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금북정맥 2구간 / 583번 도로~백야리 ]
•일 시 : 2008년 4월12일 (토)
•구 간 : 583번 도로~쌍봉리~금왕농공단지~345.8봉~소속리산~승주골임도~백야리
•참석자 : 16명
•날 씨 : 맑고 가끔 구름 (귀경후 비옴)
•주요 구간별 시간표
09:35 583번 도로 인근 농로 출발
11:30 군부대 우회
12:10~13:00 점심식사
13:30 금왕농공단지 통과
14:27 21번 도로 (바리가든)
15:09 345m봉
16:05 소속리산 (431.6m)
17:24 백야~동음 임도 (정맥산행 종료)
18:00 백야리 상촌마을 (어프로치구간 종료)
•총 8시간 2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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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산행 단상』
이제는 온 들판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흰색, 노란색, 자주색 꽃들이 고운 꽃망울을 터트리 있고 갈아엎은 밭과 들에서는 봄내음이 가득하다.
비록 그 속에는 쾌쾌한 거름냄새가 더 많이 섞여있긴 하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쑥이며 냉이,머위,고들빼기들이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는데 출발지점부터
여성분들이 농로변에 지천으로 깔린 쑥과 냉이를 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나물에 관심갖다 보면 산행 못하는데... 예전 생각이 나서 살짝 걱정되기도 하지만 봄산행에 이런 즐거움도
없다면 뭔 재미로 산행하겠는가?
<* 여자분들은 출발전부터 봄나물 뜯기에 여념이 없군요... ^^ >
5년전 3월말쯤부터 지금은 해외트레킹만 하는 덕유산악회를 따라서 백두대간을 시작하였는데 당시 선두와
후미간에 거의 매번 2시간씩이나 시간차가 나서 귀경시간 늦어진다고 선두팀의 불만이 꽤나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선두와 후미간에 의견충돌이 생겼던 원인중의 하나가 이 나물채취였다.
선두팀은 초장부터 열라게 달려대고, 반대로 후미팀은 신나게 봄나물도 뜯고 안면이 익고부터는 버너에
찌개까지 끓여먹으며 널널산행을 즐겼으니 시간차가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로 산행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서 후미는 후미대로 “왜 산에 오느냐?”고 해버리니 자칫 서로 의견
충돌이 커질 수도 있었는데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해소했던 기억이 난다.
그 양보가 뭐냐면... 선두는 최소한 아침먹을 때까지는 안 달리기, 후미는 더덕같은 것 캐면 개인적으로
안 챙기고 뒷풀이 타임때 공출하여 “더덕주” 만들어 바치기... 뭐 대략 이런 식이었는데 나중에는
“더덕주”에 맛을 들인 선두마저 두릅,더덕 채취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그 팀은 2주에 한번씩 정맥 산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제는 선두와 후미 구분이 없이 하향 평준화
되어 아무리 먼거리도 똑같은 시간에 몰려서 들어온다. 느릿느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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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5 (583번 도로 前 농로 갈림길)
지난 구간, 「윗 두리실」서부터 계속 이어지던 농공단지의 끄트머리쯤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계속 따라가다
마루금을 살짝 이탈하여 583번 도로로 내려 선 바람에 다시 그 갈림길까지 올라가서 시작한다.
거의 다 뭉개져버린 마루금지대에서 300m~400m정도 되는 거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유난을 떠냐고 하면
할말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마루금은 마루금이다.
도저히 산줄기로 인정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농로지만 왼편으로 떨어진 물은 한강으로 흘러들어 가고,
오른편으로 떨어진 물은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니 이것이 바로 分水嶺의 원리인 것이다.
<*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것도 물길가르는 마루금으로 봐야하는건지 원... 쩝!>
곧 583번 지방도로 나와서 길 따라 좌측으로 진행후 「맥스필,건원」간판이 있는 3거리에서 좌측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간다.
건원공장 앞에서 우측으로 공장 담장을 따라 임도로 들어섰는데 산길인지 들길인지 아리까리하다.
다시 나온 3거리에서 「태정푸드」 방면으로 좌회전 후, 「태정푸드」가 나오면 건물 좌측 뒤편길을 따라간다.
10:04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 정문앞)
교육원 옆에서 나온 길은 정문앞 아스팔트 도로(교육원 진입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다 583번 도로를 다시
만나게 된다.
