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드라마이지만 다분히 쌍팔년도 성정이 아릿하게 배어있다.
당시 한국은 헐리웃 블록 버스터와 홍콩 느와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청춘물을 양산 중이었는데, 이 드라마 역시 그 공식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당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던 <천장지구> 스타일의 로맨틱 느와르의 영향이 강력했다.
근데,
헐리웃 보다는 프랑스 영화의 세례가 있다.
90년대 헐리웃 메이저 영화 특유의 권선징악, 해피 엔딩 보다는
프랑스나 이태리 스타일의 리얼리즘을 구사하고있다.
이종원이 이끌어가는 거짓된 삶의 플롯은 앨렁 드롱의 <태양은 가득히> 에서 다분히 모티브를 빌어왔다.
90년대 이후 문화인들에게는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로 익숙한 이 플롯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물로 성공을 향한 과도한 욕망이 빚어낸 거짓된 인생의 말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있다.
극 중 이종원이 분한 인범은 그러한 리플리 신드롬을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고있다.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빌런....
다소 잔잔한 <리플리> 식 프렌치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인범 플롯과는 대조적으로
다분히 <천장지구> 적인 홍콩 느와르를 이끌어가는 인호 플롯 역시 사뭇 흥미롭다.
쌍커풀이 진한 이종원과는 대조적으로 갑갑한 무커풀로 연명하는 박상민이 이끌어가는 느와르 스토리는 삼류 그 잡채이다.
사실 <천장지구> 또한 삼류이나 이건 그보다 더 심하다.
우선 쥔공의 카리스마부터 한참 딸리고, 무엇보다 액션이 존나 구리다.
발차기를 못하면 대역을 쓰던가 아니면 칼을 들던가 하지
그 허접한 족기란 당최 무엇인지....
아무리 90년대 기준으로 보아도 액션 씬은 겁나 구렸다.
하지만,
이 느와르 씬이 결코 허접하지 않았던 것은 역쉬 인호와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
이지은의 포스 때문이었다.
인범의 드라마 씬을 이끌어가는 히로인 하희라에 비해 아직 이지은은 연기력이 한참 딸리는 햇병아리에 불과했수나, 이상하게 그녀가 맡은 중성적인 소매치기역은
묘한 매력을 자아냈으며, 그 포스는 차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출중했다.
이건 그녀가 연기를 잘해서도 아니고, 배역이 좋아서도 아니다.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조현지라는 캐릭터에 묘한 빙의를 이루어내며 독특한 마성을 창궐했기 때문이다.
특히 초중반부 남장여자 소매치기로 분했을때가 진짜 흥미로웠는데, 지갑을 털기 전에 입을 이죽거리는 그 표정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당시 루키였던 배용준의 포스도 탁월했다.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갖춘 그는 주인공 인범의 친구 석주로 등장하여 차분하게 극을 이끌어간다.
사실 플롯의 흥미를 극대화 시키려면 인범이 여행 중에 석주를 사고사로 가장하여 죽이고, 박상아(석란)와 결혼하여 금수저로 등극해야 하는데....
그건 작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두 너무 막장이라 판단했는지,
아니면 당시 검열의 압박을 예상해서인지,
그리 깊게 가진 않았다.
아까비 ㅋㅋㅋ
암튼,
이 드라마에서 배용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 작품이 여타 헐리웃 블록 버스터보다는 프렌치 무비 같은 유러피언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배용준 때문이다.
영화 학도인 그가 탐구하고 골몰하는 유럽 아트 무비, 그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 드라마가 당시 유행했던 프랑스 영화의 느낌을 어느 정도 자아낼수 있었다.
극 중 차희의 동생 종희로 나오는 전도연.
될 성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 시점에서 이미 그녀는 향후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뿜어낸 화려한 아우라를 생생하게 펼쳐보였다.
어린 고교생의 모습부터 이후 젊은 작가의 자태까지 아주 섬세한 연기를 구사했다.
그녀의 포스는 이 시기에 벌써 하희라, 박상아, 이지은을 가뿐히 능가했다.
이 드라마 이후 각자의 인생이 그 능력치를 확실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사실,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과 배용준은 서브에 불과했수나,
그 둘이 펼치는 개인기와 콜라보는 메인인 이종원과 하희라보다 훨씬 우월했다.
이 드라마는 크게 세 부분으로 절분할 수 있다.
인물들이 아직 풋풋했던 80년대 후반,
어느 정도 성장한 90년대 초반,
그리고 당시 방영 시기와 맞물렸던 90년대 중반...
각자 다른 시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쩜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긴 했수나,
극에 몰입하는데 초를 칠 정도는 아니었다.
