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야곱 DNA는 75%정도 책읽고 정리한 상태여서 마무리가 안되었습니다.
이 번 주간 제10회 문화누리카드 수기공모전에 공모를 도전하려 쓴 글을 대신 올립니다.
레벨 업 (Level up)
-레벨 제로-
틈이 없었다. 14년간의 타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한국은 막막하고, 팍팍했다. 젊고 혼자이던 그때는 몰랐는데, 카자흐스탄 아내와 3명의 딸을 둔 ‘다문화가정’의 가장된 나에게 한국은 외국보다 낯설고 어려웠다. 무엇보다 부담이 되었던 것은 문화생활이었다. 가난했던 정착기에 우리 가정에는 문화생활을 위한 틈도, 여유도 없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언어까지도 새롭게 시작했다. 더 문제는 나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수중에 딱 100달러 한 장인데 공항에 나간 순간부터 다 돈이었다. 그리고 전혀 한국의 사회문화 시스템, 복지시스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으니 말이다. 나 자신에게도 한국생활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초보 레벨
한국말을 잘 모르는 아내와 자녀를 위해 다문화센터, 학교, 교회가 가까운 장소를 찾고 터를 잡았다. 전입신고를 위해 행복복지센터를 방문하고, 복지담당을 찾아가 다문화 지원을 위해 묻고, 상담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알게 되었다. 당연지사 바로 신청했다.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나로서는 필요 이상의 제도였다.
한국에 들어와 2년을 쉴 틈새 없이 아르바이트하며 정착했다. 당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업과 동시에 다문화 언어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초등학교 4, 5학년 둘째와 셋째는 방과 후 활동까지 모두 문화생활을 할 틈이 없이 바쁘게 살아냈다. 어느 날 행복복지센터에서 문화누리카드를 신청 하라고 연락이 와서 급히 달려갔다. 문화누리카드?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돈을 준다고 하니 순간 달려가 신청했다.
-중간 레벨
처음 받은 문화누리카드의 금액은 5만원, 다섯 가족이니 총 25만 원이었다. 브로셔에 적힌 사용처를 확인하고, 우리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여름방학 기간에 꼭 놀이동산이나 수영장을 가기로 약속했다. 그 전에 첫 개시는 마침 개봉한 애니메이션 가족영화 ‘주토피아’였다. 한국에 들어와 1년 만에 처음으로 한 문화 활동이었다. 지금도 아이들의 입 안 가득 팝콘 한 줌과 행복한 웃음이 생생하다. 5만원이 작은 돈일 수 있겠지만, 다섯 명이 합쳐지니 그 가치가 너무 크다. 우리 가족이 누릴 수 없었던 행복의 틈을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시기 대학원생이었던 나로서는 책 한 권을 더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아이들 카드도 몰래 썼었다. 하지만 이제 소용없다. 요즘 아이들의 언어로 ‘짤’ 없었다. 자기들 이름이 적힌 카드를 사수하는 새침데기들! 나이만큼 레벨업 되어 가는 것인가?
-고수 레벨
여름휴가에는 꼭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 할 문화 활동을 찾았다. 아이들은 각자 필요한 곳에 사용하게 나두고, 부부는 가족여행, 오션월드나 에버랜드, 박물관, 등 여름휴가 때 사용하기 위해 꼭꼭 숨겨뒀다. 결국 여름휴가 계획도 문화누리카드 사용처가 중점이 된 지 오래다.
한 번은 서울 투어 여행을 계획했다. 창덕궁, 경북궁 등 카드만 있으면, 무료입장! 얼마나 행복한 여행인가! 또한 영화를 자주 봤는데 무엇보다 할인율이 높아 우리 가족에게 벌써 익숙해진 년 행사이다. 12월이 다가오면 금액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고, 한 카드로 합쳐서 사고 싶은 책을 알뜰하게 구입하여 책장의 틈을 메워 책장마저 레벨업 시켰다.
- 만 렙
연차가 거듭될수록 충전금액도 우리행복도 만렙 되어 갔다. 처음에 5만 원이었는데. 벌써 11만 원이다. 그만큼 물가도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고마운 카드이다.
우리는 1월 카드가 충전(만렙)되기 전에 각자 사용계획을 끝마쳤다. 벌써 시간이 지나 두 명의 대학생과 막내는 고3이 되었는데, 놀기 좋아하는 둘째는 친구들과 영화 보기를, 막내는 대학진학(디자인과) 준비로 필요한 학용품을, 편입 준비에 책이 많이 필요로 하는 큰딸은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인가? 아빠 카드까지 책 구입하는 일에 사용했다. 그래도 감사하다. 아빠로서 넉넉히 해줄 수 없는 부분을 넉넉히 메워주는 문화누리카드가 참 고맙다.
이제 각자 바쁜 스케줄에 자주 함께 할 수 없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문화누리카드가 다시 충전되기까지 기대하고, 할 수 만 있다면 가족이 함께 할 행복한 틈을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도 그 틈을 메우고 행복을 레벨 업 시켜줄 문화누리카드가 우리가족과 동행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