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무거운 눈꺼풀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보니 그와 함께 있던 곳이 아니다. 어디로 사라진 건가? 물에 젖은 듯 축 늘어지는 몸이 오늘따라 야속하다.
“드디어 깨어났나?”
날카롭게 귓속으로 파고드는 건들거림이 들린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앉은 자세로 공중에 떠있는 인영이 보였다.
“역시 너는 해낼 줄 알았다. 하찮은 인간 계집애라고만 생각했었는데 킥-킥킥--”
“빌어먹을 영(影)에게서 아스만을 가져오다니 킥- 분통터진 얼굴을 보지 못해 아쉽구려.”
화통을 삶아 먹었나? 쇠고랑 긁는 불쾌하고 정체모를 소리들이 이리저리 오가는 것이 절로 짜증이 난다. 하지만 익숙한 그들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목소리로만 접했던 그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고 있는 것 같다.
“당신들은 누..구 십니까?”
떨리는 소리가 목구멍에서 나오지 않길 바라며 정체모를 존재들에게 말을 건넨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이들의 목소리는 신목(神木) 밑에서 들었다. 낯설지 않는 그 소리는 자신을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끊어질 듯 숨만 쉬고 있는 동생을 살려준다는 약조까지 해줬다. 서로간의 대등한 약조? 다시 생각해도 웃긴 소리다. 그것은 겉치레였을 뿐, 단지 그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한 희생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수동적인 인형을 그들은 원했다.
“진정 우리들을 모르는가?”
-킥킥.
자신을 비웃는 듯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들 손아귀에 동생의 목숨이 달려있다. 그저 고분하게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동생의 목숨을 구하면 된다.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두렵고 불쾌한 마음을 내리 눌렸다.
“아닙니다. 소녀 잊지 않고 있습니다.”
“킥킥-킥 그래? 나 또한 그 약조를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럼 한시라도 바삐 너의 동생을 살리는 것이 너에게도 좋겠지?”
“그럼 동생을 살려주시는 건가요?”
동생의 신음소리가 가까이서 들리는 것 같다. 작고 가느다란 자신의 심박동은 그 소리에 비례하듯 점점 힘차게 맥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우선 너의 목숨이 우선이겠지. 우리의 계약은 너의 목숨이 내 것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겠지? 안 그런가?”
우습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그것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선뜻 동생을 살려준다는 그의 말을 듣기 전부터, 자신의 목숨이 이곳에 도착한 후로 이미 다했다는 것 또한 안다.
“네, 알고 있습니다.”
부르기도 조심스런 영(影), 그를 먼저 만났으면 좋았을 것을.
누구를 탓하랴? 타고난 자신의 운에 달린 일인 것을. 한 가닥의 희망도 이제는 접었다. 이 순간이 오길 바란 적도 있었고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그를 만나고부터는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짙어가는 동생의 아픔이 싫고, 구차하게 생을 이어나가고 싶은 자신의 욕망도 거북스럽다.
“제 목숨으로 동생은 살 수 있는 것 입니까?”
가볍게 주먹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나는 살고 싶다. 그와 함께. 어디서든 그와 더불어 살고 싶다. 목숨이 아깝다는 욕심이 고통스럽게 자신을 얽매고 있다.
“얌전하게 내 말을 따른다면 너의 동생은 천년만년 살 수 있겠지. 그럼 늦기 전에 시작해 볼까?”
날카로운 예기가 알하이의 손바닥에서 터지듯 솟구친다. 그리고 그 핏줄기 사이로 붉은 칼이 울부짖으며 나타났다.
“이것은 저승의 칼, 명도(冥刀)라고 부르는 나의 수집품 중 하나지.”
“크큿- 그게 너꺼냐? 내가 훔쳤잖아? 당연히 나의 수집품이지.”
알하이의 말에 콧방귀를 뀌며 엘하이가 어둠 저편 속에서 대답한다.
칼 한 자루 가지고 자존심 내세우며 싸우는 모습에 얼이 나갔다. 알 수 없는 위압적인 힘이 그 칼에서 뿜어져 나와 압박하듯이 자신을 짓누른다. 정체모를 그 힘으로 인해 사시나무처럼 덜덜 몸이 떨린다. 생각하건대 난 그 칼을 보자마자 어느새 겁에 질러버린 것이다.
