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부 아파트 경비원 일기] 고향으로 돌아간 그 친구가 그립다.
“네 눈깔을 쑤셔서 파내고 만다 이눔아.”
“어서 쑤셔서 파내라 이눔아.”
“이눔의 눈깔 쑤셔서 파내려면 파내지 못 파낼 줄 아냐? 이눔아”
“어서 파내라 못 파내는 눔이 빙신이다. 이눔아”
“내 이 눔을 그냥 눈깔을 파내어 봉사를 만들 것이다. 이눔아”
“어서 파내라 어서 파내라 어서 파내라. 이눔아”
나와 같이 산업단지에서 근무했던 회사의 그 친구는 매사에 성실한 사람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손끝이 매워 야무지게 매듭을 잘 짓고 일처리를 잘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똑 소리가 나게 일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정년퇴직을 하자 그 친구도 퇴직을 하였다.
그 친구와 나는 서로가 다른 사업장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근무를 하는 곳은 세대가 많아 너무나 힘이 든다.
예를 들어 경비원 1명당 150세대 이하라면 그야말로 도끼로 삥아리를 잡는 격으로 수월하다.
그런데 경비 1명당 150세대 이상이면 바늘을 가지고 황소를 잡는 격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사업장은 경비 1명당 100세 대정도인데 반해, 그 친구가 근무를 하던 곳은 경비 1명당 300세대 이상이라서 무척이나 힘든 사항이었다.
그래서 내가 근무하는 사업장에 자리가 나면 같이 근무하자고 마치 독립운동을 하는 애국지사들 같이 비밀회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언제인가 마침 우리 단지에 자리가 나서 그 친구를 소개하였다.
그 친구와 나는 서로가 같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였기에 제 2의 직장에서도 더욱더 재미있게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근무하고 있는 구역에 누가 코너에 습관적으로 차를 주차하여 민원이 들어와 인터폰으로 연락을 하였다고 한다.
“코너에 차가 주차해 있어 다른 차가 회전하기가 힘이 듭니다. 차를 좀 빼주십시오.”
라고 인터폰을 하였다고 한다.
그 집 부인이 인터폰을 받는데 부인의 옆에서 그 집 남편이 큰소리로 한다는 소리가
“어떤 *같은 자석이 차를 빼달라고 하느냐?”
“내 땅에다 내 차를 세워뒀는데 어느 ***자석이 차를 빼달라고 하느냐?”
라고 큰소리가 귀에 찌릉 찌릉 하게 울리더라는 것이다.
“옆에서 악을 쓰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욕을 해도 너무합니다.”
라고 말을 하니까
“뭐 어쩌고 어째 이자석이 맛을 못 봤어?”
“내 당장 쫒아 내려가 네 눈깔을 파버리고 말 것이다.”
라고 큰소리를 치더라는 것이다.
그 악쓰는 소리를 들은 이 친구가 열이 올라
“어서 내려와서 눈깔을 파내라 못 파내는 게 빙신이다.”
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렇게 옥신각신 하다가 그 입주민이 송곳을 가지고 뛰어내려왔겠다.
내려오자마자 순리적으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가 악을 쓴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타협점을 찾아 좋게 끝날 일인가?
그 둘은 마치 살모사와 독사가 서로 맡 붙어 독을 내품으며 싸움을 하듯,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라가지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가 악을 쓰며 대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내 땅에다 내 차를 세워뒀는데 경비인 네놈이 뭔데 차를 빼달라고 하느냐? 이눔아”
“내 이 눔의 눈깔을 파내고야 말겠다. 이눔아”
“네 차 때문에 다른 차들이 회전하기가 힘들어 민원이 들어왔다 이눔아, 어서 내 눈깔을 파내라 이눔아”
“파내라면 못 파낼 줄 아느냐? 내 이 눔의 송곳으로 네 눈깔을 파내어 봉사를 만들 것이다. 이 눔아.”
“어서 파내라 못 파내는 게 빙신이다 이눔아.”
그들이 몸 비듬을 하며 한참 싸우는 것을 사람들이 말리고 있었고, 싸움이 좀 지쳐 있을 때 그야말로 기력이 세잔해질 때 내가 나타난 것이다.
나는 그 광경을 조금 바라보고서 한숨을 푸~우 하고 내쉬며 좀 안도하고 있었다.
이눔이 하나밖에 없는 내 눈도 파낸다고 달려들었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늦게 나타난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둘은 그때까지도 성이 안 풀려 흥분된 상태에 씩씩거리고들 있었다.
시작이야 어찌되었건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부치랬다고 나 역시 말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 속이 상해서 도저히 참지를 못하겠다고 싸움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는 분을 못 이겨 하는 소리가
“아니 내 여기다가 이눔의 아파트 한 10여 채를 사놓고 큰소리를 쳐볼까”
“참소 참아, 참는 게 제일이고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니까”
“입주민들이 집이라고 장만했다고 무슨 큰 부자인 것처럼 큰소리를 치고 있단 말야”
“집이라도 있으니까 큰소리를 치지”
“집이라고 장만 할 때 전세 빼고 융자 끼고 힘들게 샀으면서 되게 과시를 한단 말야”
“그렇던 저렇던 저들은 없는 돈에 집을 장만했으니 얼마나 좋겠어.”
“경비를 하고 있으니까 어디서 머슴이나 살다가 먹고살기 힘들어 경비를 하는 줄 알고 아주 우습게 여기니 도대체가 열이 올라 참을 수가 없다니까”
“우리가 경비를 하면서 열이 올라도 참는 것 밖에 더 있는감”
나는 그 친구보다 성질머리 하나는 더하면 더했지 못한 사람이 아니거늘 마치 도가 트인 부처님이나 된 것처럼 그 친구를 설득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속이 상해 견딜 수가 없는지 소나기 맞은 중처럼 자꾸만 중얼거린다.
