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초 영상으로 에너지캐시백 가입자 하루만에 2배 늘린 유튜브 위력
“에너지 아낀 만큼 환급” 당근책에도
호응 저조했던 주택용 에너지캐시백
‘1분미만’ 처널서 소개하니 관심 폭발
가입세대 하루만에 10만→20만 급증
세종=전준범 기자
입력 2023.06.27 06:04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파워 유튜버’가 10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 하나로 정부가 운영 중인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가입자를 하루 만에 10만세대에서 20만세대로 두 배 늘렸다. 에너지 캐시백은 전기를 아껴 쓴 만큼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다. 작년부터 이 제도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정부는 유튜브 위력을 제대로 실감했다며 감탄하고 있다.
19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1분미만’에서 6월 17일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1분 42초 분량의 이 영상이 공개되고 하루 만에 에너지 캐시백 가입자는 10만세대에서 20만세대로 2배 증가했다. / 유튜브 '1분미만' 캡처
19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1분미만’에서 6월 17일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1분 42초 분량의 이 영상이 공개되고 하루 만에 에너지 캐시백 가입자는 10만세대에서 20만세대로 2배 증가했다. / 유튜브 '1분미만' 캡처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가입자는 이달 17일을 기점으로 20만세대를 돌파했다. 제도 운영 주체인 한전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6월 18일 12시 기준 21만6921세대가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당시 한전은 에너지 캐시백 인기 비결에 대해 “올여름 덥고 습한 날씨 전망, 5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냉방비 부담 확대 등이 에너지 절약에 관한 관심을 키웠다”며 “또 하반기부터 캐시백 단가를 킬로와트시(kWh)당 30원에서 30~100원으로 상향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부 내부적으로는 가입 세대 20만 돌파의 ‘진짜’ 비결을 유튜브에서 찾는 분위기다. 구독자 수가 197만명에 이르는 유튜브 채널 ‘1분미만’에서 지난 17일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소개하자마자 가입자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1분미만은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은 유용한 생활 정보를 핵심만 빠르게 편집해 올려주는 채널이다. 이 채널의 에너지 캐시백 소개 영상 길이는 1분 42초, 조회수는 26일 현재 130만회에 달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여름철(7~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427kWh인 4인 가구가 사용량을 10% 줄이면 요금 절감액은 1만5080원(전기 절약에 따른 요금 감소분 1만1180원 + 캐시백 3900원), 최종 요금은 6만5450원이 된다. 한 서울 시민이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가득 매달린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한국전력에 따르면 작년 여름철(7~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427kWh인 4인 가구가 사용량을 10% 줄이면 요금 절감액은 1만5080원(전기 절약에 따른 요금 감소분 1만1180원 + 캐시백 3900원), 최종 요금은 6만5450원이 된다. 한 서울 시민이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가득 매달린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산업부에 따르면 20만 돌파 전날인 16일까지만 해도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가입자는 10만세대에 그쳤다고 한다. 한전이 준비하던 보도자료 제목도 ‘10만세대 가입 돌파’였다. 그런데 17일 1분미만에서 영상을 올렸고, 해당 내용이 인터넷 맘 카페 등에 공유되면서 가입자가 순식간에 10만세대에서 20만세대로 2배 불어났다. 정부는 부랴부랴 보도자료 제목을 ‘20만세대 가입 돌파’로 바꿔 19일 발표했다.
에너지 당국 관계자는 “유튜브 시대가 맞긴 맞나 보다”라며 감탄했다. 동시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에너지 캐시백 시범사업 때부터 해당 제도 확산을 위해 부지런히 홍보해왔다. 하지만 국민 호응이 적어 고심이 컸다. 정부가 작년 7~8월 2개월간 에너지 캐시백 참여자를 모집한 결과 전국에서 총 3만8450세대가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정부 기대치의 20%에 불과했다.
지난해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을 처음 도입했을 때만 해도 정부는 앞선 2년의 평균 전기 사용량보다 3%를 아끼면 절감률 30% 안에서 kWh당 30원을 깎아줬다. 올해 7월부터는 기존 할인액에 더해 5~10%를 아끼면 kWh당 30원, 10~20%를 아끼면 50원, 20~30%를 아끼면 70원을 더 깎아준다. 한전에 따르면 작년 여름철(7~8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427kWh인 4인 가구가 사용량을 10% 줄이면 요금 절감액은 1만5080원(전기 절약에 따른 요금 감소 1만1180원 + 캐시백 3900원), 최종 요금은 6만5450원이 된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동시에 저효율 소비국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2년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범국민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해 서약서를 소개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동시에 저효율 소비국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2022년 11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범국민 에너지 다이어트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해 서약서를 소개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한전은 6월에는 온라인을 통해서만 주택용 에너지 캐시백 신청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가입 희망자는 전기요금 청구서에 포함된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한전 에너지 캐시백’을 검색하면 된다. 모바일 앱 ‘한전:ON’에 접속해도 신청할 수 있다. 7월 중에는 가까운 한전 사업소에서도 방문 신청을 받기 시작한다. 구체적인 접수 시기는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8월 31일까지 신청한 고객도 7월분부터 소급해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며 “9월 신청부터는 신청일이 속하는 월분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돈을 돌려주면서까지 에너지 소비 절감에 열을 올리는 건 우리나라가 세계 10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동시에 저효율 소비국이어서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7배 이상 많다. 반면 에너지원단위(경제 활동에 투입된 에너지 효율성)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에너지의 93%는 외국에서 수입된다.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정책 방향을 기존 공급 중심에서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해 오는 2027년까지 국가 에너지 효율을 25% 개선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도 국민의 에너지 소비 효율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당근 정책”이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에너지 위기 극복에 동참한다는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세종=전준범 기자
세종=전준범 기자
안녕하세요. 조선비즈 경제정책부 전준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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