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고창 선운사/단풍이 져버린 선운사에는 감나무의 홍시가 조랑조랑...

[애물단지]

선운사와 도솔천에 단풍구경을 하려고 일찍부터 서둘러서 전북 고창으로 출발을 했다.

주차를 시키고 선운사로 걸어 올라가는 길에는 지난밤 야영객들이 말려 놓은 침낭이 빛을 잃어버린 낙옆들 보다 더 눈에 들어오고

야외에서 자기엔 이젠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온 모습이다.

그저 다른이들의 어제 저녁이 어땟을까를 이야기 하면서도 우리의 발걸음은 충분히 즐겁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사진이 뜹니다)

선운사 입구에 다다를 때 쯤의 허탈함....

'뭐야~~ 단풍이 다 져버렸네에...'

색이 없이 말라버린 나뭇잎들이 그나마 붙어 있고 이쁜색을 담은 나뭇가지들은 그 앙상함을 흐린 가을 하늘로 높이 뻗고 있었다.

저저번주에나 왔어야 했다.

아쉬움을 이야기 하며 멀리로 시선을 둘러보다가 반짝 눈에 들어온것이

'와아~ 감나무다. 감이 주렁주렁 달렸어!!'

우물가에 감나무...

잎이 다 떨어져 버린 감나무에 홍시가 익어서 가지를 늘어트린 모습에 금새 다시 화색이 돌고 주변에서 한참을 머무는 사이

아주머니들이 앉았다가도 가고, 홍시좀 따 보겠다고 패트병을 던지는 개구진 아이도 있고, 여하튼 단풍대신 홍시라 그나마 감사하다.

처음온 도솔천에는 오래묵은 고목들이 많아서 아주 인상적이였다.

입구에서 하늘거리는 강아지 풀색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는것이 잠시 발길도 잡고

이 가을 도솔천엔 수량이 아주 풍부하여 바닥에 깔린 낙옆들을 쓸고 내려가는 물살이 세차다.

단풍의 반영으로 이쁘다는 도솔천의 스산함은 얼굴을 비추지 않은 햇살 만큼이나 아쉬움이 커

'단풍도 없~고, 해도 없~고....'를 몇번이나 궁시령 궁시령....ㅋ

아빠의 카메라 앞에서 폼을 잡는 아이들의 장난스런 웃음소리가 그래서 더 환하게도 들린다.

선운사로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키 큰 감나무였다.

어쩜 저리도 키가 훤칠하게 큰지....

나무만 큰것이 아니라 감이 꼭대기까지 조랑조랑 달린것이 탐스럽기도 하고 멋스럽기도 한것이

'절개'  or '차도감' 이런것을 부여해 보고 싶은 자태다.

자세히 보니 열매가 많아서 그런지, 종자가 그런지 자잘한 감이다.

어렷을적에는 큰 대나무를 구해서 끝을 열심자로 가르고, 사이에 나뭇가지를 끼워서 높이 달린 홍시를 떨어지지 않게 빙 돌려서 따먹곤 했었다.

그도 흔해서 대부분은 떨어져 뭉그러져 버리거나, 새밥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이렇게나 큰 나무라면 그저 나무위에 고스란히 놓을 수 밖에...

선운사에는 유독 감나무가 많은것 같다.

말로만 듣던 선운사를 이리저리 구경 다녀본다.

등이 높이 달린 이곳 왼쪽에는 절을 찾은 손님들이 따뜻하게 차를 마실수 있게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래된 절인 만큼이나 백일홍 나무의 포스가 겁나다.

시원한 약수도 한모금씩 입에 머금고...

뒷쪽으로 가면 동백나무 군락지가 있는데

너무 이르게 피어버린 아이들이 몇 있어서 얼굴을 삐죽 내민것이 선운사는 꽃무릇과 동백이 고운 절이기도 하단다.

 또다시 발걸음을 돌려도 여전히 빠알갛게 익어서 어지럽도록 달린 감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아래로는 스님들의 하얀 고무신이 나란히 놓여져 있는 것이 가을과 고무신....

언뜻, 여유로움의 이름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짙은 색의 기와 위에서 동글동글 홍시가 잘 익어간다.

더할수 없이 가을날 다운 풍경이다.

이제 단풍은 잊어버렸다.

마당을 지나자 멀리서 보던 감나무의 실체에 가까워졌다.

역시나 키가 하늘 높이 뻗어 올라 가면서도, 탐스러운 홍시가 가득이다.

또다른 담장 너머에는 홍시가 마치 꽃처럼 흐드러지게 열렸다.

이 절은 어찌 이리 홍시감이 많이도 달리는지, 혹 불심의 기운이 영양제일까남....

몸을 감싸던 잎이 다 져버리고 나니

열매가 이리 돋보이는 것이, 단풍만 생각하고 왔던 우리를 다른 색감으로 이끌리게 만든다.

자세히 보면 조금 더  진한 것이 잘 익은 홍시다.

저런놈을 하나 똑 따서 가운데를 쩍 갈라 한 입에 홀짝 흡입해 달큰한 홍시 맛이라도 보고 싶어 진다.

그 맛은 가을 맛이고

어렷을적 동네 골목에서 뛰어 놀던 친구들의 맛이고

먹을것 많은 요즘에 돈주고 사먹고 싶지 않은 순수 자연의 맛일듯 싶다.

(약도)

[스카이핑크♥♥]

단풍은 제대로 볼수 없지만 가을 한자락 느끼고 갑니다^^

[애물단지]

그러게요.
단풍은 좀 아쉽기는 했지만, 감나무 구경은 실컷 하고 왔네요.
선운사 참 좋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