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충청도 당진 봉화산 아래짝 둠벙에 사는 물방개유. 논도랑이나 하천에 마실 다니며 노는 하찮은 목숨이쥬. 꺼멓고 딱딱헌 등껍질을 가졌지만 맴은 모질지 뭇허고 행동이 굼뜨지 않아 지법 재바르구먼유.
재주가 신통찮다보니 지픈 물속까지는 들어가들 뭇허유. 기냥 수면 아래 얕은 디서나 툼벙거리며 물잠자리 같은 것이 놀러오기를 기다리곤 허쥬. 그러다 물 밑바닥서 메기나 잉어 같은 놈들이 꼬리를 탕탕 후려치며 나타나먼 거센 물살에 바깥으로 퉁겨져 나갈까봐 부들이나 왕골을 꼭 붙잡고 있슈. 워쩐대유. 살기 위해서는 힘센 무리들이 행차를 마칠 때까지 얌전히 숨죽이고 있어야지. 그게 심(힘) 없는 것들의 숙명 아닌개뷰. 워쩌다 사나운 바람이 물결을 한바탕 휘젓고 달아난 뒤 우렁이나 소금쟁이 게아재비 같은 동지들을 만나먼 워치기나 반갑구 의지가 되든지유.
지 등껍떼기 좀 보슈. 때깔이 얼마나 고고헌가. 대뜸 봐도 흑진주 같잖유? 가장자리에 금줄까지 둘렀슈. 줄방개라 불리는 물땡땡이허군 차원이 다르유. 모냥새는 얼추 비슷허지만 지는 단백질이 들어있는 것만 골라서 먹유. 육식성이란 거쥬. 물땡땡이가 썩은 식물을 먹어치우는 연못의 청소부 노릇을 한다면, 지는 붕어마름, 물옥잠, 생이가래 같은 푸성귀 따윈 죽어도 입에 안 대유. 입이 고급이란 말유. 입만 고급인 줄 알유? 취향도 고급이유.
물자라, 물장군, 장구애비들과는 분명히 다른 구석이 있슈. 물에 사는 곤충이라고 한통속으로 보면 곤란허유. 습성이 다 같지는 않으니께유. 물장군은 먹이를 닥치는 대로 집어 삼키는 탐욕이 흠이구유, 장구애비는 작은 물고기를 잡아서 즙을 쏙 빨아먹고 껍데기만 남기고서는 시치미를 뚝 떼는 응큼한 구석이 있어 정이 안 가더만유.
원젠가 물맴이가 비아냥거리며 묻데유. 너는 왜 가만있질 뭇허고 여기저기 헤집고 싸돌아댕기고는 허능겨? 때 웁시 철학자처럼 실눈을 떴다 감았다 당최 눈꼴 시려서 못 보겠다야. 세상이 뭐 별거냐? 니가 무슨 스쿠버다이빙을 한답시고 물속을 들락거리며 자맥질을 해쌌고 그려. 나처럼 실바람 물결에도 뱅글뱅글 춤을 추며 살면 오죽이나 좋아. 궁상 작으메 떨구 저처럼 할랑할랑 댄스나 추며 가비얍게 살라고 어벌쩍 훈수를 두더라구유.
그류. 물맴이 말도 맞유. 그치만 산 목숨들은 죄다 욕망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잖유. 지는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슈. 암만 물방개로 시상에 왔지만 우물 안 개구리는 되기 싫다구유. 수심 지픈 곳을 쏜살같이 오가는 메기나, 급할 것 웁다는 듯 대감처럼 뻐끔뻐끔 여유부리는 잉어들은 뭔 생각을 허는지, 진흙 속에서 뒹구는 미꾸라지는 또 워처게 숨을 쉬는지 궁금허단 말유. 그러니께 심장이 벌렁대두 다이빙을 허구는 허쥬. 되는대로 살지 뭐러 그런 골치 아픈 걸 알려 하냐구유?
그러기 말유. 암만도 팔자소관이겄쥬. 수중도 아닌 공중도 아닌, 물과 공중이 만나는 경계선인 수면을 생활의 터로 삼았으니, 날든가 가라앉든가 둘 중 하나를 하라는 신의 뜻이 담긴지도 물르겄슈. 눈을 좌우, 상하 두개씩 네 개를 달아 준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유.
누가 그러데유. 살기를 포기한 물괴기만이 허옇게 배를 뒤집고 물 위로 떠내려 간다구. 산 것과 죽은 것의 차이. 호기심과 욕망이 빠져나간 삶은 죽은 것이나 다름 웁쥬. 안 그류? 다슬기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는 듯 웁는 듯 살 수도 있구, 물맴이처럼 물위서 맨날 춤이나 추며 살수도 있겠지만 한번 뿐인 삶인디 그렇기만 살다가기는 이응 밍밍허구 싱겁잖유. 여기도 머릴 디밀어보고 저기도 발을 찧으면서 삶을 풍성하게 가꿔보는 것이쥬.
