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일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5 번 째로 고속철도 시대가 열렸다.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이 되었으므로 70년도의 경부고속도로 개통 때보다 더욱 교통 체계의 혁신과 사회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게 예상된다.
고속철을 타본 사람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40분이 소요된다며 기존의 새마을호나 고속버스에 비해 훨씬 빨리 달려서 좋다고 하였다. 이른 아침 서울역을 출발하여 부산역에 내려 부산 시내 곳곳으로 관광을 다니다 다리도 쉴겸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곳에서 싱싱한 회정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자갈치 시장에서 장을 보아 여유있게 돌아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반나절 생활권은 전국의 관광지와 토산물 시장을 하룻 사이에 답사하고 다녀도 좋을 만큼 편리한 점이 두드러지고 긴급한 용건으로 지방 출장을 가더라도 궂이 숙박할 필요가 없게 되어 경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신문에서 천안 아산 지역 주민들이 서울로의 원정 쇼핑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서울이니 지방이니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신속하게 교류가 이루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각 매스컴에서는 고속철 역 부근의 관광지와 명소 등을 경쟁이라도 하듯 낱낱이 소개하고 있어 호기심을 부추기고,사람들은 고속철을 타고 전국의 산야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면 아산역에 내려 맹사성 고택이며, 현충사 이충무공 묘지를 돌아본 후 도고면 봉농리의 세계꽃식물원에서 튜립 수선화 히야신스 아이리스 등의 사랑스런 예쁜 꽃들을 만날 수가 있고,도고온천 온양온천을 둘러 속진을 씻어 내도 좋을 것이다. 대전역은 어떠한가.계룡산, 엑스포 과학공원, 보문산 공원, 대전동물원, 자연경관이 수려한 동학사며 일반에게 개방된 청남대 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다. 조선 8경중 하나라는 호남의 금강산이라고 불리우는 내장산이 있는 정읍역과, 장성역의 생태촌,백양사, 고인돌. 배맛이 뛰어난 역사의 도시 나주,광주역의 풍류와 멋을 느낄 수 있는 담양소쇄원, 불교와 관련된 문화재가 많은 동대구 밀양지역의 팔공산 갓바위, 동화사, 은혜사, 영조대왕의 도포가 보관되어 있다는 파계사 등의 여러 명소가 고속철 개통과 더불어 우리 삶 속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속도가 빠르다보니 차창 밖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본다거나 기차 여행의 낭만을 반감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현대와 같은 초고속정보화 시대에 있어서는 빠른 속도야 말로 다른 어떤 교통수단에 비하여 많은 장점을 지녔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다만 고속철 운행 초기에 시설관리와 서비스면에서 문제가 노출되고, 역방향 좌석에 앉으면 어질어질하고 구토까지 한다고 하고, 고속철에 뛰어들어 인명사고가 나는 등 사람들의 원성과 비난을 받은 것을 참작하여 관계당국은 고속철의 안전성과경쟁력을 높이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최첨단 문명의 이기로서 영원히 사랑받는 고속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꿈의 열차 고속철을 이용하면서 사람의 마음까지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급속하게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비록 몸은 고속철의 속도를 즐기되 우리의 마음은 고향마을 뒷산에 서 있는 소나무처럼 항상 듬직하고 푸근한 정서를 잃지 않기를 바란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가족과 함께 고속철을 타고 고향의 부모님도 찾아 뵙고, 전국 곳곳에 산재한 우리나라의 숨은 문화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주간불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