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0 장. 出生入死(출생입사)
- 백서본 제13장
남회근 : 생사란 무엇인가?
장치청 : 사람은 태어나 살다가 죽음으로 들어간다
주춘재 : 양생의 길을 알며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
톨스토이 : 생명을 떠나 죽음으로
오강남 : 그에게는 죽음의 자리가 없기에 – 생사에 초연한 삶
도올 김용옥 : 기의 뭉침과 흩어짐
여운 이준호 :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50. 出生入死。生之徒十有三。死之徒十有三。人之生, 動之於死地, 亦十有三。夫何故? 以其生生之厚。蓋聞善攝生者, 陸行不遇兇虎, 入軍不被甲兵。兕無所投其角, 虎無所用其爪, 兵無所容其刃。夫何故? 以其無死地。
태어나 살다가(出生)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이다(入死). 삶의(生之) 무리가(徒) 열 중 셋이 있고(十有三), 죽음의 무리가(死之徒) 열 중 셋이 있다(十有三). 인간이 살면서(人之生) 죽음의 땅으로(死地) 끌려가는 것 또한(亦) 열에 셋이 있다(十有三). 어찌 그러한가(夫何故) 그 이유는(以其) 삶에 대한 애착이(生生之) 두텁기 때문이다(厚). 대체로 들리기에(蓋聞) 삶을 잘 다스리는(善攝生) 사람은(者), 음습한 길을 다녀도(陸行) 코뿔소와 호랑이를(兇虎) 만나지 않고(不遇), 군에 입대를 하여도(入軍) 갑옷과 병기를(甲兵) 입을일이 없다(不被). 코뿔소는(兕) 그 뿔을 들이 박을(投其角) 곳이 없고(無所), 호랑이는(虎) 그 발톱을 할퀼(用其爪) 곳이 없으니(無所), 병사는(兵) 그 칼날을 휘두를(容其刃) 곳이 없다(無所). 어찌 그러한가(夫何故)? 그 이유는(以其) 죽음의 땅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無死地).
Men come forth and live; they enter (again) and die.
Of every ten three are ministers of life (to themselves); and three are ministers of death.
There are also three in every ten whose aim is to live, but whose movements tend to the land (or place) of death. And for what reason?
Because of their excessive endeavors to perpetuate life.
But I have heard that he who is skillful in managing the life entrusted to him for a time travels on the land without having to shun rhinoceros or tiger, and enters a host without having to avoid buff coat or sharp weapon.
The rhinoceros finds no place in him into which to thrust its horn, nor the tiger a place in which to fix its claws, nor the weapon a place to admit its point. And for what reason? Because there is in him no place of death.
出生入死(출생입사)。生之徒十有三(생지도십유삼)。死之徒十有三(사지도십유삼)。
남 : 나오면 살고 들어가면 죽거니와, 사는 무리가 열에 셋 있고, 죽는 무리가 열에 셋 있다.
장 : 사람은 태어나 살다가 죽음으로 들어간다. 삶의 무리가 열에 셋이요, 죽음의 무리가 열의 셋이다.
주 : 사람은 태어나서 마침내 죽게 되는데, 장수하는 사람은 열 명 중 셋밖에 안 된다. 일찍 죽는 사람도 열 명 중 셋이나 된다.
톨 : (모든 존재는), 생명을 떠나 죽음으로 들어간다. 생은 13단계의 진행 과정이 있다. 죽음에도 13단계가 있다.
오 : 태어남을 삶이라고 하고 들어감을 죽음이라고 한다면, 삶의 길을 택하는 사람이 십분의 삼 정도요, 죽음의 길을 택하는 사람이 십분의 삼 정도요,
김 : 삶의 자리에서 나오면 죽음의 자리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삶의 무리가 열에 셋이 있다면, 죽음의 무리도 열에 셋이 있다.
여운 : 인생이란 태어나 살다(出生) 죽음으로 들어간다(入死). 삶으로 향하는(生之) 무리가(徒) 열 중 셋이 있고(十有三), 죽음으로 향하는 무리가(死之徒) 열 중 셋이 있다(十有三).
出(날 출) - 나다, 나가다, 낳다, 떠나다, 이루다, 추방하다.
生(날 생) - 나다, 낳다, 살다, 기르다, 서투르다, 싱싱하다, 만들다, 백성, 선비, 저, 사람.
入(들 입) - 들다, 들이다, 간여하다, 빠지다, 받아들이다, 떨어지다, 투신하다, 섬기다, 수입.