듣자허니 저기 연어 같은 것들은 태평양 어디까지 나갔다 돌아온다고도 허구, 강바닥 뱀장어도 바닷물이 들어오는 어귀에서 놀아야 몸땡이가 실허고 영양가가 높아진다고 허더라구유. 파도 넘실대는 바다로 나가 긴장을 맛보고, 불안도 겪어보고, 더불어 자유와 평화를 누리면서 수없이 격랑의 파도타기를 해봐야 제대로 성어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닐는쥬.
잔챙이 괴기가 가시는 세다는 말이 있슈. 아직은 보는 눈이 넓들 뭇혀서 둠벙이나 저수지만 맴돌 뿐이지만 배움을 익히고 소양을 쌓다보면 은젠가는 강물로 뜀박질해갈 수 있겠쥬. 더러 녹색 광택이 나는 등짝을 살살 밀어주는 바람과 개구리밥이며 자라풀, 어리연 같은 물풀들의 노랫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진 않유. 그런 날은 공연히 입이 헤벌쭉 벌어져서 냉큼 구름위로 날아가는 꿈을 꾸기도 허는디... .
살아내기가 수월한 날은 하루도 웁슈. 요새는 물이 자꾸 오염되고 생태계가 흐려져서 지도 숨이 컥컥 막힐 때가 많구먼유. 이러다간 지 같은 것들 보기도 쉽지 않을 날이 올 것 같유. 개수가 줄어드니 동료들 만나기가 여간 어렵지 않네유. 가슴 아픈 일이쥬. 시류에 합류해서 매가리 웁시 대충 사는 맹꽁이들이 있지만 지는 심 닿는디까지 파고들어가 보려구유. 발 돋우고 뛰어봤자 별수 웁다고 물맴이 녀석이 여전히 퉁바리를 주겠지만 포기는 허지 않을 거유.
여름은 지 철이 아닌감유? 소나기도 장맛비도 이젠 두렵지 않다니께유. 다릿살이나 좀 짱짱했으면 싶유. 거미도 줄을 쳐야 벌레를 잡는다구 파피루스에 문자를 짜 맞추려면 뒷심이 받쳐줘야 허잖유.
큰물 나고 나먼 잡동사니는 죄다 떠내려가고 있을 것만 남아 있더라구유. 그럴 때는 어디든 발이 닿으면 죽기 살기로 뿌리를 내리는 식물한테서 본을 배워야 허유. 무슨 일이 있어두 목숨은 지켜야 허니께 단단한 갯버들뿌리 신세를 지는 수밖에유.
그렇기 용케 살아남아서 천천히 숨 한번 길게 들이마시고 물밑 지픈 곳으로 만행을 떠나려는디 괜찮겄쥬? 들어가서 메기나 장어와 부딪치면서 한 마장 귀동냥이라도 하게 되면 푸른 새 터럭이 돋아나지 않겄슈. 워치기 허면 그토록 결이 곱고 향그러운 비늘을 만들 수 있는지, 뭘 먹으면 근엄한 수염대신 재치와 유머 넘치는 지느러미를 달 수 있는지, 네 개의 눈으로 낱낱이 살펴 보려는디 잘 될라나 모르겄네유.
보호망도 웁시 부실한 등피로 뭣 땜에 그런 부질없는 짓을 헐라느냐구유? 그렇기 눈 땡그랗게 뜨고 쳐다보지 마슈. 다른 뜻은 웁스니께. 굳이 변(辨)을 하자면 허물을 벗기 위함이랄까, 쳐진 더듬이를 빳빳이 세우기 위한 몸짓이랄까 뭐 그런 거유.
오래 살다보먼 해파리헌티도 뼈가 생긴다는 말이 있데유. 누가 알유? 진득허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면벽한 스님이 도를 깨우치듯 어느 참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는지.
지 몸에 날개가 있다는 것을 알유? 새끼 연어가 알래스카 연안으로 먼 여행을 하고 돌아와 마지막 의식을 치르고 여정을 마감하드끼, 이 물방개도 언젠가는 습지에 알을 낳고 죽기 전에 꼭 한번 날아오를 거구먼유.
얼러리, 원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댜. 해가 뉘엿뉘엿 허네유. 싸게싸게 걸망을 챙겨야겄슈. 응원 부탁휴.
(전성순 님의 수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