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제공된 조식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평소에는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는 편이지만, 답사 때는 늘 열심히 챙겨 먹는 편입니다. 도심이 아닌 농촌과 산촌을 다니다 보면 마땅한 식당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때에 맞춰 점심을 먹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편의점에서 음류수와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 차에 싣고 2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오이타현(大分県) 나가츠시(中津市)에 있는 라칸지(羅漢寺)였습니다. 그리고 오이타현 우사시(宇佐市)를 거쳐 구니사키반도(国東半島)의 마애불 몇 기를 찾아보고, 온천관광으로 유명한 벳푸(別府市)에서 숙박하는 일정입니다.
후쿠오카의 숙소를 나와 첫 목적지인 라칸지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포함해 100km가 넘는 코스였습니다. 하늘도 푸르고 낯선 모습의 경치도 아름다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국의 정취를 만끽했습니다.
※ 2일째 일정 4. 라칸지(羅漢寺, 大分県 中津市) 5. 후루라칸(古羅漢, 大分県 中津市) 6. 우사신궁(宇佐神宮, 大分県 宇佐市) 7. 다이라쿠지(大楽寺, 大分県 宇佐市) 8. 아우다 화상석(青宇田 画像石, 大分県 豊後高田市) 9. 가와나카후도(川中不動, 大分県 豊後高田市) 10. 후쿠마 마애불(福真磨崖仏, 大分県 豊後高田市) |
( 이번 편은 "4. 라칸지 5. 후루라칸 6. 우사신궁 7. 다이라쿠지"까지 입니다. 다음 카페 게시판에서는 한 게시물 당 사진을 50장까지만 허용하기 때문에 ①, ②편으로 나누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 오이타현 구니사키반도
수행승의 머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곳이 구니사키반도입니다. 신불습합의 성지라고 일컬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마애불과 석불이 있습니다. 별표와 하트 표시된 곳이 사찰과 마애불 등 답사예정지입니다.
4. 라칸지(羅漢寺, 大分県 中津市)
라칸지는 규슈에서도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나가츠씨(中津市) 야바케이(耶馬渓)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용암이 만들고, 풍화작용이 더해지면서 생겨난 거친 절벽과 동굴 등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자연 동굴에 법당을 만들고 석불을 안치하여 유명해진 사찰이 라칸지(羅漢寺)입니다. 특히 라칸지에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석조 오백나한상을 비롯해 3000여 기의 석불이 바위 절벽, 동굴 등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봉안되어 있습니다.
라칸지 주변에는 야바케이의 경치 감상을 위한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고, 중간역에서 하차하면 라칸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평일 아침이라 사람이 없어서인지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고 있었는데, 물어보니 산 정상까지는 갈 수 있지만 중간역인 라칸지에서 내리는 것은 안 된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20분 이상 걸리는 길이어서 약간 망설였으나 결국 오르기로 했습니다. 오르는 길가에는 파손된 석불들이 주변에 널려 있어서 석불로 유명한 라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 라칸지로 오르는 길가에 놓인 파손된 석불들
오르는 길 주변 여기저기에 이처럼 석불들이 놓여 있습니다. 일부는 불두가 절단된 모습인데, 경주박물관 마당에 전시된 불두없는 석불들이 생각났습니다. 두 곳 모두 불교 탄압 시기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이지유신 이후 신도가 국가 종교로 자리 잡고 불교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폐불훼석(廃仏毀釈)'이라 하는 불교 배척 운동이 몇 년간 계속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많은 사찰과 불교 유물이 훼손되게 되는데, 규슈 지방에서는 더욱 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주박물관의 분황사 우물 출토 석불들이 그런 것처럼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이곳의 불두 없는 불상들도 폐불훼석의 흔적으로 생각됩니다.
한참을 오르다 보니 라칸지 인왕문이 나타나고 거기에 매표소가 있었습니다. 내려오면서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인왕문 입구 바닥에 만다라석이 있었습니다.