전술했던 인물들 이외에도 인범의 친구이자 복서 윤배 역을 맡은 허준호라든가 석주의 쌍동이 동생이자 인범의 또 다른 연인 석란 역을 맡은 박상아,
차희와 종희의 동생인 정신박약아 수철 역을 맡았던 홍경인,
그리고 그 외 수많은 someone else.... 들의 열연이 눈부셨다.
사실 메인 주인공은 이종원과 하희라 그리고 박상민과 이지은 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서브들이 메인 못지 않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격동의 80년대와 90년대를 살아갔던 젊은이들의 고뇌와 열정, 낭만과 우수를
진정성 있게 묘사한 각본이 매우 훌륭했으며,
그에 부합한 배우들의 호연 또한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느 봄날,
피안의 그늘로 사라진 조소혜 작가님
따쓰한 양지 속에서 언제까지나 편안하게...
https://youtu.be/kZ14NYxHOvQ?list=OLAK5uy_lLfDjOFp1oIQBtu3WJVYjWkhlm52qV--A
FarewellProvided to YouTube by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KoreaFarewell · Seo RieunSunny spot for the young OSTReleased on: 1996-06-07Auto-generated by YouTube.www.youtube.com
대딩 시절에 들었던 교양 과목 중에 인상적인 대목이 하나 있었다.
직업의 윤리관에 관한 것이었는데,
교수님이 대뜸 이런 말씀을 하셨다.
"매춘이나 사기, 폭력과 같은 범죄는 직업이라 할 수 없죠.,"
이때 어떤 학생이 손을 들고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분들도 다 세금 내는데 왜 직업이 아닌가요?"
그 말을 듣고 교수님이 그 학생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학생은 그런 일 할 수 있어요?"
이후 학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교수님이 직업의 윤리에 관해 설파하셨다.
"직업이라는건 본인을 비롯하여 자신의 부모 형제 자식이 해도 좋은 걸 말하는 겁니다."
그 시절에는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교수님이 전술했던 리스트는 직업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젊은이의 양지>를 보면 이종원이 교수님의 이 말씀을 몸소 증명하고있다.
극 중 인범은 본인의 어머님이 다방 마담이라는 것을 몹시 부끄러워하고 있으며, 금수저 친구 석주의 부모님들이 어머님의 직업을 여쭈어보시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 우리 어머님은 한복집을 하고 계십니다."
물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죄악이지만 난 인범의 마음을 헤아릴수 있었다.
본인의 자식이 부끄러워하는 일...
그건 직업이 아니다.
근데,
인범과는 달리 동생 인호 같은 경우는 썸녀에게 대놓구 이렇게 말했다.
"우리 엄마는 동네 다방 마담이야 ㅋㅋㅋ"
얘같은 경우는 엄마가 다방 마담이거나 심지어 창녀라 해두 별루 수치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본인이 불법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어서 그런건가?
아니면 그냥 솔직해서 그런건가?
사실,
극 중 캐릭터로 보았을때는 거짓말로 인생을 연명하는 인범 보다는 솔직담백한 인호가 더 남자답고 멋지긴 하다.
어쨌든,
난 교수님과 생각이 약간 다르다.
본인을 비롯하여 부모 * 형제 * 자식이 할 수 있고,
그걸 불특정 다수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직업이 될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런지...
그건 마치 전쟁을 원하는 정치인들에게 평화를 파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데....
https://youtu.be/rdEupVsL07E
Megadeth - Peace SellsOfficial video of Megadeth performing Peace Sells from the album Peace Sells…But Who's Buying. Buy It Here: http://smarturl.it/9n1rv9 Like Megadeth on Faceb...www.youtube.com
첫댓글 매우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교수님의 '직업' 론 공감합니당~~~*^^
정직, 솔직이 윤리를 뛰어넘고 와닿을 때가 많습니다. 좋은 말씀들 잘 읽었어요.
젊은이의 양지와 데이브 머스테인이 이렇게 또 이어지는군요ㅋ 천재입니다^^b
범죄와 연루된 것은 분명 직업이 아닙니다만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식의 본모습을 부인한다는 것은 결코 용서할수 없는 죄악이라 사료됩니다.
그렇습니다!!^^
이종원 나쁜 놈!!!
배신의 아이콘 이종원~ ^^;;
조소혜 작가님 🙏
극중 인호도 인범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면 인범과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환경이 태도를 형성하지요.
故 이지은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범죄에 관련된 것을 직업이라 할수는 없겠지요.
만약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건 범죄찬양이잖아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외창고에도 참 좋은 글들이 많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