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완서 / 민음사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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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세기 한국 문단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자 현상이 되었던 ‘작가 박완서’의 초기 작품을 엮은 『이별의 김포공항』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이번 단편집에는 박완서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한국 전쟁의 비극, 중산층의 환상과 허위의식, 여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자신의 청춘을 집어삼킨 전쟁과 뒤이어 거친 밀물처럼 찾아든 배금주의와 속물주의의 망령이, 여성이라는 상황을 어떻게 침윤하고 부식시키는지, 작가 박완서는 이들 작품 속에서 사납도록 차가운 언어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시대적 비극과 개인의 운명을 그야말로 “토해 내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회고대로 『이별의 김포공항』 속 작품들은, 박완서의 자서전이자 처참한 시대의 자화상이다.저자소개
박완서
경기도 개풍(현 황해북도 개풍군) 출생으로, 세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이주했다. 1944년 숙명여자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이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없는 기억이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부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을 뒤로 하고 여덟 달 만에 죽음을 맞이하고, 그후 그의 가족은 남의 물건에까지 손을 대게 되는 등 심각한 가난을 겪는다.
그후 미8군의 PX 초상화부에 취직하여 일하다가 그곳에서 박수근 화백을 알게 된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 이후 우리의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까지 뼈아프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긋고 있다. 박완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 적절한 서사적 리듬과 입체적인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다채로우면서도 품격 높은 문학적 결정체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가는 우리 문학사에서 그 유례가 없을 만큼 풍요로운 언어의 보고를 쌓아올리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녀는 능란한 이야기꾼이자 뛰어난 풍속화가로서 시대의 거울 역할을 충실히 해왔을 뿐 아니라 삶의 비의를 향해 진지하게 접근하는 구도자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아저씨의 훈장』, 『겨울 나들이』,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 『도시의 흉년』, 『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에서는 개인사와 가족사를 치밀하게 조명하여 사회를 재조명하기도 한다.
『배반의 여름』은 1975년 9월에서 1978년 9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다. 「조그만 체험기」「흑과부黑寡婦」「그 살벌했던 날의 할미꽃」등에서 볼 수 있듯이 박완서가 그리는 모성의 힘은 실로 놀랍다. 성균관대에서 열린 ‘2006 호암상 수상자(예술상) 초청 강연회’에서 박완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문학의 뿌리는 어머니”라고. 박완서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풀어내는 모성의 힘은 힘센 것들만이 권력을 쥐고 판을 치는 현대산업사회에서 뒤로 처진 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위무해준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에는 1987년 1월에서 1994년 4월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가족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네 개나 있는데 그중「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은 남편의 죽음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아들의 죽음을 담고 있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은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체로 되어 있는데 담담하게 이어가는 주인공의 목소리에서 가슴이 메어지는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저녁의 해후』에는 1984년 1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발표했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알건만」「해산바가지」「애 보기가 쉽다고?」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여기에서 나타나는 하층민들의 인간애는 가진 자들의 야만성과 대비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은 1979년 3월에서부터 1983년 8월까지 발표한 작품들을 수록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속물성과 위선이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 젊은 것들의 무관심과 조롱 속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황혼」「천변풍경泉邊風景」과, 출세한 자들의 허위를 그린 「내가 놓친 화합(和合)」「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등이 그것이다.
『미망』은 조선조 말기에서 6ㆍ25 전쟁 직후까지 그 파란만장했던 시대를 한 개성 상인의 가족사를 통하여 재창조한 대하소설이다. 민족의 수난사와 더불어 고난과 격동의 시대를 험준한 산을 넘듯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박완서 소설 문체가 도달한 궁극적인 경지를 보여 주고 있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느낀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을 담아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펴냈다. ‘친절한 책읽기?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연재했던 글도 함께 실어 노작가의 연륜과 성찰이 돋보이는 글을 선보였다. 1993년부터 국제연합아동기금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1994년부터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1988년부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엄마의 말뚝』으로 제5회 이상문학상 『미망』으로 대한민국문학과 제3회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38회 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6년, 문화예술인으로서 처음이자 여성으로서도 처음으로 서울대학교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전쟁의 상처로 작가가 됐다."고 고백해왔던 그녀는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경험으로 글을 써왔다. 여러 편의 장편소설과 수필집, 동화집을 발표하고, 2010년 8월 수필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마지막으로 2011년 1월 22일, 담낭암 투병 중 별세했다. 경기 구리시에는 '박완서 문학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호암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2006년 서울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1월 22일 타계한 후 문학적 업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그 외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저문 날의 삽화』,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기나긴 하루』,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등이 있다.
