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살아 숨쉬는 청주(淸州) 상당산성(上黨山城) 답사(踏査) 후기

[에브노말]

역사가 살아 숨쉬는 청주(淸州) 상당산성(上黨山城) 답사(踏査) 후기

  2015. 11. 17

어젯밤 단비가 내리고 난 상당산성 입구에는 가을비를 맞고 떨어진 낙엽들로 뒤덮여 있다. 붉고 노란색의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 아름다운 낙엽 길을 연출하고 있다.

 상단산성 위치도

이곳 청주지방은 삼국시대 백제, 고구려, 신라의 세력이 충돌이 잦았던 곳으로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성벽을 쌓아 국방을 튼튼히 하였던 곳이다. 상당산성은 백제시대에는 토축성(土築城)이었다가 임진왜란(壬辰倭亂) 중인 선조(宣祖) 29년에 수축(修築)된 이후 숙종(肅宗) 42년부터 45년까지 충청병사 유성추(柳星樞)의 감독으로 대대적인 성벽(城壁) 개축이 이루어진 조선 중후기의 대표적인 석축성(石築城)이 되었다. 둘레는 4.2km, 내부 면적은 727.276㎡로 전형적인 포곡식(包谷式) 내탁공법의 성이다.

 상당산성 개념도

산성을 기본적으로 토성(土城)과 석성(石城)으로 구분한다. 그 외에 토석 혼축성(混築城), 나무로 울타리를 만든 책성(柵城)도 있지만, 산성의 기본적인 축성(築城) 재료는 흙과 돌이다. 토성은 흙의 속성상 급경사를 만들지 못한다. 그래서 토성은 일반적으로 산의 정상부(頂上部)와 능선상(稜線上)에 구축(構築)한다.

공남루 앞에서 기념촬영

그러나 석성은 흙에 비하여 쌓기는 힘들지만 한 번 쌓으면 오래 간다는 특징이 있다. 석축성의 축성방법은 산의 사면(斜面)에 의지하여 한쪽 성벽만 지상(地上)에 노출(露出)되도록 편축식(偏築式)과 양쪽 성벽 모두 지상에 노출되도록 쌓은 협축식(協築式) 성벽이 있다.

상당산성의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는 문인 공남문(控南門)

산성의 형태로 봐서 테뫼식 산성, 포곡식 산성, 복합식 산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테뫼산성은 산의 정상을 중심으로 평활(平闊)한 산정상부를 선택하여 정상부를 돌아가듯 쌓은 산성이며 그 규모가 작다. 포곡식 산성은 성곽(城郭)안에 계곡(溪谷)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형식이다. 복합식 산성은 성곽안에 산꼭대기와 계곡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형식으로 일부지역은 테뫼식 산성이고 일부지역은 포곡식 산성이 결합해서 이루어진 복합형식의 산성이다.

<사진자료제공 : 다음>  

 

오늘 답사한 상당산성은 포곡식 산성이다. 포곡식 산성은 성곽안에 하나 또는 여러개의 계곡을 감싸고 있는 성을 말하며 규모가 테뫼식보다 크다. 성안에 물이 풍부하고 활동 공간이 넓을 뿐 만 아니라 외부에 대한 노출도 테뫼식보다 훨씬 적어 장기전(長期戰)에 사용되었다. 계곡부가 포함되어 있어서 성내의 가용(可用) 면적을 넓게 사용할 수 있고 수원(水源)이 포함되어 있어 주민들이 평상시 거주하거나 지구전(持久戰)이 가능토록 한 산성이다. 청주의 상당산성을 포함하여 서울외곽의 북한산성과 남한산성, 부산의 동래산성, 공주의 공산성 등이 포곡식산성의 예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상당산성은 동문, 서문, 남문의 3개의 문과, 동북암문, 서남암문의 2개의 암문, 치성 3개소, 수구 3개소가 남아있다. 상당이란 명칭은 백제 때 청주의 지명인 상당현(上黨縣)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백제시대 청주목(淸州牧)이 상당현(上黨縣)이라 불렀다.

