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에서 강원도 강릉에 이르는 영동선은 백두대간에서 시작해 백두대간에서 끝맺는 철도노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오지를 관통하기 때문에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낙동강 최상류 협곡지대를 지나 탁 트인 동해바다를 따라 달리는 영동선 여행은 기차여행의 백미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새롭게 개통된 영암선 구간이 백미 중의 백미를 자랑한다. 본래 이 노선은 강원도의 무연탄과 봉화의 목재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산업철도이지만 탄광산업이 쇠퇴하자 백두대간의 깊은 속살이 가져다 주는 비경을 감상하기 위한 관광철도로 거듭났다. 특히 영동선 중에서도 영주에서 철암에 이르는 봉화군 분천역에서 승부역 구간은 빼어난 풍광에도 불구하고 워낙 교통이 불편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고 여객열차조차 하루 3왕복에 불과해 영주역에서 출발하는 기차 한번 타는 것도 큰 결심이 필요했으며, 또한 자동차로 방문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도로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거니와 낙동강 협곡지대는 진입하기도 불가능하였기에 뛰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슴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관광지화가 불가능했던 곳이다. 이 지역은 특히 현동역, 분천역, 양원역 등 철도역 인근만 접근이 가능할 뿐 다른 곳은 아예 길이 없거나 곧 끊겨 다시 돌아나와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기에 겨울철 서울역에서 출발해 이 구간을 순환하는 '환상선 눈꽃 열차'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코레일에서 우리나라 마지막 비경의 철도노선을 활용할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았는데, 바로 이른바 '중부내륙관광사업'이다.
봉화군, 태백시, 영월군, 단양군 등 지자체와도 힘을 합쳐 낙후된 이 지역에 본격적인 철도관광사업을 펼치자는 것이 그 골자로 내용은 전용 관광열차를 3량 개조해 겨울에나 운행하던 '환상선 눈꽃 순환열차'를 사계절 상시 운행하겠다는 것으로, 여기에 더하여 일본의 '토롯코'열차를 본딴 '사방이 뚫린 기차를 타고 아주 느린 속도로 협곡의 깊은 속살이 주는 비경을 감상하며 기차여행을 하도록 만든' 협곡관광전용열차를 운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열차인 '토롯코'열차의 '토롯코'란 '트럭(truck)'의 일본식 발음으로서 말 그대로 트럭처럼 사방이 뚫린 기차를 의미한다. 풍광이 빼어난 구간에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운행하면서 마음껏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기차로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관광열차 상품인데, '창문을 열고 바깥 바람을 맞으며 느긋하게 달리면서 특별히 아름다운 간이역이 있다면 잠시 내려 쉬었다 갈 수도 있지만, 대신 그 속도와 차량의 특수성 때문에 장거리 운행은 어려우며, 내부설비도 최대한 단촐하게 만들어 화장실같은 여객편의시설은 거의 없고, 오직 풍경에 주목하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열차를 말하는데, 이번에 영동선을 누비게 될 한국형 토롯코열차인 '협곡관광열차' 또한 바로 이런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때문에 원래 역구내 입환용 기관차인 4400호대 기관차를 '아기 백호'를 형상화한 도색으로 바꾸면서 거기다 소화물차 3량을 개조해 전망성을 극대화한 객차로 만들었고, 차량의 외관을 파격적인 와인색으로 칠하여 푸른 협곡지대와 대비되어 더 예쁘게 보이게끔 만들었다. 친환경적으로 만들다보니 당연히 냉난방시설은 없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 되고 겨울에는 석탄난로가에 앉아 고구마, 감자, 오징어를 구워먹으면서 주위 풍광을 즐기며 가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막연히 '관광열차이기에 좋고 쾌적한 편의시설을 기대'하면서 탔다가 괜히 '편의시설이 형편없다'라고 낙담하기 쉽상이지만, 이 또한 도회의 회색지대를 벗어난 느림의 미학에서는 당연한 일일련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인 영동선, 그 중에서도 비경의 협곡구간인 '분천 - 철암간 27.7km'를 운행하는 이 열차는 비록 거리는 불과 27.7k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구간이지만 운행시간은 무려 1시간 10분으로 시속 30km의 저속으로 느릿 느릿 달리는 초저속 열차이고도 하다.
