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1. 14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엄마, 아빠..오모(고모), 이노(이모), 함니를 찾는다.
전화기 앞으로 가서 전화 걸어 달란다.
덕분에 주일날 아침에 모든 집에 비상이 걸렸다.
친할머니. 외할머니. 고모. 이모. 큰아빠..
종혁이는 혼자만의 대화를 하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지금의 자기 상황을 전달하는 노력을 보인다.
아빠..하면서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빠 손가락으로 가르치기
밥..엄마가 미역국에 말아서 밥을 주었다는 의미다.
함니..이노..오모..아빠(큰아빠)..대상에 맞춰서 중간중간 호칭도 불러준다.
비비비...영어 비디오 빙빙빙도 봤다는 뜻이다.
네...상대방이 물어보면 공손히 대답한다.
응...반말도 중간중간에 섞는다.
종혁이는 혜연이랑도 한동안 통화를 오래했다. 혜연이와 종혁이는 둘다 동문서답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잘 나눈다. 전화받지도 않는 둘째 고모네에 전화해서는 혼자 떠들다가 끊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 전화의 하이라이트는 뽀뽀뽀 노래다.
"뽀뽀뽀, 뽀뽀뽀. 뽀뽀뽀 미모(친구란 발음을 종혁이는 미모라고 한다.)"
음이 정확해서 귀엽다.
종혁이를 재우면서 계속 노래를 불러줘야 한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부터..
뽀뽀뽀...
어린 송아지가 부뚜막에 앉아...
종혁이는 우유를 먹으면서 노래에 맞게 율동을 한다.
자신의 좋아하는 노래를 택해 불러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곡을 요구한다.
내가 알 수 없는 노래다. 자기는 한글자 한글자 하면서 음을 다는데 난 통 알 수가 없다.
미아 언니에게 여쭈어 봐야 겠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이란 동요를 불러줬더니 율동을 한다.
비디오에서 봤던 내용인가 보다.
종혁이는 자다가도 양양이 찬양테이프를 틀어주면 춤을 춘다.
호산나에 맞춰서 손을 흔들고..
아무튼 타고난 춤꾼이다.
주일날..교회가서 아멘을 신나게 외치고..미소 보고 하루종일 따라다닌다.
"애기..애기"하면서 얼마나 위하는지..자기도 애기면서 말이다.
2004. 11. 15
그리고 오늘 아침(월요일) 종혁이가 다시 미아 언니 댁으로 갔다.
오늘은 현관문에 들어서면서 "엄마"를 외친다. 녀석 딴 짓을 하네.
이제는 정말 적응을 잘 해나가는 것같다.
"영(형)", "언니"도 부른다.
아이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사이에 종혁아빠와 빠져나온다.
미아 언니가 먹으라고 하시면서 고구마도 주셨다.
종혁이네 또 받고 산다.
아침에 바람이 차다.
종혁이가 한 주일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있다가 오기를 기도한다.
종혁이 토요일에 보자..
사랑해..
종혁이에게 엄마 아빠를 얼마나 사랑해?
하고 물으면
종혁이는 팔을 들어 머리 위로 올리고 큰 원을 만든다.
많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종혁아빠는 점점 더 종혁이가 예쁜 모양이다. 하기야..아빠를 점점 빼닮아 가니..
둘이 얼굴을 맞대고 있으면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똑같이 낳았을까..
배불뚝이 엄마와 판박이 부자의 주말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