사실은 583번 도로를 만나기 전에 좌측 산으로 들어가서 산길을 따라야 하지만 얼마 못가 다시 도로로
나오기 때문에 나같은 귀차니스트들한테는 이래나 저래나 매 한가지다.
<* 죽어라 마루금 고집하는 독한사람들... 거 뭐.. 도로로 다시 나온다니깐요.. ^^;>
10여분 정도 583번 도로를 따라 걷다가 「현대금속 음성공장」 간판있는 곳에서 우측 시멘트 포장 농로로
들어 섰는데 길 좌우로 갈아엎은 밭과 작업중인 트랙터, 둔덕 태우는 연기가 정감있게 다가온다.
<* 봄의 표정>
10:24 (쌍봉초등학교 앞)
포장농로의 「Y자 갈림길」에서 우측 현대금속 방향길을 버리고 좌측으로 살짝 내려가는 길로 들어서면
바로 「쌍봉초등학교」 정문앞이며, 이곳에서 목련꽃이 예쁘게 핀 학교 담장옆 밭길을 따라 들판을 가로
질러 가면 다시 또 「선우전기」 입간판이 서있는 583번 도로이다.
<* 쌍봉초등학교 앞 들판을 건너고 있습니다>
10:37 (1차 휴식)
도대체 이 583번 도로는 몇 번이나 들락거려야 하나하고 지도를 보니 아직도 한번 더 남았다.
도로를 따라 좀 더 올라가다 「코니아일랜드」정문 옆길로 들어서면 아주 야트막한 야산으로 향한 길이
나오는데 길 입구에 대나무가 좀 자라고 있고 거름냄새가 폴폴나지만 일단 밭과 공장으로 이어진
들판 지역을 좀 벗어나니 살짝 막걸리 생각이 난다.
<* 코니아일랜드 뒷산 입구로 들어서는 중>
10여분 정도 무덤옆에 둘러 앉아 잠시 쉬며 냉막걸리를 한잔씩하는데 날은 벌써부터 후텁지근해지고
있어 아무래도 오늘 만만찮은 고행길이 될 듯싶다.
눈치없는 청개구리 한 마리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가 민들레님 눈에 띄어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다.
11:15 (흑염소 우리 옆 삼각점)
휴식후 거름냄새가 진동을 하는 뒷밭을 가로질러 둔덕을 하나 넘으면 아늑한 마을이 하나 나오는데
강아지 3마리가 죽어라 짖어댄다. ‘그래, 복날까지만 살아있어라...’
마을 맞은편의 흑염소 우리가 있는 구릉성 야산으로 올라서니 생각지도 않게 「삼각점」이 다 있다.
그럼 이곳이 지도상의 143.3봉?
<* 저기 두분이 내려다 보는 곳에 삼각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염소 우리를 끼고 돌아 내려오는데 가시덤불이 따꼼따꼼하다.
그 와중에 한국인님이 머위꽃을 알려주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큰 꽃을 피운다.
삼포밭 하나를 지나 계속 밭인지 산인지 모를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가는데 삼포밭이 연이어 나온다.
높이 100여m가 좀 넘을듯한 산들이지만 그래도 민가와 좀 떨어져 가시덤불이나마 “산 꼴”을 하고
있는 야산을 두어개 넘고 우측으로 90도 꺽여 내려가니 잘 정리된 가족묘원이 나온다.
<잘 정리된 가족묘원... 뒷쪽도 다 잔디깔린 묘지입니다>
처음에는 무덤 몇기가 있는 가족 묘지인줄 알았는데 작은 야산 전체에 잔디를 둘러놓은 것을
보니 뉘집 선산인가 보다.
11:30 (군부대 우회)
정맥 마루금은 군부대를 그대로 관통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울타리 철망을 따라 좌측으로 빙 둘러
우회하는데 얼마나 큰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던지 담장따라 우회하는데만 20분이 걸린다.
담장을 따라가다보니 위로부터 흘러내린 작은 물길을 건너게 되는데 언젠가부터 물줄기만 보면 흠짓
놀라게 되어 혼자 쓴웃음을 짓고 건너간다. ‘마루금 왼쪽이니 이건 한강 물이네...’