말 그대로 느릿 느릿 움직이는 기차를 타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낙동강 최상류협곡의 비경을 감상하라는 뜻인데, 유명한 간이역인 승부역과 양원역에도 약 3분 내지 10분씩 정차, 잠시 내려서 쉬어갈 시간도 허락된다. 여기에 더하여 지자체에서 이 구간을 따라 트랙킹코스도 개발하고 있으니 기차여행과 도보여행이 병행되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여행길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느리고 불편한 가운데 여유와 풍경을 얻자는 것이 이 열차의 궁극적 의미이기에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속도에 미친 사회와 철도 또한 최근의 무한 속도경쟁에서 많은 간이역과 풍경을 잃으면서 기차가 단순한 '교통수단, 이동수단'으로 전락되었기에 진정한 의미의 '기차여행, 철도문화'란 설 자리가 없었던 최근의 무한 스피드경쟁사회에서 이는 보다 더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느림과 여유의 미학, 아름다운 풍경을 상실했었기에 그만큼 우리가 각박하고 메마르게 살고 있었던 무한 스피드 경쟁사회에서 잠시나마 조용히 자기의 지나온 과거와 현실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협곡관광열차는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것, 단순히 기차 자체 만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열차"랍시고 관광지 근처에 그냥 내려놓기만 하는 새마을, 무궁화호의 시대를 끝내고, 이제 진정한 철도문화는 물론이고 '느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진짜 여행길을 열어서 협곡관광열차를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느림의 미학, 속도에 빼앗긴 차창 밖 풍경을 다시 찾아오는 여정이 시작되고 있다. 진정으로 기차여행을 즐기는 낭만과 느림의 미학이 시작된 것이다.
(2) 새롭게 태어나는 영암선
1963년 영동선(강릉~영주)에 통합된 옛 영암선 구간은 강원도 철암에서 경북 영주를 잇는 오래된 철길로 광복 후 태백산맥 깊숙이 묻힌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하여 산간오지를 헤집어가며 만들었던 철길이다. 이같은 연유로 전국 기찻길 중 경치 좋기로는 단연 첫 손에 꼽힌다. 특히 외딴 간이역이 이어지는 경북 봉화군 승부역에서 분천역 사이가 압권으로, 험준하면서도 깊고 깊은 백두대간이 만들어 낸 깎아지른 협곡과 굽이치는 낙동강이 산간 오지의 때 묻지 않은 비경을 자아낸다. 떄문에 자동차는 감히 접근조차 힘든 오지 중의 오지로 오로지 기차에만 비경이 허락된 곳이다. 간이역에 서는 기차가 적어 그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던 이 오지 코스에 지난 4월 12일부터 코레일(korail.com)이 ‘백두대간 협곡열차(V-트레인)’라는 이름으로 정식 운행을 시작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이 비경을 선사하고 있다.
열차 안은 그야말로 고색창연한데, 선명한 하늘색 천장엔 구식 선풍기가 달려 있고 초록색 등받이 좌석은 나무 벤치를 닮아 있다. 객차마다 묵직하게 놓인 목탄 난로에선 감자·고구마가 구수하게 익어가고 있고 승객들은 저마다 김밥 등을 먹으면서 비경을 감상하기에 바쁘다. 여름은 선풍기로, 겨울은 난로로 난다는 게 이 복고풍 열차의 방침이기에 냉난방기는 아예없다.
철암역을 출발한 열차가 석포역을 지나쳐 승부역으로 향하면서 열린 창 틈으로 눈부신 햇살과 함께 산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구간에는 간이역이 많이 있는 바, 그간의 '간이역은 기차가 서로 갈 길을 비켜주느라 잠시 서던 데'에서 어느새 옛 추억을 반추해보는 곳으로 변해버린 곳이 되었다. 글자 그대로 추억서린 간이역만 쫓아 다닌는 간이역만 다니는 관광열차라니…. 시대가 바뀌어도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철암마을이 있는 철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광 마을이다.1930년대 말 탄광 도시로 형성된 이후 1970년대 석탄산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1980년대 중반 당시 철암 등 태백 시내에 기차역만 11개에 달했다는 정도로 도시규모는 정점에 이른다.