“누구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서 아트만을 손에 넣어야지!”
“그래, 맞아! 빨리 아트만을 손에 넣자!! 어서 저 여자를 없애버려.”
드디어 생각의 일치를 봤는지 두 쌍의 눈동자가 여자를 잡아먹을 듯 쳐다본다.
“덜덜 떠는 게 겁먹은 토끼 같네.”
픽- 웃음을 절로 흘린 엘하이가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치세웠다. 그러더니 그녀가 있던 바닥이 꿈틀거리듯 요동친다. 이윽고 바닥에서 6마리의 긴 뱀이 몸을 곧추세워 그녀를 둘둘 감고는 못 움직이게 포박한다.
“그럼, 잘 가거라.”
명도의 날카로운 예기와 함께 천둥과도 같은 소리가 사방을 뒤흔든다.
그녀를 둘둘 감았던 뱀들이 진한 피 냄새에 정신없이 이빨을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송곳 같은 이빨로 살갗을 거칠게 비비며 상처를 낸 뒤,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깨 문 자리에서 숨을 들이쉴 수 없을 만큼 느끼하고 역겨운 핏물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끔찍한 그 모습에 정신이 나갈 만도 한데. 그녀는 오로지 그들을 쳐다본다. 아니 시선만 향하고 있을 뿐, 그녀의 동공은 텅 비어있다. 누구에게도 접근을 허락할 수 없다는 듯이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크크크크크----큭, 드디어 손에 넣었다. 이것이 아트만의 실체 인건가!”
명도로 그녀의 가슴을 한 순간에 뚫어버린 쪽 가장자리에서 아트만이 심장과 함께 맥동하고 있었다. 심장에 기생한 것처럼 성장한 아트만의 울림이 가히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두근-두근-
아트만의 공허한 울림 속에서도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핏물은 숨죽인 대지를 붉게 적신다.
심장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아트만을 꺼냈다. 그것은 영롱한 빛깔을 뿜어내면서 알하이의 손에 쥐어진다.
아트만이 그녀의 몸에서 사라지자마자, 텅 빈 몸은 힘없이 고꾸라졌다. 그녀를 감고 있던 뱀들은 시체와도 같은 그녀를 좀 먹이고 있었다. 굶주린 배를 채울 것처럼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입을 크게 벌린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는 신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겠군. 크크크크”
찌그덕---------
유리조각처럼 어둠이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그 틈에서 회오리치는 바람이 나타난다. 영(影)이 검은 안개를 피우며 득달같이 달려온다. 바닥에 고꾸라진 그녀를 검은 회오리로 감싸며 찐득하게 달라붙은 뱀들을 잘게 토막 낸다.
“그것이 너희들의 목적인건가? 알하이, 엘하이.”
절망감이 도는 파괴지음이 사방을 찌를 듯 거친 기세를 날린다.
“이런, 너무 늦었군. 영(影), 기다리다 안 올 줄 알았는데 키키키키-킥. 너와 달짝지근하게 붙어 다니던 여자는 이미 이렇게 껍데기만 남겨져 있으니 말야. 그 잘나신 능력도 형편없어 졌나 보군. 내가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고 생각했지 뭔가? 킥킥-킥”
영(影)의 시선이 피범벅 된 자리에 쓰러져있는 그녀에게 향한다. 처참할 정도로 망가져 있는 그녀를 보고는 오히려 영은 침착했다. 처음의 거칠어진 기세는 사라지고 놀라울 정도로 묵직한 침묵을 형성한다. 한순간 방심하면 튀어나올 듯,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날을 세운 그의 살기는 약해져 있는 그녀에게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포악한 심중을 힘줄이 솟아오르고 있을 정도로 가라앉히고 갈무리 한다. 하지만 매서운 침묵과는 반대로 서리 같은 동공은 뜨겁게 요동치고 있다.
“그것은 너희 같이 하찮은 존재가 가지고 있을 물건이 아니다.”
“뭣이!!!!!”
사방에서 날뛰던 어둠의 귀들이 주인의 부름을 받아 일렁인다.
-나에게 오너라.
알하이의 손에 쥐어있던 아트만이 투명해지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아트만은 나의 반신과도 같은 존재. 너희가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影)의 부름으로 알하이의 손아귀에서 사라진 아트만이 반짝이며 영(影)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알하이가 쥐고 있던 때의 광채와는 다르게 더 강하고 더 진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반신이라니...아트만은 그저 신의 지위와 힘을 상징하는 것일 텐데.”