△ 만다라석
밀교의 우주관을 표현한 금강계만다라를 사찰 입구 바닥에 돌로 표현해 두었습니다. 이 만다라석을 경계로 라칸지 경내는 성스러운 곳이니 탈것에서 내려 합장하고 걸어서 참배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 라칸지 인왕문, 에도시대(1751년)
일본의 사찰에서 사실상 정문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인왕문입니다. 인왕문에는 인왕, 즉 금강역사가 문 양쪽에 배치되어 있어 수문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에도시대의 작품이라 그런지 전성기의 인왕상과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이 문 너머 경내에서는 촬영은 물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이 사실을 내려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 라칸지 인왕상
라칸지의 인왕상은 돌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번 답사에서는 돌로 된 인왕상을 몇기 보았습니다. 나라와 교토의 사찰은 대부분 목조 인왕상이 서 있는데, 규슈 지방에서는 석조 인왕상이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는 돌로 된 불상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주재료가 화산암인 안산암이나 응회암이어서 우리나라의 화강암보다 조각이 쉽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우수한 목불이나 건칠불 등이 많아서인지 극히 일부 석불을 제외하고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인왕문 주변
인왕문 주변 절벽에는 감실을 파고 불상이나 공양탑, 판비 등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동굴이나 절벽에 만든 감실에 불상이나 공양탑 등을 봉안하는 것이, 일본 특히 규슈지방의 신앙형태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 라칸지 산문
절벽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라칸지 아미타당
라칸지의 중심 법당입니다. 커다란 동굴 앞쪽에 건물을 지어 만든 법당입니다. 뒤편 동굴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어 내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무루굴(無漏窟, 무로구츠)
석조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동굴 입구를 막아서 법당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굴 안에는 석가삼존상을 비롯해 제자상, 오백나한상, 그리고 제석천을 비롯한 신중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 무루굴
지연 동굴을 이용해 세운 라칸지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 라칸지 석불, 무로마치시대(1359년), 중요문화재
무로마치 시대 초기인 1359년부터 1년여에 걸쳐 두 선사가 오백나한상을 비롯한 석불을 조각하여 무루굴에 안치했다고 합니다.
안내문에 의하면, 오백나한상은 중국 송원시대 불화 도상을 받아들인 것으로 중국 문화의 영향이 보인다고 합니다. 이 동굴에 봉안된 석불과 나한상은 모두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라칸지 석불
다양한 표정의 나한상이 생각보다 큰 규모입니다. 거의 등신대의 크기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 밖에 나와 홀로 즐기는 나한상도 있습니다.
주걱 모양의 걸개는 신사의 '에마'와 같은 것으로 기원하는 내용을 적어 걸어두는 것입니다.
△ 여러 나한님이 함께 나와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지장보살도 함께 계시네요.
△ 불두가 훼손된 불상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폐불훼석의 흔적으로 생각됩니다. 라칸지에는 이 같은 불상들이 많았습니다.
△ 리프트를 타고 오면 이 곳을 통해 들어보게 됩니다.
△ 천체지장존(千体地藏尊) 보제루
말 그대로 1000기의 지장상을 봉안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불상이 지장보살과 아미타불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만큼 정토신앙이 발전했다는 뜻이고, 실제로 오늘날에도 정토 계통의 종파가 가장 세력이 큽니다.
△ 천체지장존, 무로마치시대
중앙의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시왕상과 동자상 등을 비롯해 1000기의 지장보살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 시왕상
흔치 않은 석조 시왕상입니다.
△ 내려오는 길에 본 파손된 석불감
이렇게 길가에 방치되어 있지만, 명문을 읽어 보니 에도시대인 1780년에 제작된 것이었습니다.
라칸지에서는 경내 동굴 법당은 물론이고 절벽 틈새, 길가 등 다양한 장소에 봉안된 수많은 석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절벽의 동굴을 배경으로 한 사찰의 입지도 신기했고, 법당 뒤편에 잘 꾸며진 정원을 한적하게 산책하는 것도 느낌이 좋았습니다.
색다른 모습을 보며 신기해했던 느낌을 간직한 채 근처에 있는 후루라칸으로 향했습니다. 거리는 몇 백m 정도밖에 되지 않으나 주차장이 따로 있어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5. 후루라칸(古羅漢, 大分県 中津市)
후루라칸은 나가츠시(中津市) 야바케이(耶馬渓)의 명승지 중의 하나입니다. 구태여 이곳에 들른 이유는, 일본 유튜브를 통해서 이곳의 모습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절벽에 만들어 놓은 잔도를 쇠줄을 잡고 걷는 모험을 고민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라칸지 바로 앞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후루라칸에는 마애불이 1기가 있고 봉우리 정상에 국동탑(国東塔)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거기까지 찾아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잔도 앞까지만 가보려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잔도를 건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 후루라칸 전경
화산활동과 풍화작용이 빚어낸 멋진 풍경입니다.
