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번개방 후기에 올라와 있는
혁이삼촌님의 가을정모 이야기 입니다
표현이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꽃향기 회원님 모두에게 배달 합니다
===========> 혁이삼촌님의 정모 이야기 <============
길에게 물었습니다. 꽃향기 많은 곳이 어디냐고...
바람이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비봉IC라고.
구름에게 물었습니다. 오늘 비 뿌릴 거냐고...
하늘이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니네 정모에는 지장 없을 거라고.
전날 과음한 탓에 뒤늦게 합류한 헥이삼촌(겡상도 버전)은
갑작스런 유명세 덕에 죄송한 마음도 금세 잊고 헤헤거립니다.
버스 안에서 시작된 자기 소개 시간은 그야말로 花氣愛愛.
닉네임에 그렇게들 깊은 뜻이 계셨던 것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아들을 위해 지어졌다는 수목원
'그림이 있는 정원'에 도착하여
그 아버지의 따뜻한 애정처럼 크고 멋진 가이즈카향나무 풍경 안에 섞여 봅니다.
아모르짱 님의 '아그'는 내리자마자
참아왔던 영역표시부터 합니다.
하늘만 좋았더라면 싶은 풍경을 향해
아쉬운 대로 렌즈캡을 엽니다.
큼지막한 열매를 매달고 붉은칠엽수라고 되어 있는 나무는
학명을 보니 미국칠엽수입니다.
장구채로 보이는 녀석도 있드만요.
사진 찍기에 바쁜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정모가 뭐냐고...
맥님이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정신 없는 모임이라고.
헥이삼촌이 물었습니다. 어디서 밥 먹을 거냐고...
팔각정이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베란다에 가서 먹으라고.
그곳은 베란다가 아니라 카페테리아 '메이'라는 곳입니다.
잔돌리기 하던 분에게 물었습니다. 거기 금잔에 붙은 게 뭐냐고...
음식물들이 대답하여 주었습니다. 우리의 이산가족(?)이라고.
찰밥에게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찐득거리냐고.
주이님께서 대답하여 주셨습니다. 찰밥을 쪘더니 그렇다고.
구족화가로 활동한다는 아드님의 갤러리도 둘러보았습니다.
호루라기가 길게 웁니다.
어딘가로 가야 한다는 뜻이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을 네모나게 태운 버스가
마검포에 멈춰섭니다.
분명히 공주라는 믿음이 가는 복장의 평강공주와
장군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복장의 온달장군을 만나
대맛을 체포하러 갯가로 나아갑니다.
아, 꽃 사진 찍으러 와서 무슨 대맛이냐며
헥이삼촌은 말 안 듣고 식물 탐사를 합니다.
고수를 따라가야 하나라도 더 배운다며 따라나선 사람들은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 헥이삼촌의 모습에
X개 훈련시키냐며 금세 돌변합니다.
개그맨이 맨날 웃깁니까? ㅡ,.ㅡ;
이번에는 섬 쪽으로 잰걸음을 재촉합니다.
맥님과 율리야님만이 쫓아오십니다.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주홍서나물이 거기까지 올라와 있음을 봅니다.
돌아오라는 전갈을 받고 급히 버스로 돌아옵니다.
밀물 때라 대맛하고 조개가 얼마 없다나요.
급히 돌아오느라 아래의 아름다운 소녀와 얘기 나눠보지 못한 것이
총각삼촌은 정말 속상합니다.
공주님의 안내를 받아 '벗과 뱃나루'라는 곳의
어느 호숫가에 당도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땅콩을 캐러 간답니다.
아, 꽃 사진 찍으러 와서 무슨 땅콩이냐며
헥이삼촌은 중대백로처럼 호숫가나 뒤적입니다.
제정신이 아닌 어리연꽃을 담습니다.
안면도는 사실 10월에도 곧잘 어리연꽃이 피어납니다.
완전히 빨간색인 고마리를 담아봅니다.
흰꽃여뀌의 분홍색 꽃밥도 접사해 봅니다.
체험 삶의 현장 녹화를 끝내고 돌아오는 분들의 흙 묻은 손에는
욕심껏 담은 땅콩이 한 봉다리씩 들려 있습니다.
꿩 대신 닭이고
대맛 대신 땅콩입니까?
마주오던 트럭을 밀어내며
우리의 버스가 좁은 길을 나아갑니다.
따봉~이 아닌 삼봉~해수욕장에 들릅니다.
해국 앞으로 우르르 달려가는 선두그룹을 제치고
헥이삼촌은 바닷바람을 가르며 나아갑니다.
작은 일에 목숨 걸기 싫어서
벼랑 위의 해국은 건성으로 찍습니다.
몇 안 되는 바위솔은 그나마 후발주자에게 넘겨 드립니다.
굴밥 다 식어가는데 왜 아직 오지 않냐는 식당의 성화에
애꿎은 화니님 전화통만 불이 납니다.
30분도 더 늦게 도착해보니
굴밥 님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계셨습니다.
그러나 늦은 건 우리 잘못이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하면서,
누룽지굴밥으로 환생하신 영양굴밥을
다들 맛있다고 아우성 치며 먹어댑니다.
굴밥이 아니라 정말 꿀밥입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고
어리굴젓에 와인을 감춥니다.
뒤늦게 새우튀김을 발견한 반달님의 새우 콜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배를 불리면 왜 뒤로 눕고 싶어지는 건지요.
이것으로 하루 일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이번에는 노을 없는 일몰이라도 보러갈 차례입니다.
초가을 일몰...
꽃방의 평균 연령과 일치하는 계절의 일몰에
가슴이 느꺼워집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길 막히는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된
화니님의 카메라 특강에 감동받아 다들 잠을 잡니다.
앞자리에 앉은 몇 분 빼고요.
역시 공부 잘하는 학생은 앞에 앉기 마련입니다.
집으로 향하는 배낭에는 공들여 담아낸 사진과
아침에 준 떡, 언제 받아도 기분 좋은 미장셴 선물셋트,
그리고 흐드러지게 웃은 추억 한 짐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추억은 담아오는 게 아니라
그곳에 두고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여 그곳에 가면 또 만날 수 있는...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겠지요? ㅎㅎ
다들 반가웠고요,
화니 님 정말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