 포곡식인 상당산성의 개념도

바로 앞에 전개되는 상당산성의 남문이며, 이 산성의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는 문인 공남문(控南門) 앞에 도착했다. 무사석(武砂石:네모반듯한 돌로 층을 지어 높이 쌓아올린 석축)의 홍예문(虹霓門)을 만들고 그 뒤에 목조 문루(門樓)를 세웠다. 성문의 높이는 3.5m, 너비는 4.2m 이다. 석축 부분만 남아 있었으나 1977년 문루를 복원해 옛 모습을 찾게 되었다. 홍예문의 성벽에는 성벽 축조완공 표지석이 있는데 이 표지석에는 貞洞(정동) 吳等(오등), 虞候(우후: 그당시 청주읍성에는 兵馬節度使를, 그 배후의 성인 상당산성에는 兵馬虞候를 두어 방어했다) 李燁(이엽), 內監(내감:안쪽 감독) 朴宗昱(박종욱), 外監(외감:바깥 감독) 趙繼玩(조계완), 壬戌 四月 日 千一百七十六 坪 全築 (임술 4월 일 천일백칠십육평 전축:모두 쌓음). 참고로 병마우후의 벼슬은 병마절도사를 보좌하는 종3품 외관직(外官職) 무관(武官) 벼슬이다. 홍예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가면 일반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하여 옹성(甕城)으로 이루어졌는데, 여기는 네모진 돌을 쌓은 용도(甬道:길 양쪽에 담을 쌓은 길)가 설치되어 있었다.

홍예문(虹霓門)을 이룬 공남루와 뒷벽에 있는 네모진 돌을 쌓은 용도(甬道)

성벽 축조완공 표지석

공남문 천정의 벽화

드디어 성을 답사하는 차례가 되었다. 계단을 밟고 성에 올랐다. 성벽의 길이 넓고 성벽도 잘 복원되어 있어 눈에 들어오는 경관이 장관이다. 수원화성에서 본 것과 같은 여장(女墻)이 친근감을 준다. 여장은 성벽위에 설치하는 낮은 담장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적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구조물이다. 여장은 여첩(女堞), 타(垜), 성가퀴 등으로 다양하게 부른다. 여장에는 적과의 전투에서 적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기 위하여 총안(銃眼)을 설치하였는데,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원총안(遠銃眼)과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 기위한 근총안(近銃眼)이 마련되어 있어 멀리 있는 적과 성벽 가까이 닥아오는 적을 효율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성길을 시계방향으로 따라올라 가니 포곡식 성벽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서쪽 방향으로 성길을 따라가니 문화해설사가 여기가 포토 존(photo zone)이라고 기념 촬영을 하라고 한다. 여기서는 청주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고 하는 데, 오늘은 운 나쁘게 운무(雲霧) 현상으로 멋있게 펼쳐진다고 하는 청주시가지의 조망을 잡을 수가 없어서 촬영을 포기했다.

공남문의 성벽을 올라가고 있다

성벽위에 설치하는 낮은 담장으로 이루어진  여장(女墻)

멀리 있는 적을 공격하기 위한 원총안(遠銃眼)

 가까이 있는 적을 공격하 기위한 근총안(近銃眼)

아름다운 성벽 1

아름다운 성벽 2

치성에 대해서 알아보면 성벽 바깥으로 성벽의 일부를 덧대어 내밀게 쌓은 상당산성치성(上黨山城雉城)이 보인다. 치성의 雉는 꿩을 의미하는데 꿩이 제 몸을 잘 숨기고 밖을 잘 엿본다는 뜻에서 이런 명칭이 생겼다. 치성은 전술상 평지성문의 좌우, “또는 성벽이 곧게 뻗은 부분에 주로 설치된다. 여기서는 서남암문 동측에 치성을 만들어 방어력을 높였다. 성벽이 굴곡을 이룬 곳에서는 치성을 설치하지 않고 성벽이 곧게 축조되어있는 곳에 치성을 설치하여 방어력을 높이고 있다.

성벽의 일부를 덧대어 내밀게 쌓은 상당산성치성(上黨山城雉城)

상당산성치성 옆에 상당산성 서남암문(上黨山城西南暗門)이 나타난다. 암문이란 몰래 드나드는 사잇문을 말한다. 성벽 산 바깥 아래에서 드나드는 모습을 잘 볼 수 없는 곳에 설치했다. 이곳에서 아군이 사람과 가축 식량 등을 성안으로 몰래 들러오거나, 적군 몰래 아군을 성 밖으로 내보내어 연락을 하거나, 적의 뒤쪽으로 출동하기 위해 나가는 용도로 만들었다.

상당산성 서남암문(上黨山城 西南暗門) 1

상당산성 서남암문(上黨山城 西南暗門) 2

운무는 더 짙어지고 시야의 가시거리는 점점 짧아진다. 마치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 몽롱한 경지에 빠져든다. 산행과 답사를 하면서 이런 환경 경험은 처음이다. 비탈길을 한 참 올라오니 청주상당산성의 서문인 미호문(弭虎門)이 보인다. 이 문은 평식 성문을 하고 있다. 청주병영이 있던 구도심과 가장 가깝게 연결되는 성문이지만 경사가 급해서 그런지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비상시에만 사용하기 위한 성문으로 여겨진다. 성문에는 별도의 옹성이나 치성을 쌓지않고 성문 양쪽을 돌출시켜 옹성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운무속에 성길을 걸으며

성길을 걸으며

청주상당산성의 서문인 미호문(弭虎門)이 운무속에서 자태를 나타내고있다

앞에서 본 미호문

미호문(弭虎門)현판

 미호문과 대원들

미호문에서 동쪽으로 오르는 성곽길은 경사가 급하고 길도 좋지 않는 곳이 있어 신체에 부하(負荷)가 느껴진다. 동문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다. 비탈길을 오르니 상당산성 포루터 (上黨山城 砲樓 址)가 나온다. 포루는 성벽 안쪽에서 밖을 향하여 화포(火砲)를 발사하기 위해 방어하기에 긴요한 곳에 만든 군사시설이다. 상당산성에는 15곳에 포루를 만들었는데, 대략 240m 간격으로 하나 씩 둔 셈이다.

