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Anna
제가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는 귀머거리, 외로움, 그리고 개인적인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었죠.
저는 그의 첫 번째 공연을 위해 교향곡 악보를 완성하는 것을 도와주었어요.
저는 젊은 음악원 학생이며 작곡가 지망생이었어요.
B
Beethoven
나의 악보 원본을 연주용으로 편집, 복사하기 위해 카피스트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아가씨가 오더라구.
카피스트가 젊은 여성이란 것이 탐탁지 않았지만 그녀가 악보에서 나의 오류를 찾아내 고쳐내는 것을 보고 그녀의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하며 같이 작업하기로 했어
.
C
Copying Beethoven
그는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천천히 저의 도움을 믿게 되었고, 결국 저를 의지하고 존경하고 심지어 감탄하면서까지 저를 보게 되더군요.
사실 그는 저의 성별 때문에 끊임없이 무시하고, 심지어 매춘부로 착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하지.
그게 바로 음악가야."
D
Duet for two violins, A
나는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그녀를 비웃으며 이런 말을 자주 지껄였지.
"
"뭐?
작곡가가 되고 싶다고?
ㅋㅋㅋ
병신아.
넌 절대 될 수 없어.
작곡가가 될 수 없는 너의 슬픈 운명은
네가 여자로 태어난 것에 대해 돌리려무나."
"
E
Elegie auf den Tod eines Pudels
그는 자신도 모르게 끊임 없이 저를 모욕했어요.
F
From Garyone, my happy home
글쎄,
그녀가 만든 곡이 딱히 웃기진 않았어.
아니 솔직히 훌륭했어.
근데 비아냥 거린 이유는 별 게 아니었어.
그냥 여자가 작곡을 한다는게 넘 웃겼어.
클래식은 남자의 전유물이야.
너 같은 계집애는 절대 음악을 창작할 수 없어.
그냥 우리들이 만든 음악 듣고 고상하게 커피나 마시라구.
아,
사람들은 나를 불멸의 작곡가라 빨아주지만 나님 역시 한남충에 불과하군 ㅋㅋㅋ
G
God Save the King
비록 매우 불행하긴 했지만, 저는 그를 떠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전 그의 음악이 좋았으니까요...
어느덧,
저는 그에게 자신을 단순한 카피스트로서뿐만 아니라 그의 진정한 친구로서,
그리고 그가 관계하는 한 그의 음악적 동료 外 섬씽 엘쓰로 증명했어요.
H
Horch auf, mein Liebchen
드디어 교향곡 초연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악보를 기초로 해서 다른 지휘자를 내세워 초연을 하려고 했수나,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왜 내가 만든 곡을 다른 놈이 지휘하냐구?
비록 나는 청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지휘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최씨 고집 알지? ㅋㅋㅋ)
사람들은 다 미쳤다고 나를 비아냥 거렸지만,
단 한 사람만이 나를 신뢰했다.
"제가 도와드릴께요~"
I
Im Walde sind viele Mücklein geboren
교향곡 9번의 초연하는 당일날,
저는 어둠 속에서 숨어 그를 도와 함께 지휘를 했어요.
J
Judy, lovely, matchless creature
아,
사랑스러운 그녀,
그녀의 맑고 밝고 깨끗한 눈과
우아하고 다정한 손빛을 바라보며
나는 지휘를 했다.
K
Klage
어둠 속에 숨어있는 저를 응시하며 지휘를 하는 그의 강렬한 눈빛
거기엔 정말 성을 초월하여 하나의 인간과 인간이 진심으로 사랑(범인류애적인 사랑 말이다)해야만 나올 수 있는 그런 애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어요.
L
Love without Hope
비록 나는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인 위대한 음악가였지만,
적어도 그 초연이 행해지는 콘서트 장 안에서는 한낱 귀머거리 병신에 불과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가 혼신의 힘을 다한 사인을 주지 않았다면
어처구니없는 삽질을 하다가 청중들로부터 뭇매를 맞았을 것이다.
비록 처음부터 미래가 없는 만남이었지만...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M
Master of puppets
https://youtu.be/Y-1sEcEz0sg
Metallica - Master Of Puppets ~ Watch in HD ~Metallica - Master Of Puppetswww.youtube.com
순간,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음악을 남자가 아닌 여자가 주도하고 있었죠.
이건 비단 남자/여자라는 '성'을 초월한 '계급'의 차원에서 주시해야 할 상황입니다.
저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음악가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음악가가 되지 못하는 기구한 인생의 사람이었죠.
이걸 그저 여자/남자라는 '성'의 문제로 본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발상이에요.
이건 '계급'의 문제입니다.
음악을 할 수 없는 '신분'을 타고난 일개 여성인 제가
당대 최고의 마에스트로인 그를 비선 실세(Master of puppets)로 조정하고 있어요.