△ 후루라칸에 오르는 과정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볼수 있습니다.
△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규슈의 산에서는 크고 작은 동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석불들이 봉안된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실핀 라칸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한참 오르다 보면 이곳에 도착합니다. 건물 안과 밖에 불상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 반대 편에서 본 모습입니다. 동굴처럼 뚫린 곳의 윗부분을 천인교(天人橋)라 합니다.
△ 후루라칸(古羅漢) 석조관음보살좌상, 남북조시대, 현지정 문화재
절벽에 지은 건물 안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무로마치시대 초기인 남북조시대에 제작된 것입니다. 무릎에 복장공이 있는데, 복장 중에 1362년에 봉안했다는 내용이 쓰인 종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또 복장에는 범자가 쓰인 작은 목조 오륜탑이 들어 있었는데, 복장물 중에 오륜탑이 발견된 유일한 사례라고 합니다.
△ 잔도 시작 지점
사다리 위까지는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 우회했습니다.
△ 여기에도 목 없는 불상이 있습니다. 규슈의 목없는 불상의 대부분은 메이지 시대 불교 탄압의 흔적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불상도 비교적 오래된 문화재급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잔도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곳을 통해 우회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 후루라칸(古羅漢) 마애불, 무로마치 시대, 시지정 유형문화재
우회하는 길로 들어서니 마애불이 보입니다.
△ 안내문에 의하면 이 마애불은 비사문천(다문천)입니다. 왼손에 탑을 들고 있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상의 높이는 2.14m로, 얼굴 모습이 비교적 잘 보이는 편입니다.
△ 우회하면 길이 좋을 줄 알았는데, 이쪽도 마찬가지로 잔도였습니다. 일단 고고...
△ 멀리 라칸지의 지붕과 리프트 선이 보입니다.
△ 잔도를 지나서 오르다 보니 멀리 맞은 편 봉우리에 국동탑이 보입니다. 멀리서만 보려 했으나 잔도를 통과해 보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탑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 뾰족한 봉우리 위에 탑을 세웠습니다.
△ 봉우리 부분은 수직에 가까워 쇠줄을 잡고 올라야 합니다. 오래전 중국의 화산에서 쇠줄을 잡고 절벽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젊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고소공포증이 생긴 데다 겁이 많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 후루라칸 국동탑(古羅漢 国東塔, 구니사키토), 높이 2.34m, 현지정 유형문화재
국동탑이란 일본에서 가장 흔한 묘탑이자 공양탑인 오륜탑의 탑신에 연화대좌가 덧붙여진 형태의 탑을 말합니다. 상륜부도 오륜탑과는 다소 다른 모습입니다.
교토대의 학자가 이곳 오이타현 구니사키반도(국동반도)에 다른 지방에 없는 이 같은 탑이 많은 것을 보고 '국동탑(구니사키토)'이라 이름붙였다 합니다. 즉, 국동탑은 국동반도에서 독자적인 발전을 이룬 석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동탑은 언뜻 보면 조선 후기 승탑과도 비슷한 모양인데, 시기적으로는 훨씬 더 일찍 발생했습니다. 가마쿠라시대 후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국동탑은 묘탑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생전 공양, 추선 공양, 가문의 번영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공양탑이기도 합니다.
후루라칸 국동탑은 대좌가 앙련없이 복련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일반적인 국동탑과는 약간 다른 모습입니다.
△ 절벽 동굴의 공양탑들
국동탑에서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절벽 얕은 동굴에는 오륜탑과 불상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 후루라칸((古羅漢)의 절벽이나 동굴이 있는 곳에는 대부분 이처럼 불상과 오륜탑 등 보탑이 봉안되어 있습니다.
오륜탑이 묘탑인지, 공양탑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 후루라칸의 잔도
국동탑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름길처럼 보이는 길로 들어섰더니, 겁이나 가지 못하고 우회했던 잔도가 다시 나왔습니다. 앞에서 비슷한 잔도를 경험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쇠줄을 단단히 잡고 통과했습니다.
