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주택관리사의 취업 성공 분투기 |
수도권의 한 아파트에 근무 중인 관리소장 A씨는 이제 갓 3개월차에 접어든 신출내기다. 10여 년 전 40대 중반의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5년 만에 접고, 그 와중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는 고심 끝에 주택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로 결심했다. |
이 사례는 주택관리사 자격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주택관리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의무관리 공동주택에서 관리소장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지만, 소장 이외의 분야에선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회장 황장전)에 따르면 1990년 1회 시험부터 현재까지 모두 5만3,812명의 주택관리사가 배출됐다. 이 중 법에서 정한 의무관리 단지에 현직 관리소장으로 근무 중인 사람은 1만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취업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많이 응시한 사람은 8번째 시험에서야 겨우 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10차례 이상 시험을 친 사람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험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수험생들의 학습능력과 수준도 계속 향상돼 합격률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매년 과다배출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치러진 2차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일부 학원강사와 수험생을 중심으로 ‘재시험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재시험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랐다. 하지만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회를 더할수록 어려워지는 것에 불만을 갖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과 수만 명의 미취업 대기자가 층층이 쌓여 있는 현실이다.
주택관리사들은 모두 한결같이 취업 대기자수가 늘어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주택관리사는 “나도 고난도 시험에 불만이 있었지만, 막상 합격하고도 취업이 안 되니 눈앞이 캄캄하더라”며 “일부 위탁관리업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채용을 대가로 은연중 뒷돈을 요구하는 건 과다배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이런 반칙행위가 늘면 결국 피해는 전체 입주민에게 귀결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람은 “밖의 자격취득이 전쟁이라면 안의 취업경쟁은 지옥”이라며 “천신만고 끝에 합격하고도 취업을 포기하는 동료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대주관 관계자는 “공동주택이 점차 대규모로 조성되면서 한해 예산규모만 100억원 이상인 단지가 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 입주민의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과 투명하고 안전한 관리를 위한 자격시험의 난이도 상향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험문제의 오류가 아닌 난이도에 대한 이의제기는 제도의 근본취지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과다배출된 기존의 주택관리사 현황까지 고려한다면, 난이도가 좀 더 오를 필요가 있다”면서 “2020년부터 시행하는 ‘선발예정인원제’가 조속히 정착하면 출제수준에 대한 불만과 과다배출 논란이 함께 수그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관리사는 중장년층에게 최고 인기 자격 중 하나지만, 시험과 취업경쟁의 이중관문을 뚫고 막상 관리사무소장이 되고 나면,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기도 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자가 나오기도 하는 고난도 직업이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줄을 잇는다.
대주관의 다른 관계자는 “협회는 과다배출 문제해소와 오피스텔 등 주거용, 비주거용 집합건물의 투명하고 안전한 전문관리를 위해 주택관리사 활용방안을 지속 제기하고 있다”며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제2의 인생을 위한 생계수단이란 인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전문자격시험을 준비한다는 자세로 임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