하게 끓였어요,
그릇 회오리 문양이랑 다슬기 똥꼬가 같은 모습이라 재밌어서 한 컷 올립니다 ㅎㅎ
어찌 담고 있는 게 저 문양 뿐이겠어요. 다슬기국 한 그릇 마시고 나면 그 안에 그가 살았던 강가와 냇가와 계곡의 냄새가 다 담겨있는 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 풍경이 그릇안에 흘러넘쳐서 저 어여쁜 연둣빛으로 흐르는 것을요! 자연의 맛과 빛깔과 흐르는 향기를 입안으로 모시면 온 몸이 충만해지는 그런 기쁨을요.
다슬기 잡으로 가는 휴가도 멋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선 저부터 떠나야 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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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ㅎㅎ
부추를 썰어서 넣은 다슬기탕 국물 최고죠!
국물을 먹으면 맛있게 확~다가오는 지만 몸에 좋은 느낌이 진득하게 느껴지는 국물맛이
아주 좋은...
해장에도 최고!!
전 화순으로 다슬기탕 가끔 먹으러 가는데 추천할 집 혹시 있으세요? 퍼터강님 광주분이라 여쭙습니다 ㅎ~
우리 고향에서는 도실비라고 불렀어요
어릴때 도실비 잡으러 어른들 따라서 많이 다녔는데~
아욱이나 근대를 뚝뚝 뜯어넣고 된장 한숟갈 풀고 끓인 도실비국
정말 맛있어요
거기에 수제비 몇개 주걱위에 반죽올려서 젓가락으로 툭툭 쳐넣으면
그맛은 정말 안먹어본사람은 모르지요 ㅎㅎ
요즘은 올갱이국이라고 팔더군요
도실비는 첨 들어봐요
귀한 이름 하나 더 찾았네요~
이렇게 소중한 자료 담긴 댓글 감사합니다!
저도 맑은 다슬기탕이 쵝오?!???^^
저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