死(죽을 사) - 죽다, 생기가 없다, 활동력이 없다, 다하다, 목숨을 걸다.
徒(무리 도) - 무리, 동류, 제자, 문하생, 종, 일꾼, 보졸, 맨손, 죄수, 형벌, 헛되이, 홀로, 곁.
十(열 십) - 열, 열 번, 열 배, 전부, 일체, 열배하다.
有(있을 유) - 있다, 존재하다, 가지다, 독차지하다, 많다, 넉넉하다, 소유.
三(석 삼) - 석, 셋, 삼, 자주, 거듭, 여러 번.
之(갈지) - 가다, 끼치다, 사용하다, 이르다, 어조사, 다, 이, ~의, 에, 와, ,을, 이에.
인생(人生)은 삶과 죽음(生死)을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한 번이고, 죽는 것도 딱 한 번이다. 어미의 자궁에서 나와서 여행을 마치고 흙으로 되돌아 들어가기에 삶을 긴 여정이라고 한다. 여정은 사람 한 사람마다 다르다. 다르기에 다양하다. 제 수명을 다하고자 살아갈 날이 많은 무리가 3분의 1이요, 제 수명을 다하여 죽어갈 날이 가까운 무리가 3분의 1이다.
“인생이란 태어나 살다(出生) 죽음으로 들어간다(入死). 삶으로 향하는(生之) 무리가(徒) 열 중 셋이 있고(十有三), 죽음으로 향하는 무리가(死之徒) 열 중 셋이 있다(十有三).”
人之生(인지생), 動之於死地(동지어사지), 亦十有三(역십삼유)。夫何故(부하고)?
남 : 사람의 삶을 움직여서 사지로 가는 것이 또한 열에 셋이 있다. 대저 무슨 까닭인가?
장 : 삶의 길에 있다가 죽음의 땅으로 옮겨 가는 것 또한 열에 셋이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주 : 오래 살 수 있는데 뜻하지 않은 일로 도중에 죽게 되는 사람도 열 명에 셋에 달한다. 이는 무슨 까닭인가?
톨 : 끊임없이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 삶의 단계도 13단계이다. 이것은 왜 그럴까?
오 : 태어나서 죽음의 자리로 가는 사람도 십분의 삼 정도입니다. 왜 그러합니까?
김 : 사람이 살아 있으면서도 죽음의 땅으로 가고 있는 자들 또한 열에 셋이 있다. 대저 웬 까닭인가?
여운 : 인간이 살다가(人之生) 죽음의 땅으로(死地) 끌려가는 것 또한(亦) 열에 셋이 있다(十有三). 어찌 그러한가(夫何故)?
動(움직일 동) - 움직이다, 옮기다, 흔들리다, 놀라다, 동요하다, 미혹하다, 느끼다, 감응하다,
於(어조사 어) - ~에, ~에서, 어조사, 기대다, 따르다, 가다, 있다, 탄식하다.
地(땅 지) - 땅, 대지, 곳, 장소, 노정, 논밭, 뭍, 육지, 영토.
亦(또 역) - 또, 또한, 만약, 가령, ~도 역시, 단지, 이미, 모두, 쉽다, 크다.
夫(지아비 부) - 지아비, 남편, 사내, 장정, 선생, 저, 대저, ~도다,~구나, 다스리다, 많다.
何(어찌 하) - 어찌, 어느, 어떤, 언제, 얼마, 무엇, 왜냐면, 잠시, 꾸짖다, 받다, 당하다.
故(연고 고) - 연고, 사유, 까닭, 도리, 사리, 예, 옛일.
나머지 3분의 1은 삶에 집착하여 살려고 아등바등 발버둥을 치지만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음의 땅인 사지(死地)로 끌려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억울한 누명으로 고문을 당해 인생을 아프게 살아야만 했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행복한 삶을 살다 간 사람이라고 말하는 내가 존경하는 천상(天上) 같은 천상병(1930~1993) 시인은 삶을 소풍이라 비유했다.