아트만이 가진 힘으로 신의 지위와 강대한 힘을 차지하려고 도모했던 일에 차질이 생겼다. 이것은 느닷없이 복병을 마주한 기분이다.
“그것에 대한 사실은 죽은 뒤에 곰곰이 깨닫고 뉘우치거라.”
영의 손바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며 퇴폐적인 구(球)를 형성한다. 고온고압의 구(球)는 강렬한 스파크를 만들어내며 영의 손짓하나로 적들에게 날려진다. 솟구치며 매섭게 달려들던 구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큰 열기를 발하며 폭발했다.
붉게 타오르는 화염이 짙은 흑자색의 안개와 더불어 그 주위를 일그러트리며 불타올랐다. 모조리 초토화 시킬 그 아찔한 상황 속에서도 죽지 않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그들은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제길-그 성질머리 하곤. 내가 워낙 얍삽해서 말이지. 이 공격으로 아까운 목숨 잃을 순 없지. 안 그런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물건은 아니란 말이지. 키키킥-좋아. 우린 이만 물러가지. 하지만 다음번엔 얻고 말겠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역시 아트만은 잘 알려지지 않는 환상 속 명계의 보석이라 할 만하군. 깜짝 놀랐지 뭐야~ 다음에 보자~안녕. 큭”
작게 부서지고 갈라진 6마리의 뱀들이 허공에서 맴돌다가 솟구치며 회오리를 일으킨다. 그 빈틈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그들을 삼키고는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영(影)의 방심이 부른 화였다.
자신의 힘만 믿고 안일한 행동을 행한 산물인 걸까?
시체처럼 창백한 그녀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하찮은 인간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지켜줄 수 있다고 다짐했는데. 모든 것이 한순간의 재로 사라진 듯하다. 죽은 사람들이 사는 이곳은 명계. 그가 수호하는 곳. 어쩌면 그녀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확실한 가정을 싫어하던 자신이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희망을 되새기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형용색색의 아트만이 길을 비춘다. 그렇게 찾고 구할 땐 안보이더니 느닷없는 출현에 당황스럽다. 그녀가 이끈 행운일까? 아니면 욕심이 부른 화일까? 자신의 반려가 품고 있던 아트만이 빛날수록 자신의 어둠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녀를 반려로 인정해서일까? 그녀의 희생으로 아트만이 생기다니. 꿈에도 생각한 적 없었다. 또한 원하지도 않는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자신도 믿기지 못해 놀라고 있다. 신의 권위를 부여받고 마땅히 존재해야 할 아트만을 지니지 못해 불안정한 채로 이곳을 지키고, 세월이 흘려가기만을 바래왔었다. 신의 지위란 말뿐인 허상 그 자체. 빛과 어둠 그리고 삶, 무엇이 상생이고 상극인지 무부분별하게 대립하는 명계에서 불안정함은 용서받을 수 없는 나약함을 상징하기도 했다.
신의 지위를 가진 자로서 부적당하고 불필요하다고 느꼈던 세월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아트만의 등장은 덧없이 반갑고 기꺼워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순적인 감정을 어찌 설명하랴. 아트만을 얻은 대가가 반려의 목숨이라면 차라리 나타나지 말아야 했다. 그런 것 따위 더 이상 자신에게 필요 없다.
내면세계에서 자책과 반성 그리고 후회가 오가고 있다. 영(影)은 점점 육신과 정신을 분리 당하는 그녀를 어떻게 손써볼 여지가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죽음은 이치가 맞지 않을게 분명하다. 죽은 자들이 사는 세계라면 살아있는 인간이 지상에서와 같은 죽음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이 아득히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는 그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심장이 비수를 꽂듯 아프고 고통스럽다. 이까짓 신이라는 지위와 명예, 힘 그저 모두를 다 버리고서라도 오로지 그녀를 살리고 싶은 마음 뿐.
“셰올. 속히 나오너라.”
낮은 목소리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왕(王)의 부름을 받겠습니다.”
셰올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영(影)앞에 부복한다. 눈앞에 반짝이듯 생명의 불꽃을 터트리는 아트만이 영의 곁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영롱한 빛깔의 아트만을 드디어 왕께서 손에 넣었다.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기나긴 세월동안 눈총을 받은 그의 주인이 어엿한 왕으로서 권위와 권리를 행하실 것이다. 그저 자신은 그 곁에서 복종하고 명령에 따를 뿐.