지나며 보니 헬기부대가 있어서 그리 크게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12:00 (583번 지방도/대일 소방 주유소 앞길)
군부대 철망을 벗어나 올라간 산위에서 좌측으로 향했다가 아직 채 크지 않은 두릅이 달려있는
두릅나무들 근방에서 90도 우측으로 꺽여 내려가면 583번 도로에 다시 닿는다.
길건너 주유소 옆길로 들어서면 시멘트 길이 이어지다 바로 큰 공장이 나타나면서 우측 산길로 접어든다.
솔숲 사이로 난 평평한 산길은 그늘이 져서 유난히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 공장 우측으로 난 시원한 소나무 숲길... 저 앞 숲속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12:10~13:00 (점심 식사)
솔숲 사이로 작은 무덤이 보이자 다들 그곳으로 들어가 도시락 보따리를 풀으니 뒤따르던 한국인님이
한마디 하신다. “공무원이냐, 12시만 되면 밥먹게...”
연가팀 특유의 화려한 도시락상이 펼쳐지고 눈앞에 있는 것만 주워 먹어도 배가 터진다.
13:00 출발.
13:10 (한솔신약건물 우회)
솔숲길을 따르다 보면 곧 한솔신약 건물이 마루금 한가운데를 막고 있고 우측으로 돌아 나오면 금왕시내로
들어가는 큰 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서 도로를 건너 산길 마루금을 다시 이어간다.
<* 한솔신약 건물쪽으로 이동중>
이 도로는 나중에 금왕에서 저녁식사후 귀경시에 또 한번 통과한 도로이다. (녹십자 공장이 있던 도로..)
13:30 (금왕공단내 농협 목우촌 앞 통과)
초계 정씨의 근사한 무덤을 지나는데 갑자기 옆에서 후드득하며 꿩 한 마리가 날아오른다.
무덤을 지나 내려서면 도로가 하나 나오는데 이는 공단내 도로이며, 이 도로를 건너서 넓은 풀밭이 되어
버린 「공장 부지 조성지역」 (능선의 흐름과 나중에 나타나는 「월드 사우나 건물」 및 그 앞의 고개와
이어지는 야산의 크기를 미루어 봤을 때 아마도 이 곳은 적어도 능선형태가 명확한 야산지대였을텐데 토목공사를
통해 완전 평지로 만들어 버린듯하다) 을 가로 지르면 농협 목우촌 정문앞 길이다.
<* 금왕공단내 공장부지 조성지역... 원래는 저 앞 야산으로 가서 건너편 절개지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 길은 82번 도로(4차선)로 음성 IC와 충주로 가는 3번도로를 이어주는 길이다.
내 고향이 충주인지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중부고속도로 음성 IC에서 빠져나와 대소원과
금왕을 지나 3번도로로 내려가곤 했었다.
그 당시 금왕을 우회하는 도로가 한창 공사중이었는데 그 길이 바로 지금 이 82번 도로이다.
꽃망울이 몽우리져 있는 벚꽃 나무 가로수를 따라 고개위쪽으로 올라가다 「월드 사우나.안마」 건물 뒷산
으로 진입한 후, 산 위에서 우측으로 꺽여서 내려가다 보니 이제 비로소 「소속리산」이 정확히 겨냥된다.
잠간 내려섰다 임도를 가로질러 건너 맞은편의 경사가 급한 산을 올라서니 아까 도로옆으로 지나쳤던
농협 목우촌 뒷산쯤이며 전체 금왕농공단지의 남쪽 울타리에 해당되는 능선이 이어진다.
후방으로 전망이 터지기에 오늘 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저 멀리 「망이산」만이 우뚝할 뿐 그 이후로는
들판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라 오늘 지금까지 4시간동안 뭘 어떻게 지나왔는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 우측 끄트머리가 망이산... 그 밑으로 여기까지 뭘 어떻게 온건지 구분이 안가는 비산비야지대가 이어져있다.>
14:00 (목련이 활짝 핀 경주 김씨 묘 앞에서 단체 사진)
공단 울타리쯤에 해당되는 능선을 넘어서니 우측으로 산 사면에 흑염소를 방목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마을이 있다.
내려가는 등산로 옆에는 경주 김씨 묘가 하나 있는데, 마을쪽으로 서 있는 하얀 목련이 너무나 화사하게
피어 있어 다들 그냥 가지 못하고 모여서 잠시 쉬면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이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남의 묘 앞에서 뭔 짓이여...’.