N
Symphony No. 9 ("Choral"), D minor
https://youtu.be/_xyl5UaB2SU
Symphony No. 9 in D minor ('Choral') Op. 125 - Molto vivaceSymphony No. 9 in D minor ('Choral') Op. 125 - Molto vivacewww.youtube.com
그 날,
나는 어둠 속의 그녀를 바라보며 음악의 아름다움을 몸소 경험했다.
진정한 '음악' 은 어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영혼을 승화시켜 인간을 참된 길로
인도한다는...
O
O might I but my Patrick love
사실 저는 저의 낭만적인 관심사인 다른 분께 그의 교향곡을 완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동의했지만,
그보다 저는 그분의 카피스트로서 계속 돕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는 냉담하게 거절하셨죠.
P
Piano Sonata No.14 "Moonlight Sonata"
https://youtu.be/W0UrRWyIZ74
Claudio Arrau Beethoven "Moonlight Sonata" (Full)Piano Sonata No. 14. Moonlight Sonata.Germany, 1970I. Adagio sostenutoII. AllegrettoIII. Presto agitatoI do not own any rights over this music.Euroarts copyr...www.youtube.com
초연이 끝난 후,
그녀는 떠났어.
그녀는 지금 수녀원에서 훌륭한 숙모와 수녀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지.
달빛이 흐르던 외로운 밤,
문득 그녀가 떠오르자 아련한 멜로디가 생각났어.
Q
Que le temps dure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그댈 다시 볼 수 있는지...
R
Romance Cantabile
깜짝 놀랐어요.
당신이 수녀원으로 뛰어들어 무릎 꿇고 제게 다시 돌아와달라고 간청했을때...
S
Serenade for flute, violin and viola, D
다시 돌아온 그녀에게 나는 낭만주의, 음악,
그리고 예술적인 면의 자유를 어떻게 허락하는지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했지.
T
Two preludes through all twelve major keys for piano or organ
그러던 어느날,
그가 간만에 미친 짓을 했어요.
저의 낭만적인 관심사인 다른 분이 만드신 그의 교향곡의 악보를 보고,
면전에 대놓고 비웃으셨죠.
그것도 음악이냐고,
그분은 화가 엄청 났고, 그를 엄동설현에 내쫓으셨어요.
U
Urians Reise um die Welt
밖으로 나온 그녀는 나에게 왜 이렇게 미친 짓을 했냐고 마구 화를 냈더군.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대답했지.
"넌 그 새끼를 사랑하지 않아."
이 말을 들은 그녀가 겁나 빡쳐서 악을 썼어.
"그럼 제가 당신을 사랑해야 하나요?"
이때 내가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아니, 난 헤비메탈이야 ㅋㅋㅋㅋㅋㅋ"
V
Violin Sonata No. 1, D
결국 저는 그가 옳다는 것에 동의하고,
그와 함께 계속 일을 하며,
그의 고난과 실패를 밀어내고,
그가 죽을 때까지(1827년 3월 26일) 그의 침대 곁에서 지냈어요.
W
When my hero in court appears
어느날 아침,
악보 한 장을 보았다.
그녀가 만들다만 곡인듯 했다.
피아노로 조용히 치고 있노라니 그녀가 살며시 들어왔다.
X
X HUSBAND
"부끄럽게시리~ 예전에 습작으로 만든건데..."
그때 피아노를 치던 그가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다 좋은데 내 흉내 내지 마.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
Y
Ye shepherds of this pleasant vale
처음엔 놀라웠고
다음엔 웃음이 나왔어요.
이건 당신이 저를 하나의 동료 음악가로 인정한다는 내용이잖아요..
"음악은 신의 언어야.
우리 음악가들은 인간들 중 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지.
우린 신의 목소리를 들어.
신의 입술을 읽고 신의 자식들을 태어나게 하지.
그게 음악가야."
Z
Zärtliche Liebe
https://youtu.be/Hd2rpyaY7ck
Beethoven / Dietrich Fischer-Dieskau: Zärtliche Liebe, WoO 123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Jörg Demus, piano. From the Deutsche Grammophon LP, "Ludwig Van Beethoven: An Die Ferne Geliebte - Adelaide - Lieder," se...www.youtube.com
눈을 감기 전,
그녀가 끝이 없는 벌판으로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니
무한한 자유인의 반열에 들어선 그녀의 형상이 절로 그려져 절로 흐뭇해졌다.
안녕,
내 사랑,
다음 생에 또 만나...
첫댓글 👍👍👍👍👍
위대한 마에스트로가 타계한 날이로군요
그렇습니다
🎗️
엄동설현~~
In Conspirasy with Beetho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