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찰에 가면 조선시대까지 조성된 모든 성보문화재를 촬영해 두려고 노력한다. 규모가 조금 있는 사찰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조선 후기에 조성된 많은 존상들과 불화들을 보유하고 있다.(물론 이들 중 다수는 진본이 아닌 복제품일 가능성이 있고, 특히 불화는 복제품일 가능성이 더 높다.)
명부전(지장전, 시왕전, 무사전 기타 등등)에 봉안된 시왕상들도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들이 무척 많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삼존상과 그 권속인 시왕, 판관상, 사자상, 귀왕상, 인왕상, 동자상 등이 모셔지므로 많으면 30구가 넘는 존상들이 있다. 이 존상들을 촬영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동행의 불평을 듣는 요인 중 하나다.) 명부전의 존상들은 대부분 나무로 만든 것이고, 드물게 돌이나 흙으로 만든 것들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답사한 사찰에서는 가능하다면 반드시 각 존상별로 촬영하여 블로그에 각 존상별로 포스팅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각별한 느낌을 받지는 못하고 있는데, 내가 존상들을 분석하고 연구하여 차이점과 공통점을 정리할 생각조차 하지 않기에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시왕상들의 앉은 자세는 거의 다 의자에 앉은 이른바 의좌상(倚坐像)이고, 가끔 의자 위에 반가좌로 앉아 있는 반가좌상들이 있다. 그런데 서울 성북구에 있는 개운사의 문화재 자료들을 살펴보다 시왕상들이 의좌상이 아닌 좌상이라는 알게 되었다. 개운사는 이전에 한두 차례 찾은 일이 있지만 명부전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개운사 명부전 도명존자와 1, 3, 5, 7, 9 시왕상]
개운사는 시내에 있으므로 승용차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더 편하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안암역에서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또 여기서 300m 정도 떨어진 보타사에 각각 보물로 지정된 마애보살좌상, 유희좌의 자세를 취한 금동보살좌상이 있으므로 한나절 답사 거리로 충분하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이 오가니 그들을 피하여 일주문 전경을 잡기도 어렵다.
입구 우측에는 대체로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많은 비석들이 도열하고 있다.
전각들은 꽤 높은 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중앙 계단으로 오르면 석조관음보살입상이 참배객들을 맞는다. 근대기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대각루 등에 걸려 있는 개운사, 대각루, 석수노지, 분리타향, 사해백련 등의 몇몇 편액들도 근대기에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개운사 편액이다. 우리는 죽농 안순환이 그림을 그리고, 해강 김규진이 글씨를 쓴 여러 사찰의 편액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죽농 안순환이 글씨까지 쓴 사찰 편액들도 더러 있는데 ‘개운사’ 편액도 그 가운데 하나인 모양이다.
개운사의 불전은 넷이다. 동남향을 한 대웅전을 중심으로 아래 마당의 좌우에 명부전과 관음전이 자리하고 있으며, 대웅전 뒤 좌측에 하나의 전각이 더 있다.
먼저 위에 있는 전각으로 올라가 본다. 중앙에 금륜전, 오른쪽에 천태각, 왼쪽에 산령각이란 편액을 달았다. 각각 칠성도, 독성도, 산신도를 모시고 있으니 곧 삼성각과 다름없다.
대웅전으로 내려간다. 불단에는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면서 석가모니불과 약사여래불을 좌우 협시로 두었고, 그 외곽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봉안했다. 국보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물 아미타불은 이전에는 아래쪽 미타전(현재 관음전)에 따로 봉안하고 있었는데 대웅전으로 옮겨 모시고 있다. 우협시인 약사여래불은 『한국의 사찰문화재』에 조선 후기에 조성한 아미타불좌상으로 나오는데 현재 사찰에서는 약사불로 모시고 있다. 대웅전 안에는 지정, 비지정의 불화 여러 점이 걸려 있다.
이제 명부전으로 들어간다. 개운사 명부전 제상(諸像)들은 흙으로 만든 것으로, 모두 조선 후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왕상들은 지장보살의 왼쪽에 협시한 도명존자의 옆쪽부터 1, 3, 5, 7, 9대왕이, 반대쪽 무독귀왕의 옆쪽부터 2, 4, 6, 8, 10대왕이 자리하는데 모두 좌상으로 조성되었다. 좌상이다 보니 다른 시왕상들처럼 의자가 필요 없는 대신에 올려놓을 불단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 존상들을 올려놓을 불단을 마련하고 그 위에 방석을 깐 뒤 봉안했다.
과문(寡聞)의 탓이겠지만 좌상 시왕상을 처음 접해 보았기에 개운사 소개와 함께 올려본다.
[제5 염라대왕]
[2023년 9월]
첫댓글 잘보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비석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명절 휴가 잘 보내시구 계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푸른바다님도 평안한 추석 휴가 보내시고 계시겠지요?
입구의 비석은 대체로 시주비들이어서 저는 건너뛰었습니다.
반가운 도반이 생겼네요.
저도 절에 가면 사천왕과 명부전의 시왕상에 뿅 ~ ~
저도 명부전에 가면 모두 촬영을~
아직까지 개운사 빼놓고는 좌상을 못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