목차
이별의 김포공항
지렁이 울음소리
카메라와 워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추천의 말
출판사 서평
20세기 한국 여성 문학의 거봉(巨峯),
전후 한국에 자리한 피폐한 영혼과 들끓는 속물주의를 매섭게 그려 내다
20세기 한국 문단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그의 이름 자체가 하나의 흐름이자 현상이 되었던 ‘작가 박완서’의 초기 작품을 엮은 『이별의 김포공항』이 ‘민음사 쏜살 문고’로 출간되었다. 이번 단편집에는 박완서 문학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한국 전쟁의 비극, 중산층의 환상과 허위의식, 여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자신의 청춘을 집어삼킨 전쟁과 뒤이어 거친 밀물처럼 찾아든 배금주의와 속물주의의 망령이, 여성이라는 상황을 어떻게 침윤하고 부식시키는지, 작가 박완서는 이들 작품 속에서 사납도록 차가운 언어로 거침없이 이야기한다. 시대적 비극과 개인의 운명을 그야말로 “토해 내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작가의 회고대로 『이별의 김포공항』 속 작품들은, 박완서의 자서전이자 처참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문학 비평가 황도경의 평가대로 박완서의 문학 세계는 전쟁과 분단, 소시민의 권태, 허위로 가득한 불모적인 도시 문명, 억눌린 여성 현실 등 실로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김윤식 문학 평론가의 감탄처럼 “그야말로 경이로운 작가” 박완서의 작품들은 전후 한국 사회의 양태를 냉철하고 예리하게 보여 주는 동시에, 특유의 생활 어법을 통해 매우 친숙하게 우리 곁에 다가선다. 표제작 「이별의 김포공항」은 일제 식민지, 한국 전쟁, 전후 황폐한 한국 사회를 어쩔 수 없이 살아 내야만 했던 노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아, 참담한 시대의 손아귀에 마구잡이로 휘둘려진 소시민의 민낯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이어서 「지렁이 울음소리」, 「카메라와 워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에서는 한국의 아프레게르(戰後, apres-guerre)가 지닌 허위와 속물근성을 매서울 정도로 날카롭게 그려 낸다. 이렇듯 작가는 격동하는 1960~1970년대 전후 한국 사회 속에 가혹하게 가로놓인 ‘여성’의 모습을 실감 나고 과장 없이 조형해 냄으로써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지평을 새로이 열어젖혔다. 한편 독자는 박완서의 이들 단편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 속에 여전히 자리한 온갖 모순을 새삼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여성 문학 컬렉션 중 한국 문학 세 편의 표지는 동양대 김린 교수가 담당하였다. 그동안 공간과 디자인 사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김린 교수는, 공간과 상황, 시대 속에 가로놓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낸 이들 작품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각 작품의 주제를 강렬한 표지 작업으로 완성해 냈다. 각각의 소설 속에서 문학적 공간으로 조형된 1970년대 김포공항, 전후의 해방촌, 일제 식민지 시대의 간도를 당대의 실제 지도를 직접 활용하여 책의 얼굴로 재해석했다. 세 편의 작품과 세 가지 표지는, 주어진 현실과 특정 공간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문학과 디자인의 형식으로서 ‘지금 이곳’까지 울려 퍼져 오는 ‘여성들’의 거친 함성을 함께 전한다.
이 작품을 보라!
