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은 세계사 그중 서양사에서 로마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일성중에 하나이다. 기원전 27년 아우쿠스투스(옥타비아누스)로부터 시작된 로마제국은 동로마제국까지 합친다면 존속했던 기간이 무려 1500여년정도 되는 어마어마하게 장구한 세월동안 서양역사를 좌지우지해왔다. 무엇보다 로마제국의 영향력은 이러한 기간의 영속성보다는 로마가 창조했던 다양한 분야(아마도 인류가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거의 모든 것에 해당하는 분야)에 끼친 영향이 당시에도 절대적이었지만 지금도 그 유효성은 끝나지 않고 있다. 실례로 대한민국의 법체계만 보더라도 로마법의 전승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사례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하물며 서양국가들의 경우 그 잔상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고 있을지에 대해선 굳이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서양사에서 로마제국을 제외한 역사,문화,정치등의 논의 자체가 있을수 없는 만큼 로마제국의 존재감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그럼 이러한 로마제국이 가지고 있는 존재감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로 많은 부분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었고 어느 정도 로마제국의 유니크한 시스템을 이해하면서 로마제국의 원동력을 발견해왔다.
그중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다>은 로마제국의 사실상의 창시자이자 실질적인 황제라 칭할 수 있는 율리우스 가이사르 카이사르와 그가 히스페이나(스페인)에서 창건한 제10군단을 중심으로한 로마군단의 이야기를 주제로 담고 있다. 그동안 로마에 대한 연구서들은 로마의 하드웨어적 시스템과 소포트웨어 시스템에서 여타의 제국보다 확월한 로마만의 특징에 대해서 많은 연구를 이룩하였고 이구동성으로 그러한 로마만의 시스템이 제국의 버팀목이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국의 영토확장과 속주의 개척에 가장 절실히 필요했던 군사적분야에 대한 고찰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기껏해야 카이사르의 갈리아전쟁기나 내전기 그리고 포에니전쟁등 단편적인 전쟁속에서의 로마군사력의 전략과 그 의의를 다룬적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보니 로마제국의 군사력에 대한 독자들의 지식 역시 단편적으로 습득될 수 밖에 없고 로마제국을 통틀어 군사력에 대한 비중 또한 낮아질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바로 이점을 주목하면서 카이사르가 진두지휘한 10군단을 비롯한 로마제국의 군단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자 연대순으로 변천하게 되는 로마군단에 대한 거의 모든것을 보여주고 있다.
군단의 형성에서 부터 군단의 주둔과 이동 그리고 각종 전략과 보급부대의 역활등 로마군단이 로마역사와 같이 동거동락했던 점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로마는 전통적으로 보병부대가 주력이었고 보급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제국보다 우선시 되었던 점은 로마제국의 방대한 영토개척을 뒤돌아볼 경우 당연시 되는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해야할 것이다. 보급에서 시작해서 보급으로 끝을 맺는다는 말에서 보듯이 로마의 전쟁은 그야말로 철두철미한 계획과 조직하에 선행되었고 그러한 치밀한 조직은 당시 그 어떠한 군사력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확보했다. 또한 여기에는 개방성이라는 로마만의 특징이 적용되었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듯이 물론 지금도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국방력에 대해서만은 고유의 전통 즉 혈통에 대한 강력한 메타포가 존재하고 있지만 당시 로마에서는 그러한 부분마저도 걷어내 버렸다. 로마는 대제국을 건설하기에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지만 로마본토인이나 속주인들을 가리지 않고 군단의 일원으로 흡수했고 거의 차별을 두지 않는 시스템으로 막강한 국방력을 형성했다. 이러한 개방성과 다양성의 전승은 향후 로마라는 제국의 버팀목으로 작용했고 군단과 시민의 융화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당시 군단의 주둔지가 지금의 대도시로 성장했던 것은 로마 군단이 단순한 군사력의 표방만은 아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례가 될 것이다. 로마군단은 군사력과 문화 그리고 하나의 작은 로마로서의 역활을 수행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동안 로마제국을 제외하고도 서양사에 한획을 그은 제국들은 영국,스페인,미국등 강대국이 나왔지만 유독 로마제국이 주목받은 것은 로마는 군단을 단순하게 군사력으로만 파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단을 제국의 기초로 보아 제국형성의 전초기지로 생각했고 군단내부의 문화가 그대로 사회에 적용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로마는 강력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로마군단에 대한 상세한 것을 새롭게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의 내용들이 많다. 군단의 형성과정과 군단병들의 선발방식과 과정 그리고 군단의 위계질서와 군단계급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로마군단의 백과사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카이사르를 비롯하여 로마제국의 형성과정을 역사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종 전쟁를 다루는 내용은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 긴장감 마저 들게 하여 가독성을 높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