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3
존중하는 의미에서 신상을 해치는 발언을 자제하려합니다. 왜냐하면..
산행 후 뒤풀이에서 제발....눈짓, 몸짓으로 하는.... 한결같은 바램을 읽었습니다.
조 쬐그만 거시
아랫녘에선 구경도 할 수 없었던 바람줄기가 모두 높은 곳에 모여
팔뚝에 소름이 돋도록 서늘하게 불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마라톤을 겸한 전천후 워킹 산꾼입니다.
전력이 만만찮은 눔입니다.
이눔은 한번 물면 끝까지 안 놓는 승질입니다.
알써! 글구 내가 좋아하는 거 .... 과씨 좀 히히!
난 얼굴뿐 아니라 피부가 온통 까무잡잡해서 국산을 의심스럽게 만듭니다.
내 영어 이니셜이 국가가 품질을 보증하는 k.s(korea standard)이고
또 거기에 무릇 강조를 더하여 k .k. s 이니깐
더는 외국산으로 의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거 누가 상 주나....)
즐거운 시간 되시고 소담 퇴청 합니다....
침묵하는 산.
그러나 나는 그대에게 많은 것을 듣는다오.
그대가 있기에....
나는 외롭지 않고, 더더욱 사는 맛이 난다오.
불현듯 어느 책에서 읽다가
너무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서 중얼거리며 메모해두었던 것을 적어 봅니다.
하여간, 쉬는 날이면 도시생활의 번잡함을 털어버리려는 듯
또는 계절이 전해주는 자연을 감상하며 음미 하려고 산을 찾게 됩니다.
만약 지금쯤 회사에 있었으면 허겁지겁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을 텐데....
지금 산속을 걷고 있는 나는....
마치 세속을 떠난 듯 유유자적하는.... 나 자신을 느끼는 순간,
자그마한 행복감에 恍惚(황홀)하기까지 합니다.
아~~~!!!
산에서 발견하는 나의 아이덴더티(identity)여....
나누어주셨는데 ..님이 준비한 과자봉지가
20개밖에 안되어 졸라는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님은
“우리는 그냥 눈으로~ 응? 때우자고~~~”
하시며 눈을 꿈뻑, 꿈뻑 하십니다.
"꿈뻑! 꿈뻑! (걍 먹은걸루 해~~· 짜샤!!)"
"껌뻑! 껌뻑! (그런게 어딨어요?? 돈으로라도 줘요!!)"
“아따~ 그릇은 원래 빈그릇으로
돌려주는게 아니라는데....”
숟가락 달랑 가져와도
먹거리가 차고 넘치는 정감 있는 오솔길 산악회
아무것도 꺼릴게 없는 지기들....
하하 호호의 향연은 여름의 장마도 비켜 가는 가 봅니다.
오빠가 한 장 같이 찍자해도
벙글벙글 거리며 선뜻 다가서는 살가움~
암! 이래야지 구염받지....
살짜기 톡톡 튀는 여인을 그 누가 사랑하지 않겠습니까?
구수한 입담, 넉넉한 심성, 이쁜 마스크~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랑스런 여인입니다.
게다가 노래는 꼴깍 침이 넘어 갑니다.
주님을 만나면 사알짝 애교까지 떱니다.
그리고 글쓴이는 여러분의 꼬리글로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저랑 함께하신 님들
못 가신님들 10월엔 아마도 좋은 산행지와,
먹거리, 볼거리 쭈욱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내 가슴에 이육사의 "청포도의 계절"을 읊조리며
7월엔 모든 일들이 주렁주렁 풋풋하게 열기를 기대해 봅니다.
따랑해여
좋은 친구들과 어디를 떠나는 일은 즐겁습니다. 눈물이 날 만큼...
예전 춘천에 살았을 때 보았던 안개를 원 없이 만났던 지리산 산행...
안개를 만나러 지리산으로 향하던 날은 아침부터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동행하여
안개와 끝없이 보이는 광활한 지리산의 풍광을 느낀 2박 3일의 기록을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으로 시작합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레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임아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7월 19일 늦은 10시 용산역에서 출발은 비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떠나는 이에게 비와 바람은 길을 막는 복병이 되기 마련입니다.
새벽 3시 즈음 구례역에서 아침에 재첩국으로 속을 풀고 성삼재로 향합니다.
시작부터 짙은 운무와 비가 길을 막습니다.
떠나는 내게 지인들은 거듭해서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뉴스에서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불안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비는 비대로, 떠남은 떠남대로...
