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생활은 할 만할까? (어쩌면 쿠알라룸푸르라서)
행복한 세상을 실현하는 NGO. 행복한가
말레이시아에서 세 번째 정착 시도를 했다.
쿠알라룸푸르의 매력
쿠알라룸푸르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2018년. 처음 왔을 때 쿠알라룸푸르 도시를 보고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살아야 할 곳은 필리핀이 아니라 말레이시아구나!'
쿠알라룸푸르는 신세계였다. 첫 느낌은 도시가 깔끔했다. 필리핀 교통수단처럼 지프니나 트라이시클이 보이지 않았다. 도로에 보이는 건 푸드 판다와 그랩 푸드를 배달하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뿐이었다. 도로 가운데에는 잘 정돈된 야자수 나무와 조경들이 보였다.
놀란 눈으로 도시를 구경했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는 사는 환경이 다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그 편견을 깨준 나라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다. 몽키아라 지역은 많은 한국인들이 살고 있다. 쇼핑몰, 어학원, 국제학교, 한국마트, 한국식당 등이 있다. 아이 데리고 살기에 생활이 편리해서 몽키아라 인근에서 살았다.
말레이시아 집은 콘도식이다. 공용 시설은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다. 아들은 물을 좋아한다. 따로 수영을 배운 적은 없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물과 친해졌다. 수영장은 곧 놀이터다. 또 아이와 함께 소소하게 쿠알라룸푸르 관광과 체험하기에 좋다. 과학관, 동물원, 키자니아, 아쿠아리움, 바틱 체험, 실내 서핑, 실내 스카이다이빙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인도 음식, 바나나 로띠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다. 중국인, 인도인, 말레이인이 살고 있어서 음식이 다양하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인도 카레와 로띠. 저렴하게 로컬 음식을 먹기도 한다. 또 쿠알라룸푸르에서 두 시간 반 거리에 말라카 지역이 있다. 이곳은 한국의 경주 같은 곳이다. 말레이시아의 옛 수도이자 역사를 볼 수 있다. 말라카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아들이 다섯 살 때 일이다.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광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히잡을 쓴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온다. 한국 사람을 좋아하는데 아들이 귀엽다며 같이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어본다. 흔쾌히 승낙했다. 뿐만 아니라 그랩 택시를 타면 가끔 운전기사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한국 사람이라고 말하면 대부분 반가워해준다.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광장 <술탄 압둘 사마드 빌딩>
*메르데카 광장 : 메르데카는 '독립'을 뜻하며 1957년 8월 31일에 영국으로부터 독립이 선포되었다. 영국 국기를 내리고 말레이시아 국기가 게양된 역사적인 장소이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유럽식 건축물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기 게양대를 볼 수 있다.
어쩌면 쿠알라룸푸르라서
쿠알라룸푸르 국제학교
2022년 9월. 살 집을 구하고 아들이 국제학교에 입학할 준비를 했다. 입학까지 삼 개월이 남았다. 한 달은 영어 튜션을 했고 나머지 두 달은 어학원에 다녔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서 적응 시간이 필요했다. 알파벳 소리부터 쉬운 단어까지 곧 잘 따라갔다. 조금씩 천천히 적응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긴장이 풀렸다.
두 번의 말레이시아 정착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지금 주어진 환경이 소중했다. 하루하루 말레이시아 생활에 집중하며 살았다. 한국에서 우울증을 앓고 고도 비만이 되었다. 한 발자국 걷기가 힘들었다. 살찐 복부 때문에 스스로 양말을 신기가 버거웠다. 옆에서 남편이 도와줄 정도였다.
기러기 생활로 나 혼자 아들을 케어해야 했다.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매일 나를 일으켰다. 아들이 어학원에 다니면서 조금씩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새로운 환경에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서 살다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들이랑 같이 수영도 하고 시내 관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바쁘게 지냈다. 삼 개월 만에 20kg가 빠졌다. 한결 몸이 가벼워졌다.
아쉬웠다. 이 모든 것을 남편도 같이 함께 했다면 좋았을 텐데.
나에게 쿠알라룸푸르는 제2의 고향!
장소가 주는 편안함이 나를 살게 한 건 아닐까.
by. 헤바 https://brunch.co.kr/@hebaya/3
인생은 나그네길~ 우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