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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찌나 야박하게 되었는지 요즈음은 거리의 책가게에 들어가서 책을 좀 서서 읽을 수도 없습니다. 좌판 위에 놓인 새로 나온 월간잡지를 이것저것 뒤적거려 보는 것이 조그마한 생활의 낙이라면 낙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요만한 자유마저 용납되지 않습니다. 광화문이나 종로거리의 책가게에 들어가서 5분 동안만 책을 들고 서 있어 보십시오. 점원아이들의 얼굴표정이 달라지지 않는 책가게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김수영 전집 ‘요즈음 느끼는 일’에 나오는 글의 일부분이다. 발표된 시점이 1963년도인데 아마도 이때는 지금처럼 자유롭게 책을 읽다가 그냥 나오지 못했나보다.
이를 테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여유를 부리며 서점 안을 노닐었을 테지만, 주머니가 비어있는 사람은 주인이나 점원의 눈총이 무서워 책을 펼쳐보기는커녕 만지기만 하고 후닥닥 나와야 했나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서적이 아닌 월간잡지이니 그 안에서 눈으로 소비하고 말면 팔기가 어려웠으니 이해는 간다.
시낭송으로 호프데이 문을 연 주인공 심춘자(우)씨와 소윤서(좌)씨
요즘은 어떤가.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아 출판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지 오래다. 국민의 독서율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라는데 저마다 '시간이 없고, 책값도 비싸고...' 등등 이유를 든다.
그러나 이들에게만큼은 이런 발언이 예외다. 바로 우리말과 우리글, 우리문화의 자긍심을 한껏 고양시키는 대한민국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다.
이들은 늘 책을 들고 총총걸음으로 도서관과 서점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들이 있기에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고는 하나 결코 출판 산업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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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춘자 학우 어디 갔어요?”
“아니요, 저쪽 주방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리로 가보세요.”
30일 저녁,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경기지역 방송대 국어국문학과가 주최한 일일주점에 참석하는 호사를 누렸다. 제 32대 학생회 일원인 심춘자 씨와 문예진 씨의 초청 덕분이다.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사람이라면 방송대에 관해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 옛날과 다르게 입학내지는 편입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완전 달라졌다. 내 주위에 있는 지인 한분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시 글쓰기를 좋아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그리고 교직 은퇴 후 이곳에 들어가 재교육을 통해 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면서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이처럼 현재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의 이력은 각양각색이고 다양하다. 또 저마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문학’을 사모해 평생 이 길로 들어서겠다며 방송대에 들어섰다. 문학이라는 매개체로 한데 뭉쳤다.
“언니, 저분은 60세가 넘으셨지만 우리들은 서로 ‘학우’라고 불러요. 생물학적 나이는 서로 신경 쓰지 않지요. 우리가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학교 다니기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서로가 존중하는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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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해 도전하는 제32대 학생회 일일주점’, ‘사랑과 감동을 주는 경기지역대학 국어국문학과’, ‘호프 데이를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입구 계단부터 쓰인 문구들이다. 주최 측이 준비하면서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솔솔 전해졌다. 그런데 진짜 감동은 주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오후4시부터 딱 10시까지만 하는 호프데이 티켓 500장이 동이 났다. 티켓의 매수는 차치하고라도 나이와 성별 불문하고 삼삼오오 공간을 메운 학우들의 표정이 축제를 연상시켰다. 행복의 온도는 끊임없이 높아지는데 여기에 심춘자·소윤서 씨의 시낭송, 박승준 씨의 팬 플룻 연주, 소리공간 기타 동호회의 연주 등 공연이 보태지면서 행사장 온도는 한층 가열됐다.
나의 친구 문예진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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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통섭의 식당’이란 바로 이럴 때 쓰이는 말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왜냐하면 분위기 못지않게 주문되어 나온 음식들이 한결같이 정갈하고 맛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과일, 파전, 골뱅이 무침, 소시지 모듬 등 모두가 학생회 학우들이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준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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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돋은 흥은 밤10시가 가까워지면서 열기를 식혀야 했다. 우리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만큼 그들의 정리 또한 깔끔하리라.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문을 나섰다. e수원뉴스 시민기자인 문예진 씨와 심춘자 씨의 초대로 사람냄새 제대로 만끽했다는, 뿌듯한 가슴을 부여잡고 버스에 올랐다.
참 아름다운 밤거리의 광경이 차창 밖으로 휙휙 지나갔다. 오늘만큼은 돈 많다고, 권력이 높다고 하는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으리라.
첫댓글 우리 학우가 아닌 그러나 정감있고 따뜻한 마음으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남겨 주시니 감사하네요.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아름다운 분이라고 생각됩니다. 국어국문학과 학우들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더불어서 하나가 되는 것이 더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예진 국장님은 아주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부러워 주겠어요 (아! 나도 좋은 친구들이 있구나! 실수!)
후기에 재능있는 인재들이 많이 등록하기를 바라는 마음 큽니다
32대 국어국문학과 호프데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겠습니다
시민기자 김해자라 해서 울 자의누리 9기 언니인가 했더니 아닌가.....![하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46.gif)
...![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56.gif)
실히 도장 찍어야 해요 ![^0^](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0.gif)
사진이쁘게 나왔네요 역시 국문학도들은 한 인물 하지요
헌데 통성명이 바꼈어요 . 심춘자 (좌), 소윤서 (우 ) 이쁜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