<* 목련꽃 그늘아래..>
이 곳을 지나자마자 날렵하게 생긴 홀로 정맥꾼 한 분이 맞은편에서 휙 다가와 지나간다.
그리고, 산불이 났었던 듯 검게 그을린 소나무 숲을 통과하여 「콜드락 아이스크림」 창고 옆산을 올랐다가
우측 봉곡리 마을로 이어지는 작은 도로를 가로질러 철망을 넘어서 다시 건너편 산으로 넘어간다.
14:27 (21번 지방도로/바리가든 앞)
그 산을 넘어서니 21번 지방도로가 나오는데 (우측) 꽃동네와 (좌측) 금왕을 연결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에는 「바리가든」이란 식당이 하나있는데 얼마나 정맥꾼들의 식수공급처로 들볶이는지 할머니가
불만이 많다.
웬만하면 지나가면서 삼계탕이라도 하나 먹어주었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그건 힘들고,
하다못해 막걸리에 두부나 도토리묵만 준비해두어도 정맥꾼들 대상으로 쏠쏠하게 장사가 될 터인데
그 생각을 못하시는 모양이다. (전화번호 043-881-1161... 삼계탕 미리 예약하면 됩니다)
<* 21번 도로와 바리가든... 정맥꾼들에게 식수공급을 해야만 하는 천혜의 지정학적 조건을 타고났군요. ^^>
교통편이 좋은 이곳에서 다리 상태가 안 좋으신 「소화님」은 탈출하시기로 하고 다른 사람들은 이제
지금까지의 非山非野 지대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14:50 (345m봉 아래 벌목지대 통과)
바리가든에서 마을 뒤 묘지쪽으로 가다 묘지 뒤편으로 돌아서 산길로 진입.
묘지마다 「평택 충주간 고속도로 공사로 분묘이장 공고문」이 붙어 있고 한쪽에서는 요란한 토목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일대가 다 벌목되어 있다.
15:09 (345m봉)
오늘 처음 제대로 걸린 산인데... 하여튼 무진장 경사길이라 이제까지 오늘 5시간 넘게 온 것 보다
이 봉우리 하나 넘어서는 게 더 힘이 든다.
꼭대기에는 삼각점이 하나 있고 다들 올라오는 얼굴마다 거의 사색이다.
5분 정도 휴식후 출발하였는데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짙푸른 송림과 아래쪽보다 훨씬 진한
진달래가 잘 어우러져 있다.
이제 길 우측으로 「소속리산」이 훨씬 가까이 보인다.
<* 345봉 정상에서 부지런히 메모중인 산으로님... 메모할 때는 늘 저 자세다, 나는 아무리해도 안되던데.)
15:28 (「문안 등산로」 이정표 통과)
그리 내려가지 않는 고개 안부쯤에 「門安 등산로」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고 꽃동네에서 설치한듯
“들어서면 평안한 길”이란 설명이 붙어있는데 알듯 모를듯하다.
이 고개 지명이 “문안”이란 뜻인지, 아니면 서울에 “새문안”이란 지명이 있던데 기독교 계통에서
쓰는 말인지 불교신자인 나로선 도통 알 수가 없다.
이곳부터 소속리산 전위봉 쯤에 해당하는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비교적 완만해서 오르기는 좋다.
<* 아랫쪽보다 훨씬 더 진한 진달래... 가지 꺽은자리에서 꽃이 더 많이 나기때문에 등산로 주변이 더 화려합니다>
15:50 (소속리산 전위봉)
정상은 벌목이 좀 되어 있고 우측으로 조망이 트여 있는데 금왕벌과 망이산이 잘 보인다.
어쩐지 선두와 후미가 거리가 벌어진다 싶었는데 나중에 도착한 분들이 “나는 파인애플 통조림 안먹고
왔다“며 씩 웃는다.
<* 전위봉에서 내려다본 망이산과 금왕벌... 망이산은 아사모사하고, 금왕벌에는 찐빵들이 많군요>
16:05 (소속리산 정상/431.6봉)
평탄한 능선길을 좀 더 가다 우측 오향골쪽으로 넓은 하산길이 나있는 철탑을 하나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넓은 정상지대에 삼각점이 박힌 소속리산 정상이 나온다.
나무 한켠에는 「준.희 표지판」이 보이는데 이 표지판의 주인공은 칠장산 뒤에 있는 「3정맥분기점」
스테인레스 이정표를 만든 부산 건건산악회의 고문으로 계신 최某 고문님이시다.
