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규에게 배운 담배 끊은 얘기

[윤석]

담배.
나는 그걸 20년을 넘게 피웠었다.
코흘리기개 시절에 호박잎 말아 콜록대며 처음 피워본 담배.
아마도 초등학교4~5학년때 볏가리 옆에서 성관이와 몰래 피워본 게 처음이었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담배를 배운 것은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부터이지.
누구한테 배웠다 할 것도 없지만 꼭 기억해낸다면 바로 강익규였어.
장장 20리가 훨씬 넘는 등, 하교 길을 통해 우리보다 세상물정에 한발 앞서 눈을 뜬 익규한
테 배운 거지.
멋진 갑에 담긴 희망이란 담배 몇 가치를 얻어 피운 게 그 긴 세월의 시작이었지.
사실 익규에게는 담배만 배운 게 아니고 여물지도 않은 거시기 흔드는 것도 배웠어.
우리 큰집 사랑방에서 숨죽여가면서 아픔을 참으며 배웠지.
그때 나하고 성관이 , 왕수, 영환이하고가 익규의 수제자였지.
광호도 끼었을걸.
본격적으로 피운 것은 고등학교2학년때부터 이였지만 익규한테 배운 담배는 중2부터 빠끔
거리기 시작했어.
이때부터 가끔 아버지 봉초와 새마을을 몰래 훔쳐다 피웠지.
봉초는 궐련을 다 말고 난 다음의 맨 하급 초였지.
담뱃대에 꾹꾹 눌러 담아 빨아대는 봉초는 옆에만 앉자있어도 쓰고, 독한 냄새가 머리를 띵
하게 했었지.
그나마 나은 게 새마을 이였는데 이걸 훔쳐 피다 걸려 죽도록 맞기도 했었지.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돈을 아끼느라고 평생을 그 쓰디쓴 하급 초만 피우시다 세
상을 떠나셨어.
끝내는 그 담배가 당신의 인생을 빨아들여 폐암으로 고생하시다 가신지 올해로 만9년째이
지.
바로 엊그제가 忌日(기일) 여서 시골에 가서 제사를 모시고 왔지.
그렇게 아버지를 여의고도 나는 담배를 즐겼지.
그것도 하루에 2~3갑씩이나 피웠어.
얼마나 좋아하고, 중독 됐는지 담배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지.
그런 가운데 큰아들이 고등학교 다닐 때 제 아비 닮아 공부 안하고 농땡이 치다 전문대학을
간 거야.
6월까지 두어 달 다니더니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할말이 있다는 거야.
아버지 도저히 재미가 없고, 비전도 없어 학교 못 다니겠으니 재수하겠다는 거였지.
어떡하겠어 그래 열심히 해서 네가 원하는 대로 이뤄봐라 했지.
며칠 후에 이 녀석 머리삭발하고 스파르타식학원에 들어간다고 이불보따리 싣고 가는데 왠
지 울적하더라고.
제 엄마는 안쓰러워 손을 잡고 비비적대는데 아비라고 할말이 있어야지.
겨우 한다는 말이 기왕 마음먹은 거 열심히 해봐라 이였어.
거기다 한참 생각 끝에 뭔가 보여줄게 없을까하다 내뱉은 말은 나 자신도 놀란 엄청난 발
언.
아버지도 내일부터 담배를 끊을 테니 너도 마음 굳게 먹고 해보란 것이었다.
학원에 떼 놓고 오는 기분이 착잡하기도 했지만 더 큰 걱정이 무슨 배짱으로 담배를 끊는다
고 했는지 그렇게 원망스럽고 후회가 되더라고.
그동안 금연한다고 파스 붙여보고, 금연초도 피워가며 호들갑을 떨다 몇 번을 실패했었던
악몽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거야.
그날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지.
밤새 뒤척이며 고민을 한 거야.
그렇게 뜬눈으로 밤을 새웠지.
걱정스럽게 아침밥을 먹고 버릇처럼 담배 네 대를 피운 후에 출근길에 올랐지.
그렇게 악착스럽게 빨아댔는데도 5분도 안돼 담배생각이 굴뚝인 거야.
연신 목에서는 잔기침이 킁킁 밀려나오는데 말야.
얼마나 화가 나는지 차에서 내려 담배를 길바닥에 내팽개쳤어.
라이락이라는 담배를 폈는데 무려 여섯 갑이나 되더라고.