그것이 숙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 위에서 포기하더라도 그것이 더 낫겠다고...그렇게 이번 산행을 하고 싶습니다.
비의 굵기가 고저와 장단을 거듭하는 와중에 지리산에 첫발을 딛습니다.
이 빗속에 무슨 산행이람...
그러나 정작 길 떠나는 내 일행들의 입에선 서로에게 힘을 주는 말뿐입니다.
컨디션이 좋진 않았지만 길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습니다.
성삼재와 노고단. 산책하듯 느릿느릿 40분 정도를 워밍업하듯 걷습니다.
우리 말고 몇몇 다른 팀들도 있습니다.
노고단에 올라서서 기념사진 몇 장 찍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이제 여기부터가 지리산 종주의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청뫼님이 앞장을 서고 뒤는 쉬리님이 받쳐줍니다.
비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주위 풍광을 전혀 볼 수 없을 만큼 안개와 안개비는 길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어두울 정도로...
노고단에서 임걸령.
지리산의 숨겨둔 풍광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아가겠다는 꿈...
지리산 공기의 맑음을 온전히 맛보고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접어야 하는가...
주위의 경치는 볼 수 없이 임걸령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샘 중에서 임걸령 물맛이 제일 좋다는 일행의 말이 또다시 힘을 줍니다.
임걸령의 샘물 맛을 보기 위해 힘을 내어 길을 걷습니다.
드디어 임걸령에 도착...
청량음료에 절어있는 입에 그 시원하고 부드러운 샘물을
의무사항인양 욕심내어 배부르게 마십니다. 왔다면 먹어볼 일입니다.
앞으로 한참을 더 걸어야한다는 생각에 음료수병에 가득 샘물을 담습니다.
이 정도의 길이라면 완주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르막이 가파르거나 울퉁불퉁 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안개비는 계속 시야를 방해하고...
임걸령에서 연하천산장
점심을 먹기로 한 연하천산장까지는 5-6시간 정도를 가야하는 거리입니다.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르게 친절한 길이 아닙니다.
점심을 먹고 조금 쉬다보면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지리산이 자신의 몸을 조금씩 드러낼 때마다 힘을 내어 걷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간 후에야 연하천산장에 닿았습니다.
연하천...
물맛도 좋지만 물의 양도 풍부해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청뫼님의 경험 앞에 머리가 숙여진다.
여기까지 오면서 앞에서 산행의 강약을 조절하며 길잡이를 해주신 믿음직한
그리고 셀파와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뒤에서 따라오는....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
연하천에 도착하여 ]
라면과 환상적인 맛의 개죽(라면 국물에 밥과 이것저것을 넣고 끓인)으로
허기를 채우고 어깨를 주무르기도 하고...여유있는 휴식을 취했다.
이제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벽소령으로 길을 나선다.
혹시 벽소령산장이 만원이어서 비오는 날 비박을 하게 된다면 걱정이다.
물론 청뫼님과 쉬리님이 있어 의지는 되겠지만...내게는 큰 걱정이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도 했지만 벽소령에만 도착하면
하룻밤을 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여유있게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나 배낭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쉬리님과 청뫼님의 배낭은 내 배낭의 무게보다 더 무거운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덜어낼 수도 없었고...
또 이번 산행에서는 온전히 내 힘만으로 완주를 하고 싶었기에 투덜댈 수도 없었다.
군대에 있을 때도 이렇게 무거운 배낭을 매어본 적이 없었는데...
점점 어깨로 파고드는 어깨끈이 칼날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번 산행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로 인해 청뫼님과 쉬리님께 많은 고통을 줄 것을 알기에 포기하고 싶다고...
둘이서 산행을 하면 안 되겠냐고...했다.
청뫼님 왈...같이 산행을 시작했으면 완주를 하든 포기를 하든 함께 하자고 한다.
내가 결정하는 것에 따르겠다고 한다.
쉬리님 왈...내일이면 장보고님이 온다는데 네가 없으면 얼마나 상심하겠느냐!
지리산 산행을 함께 하고 싶으니 힘들더라도 참고 가보자.
잠시 고민...그래 내일이면 보고님이 온다는데...
여기 지리산에서 보고님을 만날 수 있다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
벽소령에 도착하여 예약자들이 모두 자리를 잡은 시간...
우리도 산장에서 잘 수 있다고 청뫼님이 말해준다. 다행이다.
준비해 갔던 삼겹살과 야채...
그리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쉬리님의 정성에 감탄하면서 술한잔에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먼 여행길에 지친 여행자들에겐 한 잔의 술과 한 점의 고기가 약이다.