1930년 일본에서 태어난 시인은 1954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4학년 1학기 때 중퇴하였다. 이후 1956년, 《현대문학》지에 집필하였다. 외국 서적을 몇 권 번역하기도 하였다. 1964년에는 김현옥 당시 부산직할시장의 공보실장으로 재직하였는데 이것이 천상병의 생애에 월급쟁이로 직장생활을 한 유일한 이력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성향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를 좋아했던 천상병은 그마저도 2년 만에 그만두게 된다. 1967년, 천상병은 독일 동베를린 공작단 사건, 일명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서 6개월간 옥고를 치르게 되었는데 이 사건은 천상병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말았다. 천상병의 술친구 중 한 사람이 서독에 유학하던 시절 동독을 드나들던 일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그 사실을 자랑삼아 천상병에게 말해주곤 했다. 그런 친구가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자 천상병 또한 술자리에서 그 사실을 전해 듣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죄로 굴비처럼 엮여 들어가고 말았다. 특히나 천상병은 평소 친구들에게 푼돈을 뜯어 막걸리를 마시곤 했는데, 검사는 이를 간첩 노릇을 하면서 받은 공작금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동백림사건 항목에도 나와 있지만, 1967년 6.8 부정 총선 규탄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정치적으로 계획된 간첩 조작 사건 중 하나였다. 황당하게도 당시 천상병에게 술자리에서 자신이 동독에 넘나든 것을 자랑하던 친구는 별 탈 없이 무사히 풀려났다고 한다. 결국, 천상병은 선고 유예로 석방되었지만 졸지에 간첩으로 몰려 전기 고문을 당하는 바람에 심신이 크게 병들었다. 고문의 여파로 인해 체중이 40kg까지 줄었고 성 기능을 잃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으며, 치아가 대부분 빠져 버렸고 말을 더듬는 버릇까지 생겼다. 신체도 망가졌지만 정신적인 충격도 커서 한동안 정신착란에 가까운 증세를 보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70년, 절친했던 친구이자 동료 시인이었던 김관식이 사망하자 그를 추모하기 위해 〈김관식의 입관〉을 발표했다. 이 시기에 천상병은 유독 죽음을 소재로 하는 시를 많이 발표했는데, 동백림사건 당시에 받았던 정신적인 충격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해 가을에 발표한 〈소릉조〉에 따르면, 그는 여비가 없어 추석에도 부모가 묻힌 산소에 성묘하지도 못하고 형제들을 만나지도 못하는 등 경제적으로도 매우 불우한 처지에 있었다. 1971년, 천상병은 행려 불자, 무연고자로 오해받아 ‘서울시립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천상병은 무작정 자전거를 잡아타려다가 마침 그 근처에 있었던 자전거 주인에게 붙잡혀 절도죄로 성북경찰서에 끌려갔다. 그런데 그곳의 경찰들은 고문 후유증과 음주 및 영양실조로 꼴이 말이 아니었던 천상병을 그대로 택시에 태워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렸다고 한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로 천상병이 실종되어 버리자 동료 시인들은 그가 거리를 떠돌다 객사한 것으로 오해하고 그 해에 천상병의 작품들을 모아 유고 시집인 《새》를 출판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천상병은 살아생전에 유고 시집이 출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책이 출간되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천상병이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의 생존이 확인되었다. 천상병의 친구의 여동생이었던 목순옥(1935~2010) 여사는 수년간 천상병 시인의 간병인 노릇을 하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1972년 결혼하였다. 그리고 김동리 선생이 주례로 결혼하였다. 천상병 시인은 아내 목순옥 여사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동거하게 되면서 그의 오랜 방랑 생활도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나무위키)
내가 막걸리만 마시게 된 연유도 천상병 시인을 흉내 내서다.
歸天(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이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以其生生之厚(이기생생지후)。蓋聞善攝生者(개문선섭생자), 陸行不遇兕虎(육행불우시호), 入軍不被甲兵(입군불피갑병)。
남 : 그 삶을 지나치게 두터이 하려 하기 때문이다. 대저 듣건대 삶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육지로 가도 외뿔소와 호랑이를 만나지 않고, 싸움터로 들어가도 갑옷과 병기를 입지 않는다.
장 : 잘 살려는 마음이 두텁기 때문이다. 대저 듣건대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육지로 다녀도 무소나 범을 만나지 않고, 군대에 들어가도 갑옷과 무기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 : 오래 살 수 있는 양생의 길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속담에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는 코뿔소와 호랑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전쟁에서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톨 : 왜냐하면 생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절제된 삶을 이 끌어 가면 코뿔소나 호랑이, 또는 군사 장비가 없이 전장에 있는 것을 두 려워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오 : 듣건대 섭생을 잘하는 사람은 육지에서 외뿔난 들소나 범을 만나지 않고, 전쟁터에서 무기의 상해를 입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 : 너무도 후하게 살려고 살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대저 듣건대, 삶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뭍으로 다녀도 호랑이나 코뿔소를 만나지 아니하고, 군대가 들어가도 갑옷을 입거나 병기를 착용하지 않는다.
