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이 말썽을 부리더니 허리까지 속을 썩였다. 전부 퇴행성이 원인이다. 관절은 나름대로 잘 대처하여 견디었는데 작년 후반 들어 허리와 엉치뼈 사이에 통증이 오기 시작하더니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나름 대처를 잘하더니 그것도 한계점에 도달하여 명의와 연결되어 모든 검진을 끝낸 후 원인을 찾아 수술을 하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 편인데 특진의 절차로 빠른 시일 내에 처치가 가능 해졌다. 최근 처남도 그곳에서 수술을 받은 후 쾌유되었다. 이러던 차 생활 주거환경에 긴급한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 동안 엘리베이터 교체작업으로 운행이 정지된 것이다. 16층인 우리 생활공간을 걸어서 올라야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20층 너머까지 올라가야 하는 사람들 보다는 형편이 좋은 편이다. 나는 매일 10,000를 걷기 때문에 늘 건각이 살아 있어 힘들이지 않고 오르고 내려갈 수 있지만 제 노는 지금 몸상태로 오르고 내려가는 일은 많은 부담이 있다. 다음 작업은 측량 이후부터 시작해야 할 일이라 모처럼 주말에 쉴 수 있어 산막으로 가 쉬겠다고 생각하고 짐을 꾸리다, 제노가 올라오다 아니면 내려가다 통증이 심해 주저앉으면 대처해 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아 포기하려 하자 괜찮으니 내려가라 하며 이것저것 꺼내 챙겨주며 등을 떠밀었다. 안된다고 하자 막무가내다. 그렇다면 안전 스틱을 시용하라고 꺼내 놓고 가겠다고 하자 펄쩍 뛰면 싫다 고한다. 하긴 자존감이 강하고 인내하는 것 또한 강한 편인지라... 그러면서도 다시 또 주저앉으려 하자 떠 밀려서 파이와 함께 산막으로 왔다. 어차피 월요일 측량이 준비되어 있어 월요일 새벽에 서울에 도착해야 한다.
주말이 가까운 금요일이라 도로가 정체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한 것이 적중하였다. 점심시간 때를 이용하면 이동차량이 그만큼 줄어든다. 쾌속으로 달려 도착한 면소재지, 잠시 차를 세우고 막걸리와 안줏거리를 챙겨 산막으로 올라왔다. 잔디가 그 사이 자라 있었다. 돌아서면 자라는 것이 여름 풀이다. 실내 청소를 한 후 옷을 갈아입고 잔디 깎는 기계를 찾아 기름을 채운 후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직선으로 깎아 나가자 멋진 초록 일직선 무늬가 보기 좋게 만들어지면서 풀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비릿하면서도 건강한 냄새다. 참 보기 좋은 모습이며 건강한 향취다. 산막에 와서 주변을 정리하다 보면 절제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연의 속성은 무한적인 성숙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사람의 공간은 사라진다. 사람의 공간이 사라지면 동물이나 곤충처럼 또는 새들처럼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인지력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간 공간은 소유하고 꾸미며 살아가야 한다. 산사의 마당을 매일 새벽 싸리비로 쓸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번뇌를 쓸어내는 것처럼 만초가 마당에 몰려들지 못하게 하는 구도적 행위인 것이다. 하루만이라도 건사하지 않으면 씨앗이 날아와 싹을 틔울 궁리를 하는 것이 자연의 풀들이다. 반듯한 정리, 정갈한 정리로서 작은 번뇌도 구하지 않겠다는 칼날 같은 구도의 결심인 것이다.
이와 같은 심정으로 건사의 단초를 잃지 않고 하는 짓이 바로 산막을 가꾸는 일이다. 그렇다고 특별한 계획과 거창한 목적을 갖고 하는 것도 아니다. 단 곳곳에는 각자 지니고 있는 사물들도 역할이 존재하는데 그 존재성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뿐이다. 잔디는 마당을 의미한다. 초록빛을 띠고 있는 잔디는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롭다. 그러나 자라면서 불규칙함이 묻어나 평화의 사념을 깨트려 버린다. 평화를 구하고자 잔디키를 정리해 주는 것이다.
내려와서 찍어 본 사진이다.
깍아 놓으면 어딘가 모르게 단정함이 묻어난다. 동안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밭은 메 말랐다. 초목은 견디지만 밭작물은 견디기 어려웠는지 오이 두 곳이 죽었고 가지도 하나가 그리고 고추도 다섯 개와 토마토 한 개도 죽어버렸다. 잔디를 깎는 중에도 흙먼지 풀풀 거렸다. 잔디를 정리한 후 밭과 잔디 위에 물을 뿌려 주었다. 충분하게 물을 준 후 관찰해 보니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빛과 물은 생명수다. 그러나 둘은 서로 상호 보완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빛과 물은 생명을 생성하는 기본 틀이다. 해가 산 능선을 넘기 시작하면 노루꼬리만큼 빛의 꼬리는 작아지면서 곧 어두움이 쏟아진 곳이 산막의 저녁분위기다. 실내로 들어와 세신을 한 후 옷을 갈아입고 파이 녀석 저녁을 주고 맥주 켄을 따서 목을 축였다. 라면을 끓여 먹고 뒤 정리를 한 후 모처럼 TV를 켰다. 흑백 영화를 찾아 CD기에 넣은 후 시청하기 시작하였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함께 가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애정의 질곡이 난무하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의 하모니가 넘치면서 막은 내린다. 매 순간 이어지는 감정의 악과 선이 교차하면서 긴장을 유발하던 영화는 사랑이란 정점을 찾아보는 이에게 감동을 전하는 영화다. 극복의 사랑의 순수는 쓰러진 거대한 코끼리도 일으키는 모양이다. 모든 것은 극복을 요구하는 것 같다. 관계개선이란? 우선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해를 시작으로 자신의 마음을 열고 이어서 다가서야 하는 것이다. 다가서면 길이 열리는 것이다. 우리들의 모든 생에 들어 있는 이치는 다가서야 해결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다가서기 전에 숙고의 기간이 필요하고 깊은 사유를 통해 혜안을 준비하고 다가서는 것이 명리이다.
어제 오후 아래 집 김선생이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하자 연락이 왔다. 간혹 혼자 있는 것이 눈에 잡혀 부른 후 수차례 밥을 차려 함께 먹었더니 응답해 온 것이다.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있는 그대로 대충 먹는 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챙겼던 것이다. 몇개 월전 혈액암으로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참 쓸쓸해 진 사람이다. 왜 부고 보내지 않았느냐 하였더니 눈물을 쏟으며 짓던 표정이 상대를 뭉클하게 하였다. 내려 가보니 바베큐 통에다 통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 이사 온 이웃 부부를 초대하여 함께 먹으며 산막의 밤 시간을 유익하게 보냈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은 마을 분위기를 알고 싶은 지 궁금한 것이 많았다. 동안 이곳에서 지내며 경험한 일들을 소상하게 들려주자 경청하며 오자마자 자신들도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는 것 보니 외지인은 텃새들에게 곤욕을 치룬 모양이다, 딱 한 사람이 그런 사람이 있는데 나에게도 큰 실수를 하여 강하게 대처해 버렸더니 그 다음에는 성가시게 하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