구둣발로 짓뭉개는데 지나던 행인이 씩 웃는 거야.
창피하기도하고, 멋쩍기도 한 상황인데 이 사람이 오더니 담배끊으시게요 하더라고.
그러더니 그 담배를 주워 가드라니까.
얼마나 아까운지.
결국엔 라이터까지 줬지.
그러고 다시 한10분쯤 흘러 신호에 걸려 기다리는데 담배생각이 굴뚝인 거야.
다 주지 말고 한 갑이라도 남길걸 하는 후회가 막급하더라고.
순간 재떨이의 꽁초가 눈에 띠는데 얼른 손이 가드라니까.
머리를 흔들며 달려간 게 사무실이 아니고 목욕탕 이였어.
담배 생각만 나면 찬물로 들어가 허우적대길 한나절.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와서 사무실엔 얼씬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지 뭐야.
담배 생각나면 사탕을 하나씩 깨물고, 팔뚝에 고무줄을 두르고 가끔 한번씩 튀겨준 거야.
고무줄 튀기는 통증 때문에 담배생각을 잊어버리려는 고육지책이었지.
그러나 미치겠더라 고.
밤새 잠이 안 와요.
천장에 담배가 둥둥 떠다니고, 손엔 담배가 끼어있는 것 같아 수시로 입에 갔다 대보았지.
그렇게 며칠이 흐르는 동안 소위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거야.
우선 집중력이 떨어져 남하고 대화가 안되고, 불안한 거야.
수시로 몸서리가 쳐지기도 하고, 귀에서 소리도 나더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금연했다고 하니 낄낄대고 웃고, 인심 좋게 담배 한 가치씩 손에 지어주는
거야.
문제는 노름판이야.
어쩌다 고스톱 판에 끼게됐는데 이게 집중력이 떨어지니 계속 돈을 잃는 거야.
담배생각이 그렇게 간절할 수가 없더라고.
담배생각 때문에 다른 생각이 안 날 정도야.
거기에다 금연 일주일만에 중국 출장 길에 올랐지.
잘 아는 사람들하고 나선 출장이었는데 금연했다고 하니 너도나도 담배만 피려하면 내 콧구
멍 밑에 와서 피는 거야.
살살 불어주기도하고, 틈만 나면 한 가치씩 주는 거야.
정말 미치겠더라 고.
그 일주일이 고비였던 거 같아.
보름쯤 안 피고 나니 그동안 안 피운 게 그렇게 대견스럽더라 고.
더욱 아들한테 끊는다고 큰소리쳐놓고 못 끊으면 아비의 체면이 말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유혹을 물리칠 수 있게되더라고.
별 짓을 다하며 여러 번 끊는다고 몸부림치던 건데 역시 자식이 무섭더라고.
그게 벌써 올해로 벌써 6년째지.
지난해부터는 금연기념파티를 하기로 했어.
케이크 사다놓고 온 식구 들러 앉자 노래도하고 선물도 주더라고.
근데 문제는 아들들이었지.
요 녀석들도 고2때부터 피기 시작했어.
그런데 다행히 이 녀석들이 올해 들면서 금연을 선언한 거야.
작은애가 먼저 끊었는데 구랍 25일께 마지막 휴가 나왔다가 귀대하면서부터 안 피운다네.
군대에서 끊고 나오면 틀림없는 거래잖아.
거기에다 큰애도 신년 들어 담배를 끊는다는 거야.
아직 한 달이 다되도록 안 피우니 일단 성공한 것 같더라고.
다행히 내가 담배끊는 바람에 큰애 제 뜻대로 4년제 대학가서 공부 잘하고있지.
이놈이 기회만 되면 우리 아버지 대단하다고 자랑하네.
담배끊었다고 말야.
머지않아 장가갈 나이야, 스물 여섯이거든.
하긴 금연의 부작용도 있긴 하더라고.
담배끊고 나니 몸이 얼마나 부는지 금연6년만에 14kg나 늘었다 네.
그러나 틀림없는 사실은 입에서 냄새 안 나지, 남의 사무실에 가서 재떨이 없어 손에다 안
털어도 되지, 인간답게 살게 됐지 뭔가.
또 담배끊고 나면 자신감도 생겨.
내가 그 독한 담배도 끊었는데 무엇을 못할까하는 배짱도 생기더라고.
기왕에 금연한 친구들 어렵더라도 꼭 성공들 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