라칸지와 후루라칸은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입니다.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추전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수많은 라칸지 석불의 경이로움과 후루라칸 잔도의 짜릿함은 한번쯤 경험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6. 우사진구 (宇佐神宮, 大分県 宇佐市)
라칸지와 후루라칸을 보고 우사시로 향했습니다. 우사진구(우사신궁)를 답사하고자 한 것은 우사진구 보물관에 우리나라의 범종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904년에 제작된 통일신라 종이기 때문에 더욱 보고 싶었고, 그래서 보물관에 들러 범종만 보고 나올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보물관은 문을 닫혀 있었고 당분간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영업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 우사진구 도리이
일본 전역에 4만 곳이 넘게 있는 하치만 신사의 총본부입니다. 이미 8세기에도 이 신사가 활동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사서에 나온다고 합니다. 거대한 도리이가 세워져 있습니다.
△ (참고 사진) 교토 온조지(園城寺 = 미이데라 = 三井寺) 소장 고려 범종, 1032년
몇 년 전 들렀을 때 본 고려 범종입니다. 지난 8월 회원님들과 답사 때 다시 들렀으나, 박물관이 닫혀 있어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이 사진으로 대신해 봅니다. 아름다운 우리 종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2017년 촬영
7. 다이라쿠지 (大楽寺, 大分県 宇佐市)
우사진구 가까이에 있는 다이라쿠지는 우사진구 책임자 가문의 원찰로서 우사진구와 관계가 깊은 고찰입니다. 다이라쿠지를 찾은 것은 보물관에 있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헤이안 시대의 불상 7기를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보물관 입장권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매표하는 분의 선택에 의해 스님의 축원 기도가 포함된 약간 비싼 입장권을 구매했습니다.
스님이 오셔서 직접 보물관의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불상 앞에 선 우리를 위해 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보물관의 불상들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마침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는 젊은 아가씨가 와서 통역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말이 서툴기는 했지만 어려운 단어는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 가며 통역해 주는 모습이 예뻐 보였습니다.
다만 사진은 촬영할 수가 없어서 고색이 창연한 아름다운 불상들을 눈으로만 보아야 하는 것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 다이라쿠지 전경
오래된 사찰이지만 지금은 작은 규모입니다.
△ 미륵삼존불, 헤이안시대 후기, 중요문화재 (사진은 宇佐市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스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헤이안 시대의 불상을 소장하고 있다는 스님의 자긍심이 느껴졌습니다. 규슈를 대표하는 불상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 협시보살의 발 부분을 수리한 내용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작은 사찰이라 별도의 도록은 없었고, 사진을 찾으니 엽서 사진을 한 장 주셔서 받아왔습니다.
△ 본존 미륵불 (스님이 주신 엽서 재촬영)
헤이안시대 불상은 사실적이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 사천왕상, 헤이안시대 후기, 중요문화재 (사진은 宇佐市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사천왕상은 미륵삼존을 봉안한 불단 네 모서리에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일본 사찰에서 흔히 볼수 있는 사천왕 배치법입니다.
△ 범종(永德在銘梵鐘), 남북조시대, 1382년, 현지정 유형문화재
절 마당 한편에 종루가 세워져 있어서 가보니 낡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종루는 17세기말~18세기초의 건물이고, 걸려있는 범종은 1382년 작품이었습니다. 범종은 오이타현에 남아있는 범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우사시 홈페이지에는 두 번째라고 쓰여 있습니다)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사찰에서는 문화재급 유물들이 드러나지 않은 모습으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 전형적인 일본 종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다라쿠지에는 절 마당에 여러 기의 석불이 있었는데, 물어보니 약 100년 정도 된 것이라고 합니다.
아침 식사를 많이 해서인지 점심 식사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은 가운데 2일째 오전에도 여러 곳을 답사했습니다. 주로 석불이 중심이 되었고 마애불은 이제 겨우 1기 답사했습니다. 오후 마애불 답사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첫댓글
글, 사진
그냥 빠져들지 않을 수 없군요.
감사합니다
신통치 않은 글인데...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에도 석불이 많다는걸 처음 알았네요.
선생님 덕분에 공부 잘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별로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석불이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곳들입니다!
가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함께 답사할 기회를 만들어 봐야죠.
감사합니다.
언제나처럼 좋은 사진과 글에 흠뻑 빠져듭니다..
좋은 시선으로 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알고자 한 만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알고자 한 열정이 빛을 발합니다.
사실 충분히 공부하고 준비를 해 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갑작스럽게 다녀오기로 결정하게 되어서, 지도에 점만 찍고 찾아다니는 정도였습니다. 현장에서 안내문을 통해 알아가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동안 일본에 여러 차례 다녀왔던 경험이 그나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