그러다 정부의 연료정책이 석탄에서 기름으로 바뀌자 나타난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소규모 탄광 대부분이 정리되고,1993년 철암 최대의 탄광이었던 강원산업마저 폐광하면서 현재 6500명가량의 주민들이 옛 영화를 추억하며 살아가는 소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래서 철암은 당시 풍경이 잘 보존된 마을이다. 철길 좌우로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려 비가 새지 않도록 한 일종의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한 광부들의 숙소가 주르륵 늘어서 있다. 슬레이트로 한 겹 더 지붕을 올린 집도 있지만, 대부분 그 아래 루핑은 걷어내지 않고 지낸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시장통의 전당포며 선술집 등도 여전히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철암역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검은 노다지’ 석탄가루가 켜켜이 쌓인 등록문화재 제21호인 철암역두(鐵岩驛頭) 선탄장이 보인다. 바로 70여 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 석탄산업의 상징이다.1999년 개봉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주인공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흠뻑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이는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을 정도로 고색창연한 곳이다. 겨울철 행여 눈이라도 내릴라치면 흑백의 극명한 대비가 외려 영화보다 암울한 영상을 만들어 낸다.
철암역 주변 풍경도 선탄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 문화예술 단체들이 번창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억의 벽’이라는 거리벽화를 그리기도 하는 등 삭막한 거리 풍경을 지워보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컬러풀’한 벽화에서조차 애잔함이 묻어나는 것을 어쩌랴.
수능천석(水能穿石)의 격언을 실감할 오복동천(五福洞天) 이상향으로 향하는 문(門) 구문소(求門沼)
철암역을 떠나 열차가 석포쪽으로 조금만 가면 바위로 된 석문을 만나고, 그 아래 오복동천으로 향하는 길인 구문소가 자리잡고 있다. 황지에서 시작된 물이 태백을 빠져나가며 산자락을 뚫어 커다란 석문(石門)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것이 천연기념물 제417호인 구문소(求門沼)다. 시꺼면 물길이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곳은 사람에게는 영남지방에서 태백을 오가는 관문이요, 물길에게는 낙동강 1300리 길을 떠나기 앞서 세상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는 곳이다.
구문소 옆에는 ‘우혈모기(禹穴牟寄)’란 또 하나의 석문이 있다. ‘중국 우임금이 뚫은 구문소와 기이하게 닮았다’는 뜻으로,1937년 일제강점기에 석탄광산을 개발하면서 만든 것이다. 산자락에 달랑 구멍 하나 내고는 우왕의 걸작 운운하는 것이 다소 희화적(戱畵的)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있는 표현으로 보인다. 구문소는 물결흔, 습곡 등 약 5억만년 전에 생성된 고생대 지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으로 수능천석(水能穿石)의 격언을 절감할 수 있는 기이한 세계다. 단기간에 만든 인공 석문 따위와 비교할 게 아닐 정도로 웅대하다.
구문소 앞 동점은 삼한시대부터 영남지방 상인들이 가져온 곡식 등 물산과 태백의 철암 지역에서 생산되는 질 좋은 철의 물물교환 장소였다. 구문소 옆 ‘말이거랑’(말이 물 마시는 곳이란 뜻)쯤에서 석문을 통해 태백 시내를 엿보던 외지인들의 눈에 검은빛 감도는 구문소가 신령스럽게 느껴졌을 법도 하다. 이에 대해서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 신동일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구문소 안쪽의 문곡소도동은 예전엔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소도였습니다. 신성불가침의 지역이었죠. 거기에 소도를 상징하는 붉은 장승이 버티고 섰으니 외지인들에겐 구문소가 오복동천(五福洞天) 이상향으로 향하는 문처럼 여겨졌을 겁니다.” 그런 까닭일까. 흰 눈마저 검게 느껴지는 구문소 너머로 신녀(神女)의 신들린 칼춤사위가 펼쳐지고 있을 것만 같다.
(3)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인 승부역
철암 최대의 탄광이었던 강원산업마저 폐광하면서 엣 광부들의 고된 삶이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태백의 철암역을 떠난 열차는 승부~양원~분천에 이르는 철길을 저속으로 느릿느릿 운행하는데, 객차 좌우측으로 열고 닫을 수 있는 너른 창문이 있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정겨운 산촌 풍경이 품 안에 와락 안겨오기에 V-트레인을 타는 건 철길에 깃든 질박한 삶을 가만히 품어가는 일이기도 하다.