이제까지 불안정한 신으로 낙인찍힌 채 살아오면서 굳어져버린 그 삐뚤어진 성격도 조금은 가실 날이 올 것이다. 셰올은 기쁘기 짝이 없다. 덕분에 왕의 괴팍한 성질머리가 나아지겠거니 생각한다.
“신(臣) 셰욜, 아트만을 손에 넣으신 것을 감축 드립니다. 영겁의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어둠의 주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을, 신(臣) 너무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험악한 인상과는 맞지 않게 또록또록한 눈망울로 양 눈가를 적셨다. 그를 아는 귀(鬼)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까무러칠 듯이 놀랐을 것이다. 셰올의 트레이드마크인 협박과 뒷통수 응징을 겪었던 모든 이들에게 그는 고약한 상관으로 통했다. 왕(王) 못지 않는 째림과 잦은 구타, 갈굼 하며 능수능란하게 일을 시켜먹었으니, 어찌 그런 내숭을 보고 미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배알이 뒤틀리고도 꼬여 이제는 남아난 이들이 없을 것이다.
야차가 이를 지켜봤다면 ‘얼굴이 화끈할 정도로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도 그 뻔뻔한 상판대기는 다 무엇이오?’ 라며 놀렸을 지도 모른다.
저절로 지어지는 셰올의 미소와는 반대로 영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죽어가는 반려가 곁에서 고통 받고 괴로워하는데 지는 뭐가 좋다고 처 웃는 꼴이, 오장육부 뒤틀리게 만든다고 생각해서 일까? 죽일 듯이 붉게 솟아난 눈가를 다그치며 셰올에게 향했다. 그 뜨거운 주인의 눈길에서 철철 넘치는 애정을 느꼈다면 그건 미친 생각이다.
눈치가 광속보다 빠른 셰올도 분위기를 읽고는 올라갔던 입가를 조용히 내렸다.
“신이 미천하여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봅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땅에 닿을 듯 허리를 절묘하게 굽히는 셰욜의 묘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생략.
영은 찌를 듯이 이글거리는 눈길을 접고, 걸레쪽처럼 되어버린 자신의 반려를 소중히 감싸 안았다.
“셰올, 이승으로 내려가 반려의 혈육을 데리고 오너라.”
의식을 잃고 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그녀에게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그녀가 우선이라는 것 단지 그 하나다.
“신(臣) 명을 이행하겠나이다.”
살벌한 기운을 거칠게 풍기며 왕의 명이 떨어졌다. 그의 왕은 화가 나있다. 그 불길이 자신에게 닥쳐오지 않으려면 어서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한다. 셰올은 지체 없이 움직였다. 그의 충실한 신하답게 빠른 몸놀림으로 안개가 퍼지듯 사라졌고 그 모습이 가히 신출귀몰하다.
영은 정신을 잃은 그녀를 꼭 안고서 치유의 능력을 쏟아 부었다.
“그대는 차신(此身)을 힘겹게 만드는 구나.”
핏빛으로 물들어 있는 그녀를 입고 있던 천조각으로 조심히 닦아낸다. 투명하고 연분홍의 아리따운 살갗이 날카롭게 베인 자국과 멍으로 얼룩졌다. 그 아픈 흔적에 마음이 무너지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아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자신의 반려로 인정하고 깨닫고 나자 바로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이다지도 심장이 아픈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었다. 두 눈이 캄캄하고 그대로 천길만길의 낭떠러지로 자기의 몸이 전락하는 것 같다. 지금도 울부짖는 심장은 아프게 속살거린다.
“제발, 그대 눈 뜨거라. 미쳐버릴 것 같은 나락(奈落)에서 차신(此身)을 홀로 두고 가지 마라.”
고개 속인 영(影)의 볼 위로 투명한 액체가 조용히 흘러내린다. 그에 반응하듯 아트만의 영롱한 빛깔이 힘차게 맥동한다. 오직 자신만을 바라봐 주길 원하는 듯 구슬프게 우는 것 같았다.
‘그대 보세요. 나는 여기 있습니다.
슬퍼마세요. 언제나 당신 곁에 있을 테니.