술에 취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벽소령에서 세석
오늘은 산행 거리가 짧기에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을 했다.
길지 않은 산행이기도 했지만...
함께 했던 청뫼님과 쉬리님의 배려로 인해 몸과 마음이 가벼웠다.
어느 정도 피로도 풀렸고 통증도 조금은 가셨다.
그래...오늘은 보고님을 볼 수 있는 날이지...힘이 생긴다.
세석평전...내가 지리산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보고님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지리산의 숨겨둔 풍광들을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지리산은 예전 설악에서 봤던 안개와는 달랐다.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가 바람과 함께 고개를 넘나들고 아주 가끔 시야가 맑아지는 곳.
안개는 계속해서 밀려들고 있었다.
풍광 좋은 곳(정확한 지역은 모름)이라고 청뫼님이 설명해준다.
그 절벽 위에 세 명의 사내가 섰다.
하늘에서는 비가 오고... 절벽 아래에서 빗물이 쳐 올라온다.
아...땅 아래에서 하늘 위로 올라가는 비도 있구나...
산 구비마다 안개에 점령당한 지리산.
물기 가득한 안개비의 신선함이 온 몸을 감싼다.
고개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안개의 진국을 맛본 순간이다.
하지만 다시 길을 떠난다.
세석에 도착하기 전 선비샘터에서 세수도 하고 머리도 식혔다.
여유있는 걸음으로 세석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비가 온다.
처마 밑 탁자에 점심을 먹기 위해 짐을 풀었다.
식사도 하고 커피도 한잔 하고... 이야기꽃도 피우면서...
장보고님을 기다렸지만 세석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세석평전...
그러나 짙은 안개로 인해 아무 것도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여유있게 출발한다.
그러나...눈 앞엔 이슬을 머금은 꽃송이마다 맑은 물방울이 아롱져 있다.
이제 오늘은 장터목까지만 가면 된다.
여유가 있어서인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날도 개어 안개와 안개 사이에 지리산의 속살들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었다.
세석에서 장터목 가기 전 어느 고개(?)에서는 햇볕도 볼 수 있었다.
가끔은 강렬하다고 느끼며 바위에 누워...풀밭에 누워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야생화들과 고사목이 지천으로 널린 아름다움을 눈에 담았다.
꽃과 풀들이 저마다 뽐냄을 감상하다보니 또 다시 안개가 그 화사함을 시샘하기도 한다.
술 한 잔과 주전부리를 하면서 장보고님을 기다렸다.
분명 장보고님의 산행 능력이라면 도착할 시간이었지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두 시간을 넘게 놀다보니 청뫼님이 걱정이 되는가 보다.
장터목에 예약자가 많아 잘 수 없다는 정보에
처마밑에 잘 곳을 정하려면 지금 길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장터목에 도착했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을 묵고 간다.
어느새 장터목은 안개로 뒤덮고 있었다.
장보고님과 연락이 안 되어 걱정은 태산이고...
쉬리님과 청뫼님은 식사를 준비한다.
나는 장보고님이 오는지 밖에 나가 서성이다가 들락거린다.
늦은 시간에 장보고님이 여자분과 도착을 했다.
반가운 상봉이다.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듯 어린아이마냥 껑충껑충 뛴다.
이야기는 더 진지해지고, 더 즐거워지고, 더 속 깊어졌다.
우리가 이틀 동안 온 거리를 하루에 오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야봉까지 다녀왔단다.
거기에 다 떨어져가는 먹거리까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그 이름 장보고...
그 중 양주는 압권.
끝까지 산행할 수 있도록 힘을 준 장보고님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10년 만에 만난 친구마냥 한참을 떠들다보니...
안내 방송에서는 산장에 잠자리가 있으니 들어와서 예약하라고 한다.
남자들이야 큰 문제없었으나 여자분(옥란씨)이 문제다.
그러나 옥란씨는 이렇게 하늘을 보며...별을 보며 자보고 싶었다며 자리를 잡는다.
헉...
그렇게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지만 어디 쉽게 눈을 붙일 수 있었겠는가?
장터목...천왕봉...중봉...대원사
아침 3시. 미명이 밝아오기도 전에 짐을 꾸렸다. 밖을 보니 날씨가 아주 맑다.
서두르면 일출도 볼 수 있는 날씨다.
부랴부랴 식사를 준비하고 길을 재촉했다.
내 뒤에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절대적 믿음을 준 친구 쉬리님...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무거운 배낭을 매고도
한마디 힘들다는 말조차 없었던 그가 걱정이 되었었다.