(4) 주민의 애환 서린 간이역 부할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역인 양원역(兩元驛)
“양원역(兩元驛)입니다!” 1970년대 복장을 한 승무원이 우렁차게 외쳤다. 승강장에 내려서자 번듯한 기차역은 오간 데 없고 자그마한 대합실만 홀연히 서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다는 간이역인 양원역으로 주민들의 애환이 주저리 주저리 열려 있는 이제는 느림의 미학을 대변하는 기차여행의 성지가 된 곳이다. 딱히 역이라기 보다는 그냥 1평 남짓의 간이 휴게소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말일련지도 모른다. 이곳에는 현재 동쪽에 5가구, 서쪽에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양원역과 2.2km떨어진 비동승강장(향후 열차가 정차하는 승강장으로 만든다고 함)은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한 곳이다. 산골 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어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는 길이다. 기차는 비동스강장이 있는 다리(鐵橋) 위에서 잠시 쉬면서 느릿 느릿하게 움직이고 차내 스피커로 승무원들의 자세한 안내가 뒤따른다.
사실 양원역은 정식 역이 아닌 임시승강장이다. 1955년 영암선이 개통될 당시에는 그마저도 아니었다. 철길과 나란히 흐르는 낙동강을 기준으로 서쪽은 경북 봉화군 원곡리, 동쪽은 경북 울진군 원곡리다. 처음에 ‘양원’, 즉 양쪽 원곡리 주민들은 마을을 관통하는 기차를 빤히 보면서도 승부역이나 분천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야 했다. 그때마다 한참을 에둘러 가는 산길 대신 기찻길을 되밟아 갔다.
철암역을 떠난 지 한 시간여 됐을까. V-트레인의 마지막 역인 분천역에 다다랐다. 역에서 만난 김인호(49) 코레일 경북본부장은 “양원리 옆 비동에도 임시승강장을 세워 관광객을 위한 역간 트레킹 코스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V-트레인에 대한 관광객 유치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철암은 새뜨리(상철암)와 새터(철암)를 합친 산골마을로 새터는 다시 피냇골과 삼방동, 남동으로 나뉘고 마을을 상징하는 철암역은 철암역두선탄장(국가등록문화재 제21호)을 끼고 있는데, 비축용 석탄이 산처럼 쌓인 저탄장 아래 회색 건물이 선탄장으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박중훈과 안성기가 ‘맞짱’을 뜬 유명한 곳이다.
한때 이곳 선탄장에서 실어 간 석탄이 전국 각지에서 불을 밝혔고, 돈을 쫓아 전국에서 광부들이 몰려들었기에 “지나가는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지금은 장성광업소만이 맥을 잇고 있어 당시의 영화는 마을 벽화 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다.
본디 ‘철암(鐵巖)’은 이웃한 백산동과 경계를 이루는 철도변에 거대한 쇠바위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그 옛날에는 이 바위를 쪼개 녹여서 쇠를 얻었다고 한다. 연화산·백병산·두골산을 사방에 두른 마을은 쇠락한 탄광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내보이기에 광부들의 고단했던 인생 흔적이 철암역두에 있는 저탄장의 석탄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광부들의 고된 삶과 애환이 깊게 스며 있는 철암은 ‘추억의 공간’이자 ‘역사의 현장’으로 “과거의 시간’이 온전하게 살아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한 떄 흥청망청되었던 이곳 철암상가들은 탄광 문 닫으면서 부터 어둠에 묻혀 마치 ‘외계’에 온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로 ‘과거의 시간’이 온전하게 살아 있어 이같은 마을이 아직 이 땅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적한 분위기는 시간의 흔적이 지워진 듯했고, 순박한 주민들은 별천지에서 온 사람들 같다.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철암역과 마주한 상가들은 1980년대 간판을 훈장처럼 달고 있다.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흥청대던 유흥가와 식당은 사라졌다. 철암천을 끼고 있는 철암시장은 서너 명의 할머니들이 좌판에 푸성귀를 펼쳐놓고 있을 뿐 어둠에 묻혀 쓸쓸하다. 10일장이 열려야 그나마 활기가 돈다는 이곳은 한때 넘쳐나는 돈을 잡기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3만 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3000여명의 주민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마을 전체가 꼭 1970~1980년대 세트장 같다.
삼방교를 건너 삼방동으로 가자 산비탈에 터를 잡은 판잣집이 위태롭다. 삼방동은 과거 사택이 몰려 있던 곳으로 마치 닭장처럼 붙은 판잣집은 비좁고 낮고 춥고 습하다. 사람들이 떠난 집에는 닭이나 개가 산다. 그래도 다행히 이 마을에도 벽화가 그려져 있다.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파고들면 영락없는 추억 여행이다.