안내 표지판

상당산성 포루 터 안내판

 성벽길과 성벽

조금 올라가니 상당산성 북쪽 수구(上黨山城 北水口)가 나온다. 성안에 물을 끌어들이거나 내보내는 시설을 수문(水門)이라고 하는데, 규모가 작은 것을 수구(水口)라고 한다. 일부러 수구를 모형화해서 안내문과 함께 설치를 해놓아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상당산성 북쪽 수구(上黨山城 北水口)

상당산성 북쪽 수구(上黨山城 北水口) 안내판

가파른 성벽길

운무는 걷일줄 모르고

고개 마루에서 언덕길을 내려오니 상단상성 동북암문이 나온다. 이 암문을 거쳐 동문인 진동문(鎭東門)에 도착했다. 진동문은 지금 보수 공사가 한창이라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진동문은 우리나라 산성에 흔한 평문의 형식을 하고 있다. 이문은 무사석을 5단으로 쌓고 그 위에 장대석을 2개 올려놓아 안정감이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상단상성 동북암문 1

상단상성 동북암문 2

동문인 진동문(鎭東門) 1

동문인 진동문(鎭東門) 2

또 오르막 성길은 이어지고

진동문을 지나니 가파른 언덕길이 조금은 일행들을 힘들게 한다. 또 내리막길이 전개된다. 내리막길 오른 쪽에는 성내에 있는 산성동 마을이 보인다. 성내에는 과거에 구룡사 및 남악사와 장대사 3개의 사찰과 암문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관아건물과 장대, 포루, 창고 등이 완성되어 적을 방어하는 진지의 면모를 갖추었고, 이후에도 계속 보수 되었다고 한다. 이 마을은 과거 적의 공격을 받았을 때, 온갖 수난을 겪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안전하면서도 항상 불안에 떨어야 했던 백성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산성동 마을 1

산성동 마을 2

상당산성 보화정 동장대(上黨山城 輔和亭 東將臺)에 도착했다. 장대는 사방을 조망하기 좋은 곳에 세워 지휘에 용이하게 것으로, 동장대는 상량문에 의하면 조선 영조 19년(1473)에 세웠다고 기록되어있다고 한다. 보화정이란 이름은 모든 주민들의 화합된 의지로 지킨다는 뜻이 담긴 ‘孟子‘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에서 따온 것이다. 이 동장대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로 1992년 12월 15일에 재건되었다.

상당산성 보화정 동장대(上黨山城 輔和亭 東將臺)

상단산성 보화정 안내판

동장대를 지나서 산성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소호지>란 저수지가 나온다, 지난 여름철에 저수지의 물이 말라 지금은 저수량을 늘이기 위해서 준설(浚渫) 작업을 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산성동 마을 앞에 있는  <소호지>란 저수지

상당산성은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기 까지 영호남과 서울로 통하는 통로를 방어하는 요충지(要衝地)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임진왜란을 거쳐 조선시대 후기에 이르러 군사적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던 곳이다. 상당산성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축성 상태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산성으로, 복원된 것이지만 옛 모습 그대로 청주 시민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성길을 올라오면서 바라본 공남문 쪽 성길

[夢谷]

정말 놀라운 답사기일세.
학문적 접근으로 읽는 이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 주는 기막힌 보고서일세.
안개 자욱한 답사길에 나선 그대들은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복노인이고...

[오작교]

수고 덕택에 앉아서 감상 잘 하였네...무슨 문화재 백과사전을 읽는 기분일세... 운무가 운치는 있는데 촬영하는데는 방해가 되었겠군...

[경제부총리]

우리의 사진전문 기자 윤중 선생의 문화 유적 연구 논문같은
답사기를 읽었네. 새롭게 공부하는 느낌일세. 그런데 치성과 여장은 어떻게 다른가?
설명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려워서...ㅎㅎ 하여튼 수고 많이하셨네.

[솔뫼]

산대장과 아울러 우리 한악회의 전문사진기자겸해설사님의 활약으로 우리 대원들은 정말
멋지고 아륻아운 산행을 즐겁게 신나게 늘 아라차차 으라차라 어여차~~~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