힘들지? 하고 물으면 “너와 산행할 수 있어 난 행복해. 네가 끝까지 다치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 마음을 아는지 장보고님이 쉬리님의 배낭을 번갈아 메겠다고 한다.
하룻만에 장터목까지 온 장보고님과 그 무거운 메고 온 쉬리님에 비하면
난 참으로 편한 산행을 했음에도 대신 고통을 짊어지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제 막바지 날의 일정을 시작해야 할 참이다.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 청뫼님과 옥란씨는 먼저 청왕봉으로 떠나고, 뒤이어 우리도 출발했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긴 했지만
지리산에 들어와 온전하게 처음으로 느끼는 맑은 날씨여서 황홀할 지경이었다.
동이 터오면서 일출은 아깝게 놓쳤지만 눈물을 주르륵 떨어뜨리게 만들 만큼
그 풍광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제석봉과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통천문을 지나자 눈 앞에 천왕봉이 보인다.
지리산 정상은 같이 봐야 한다면서 청뫼님과 옥란씨가 기다리고 있다.
아...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지리산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운해가 온전히 눈 안으로 달려드는 곳.
카메라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서 안타깝게 만드는 곳 천왕봉.
눈으로 본 그 풍광을 카메라에 온전히 담아올 수 있다한들...
그 감흥마저 고스란히 담아올 수 있을까?
바위 끝에서 위태롭게 운해를 보는 맛이 진국이다.
구르뫼 플랜카드를 걸어놓고 사진도 찍고 정상주도 한잔씩 마시고... 너무 행복하여라.
포즈와 위치를 바꿔가며 몇 컷의 사진을 더 찍고, 돌아 나오는 길.
다시 한 번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고 중봉으로 향했다.
중봉에서의 풍광 또한 천왕봉이 뒤질 바 없었다. 여기서 또 사진 몇장 남기고...
이제는 하산이다.
6-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참으로 지루한... 그리고 끝없이 느껴지는 길...
여유가 있었기에 중간중간 쉬면서 바람골에서는 바람도 맞으면서 내려왔다.
저 굽이를 돌아서면 나오겠지...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나오겠지...
그래도 끝없는 길...
뒤에서 따라오던 쉬리님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마음을 비우고 걸어라. 이런 길에서는 무심이 최고이니라.”하고 말을 건넨다.
그렇다. 무심...
내려오는 길에 무재채기폭포를 구경하고...
계곡에 들어가 족탕과 함께 수건에 물을 적셔 몸도 닦으니 한결 가벼워진다.
또 얼마를 가니 마을이 보인다.
천왕봉식당(?)에 들러 도토리묵과 동동주에 소주 그리고...비빔밥으로 산행을 마무리한다.
남부터미널에 내려 생맥주로 아쉬움을 달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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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리산 산행은 종료되었다. 동행자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부는 다시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도시 생활에 적응해 갈 것이고,
또 일부는 여행지의 잔상에 취해 한동안 도시 생활에 적응하는데
적잖은 고통을 동반해야 할 것이다.
몸은 도심에 있지만 마음의 대부분은 지리산 어디쯤,
임걸령...연하천...벽소령...세석평전... 어디쯤 두고 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사나흘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심으로 모두 돌아와
생활에 파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렇게 마음의 일부라도 우리의 산하 어디쯤,
낯선 땅 어디쯤 두고 오는 것이 도심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쉽게 자신의 일상을 망각하는,
사람과의 만남이 쉽고 가볍게 그치고 마는 도시 생활의 생리에서 본다면
그곳에서 밤을 보내고, 함께 밥상을 나눈 이들에 대한 감흥은
아주 오랫동안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함께 했다는 든든함이 도시에서 살아갈 힘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보낸 시간들이 즐겁고, 오래 기억에 남아 있기에 다음 일정을 또 기대하게 된다.
또 다른 낯선 땅에서 함께 했던 이들과 또 다른 낯선 이들을 만날 것이라는 설렘 때문이다.
기대하면서 다시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이야기가 올라올 날을 기다리며
이곳에 내 안테나를 드리워 놓는다.
누구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할 거라는 마음을 갖게 해준
장보고님께도 진정으로 감사함을 전하네.
옥란씨... 처음 뵙는 분이지만 날렵한 몸놀림에 놀라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에 놀라고...
친구 같은 마음으로 다가오셔서 고마웠습니다.
다음 어느 산에서 같이 할 수 있겠지요.
같은 공간에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