광부들의 고된 삶이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이곳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바로 ‘추억’ 때문이다. 철암마을을 처음 대했을 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었는데, ‘정지된 시간’이 바로 이곳의 매력이고 관광 자원이고 재산으로 보인다. 그래서 섯부른 개발 보다는 보존으로 인한 부가가치가 앞으로 더 클 수도 있겠다.
3, 민족의 성산 태백산
철암을 끼고 있는 태백의 진산은 태백산이다. 주봉인 장군봉이 해발 1566.7m인 태백산은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 중의 하나로 산 정상에는 태고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1560.6m)’이 있고 당골계곡에는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리는 단군성전이 있다. 주위 산들에 비해서 비록 그리 높지 않지만 그 옛날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1560.6m)’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남성다운 웅장함과 후덕함을 지닌 토산(土山)으로 겉보기에는 웅장하지만 산세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무리 없이 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주한 함백산이 해발 1572.9m로 태백산보다 6.2m 더 높긴 하지만 태백산을 주산으로 여기는 것은 백두대간이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분기점이자 좌우로 넓게 퍼진 모양새에 흙으로 이뤄진 토형산인 까닭이다. ‘산 아래 산이 없다’고 했건만 주산인 태백산과 마주한 함백산이 ‘함백봉’으로 불리지 않는 것이 다소 묘할 따름으로, 이 또한 이곳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태백산은 겨울철 눈꽃과 설경, 일출이 장관으로 강원도 내 타 지역보다 눈이 늦게 내리지만 양이 많고 잘 녹지도 않는다. 그래서 동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세찬 바람이 상고대를 이루면서 만들어 놓은 눈꽃은 보는 이의 넋을 빼놓는다.
정상 등반길은 당골과 유일사, 백단사, 화방재를 거쳐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계곡과 숲이 아름다운 당골을 들머리로 삼아 그 반대로 오를 수도 있기도 하다. 당골에서 반재, 망경사, 단종비각, 천제단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대략 2시간30분 걸린다.
소도동 당골주차장에서 조금 오르면 당골광장으로 이곳에서는 해마다 눈축제가 열린다. 광장 오른편을 가로질러 등산로 입구를 지나면 좌측에 단군성전을 만난다. 단군 영정을 모신 단군사묘 중 가장 최근에 만들어졌다.
차량이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에다 경사도 완만하며 울창한 숲 사이로 골 깊은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리는 곳이다.
단군성전을 지나 계곡을 따라가면 우측에 바위절벽이 버티고 있는데,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봉우리가 ‘말을 탄 장군 모양’ 같다고 해서 ‘장군바위’라는 이름을 얻은 바위다. 여기서 다리 하나를 건너면 갈림길. 왼쪽은 문수봉으로, 오른쪽은 반재와 망경사를 거쳐 천제단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부터 길은 가팔라지는데, 10여분쯤 올라 반재에 이르면 망경사까지 이어지고 천제단 아래 해발 1470m에는 천년고찰 망경사가 자리잡고 있다.
652년(신라 진덕여왕 6년)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망경사 옆에는 ‘용정(龍井)’이라는 샘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우물인 이 용정은 한국의 100대 명수 중 하나로 물 맛이 아주 시원하고 달다.
여기서 곧바로 능선으로 치달으면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는 단종을 기리는 비석인 단종비각이 나온다. ‘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는 비문은 유.불.선 3교에 통달했다는 오대산 월정사 탄허 스님이 남긴 친필이다. 이곳에서 천제단까지는 15분 거리다. 천제단에 오르면 사방이 확 트인다. 높이 3m, 둘레 27m, 너비 8m의 제단은 둘레석으로 새단장을 했는데 매년 10월3일 개천절에 천제를 지낸다. 여기서 우측으로 가면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이고, 좌측은 부쇠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가는 길인데, 이곳에서는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다. 장군봉에서 유일사 방면으로 내려서는 길에 주목군락지가 있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3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철마다 모습이 새로워서 가히 신이 내린 자연예술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4, 주변 볼거리
열목어 서식지인 백천계곡, 풍경이 아름다운 고선계곡,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청량산, 오지 트레킹 명소인 왕피천계곡, 금강송 8만그루 군락지인 소광리금강송군락지, 부처형상이 연못에 투영된 불영사, 태백체험공원, 단종비각, 석탄박물관, 검룡소, 황지연못, 구문소, 삼수령 등이 있고, 이외에도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귀네미마을,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추전역, 아름다운 지하세계 용연동굴, 하사미동에 위치한 예수원 등은 반드시 찾아봐야 할 관광명소들이다.