지금 연세가 67세에 이르는 고령이신데 늘 부인과 같이 산행을 하다 몇 년전에 사별을 하고는
이제 혼자서 산을 찾는 애잔한 사연이 있다.
낙동,호남,금남을 하는 동안 곳곳에서 정말 중요한 지점이다 싶은 곳, 지맥이 분기되는 곳에서 군말이
절제된 이분의 독특한 표지기를 봐왔는데 나중에 그 사연을 듣고는 참 마음이 저려왔다.
막걸리를 한잔하며 후미를 기다리다 「산으로」 대장님이 랜턴 가져오신 분 얘기를 하는 바람에 갑자기
긴장감이 돈다. 여기부터 앞으로 남은 거리가 7.2km, 자칫하면 불을 켜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넓직한 소속리산 정상에서 막걸리 한잔... 꺄, 쥑인다!>
순식간에 술맛이 뚝 떨어지며 자리를 툭 털고 일어선다. ‘야간산행까지 하면 안되쥐...’ (16:20)
16:30 (꽃동네 영생원 건물 뒷산)
소속리산 정상에서 내려오다 길이 「급좌회전」하여 아래로 내리 꽂는다.
앞에는 꽃동네 건물중 하나가 엄청 크게 자리잡고 있는데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건물은 아마도 정신병동
시설물인 것 같다.
야초님 뒤를 따라가다 이 길이 아무래도 저 건물 뒤편을 지나갈 것 같다고 하니 야초님이 문득, “그러면
여기서 오늘 산행을 끊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하며 앞서가던 산으로님을 부른다.
다음번 구간이 중간에 끊기가 어려워 25km를 훌떡 넘기게 생겼는데 차라리 오늘 구간을 여기서 끊고
남은 것을 다음 구간과 합쳐서 2구간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 현장에서 나머지 구간 거리를 확인하느라 지도를 맞춰보는 산으로님>
어제도 20여km가 넘는 금남호남 정맥을 다녀와서 살살 꾀가 나던 판인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얼씨구나 하고 옆에서 펌프질을 하는데... 어랍쇼? 한국인님과 후미로 따라와야 할 몇몇분이 안보인다.
전화연락을 해보니 좀 전에 「급 좌회전」 내리막길에서 그냥 능선따라 직진해 버린 것.
대략 위치를 들어보니 저 아래로 보이는 철탑 어딘가 보다.
남의 불행은 항상 나의 행복... , 4명의 알바생을 기다리며 대책을 논의했는데 결국 이 곳쯤에서
오늘 산행을 종료하고 하산 루트를 찾기로 했다.
지금 이 지점에서 100여m만 더 가면 정말 영생원 뒷마당으로 떨어지는데 버스가 들어 올 수 있는지를
몰라서 조금 더 진행하여 좌측 「백야리」 상촌 마을로 가기로 했다.
16:57 출발. 알바생 기다리랴, 토론하랴... 근 30분이 걸렸다.
17:24 (백야~동음 임도 도착/정맥산행종료, 하산시작)
서너번 정도 오르락 내리락을 하는데 경사가 별로 없어 대체로 무난한 길이지만 능선이 S자로 굽이
치는 바람에 방향이 혼동된다.
철탑을 하나 지나 내려서니 시멘트 포장임도가 나오는데 포터트럭이 통과할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이 길은 우측 동음리 승주골과 좌측 백야리 상촌마을을 잇는 길인데 나름대로 운치도 좀 있다.
이 곳 안부가 오늘 정맥산행의 공식적인 종료지점이고 이제부터는 어프로치 하산만 남아있다.
<* 백야~동음간 임도>
18:00 (백야리 상촌마을/오늘 산행종료)
20여분 정도 임도를 따라 내려오니 실개천이 나오고 여기서 간단히 탁족을 하며 발의 피로를 풀어주었다.
물은 엄청시리 차가워 30초도 못되어 발이 시려온다.
소 키우고 밭가는 전형적인 농촌인 상촌마을에는 의외로 예쁘게 단장된 집들도 몇몇 눈에 띄었는데
가만보니 시골저수지치고는 꽤 큰 편인 저 용제저수지를 보고 별장삼아 지은 전원주택인듯 싶다.