여운 : 그 이유는(以其) 삶에 대한 애착이(生生之) 두텁기 때문이다(厚). 대체로 들리기에(蓋聞) 삶을 잘 다스리는(善攝生) 사람은(者), 음습한 길을 다녀도(陸行) 코뿔소와 호랑이를(兇虎) 만나지 않고(不遇), 군에 입대를 하여도(入軍) 갑옷을(甲兵) 입지 않는다(不被).
以(써 이) - ~써, ~로, ~가지고, ~때문에, ~까닭에, ~인하여, ~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厚(두터울 후) - 두텁다, 후하다, 두껍다, 짙다, 진하다, 지극하다, 친하다, 우대하다.
蓋(덮을 개/합) - 덮다, 덮어씌우다, 숭상하다, 뚜껑, 덮개, 하늘, 모두, 대개, 어찌, 문짝.
聞(들을 문) - 듣다, 들리다, 알다, 맡다, 방문하다, 묻다, 노리다, 견문, 소식, 명성, 명망.
善(착할 선) - 착하다, 어질다, 좋아하다, 사이좋다, 잘 알다, 통달하다, 옳게 여기다, 장점.
攝(다스릴 섭) - 다스리다, 거느리다, 가지다, 걷다, 돕다, 겸하다, 성내다, 당기다, 편안하다.
陸(뭍 육) - 뭍, 육지, 땅, 언덕, 길, 두텁다, 어긋나다.
行(다닐 행/항) - 다니다, 가다, 행하다, 하다.
遇(만날 우) - 만나다, 조우하다, 대접하다, 예우하다, 합치다, 성교하다, 막다, 우연히, 예우.
兇(외뿔소 시) - 외뿔소, 무소의 암컷.
虎(범 호) - 범, 호랑이, 용맹스럽다.
入(들 입) - 들다, 들이다, 간여하다, 빠지다, 받아들이다, 떨어지다, 투신하다, 섬기다, 수입.
軍(군사 군) - 군사, 군대, 군영, 진을 치다, 지휘하다, 종군하다.
被(입을 피) - 입다, 당하다, 덮다, 미치다, 더하다, 받다, 꽉 차다, 두루 퍼지다.
甲(갑옷 갑) - 갑옷, 딱지, 껍질, 첫째, 아무개, 손톱, 첫째가다, 싹이 트다, 친압하다.
兵(병사 병) - 병사, 병졸, 군사, 무기, 병기, 싸움, 재앙, 원수, 상하다, 다치다, 치다, 죽이다.
“어찌 그러한가(夫何故)? 그 이유는(以其) 삶에 대한 애착이(生生之) 두텁기 때문이다(厚).” 나는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에게 일찌감치 전해준 말이 있다. 인간이 가지지 말아야 할 두 가지에 대해서다. 바로 미련(未練)과 집착(執着)이다. 인간의 모든 재앙(禍)의 근원은 버리지 못하고 끊어내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삶에 대한 집착보다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나는 작년에 부친이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삶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강하신 분이었는데 황달로 온몸이 노래지시더니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20번의 항암치료를 견뎌내시고 회복되는 듯하더니 다시 재발하여 항암치료 중에 돌아가셨다. 나는 부친께 그나마 여생을 드시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만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을 가보시고 여생을 마무리하시라 권했지만 결국은 못 먹고, 못 가보고, 병상에서 돌아가셨다. 코로나로 면회도 안 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오로지 남은 자의 슬픔이다. 나는 이별 연습을 권한다.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지만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말한다. 죽음은 공포와 불안의 대상이 되기에 죽음에 대해 말만 꺼내도 분위기가 싸해진다. 죽음을 연습하고 대비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안락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살아남은 자에게 주는 부담이 너무 크다.
兕無所投其角(시무소투기각), 虎無所用其爪(호무소용기조), 兵無所容其刃(병무소용기인)。
남 : 외뿔소도 그 뿔을 들이받을 곳이 없고, 호랑이도 그 발톱을 둘 곳이 없고, 병기도 그 칼날을 들이댈 곳이 없다고 한다.
장 : 무소가 뿔을 들이댈 일이 없고, 범이 발톱을 세울 일도 없으며, 병기의 칼날을 휘두를 일도 없다.
주 : 코뿔소는 뿔을 들이밀어 받을 곳이 없다.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다. 칼날은 파고들어 찌를 곳을 찾지 못한다.