5, 찾아 가는 길과 맛집
(1)찾아가는 길: 서울→영동고속도로→제천→38번 국도→영월→정선→31번 국도 구문소 방면→ 철암역
(2) 숙식
조그마한 소읍인 분천에는 적당한 숙소나 맛집이 없고, 태백시내에 여관들이 많이 있으며, 이중 특히 오투리조트(033 - 580 7700),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50-2849), 태백산민박촌(033-553-7460), 하이원리조트(1588-7789), 은경이네 펜션(033-554-4732), 청뜨리(033-581-5371), 바디너와집(033-552-7585) 등이 있고, 맛집으로는 맛집: 정원(코다리순대, 033-553-6444), 태백한우골(033-554-4599), 허생원먹거리(감자수제비, 033-552-5788), 승소닭갈비(033-553-0708), 산골식당(033-553-7676), 너와집(033-553-9922), 구와순두부(033-552-7124) 등이 있다 특히 태백은 한우와 닭갈비가 유명한데, 태백의 닭갈비는 볶음식으로 유명한 춘천 닭갈비와 달리 고구마, 떡, 냉이 등을 쇠판에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내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다.1인분 5000원. 황지동 김서방닭갈비(553-6378) 황지연못 뒤 승소닭갈비(553-0708) 등이 많이 알려져 있다.
6, 이용정보
(1) 열차이용
V-트레인을 타려면 일단 영동선 분천역이나 철암역에 가야 한다. 분천역에서 오전 8시50분부터, 철암역에서 오전 10시30분부터 각각 세 시간여 간격으로 출발해 하루 3회 왕복 운행한다. 어른 기준 편도 8400원.
서울에서 기차로 분천역·철암역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청량리역에서 오전 10시40분 무궁화호를 타고 오후 1시 23분 영주역에 도착해 오후 1시35분 분천역·철암역행 무궁화호로 환승하는 방법이다. 환승 포함, 어른 기준 편도 1만5300원.
영동선 협곡을 지나는 무궁화호 열차
중부내륙 관광열차 노선도 (ⓒ한국철도공사)
(2) 정보문의: 코레일고객센터(1544-7788), 분천역(054 - 672 - 7711), 승부역9054 - 639 - 2647),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 - 550-2081), 태백산도립공원(033-553-5647), 분천역 낙동정맥 트레일 안내소(승부역 철도관사 휴식가능: 054 - 672 - 4956), 카 쉐어링(적은 비용으로 가까운 구간을 시간제로 경차렌탈: 분천역, 철암역 모두 가능)
(3) 협곡관광열차 운행시각표
※ 협곡관광열차 운행시각표 (계획안으로서 실제 운행에서는 변동있을 수 있음)
열차번호 |
분천 |
양원 |
승부 |
철암 |
1 |
8:50 |
09:04-09:09 (5분정차) |
09:19-09:29 (10분정차) |
10:00 |
3 |
12:05 |
12:18-12:22 (4분정차) |
12:31-12:40 (9분정차) |
13:10 |
5 |
14:55 |
15:05-15:14 (9분정차) |
15:24-15:34 (10분정차) |
16:05 |
열차번호 |
철암 |
승부 |
양원 |
분천 |
2 |
10:30 |
11:01-11:11 (10분정차) |
11:21-11:26 (5분정차) |
11:40 |
4 |
13:30 |
14:00-14:08 (8분정차) |
14:17-14:21 (4분정차) |
14:35 |
6 |
16:30 |
17:00-17:08 (8분정차) |
17:17-17:20 (3분정차) |
17:33 |
첫댓글 아이구 심산님 덕분으로 기차여행 감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을에 함번 같이 가시지요
많이 듣고,보고, 가보았던 곳들
이제는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사시사철 좋은 동네지요. 그중 가을과 겨울이 참 좋아요~~
심산님 덕분에 나의 근원지를 또 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날되세요
가 볼만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