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자동차등록이 말소됐다는 통지서를 받았습니다.
95년 아파트로 이사간뒤 출퇴근도 힘들고 어린이집 종일반에 다니는 두 아이들 픽업문제도 있고 해서 내 차를 뽑기로 결정했다.
애들 아빠 차가 있어서 내차는 티코로 하려고 생각했는데...
애들아빠가 티코는 위험하다고 프라이드정도는 해야 될거 같다고, 그런데 뒤에서 추돌하면 위험하니까
충격을 막아줄 뒤가 있어야 하니 프라이드 베타로 하자고, 언덕길에서 멈췄다 출발할때 미끄러질수 있으니까 오토로 하자고 해서 뽑은 차다.
그때만 해도 한집에 차가 두대면 중과세를 물던 시기라 그나마 보험료라도 줄여보자고 애들아빠 명의로 차를 등록했다.
헤어질줄 알았으면 내 이름으로 등록했을텐데...
새차를 몰고 처음 출근하던날 모든 여직원들이 나와서 구경했다.
여자중에 자기차를 뽑은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다.
아들 재혁이 동생이라고 하며 이름도 재동이라고 지었다.
재동이는 나와 내아이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겪으면서 나와 함께한 자식이자 친구였다.
어쩔수 없는 형편때문에 나혼자 나와 애들아빠랑 있는 아이들을 보고 오던 길이면 차에서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차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프기 시작했고, 단종된 차라 부품 구하기도 힘들었다.
2017년 카센터에서도 못구하는 부품을 구하려 검색하다 알게된 총각아저씨와 인연이 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얘기를 하다보니 올드프라이드란 네이버 카페의 같은 회원이기도 해서 더 반가웠다.
노후된 차를 폐차시키자니 마음이 안내키고 다시 몇백만원을 들여 복원시켜도 계속 유지시킬 자신이 없어 몇년을 망설이기만 했다. 유지하면 저 총각 아저씨가 계속 도와주겠다고는 하는데...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신경쓰자니 자신도 없고....
아이들도 차를 폐차하는건 아쉬워하고....
오랜 고민끝에 폐차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그동안 봐주던 총각아저씨게에 폐차하겠다고 얘기를 했다.
폐차하겠다니까 자기가 쓸만한 부품은 팔고 폐차시키자고 하며 차를 가지고 갔다.
트레킹하던중 어떤 회원분께 그 얘기를 했더니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차를 맡겼냐고....
그렇구나...하지만 6년 이상을 내차를 무상으로 봐주던 분인데...믿음이 있어 맡겼다.
그런데 도대체 소식이 없는거다. 몇개월 지나 내차 잘 있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세상에 보내온 사진을 보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던지....
미션을 빼고 운행을 할 수 없어 지하주차장에서 먼지를 뽀얗게 쓰고 있는 모습에 그 잠시 총각 아저씨가 원망스러웠다.
시간이 흘러 자동차 검사기간이 됐다고 빨리 폐차해야한다고 톡을 보냈는데 ....이 아저씨 연락이 없다.
자기만 믿고 맡기라는 말만하고....검사기간 지나 부과되는 벌금이랑 자기가 책임지고 처리하겠다고...
그러면서 미션이랑 몇가지 부품 판 가격이라며 30만원을 입금시켰다.
결국 검사기간이 지나 아들을 통해 애들아빠가 차 검사얘기를 묻더라고 연락이 왔다.
상황을 아들에게 설명했더니 아들이 펄쩍 뛴다. 그 아저씨를 어떻게 믿냐고....
결국 검사기간뒤 한달을 넘겨 벌금 4만원이 부과될지경까지 됐다.
4만원 다음부터는 이틀에 3만원씩 계속 부과된다고 한다. 60만원까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애들아빠가 도난신고 한다고 했다고 그 총각아저씨한테 연락을 했다.
나도 많이 능구렁이가 되긴 했다. 이런 말도 지어서 할 줄 알고....ㅎ
도난신고 한다는 소리에 놀라서 전화가 온다. 이달 말까지 꼭 처리하겠다고....
드디어 오늘 말소됐다며 서류를 사진으로 보내왔다.
구정을 앞두고 쓸만한 부품을 조금이라도 팔아보려고 시간을 끌었단다.
검사기간만 아니었으면 이렇게 애가 타지는 않았을텐데....하필 검사기간하고 맞물려서....
폐차비라고 또 30만원이 입금됐다.
다음주쯤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다.
7년 가까이 내 차를 돌봐준 고마운 분인데....
아이들에게 말소됐다고 얘기하니 아이들도 많이 서운해한다.
그럼 우리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차인데....
오늘 또 나의 소중한 것이 추억을 남기고 사라졌다.
오늘 밤 꿈에는 내 아이들과 함께 저 차를 타고 여행다니던 시절을 만나고 싶다.
잘 가 재동아!!!
티코 에피소드는 참 많았죠.
도로에 껌 떨어진거 밟아서 멈춘다는등~~~
몇년 폐차로 고민했었는데 슬프고도 후련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