금왕 주위에는 3개의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산꼭대기에 연못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수레의산(북동) ,
부용산(동) , 소속리산(남)이 그것이며 이들로부터 흘러내린 물을 가둬두는 3개의 큰 저수지(금석,
무극,용제저수지)가 있다.
여기서 모인 물은 충주쪽의 달천강(*조선시대 왕실로 진상되던 3대물중 하나임) 으로 합류된 후
남한강으로 흘러들어 가는 것이다.
모두에도 얘기했지만 정맥 산행이 일반 산행과 다른 것은 바로 “물길”과의 연관성이다.
때로는, 언듯 눈으로 보기에 훨씬 잘 발달되어 있는 산줄기가 있음에도 조잡스런 산줄기를 이리저리
빙빙 돌아갈 때마다 그 능선에서 연유한 물줄기가 흘러 흘러 결국 어디로 가는지 최종적인 흐름을
따져 보고나면 정말 기가 막힌 정맥 체계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水系가 복잡하기로는 금강이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인데 금남정맥을 할 때 지도를 보며
물줄기를 따져가다 혼자 감탄하며 밤을 홀랑 샌적이 몇 번 있었다.
‘학생 때 공부를 그렇게 하지...’ 마누라는 절대 이해 못하지요. ^^;
『먹을거 없는 금왕』
어찌된 동네가 가는 음식점마다 문을 닫았다.
뭐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으면 그만이겠지만 큰 버스를 끼고 다니니 시내 아무데나 갈 수도 없다.
인근 충주가 고향이고 금왕도 숱하게 와 봤건만 이 동네에 뭐가 맛있는지 얼핏 생각이 안난다.
예전에 이곳은 무극광산이 더 유명해서 금왕보다 무극으로 불렸다.
이 곳 고등학교 이름도 무극고등학교였는데 언제 금왕이 되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다.
지역마다 그래도 특산 음식이 있는 곳이 꽤 되는데 충북지역은 딱히 뭐라 할 것이 없다.
그래도 좀 내놓을만한 것이 묵밥, 묵요리인데 이 동네에는 그런 것도 눈에 잘 안띈다.
유명가수 “비” 아빠가 이곳 금왕에서 떡집을 했다는데 어딘지도 모르겠고...
돌고 돌다 큰길가 「돌솥 설렁탕」집에 들어 갔는데 느닷없는 단체 손님에 주인이 놀라서 정신이 없다.
특별한 맛이야 있겠나 마는 여하튼 시장도 반찬이니 한그릇 맛있게 잘 먹고 서울로 돌아왔다.
내일 출근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잠실 롯데에 있는 호프집에서 맥주 한조끼로 입가심까지 쫘악
하고 나니 기분좋게 알딸딸하다.
다음 산행대장이 나라는데 그건 그 때가서 고민해볼 일이고...
근데 하루종일 멀쩡하던 하늘에서 이 넘의 비는 왜 갑자기 내리는겨.... -끝-.
첫댓글 길목 요소요소 지날때의 생각이 스크린됩니다. 지두 파인애플통조림 안먹었드래요. 다만 한국인님 무거울까봐 짐정리 해 드렸드래요. ㅋㅋ 소속리산 표지판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세세한 기록글 남기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는 죽었다 깨나도 못할일이네요 ㅎㅎ
저도 앞으로 배낭 큰 분들 뒤만 졸졸 따라다닐랍니다...
정범모님의 산행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읽어주시는 분이 재미있게 보아주셔서 그런거지요 뭐...
금왕에 있는 삼형제저수지(백야,사정,육령)중 백야지로 하산하게 되어 저 또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벌써십수년전 대물붕어 잡으려는 마음에 다녀간 곳이기때문에요...범모님 산행기를 다시 읽게되어 무지 즐겁습니다.
어부가 산꾼이 되셨군요...배가 산으로 가듯...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대간 하실때 범모님이 선두팀이었을까 널널팀이었을까..선두팀이었겠지요?
양쪽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양쪽에서 다 왕따당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후미가면 아침 밥에 안껴주고, 선두가면 하산 술판에 안껴주고.. 입장 명확히 하라는 압력이 있었다는 거...
한남할때 다른분 사진 세비하였는데 이번에는 범모성이 찍는것이지요![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무탈하게 쭉![~](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그게 아니고 범모성 산행기를 내가 빌려 왔었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