쏜살 문고로 만나는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
여성이 마주한 세상,
여성이 기록한 경험,
여성이 분투한 운명,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만나다
지난 2016년 7월 민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쏜살 문고’의 첫 책을 펴낸 이래,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출간하며 총 50권을 돌파하였다.(「동네 서점 에디션」 및 「워터프루프북」 등 특별판 제외.) 새로운 출판 플랫폼을 구현하겠다는 기치 아래, 과거 ‘문고판’ 도서의 틀을 쇄신하며 작품 선정과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도전을 이어 온 ‘쏜살 문고’가, 2019년 마침내 ‘동서고금의 여성 문학’과 함께 다시 독자들 곁을 찾았다.
지난 삼여 년의 시간 동안 면밀히 기획해 온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은, 2016년과 2017년 사이에 출간한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 그리고 작년에 펴낸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과 마찬가지로 ‘문고 속 작은 우주’를 표방하며, 하나의 독자적인 큐레이션을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11월, 「여성 문학 컬렉션」 1차분으로서 세상에 내놓은 이번 여섯 권의 책을 디딤돌로 삼아, 우리 출판계가 마땅히 주목하고 기억해야 할 여성 문학의 ‘멋진 신세계’를 차례로 펼쳐 보이도록 하겠다.
2016년 「세계문학전집 속 거장 컬렉션」의 첫 권으로 출간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2017년 21세기 페미니즘 문학을 선도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화제작 『엄마는 페미니스트』, 2018년 ‘여성적 글쓰기(ecriture feminine)’의 정수를 보여 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에 이르기까지, ‘쏜살 문고’ 속에서 매년 커다란 궤적을 그려 온 여성 문학이 이번 「여성 문학 컬렉션」을 통해 거대한 성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왜 지금 ‘여성 문학’인가?
문학은 작가 개인의 기록인 동시에, 작가의 육체와 내면을 가로지는 모든 시공간의 집적(集積)이자 독자와 역사가 선택하는 시대적 증거물이기도 하다. 오랜 세월 살아남은 작품에는 저마다 가치가 있고, 우리들은 그것을 ‘고전’이라 부르며 매 순간 새로이 읽고 또 기억한다.
오늘날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 ‘책’을 둘러싼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라면 그만큼의 ‘고전’이 우리 곁에 있기 마련이고, 더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여성의 육체를 둘러싼 내밀한 경험, 여성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이야기들, 여성 억압의 역사 속에서 수난당해야만 했던 고통의 서사, 여성이 여성으로서 털어놓을 수 있는 ‘자기만의 목소리’ 등 우리 세계의 지평을 확장하기 위하여, 매서운 분투 속에서 생존한 ‘여성 문학’을 새로이 기념하기 위하여 「여성 문학 컬렉션」을 펴내기로 하였다.
‘법이 금지한’ 임신 중절 경험을 극도로 정제된 문체로 용기 있게 서술한 아니 에르노의 『사건』을 필두로, ‘무민 시리즈’의 작가이자 북유럽 현대 문화·예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토베 얀손의 작가적 재능과 인생을 관조하는 시선이 오롯이 녹아 있는 『여름의 책』과 『두 손 가벼운 여행』 그리고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자 현대 우리말로 쓰인 여성 문학의 결정적인 작품들, 강경애의 『소금』, 박완서의 『이별의 김포공항』, 강신재의 『해방촌 가는 길』까지 한자리에 모았다. 이후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히구치 이치요, 캐서린 맨스필드와 거트루드 스타인 등 전 세계의 중요한 여성 작가와 여성 문학을 지속적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더불어 「여성 문학 컬렉션」의 표지 디자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민음사에서 눈부시게 활약해 온 최정은, 최지은, 유진아 디자이너를 비롯하여 김린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등 국내의 여성 디자이너들이 각각 표지를 맡아 주었다. 쏜살 문고 「여성 문학 컬렉션」의 첫 독자로서 하나하나의 작품들과 깊이 교감한 이들 디자이너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함께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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