우지마세요. 당신의 서글픔마저 이 몸이 이고 갈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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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ㅠㅠ
분위기와 문체가 달라지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떻게든 비슷하게 써보려고 했어요.
고지로 갈수록 힘이 딸리고 어떻게 이야기를 전개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아주 간단하게 시작한 글이 조금씩 살이 덧붙여지더니 광대한 판타지가 되어버린 듯한 기분??
좋아해야할지......처음 이렇게 길게 써본 저로서는 이거 제대로 겁을 먹었습니다.
우선 무작정 써내려가고 있지만.................. 제가 생각해도 너무 웃겨서...
쓰고 싶은 것만 쓰다보니 ........제가 생각해도 어의가 없네요 ㅋㅋ
한 예로 말하자면 영이 서현의 빨래뿐만 아니라 집안일까지 도맡아서 불만폭주중...영이 궁시렁대는 지경까지 되어버린 것입니다...ㅠㅠ 왠지 이런 설정도 재밌더군요....워낙 제 글이 너무 어둡고 진지해서 코믹으로도 써봤지만.......역시나 진지하고 어둡습니다........그냥 저는 하던대로 해야하나 봅니다.ㅎㅎㅎ
카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떻게 그리고 앞으로 변화되든지 이 카페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올리는 일은 저에게 좋은 경험이라고 느꼈습니다.
짧고 단조로운 글만 써내리던 제가 이렇게 판타지 로맨스를 쓰고 있다니........참 감개무량합니다 .^^
추운 날씨.......감기 조심하고 오늘 하루도 행운이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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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살을 붙이다보니...길어져버렸네요. 조금만 써야하는데~이렇게 생각하다가 끝도 없이 줄줄 써내려가고..끊어야하는 장면에서 어슬프기 그지 없으니.....정말 제가 생각해도 왕초보입니다. ㅋㅋ
아트만 자체를 그저 무채색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내려갑니다. 그 자체에 함축된 여러가지 표현이 있죠.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도록 쓰고 싶었는데.......어떻게 전달될련지 걱정이 되고 잘 표현했는지 초조하기도 했어요. 아트만을 영의 사랑이라고 본다면 그녀에게 그의 감정을 맡겼지만 크나큰 애정이 넘쳐 다시금 영에게 돌아온다고 해석 할 수 있는 등등~아직은 제가 부족해서 저 역시 제글을 읽으면서 도무지 알 수 없네요 ㅋㅋ
ㅎㅎ 동의 합니다. 그것이 판타지의 묘미겠죠?? ㅎㅎ하늘구름님의 조언과 응원 항상 감사드려요~~^^
하늘구름님도 몸건강이 최우선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늘구름님 연재를 읽다가, 블랙홀님도 연재를 올리신다는 글을 보고 찾아서 오늘 다 읽었습니다. 환타지는 제가 즐기는 분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조금 무섭더군요, 그러다 그들의 인연을 알고 난 뒤에는 애처러움이,,,! 재미 있어요.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오뚜기님 반갑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기대해주신다니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ㅎㅎ 공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특히 몽환적인 느낌을 사랑하다 보니..판타지 로맨스 같은 소설을 좋아하고 그런 종류의 글을 읽고 상상하기도 해요. 그러기 때문일까요? 제 글은 거의 판타지 장르로 나아가는 것 같아요. ^^(특히 어두운 쪽으로~~참고로 전 공포영화 좋아하지도 잘 보지도 않습니다.ㅋㅋ ~~)
제 글을 읽고 판타지라는 장르를 새롭게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ㅎㅎ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그저 바랄 뿐이지만.ㅎㅎ 언젠가는 그 작은 소망도 이룰 수 있는 멋진 글을 쓰고 싶네요~~히히히
글이 좋으네요.^^ 앞으로 잘볼께요.잘쓰셔서 나중에 책으로 출간해도 좋을것같아요.^^
하하하 yome님 정말 감격스러운 말은 처음 들어보아요. 왠지 시험을 100점 맞은 것처럼 행복합니다.ㅎㅎ
왠지 더 열심히 잘 쓰라는 채찍질 같아서 송구스럽고 감사합니다.^^
아직은 제 글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기회가 언제 올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요.^^ㅎㅎ 꿈이라도 꾸어야겠죠?? 후후
소중한 댓글 감사드리고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