톨 : 왜냐하면 코뿔소가 자신의 뿔로 들이받거나 호랑이가 자신의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거나 군인이 칼을 내려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오 : 들소는 그 뿔로 받을 곳이 없고, 범은 그 발톱으로 할퀼 곳이 없고, 무기는 파고들 곳이 없다고 합니다.
김 : 코뿔소가 그 뿔을 들이댈 곳이 없고, 호랑이가 그 발톱을 내밀 곳이 없고, 병기가 그 칼날을 내리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운 : 코뿔소는(兕) 그 뿔을 들이 박을(投其角) 곳이 없고(無所), 호랑이는(虎) 그 발톱을 할퀼(用其爪) 곳이 없고(無所), 병사는(兵) 그 칼날을 휘두를(容其刃) 곳이 없다(無所).
無(없을 무) - 없다, 아니다, 아니하다, 말다, ~하지 않다.
所(바 소) - 바, 곳, 처소, 지위, 자리, 기초, 도리, 사리, 경우.
投(덜질 투/두) - 던지다, 뛰어들다, 가담하다, 편이 되다, 합치다, 의지하다, 버리다, 멈추다.
角(뿔 각) - 뿔, 곤충의 촉각, 모, 구석, 모퉁이, 각도, 총각, 상투, 짐승.
用(쓸 용) - 쓰다, 부리다, 일하다, 다스리다, 나무통, 용도, 작용, 재물, 비용, 그릇, 도구.
爪(손톱 조) - 손톱, 갈퀴, 메뚜기, 긁다, 자르다, 움켜잡다, 돕고 지키다.
容(얼굴 용) - 얼굴, 모양, 용모, 용량, 속내, 나부끼는 모양, 어찌, 혹, 담다, 용납하다.
刃(칼날 인) - 칼날, 칼, 병기의 총칭, 미늘, 길, 베다, 칼질하다.
“대체로 들리기에(蓋聞) 삶을 잘 다스리는(善攝生) 사람은(者), 음습한 길을 다녀도(陸行) 코뿔소와 호랑이를(兇虎) 만나지 않고(不遇), 군에 입대를 하여도(入軍) 갑옷을(甲兵) 입지 않는다(不被). 코뿔소는(兕) 그 뿔을 들이 박을(投其角) 곳이 없고(無所), 호랑이는(虎) 그 발톱을 할퀼(用其爪) 곳이 없고(無所), 병사는(兵) 그 칼날을 휘두를(容其刃) 곳이 없다(無所).” 삶을 잘 다스리는(善攝生) 사람은(者), 어떤 사람일까? 노자는 19장에서 “見素抱樸(견소포박), 少私寡欲(소사과욕). 넓은 세상 볼 줄 알고(見素), 작은 풀잎 사랑할 줄 아는 것(抱樸), 사사로운 감정을 통제하고(少私), 탐욕스럽지 아니한다(寡欲).”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흐름대로 사는 것이다. 도의 흐름에 따라 순리(順理)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나는 내게 딱 필요한 만큼 돈이 붙어주어서 매일 국회도서관에서 책 읽고, 글 쓴다. 미련도 집착도 근심도 우환도 없다. 당연히 스트레스도 없다. 오늘은 비가 내리니 일찍 마치고 막걸리 한잔하러 가야겠다.
夫何故(부하고)? 以其無死地(이기무사지)。
남 : 대저 무슨 까닭인가? 사지死地가 없기 때문이다.
장 : 이는 무슨 까닭인가? 죽음의 땅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 :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도의 진수에 통달했기 때문이다. 경솔하거나 어리 석은 행동을 범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톨 : 이것은 왜 그럴까? 왜냐하면 절제된 삶을 이끄는 사람에게 죽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 : 왜 그러합니까? 그에게는 죽음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김 : 대저 어찌 이럴 수가 있겠는가? 그 죽음의 자리가 그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여운 : 어찌 그러한가(夫何故)? 그 이유는(以其) 죽음의 땅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無死地).
내가 천상병 시인의 시를 좋아한 까닭이 읽기 쉽지만 시 한마디 한마디가 심장을 파고들었기에 그렇다. 나도 시를 쓰는 시인이지만 사람을 감동하게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내공은 없다. 억울한 누명으로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심신의 고통 속에 살았지만,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시인의 모습은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이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그러기에 죽음은 슬픔과 고통이 아닌 또 다른 아름다움이자 소풍이 끝나는 날이다.
끝났다. 정리하고 막걸리 마시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