다음날 그 친구가 출근하여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참지를 못하겠다며 오늘 대판 싸우겠다고 한다.
그날도 입주민은 예의 그 차를 그곳에다 다시 세워두었고, 이 친구는 그 차를 빼라고 다그친 것이다.
그러니 이날도 똑같은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코너라서 다른 차가 회전하기 힘드니 차를 빼라.”
“내 땅에다 내차를 세워뒀는데 네가 뭔데 차를 빼라고 하느냐? 내 오늘은 네 눈깔을 기어코 파내고야 말겠다. 이눔아.”
“아파트가 공동 땅이지 전부 네 땅이냐 이눔아? 어서 내 눈을 파내라 못 파내는 눔이 빙신이다. 이눔아”
그 입주민은 이날도 송곳을 가지고 내려와 달려들어 찔러대며 눈을 파낸다고 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날따라 이 친구는 일부러 경비 봉을 들고 달려들고 있었다.
그 경비 봉으로 상대방의 가슴과 배를 찔러대며 송곳을 가지고 달려드는 그 사람한테 눈을 파내라고 외쳐대는 것이다.
“네 눔의 눈을 파내고야 말겠다. 이눔아”
“내 눈을 파내려면 어서 파내라 이눔아”
“파내라면 못 파낼 줄 아느냐? 이눔아”
“어서 파내라 못 파내는 눔이 빙신이다. 이눔아”
“파내라.”
“파낸다.”
“어서 파내라”
“그래 파내고야 말겠다.”
그렇게 몸 비듬을 하며 한 참 다투고 있는 중인데 내 친구가 하는 말이
“너 이눔아 너 소방공무원이지? 정복을 입고 와서 내 눈을 파내라 이눔아”
“어서 네 집에 들어가 정복으로 갈아입고 와서 내 눈을 파내라 이눔아”
“너 계급도 높아 경위 아니냐? 이눔아 국민의 세금이 아깝다 이눔아”
“소방공무원 경위이면 교통질서를 더 잘 지켜야 한다. 이눔아”
“다른 사람이 교통질서를 안 지켜도 네눔이 계도를 해야 한다 이눔아”
“어서 네 눔의 정복을 입고 다시 나와서 내 눈을 파내라 이눔아”
라고 다그치니까 이 소방공무원이 그만 약호가 죽어 전의를 잃고 마는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옆에서 말리면서 그저 호랑이 앞에 개가 생 똥을 싸며 떨고 있듯이 두 다리를 달 달 달 달 떨고 있었다.
혹시라도 저눔이 내 눈도 파낸다고 달려들면 나는 큰일이다.
눈이 두 개가 박혔지만 하나는 희미하게 보이는데 나머지 하나를 파내면 완전 봉사가 된다.
거기다가 사람도 사람 나름이지 소방공무원인 경위가 눈을 파낸다면 누구보다 더 잘 파낼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나는 가슴이 후들후들 떨리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여차하면 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위험한 위기를 대처하고 있었다.
그렇게 싸우면서 아파트 단지를 온통 시끄럽게 했던 그 친구는 65세의 정년을 마치고 고향으로 향했다.
아파트 경비도 싫고 무슨 장사도 싫고 고향으로 간다고 한다.
그 친구는 흘러간 추억의 노래 [물래 방아 도는 내력]을 부르면서 진짜 고향으로 가고 말았다.
벼슬도 싫다 마는 명예도 싫어
정든 땅 언덕위에 초가집 짓고
낮이면 밭에 나가 길쌈을 매고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면서
새들이 우는 속을 알아보련다.
서울이 좋다지만 나는 야 싫어
흐르는 시냇가에 다리를 놓고
고향을 잃은 길손 건너게 하며
봄이면 버들피리 꺾어 불면서
물방아 도는 내력 알아보련다.
그 친구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고향으로 내려가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 나는 그곳에서 정년퇴직을 하고나서 다시 임대 아파트에서 경비를 한다.
그 친구가 물래 방아 도는 내력의 노래를 1절만 하고 고향으로 갔었다면 나도 나머지 2절을 부르고 고향으로 가고 말았을 텐데, 그 친구가 1~2절을 다 부르고 가는 통에 내가 부를 노래가 없어 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퇴직하는 날 관리소장한테 한마디를 하였다.
“소장님 내가 4년 동안 여기서 벌어먹은 돈을 몽땅 먹 튀를 할 테니 내 눈을 정상으로 돌려주시오.” 라고
“글 세요 그렇게 정상으로 되 돌려질 수만 있다면 세상에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 성질 좀 부리지 말고 매사에 참을 인자가 제일 좋다고 하니 참으십시오.”
“예 참아야지요. 누가 죽인다고 하더라도 분화구가 폭발하지 않게 참아야지요.”
“이렇게 만나서 서로가 쌓인 정이 만리장성보다 더 길고 많은 것 같은데 잊지 말고 오시어 차라도 한잔씩 하십시오.”
그 뒤로 나는 시간이 나는 대로 그곳을 방문하여 지나간 옛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그곳에서 정년을 하고나서 딸아이의 어린이집 운전을 하려고 하였으나 여의치 않아 몇 개월간 놀다가 다시 경비를 한다.
참고로 분양아파트는 만 65세가 정년이고 임대아파트는 정년이 없이 건강하고 무슨 일만 없으면 1년씩 계속 연장해 준다.
그러니까 주로 인간 폐품인 고물들만 모이는 곳이 바로 임대아파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