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계절
왠지 그대가 불쑥 그리워질 때
나는 외로움이란 것을 생각한다.
그 외로움을 배가 시킬 수 있는 수원에 명소를 소개한다. 따라오시라!
거대함이 창궐하는 세상, 웬만큼 커서는 감동을 받을 수 없는 세상, 이런 세상 속에서 작은 곳으로 초대한다. 작아도 너무 작아서 그대와 내가 단 둘이 있으면 딱 좋을 만한 공간이다.
그래도 인생의 모든 것을 생각하고 사유해 볼 수 있는 공간이니 미리 예견하지는 마시라! 그대 마음은 클지 모르나 세상 속에 그대는 한없이 작은지라! 그대를 충분히 품을 수 있는 자리이다.
자~ 출발하자!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광교역사박물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된다. 버스를 타고 움직이실 분은 광교역사박물관 주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주차장은 넓어서 주차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코로나 덕에 주차료는 공짜이다.
버스에서 내렸으면 버들치고개 방향 또는 광교IC지하차도 방향으로 걷는다. 여기서 살짝 ‘버들치고개’에 대해서 살펴보고 가자! 우리나라 사람이니깐 우리나라 말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버들치고개’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물고기인 ‘버들치’? 아니면 ‘버들’에 ‘버드나무’가 떠오르시는가?
- 버들은 ‘벋다’에서 왔다. 즉 쭉 벋었다. 다른 말로 ‘곧다.’ ‘꼿꼿하다’이다.
- 치는 고구려와 백제 말의 성城이란 말, ‘기’에서 왔다.
. 기 => 치(峙), 고개라는 뜻이다.
. 신라 말로 성城은 ‘잣’이다. 여기서 고개를 뜻하는 말 ‘재’가 왔다.
* 버들치고개는 길이 구불구불하지 않고 쭉 벋어 올라간 고개라는 뜻이다.
. 버들(벋다) + 치(고개) + 고개
출발을 하면 오른쪽으로 심 씨네 묘가 왕묘처럼 되어 있다. 동수원IC지하차도를 지나 첫 번째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간다. 한 불럭을 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성죽공원 안내도가 있다. 집과 아파트사이에 아담하게 꾸며져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길에 바리케이드가 쳐있다. 중요한 집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왼편으로 산을 오르는 작을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 오르면 된다
(광교역사박물관 주차장)
(동수원IC지하차도)
(사거리)
(공원입구 바리케이트)
(공원입구)
내가 올랐을 때는 단풍이 예뻤는데 지금은 졌을 것이다. 여기에 정자가 있고 운동시설이 있다. 산 쪽으로 따라 걸으면 리기다소나무와 참나무 숲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드디어 오늘에 하이라이트 메타세콰이어 숲을 만난다.
숲이 작기에 이 작을 숲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나무 데크 길을 이리저리 비틀어서 예쁘게 꾸며 놓았다. 나무를 올려다본다. 쭉쭉 시원하게 올라가 있다. 삼거리에서 아래쪽으로 가면 원탁이 두 개가 놓여있다. 여기에 앉아서 올해에 고독을 털어내면 된다.
(메타세콰이어 길)
자~ 원탁에 다가간다. 그리고 나무를 본다. 나무 꼭대기를 보려면 머리를 뒤로 젖혀야 한다. 우러러 봐야 한다. 하늘이 분명 있지만 나무가 차지를 하고 있다. 나무가 하늘을 대신한다.
수직이 나를 에둘러 싼다. 저 높은 수직을 지탱하는 것은 수평이다. 나는 작지만 수평은 아니다. 아주 작은 수직일 뿐이다. 수많은 높은 수직들 속에서 나는 아주 작은 수직이다. 어쩌면 수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수평도 아니다.
이정도 되면 나는 외로워 질 수 있지 않은가? 숲속에 나나 인간세상의 나나 별반 다름이 없으니 말이다. 외로움에 어쩌면 눈물방울을 흘린 수도 있겠지만 아니 그 눈물마저도 찬바람이 가져갈 것 같다.
태양을 즐기던 푸른 잎들이 고단함을 떨치고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늦가을도 지나고 초겨울의 풍경 속에 잠시 나를 담가보는 것도 괜찮다.
푼수를 떨 만큼 떨었으니 이제 일어나자? 그리고 걷자?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작은 공원이 있다. 광교산 형제봉으로 가는 길인 것 같은 길이 숲속으로 사라진다. 여기서 더 방황을 하는 것도 좋지만 개울가 길로 접어든다.
(남은 떨어질 때 자라는 새싹)
거센 물소리, 아니 분수소리가 개울 옆구리에서 터져 나온다. 저 아래 호수에서 퍼 올려서 내뿜는 물소리이다. 멈췄다. 쏟아졌다 반복한다. 그 물이 흘러 내려가는 길을 따라 걷는다. 한 여인이 탄성을 지른다. 얕은 물속에 다슬기를 보았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다슬기를 만났으니 어찌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있겠나!
(잠시 쉬고 있는 분출구)
(용출하는 모습)
(다슬기)
걷다보면 다른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개울을 만나고 다리 밑을 지나고 한다. 그러면서 물을 점점 더 많아진다. 물은 만날수록 점점 더 커지는데 사람은 왜 그렇지 않은까? 왜 작아지는가? 사람도 만남으로 커질 수 있겠지? 만나보자?
단풍도 곱고, 물가에 달뿌리 꽃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흰뺨검둥오리가 쌍쌍이 짝을 지어 노닌다.
(달뿌리)
(흰뺨검둥오리)
커다란 다리 밑을 지나노라면 왠지 을씨년스러운 기분도 든다. 고속도로 밑을 지나고 광교역사박물관을 지나면 광교카페거리 뒤를 지나게 된다. 여기에는 파스타 집도 있고, 올리브유 빵집도 있고, 각종 카페가 줄지어 있다. 요즘은 코로나로 손님이 없다. 잠시 들려서 차 한 잔을 해도 좋다.
(불거지)
(빵집 전경)
조금 더 내려오면 양쪽으로 거대한 아파트가 도열해 있다. 징검다리를 건넌다. 들국화 향기가(11월 5일) 진동을 한다. 개울에 물고기도 보고, 물소리도 듣고 하다보면 어느덧 광교호수공원(옛날 원천저수지)에 당도를 한다.
(정다운 징검다리)
(광교호수공원)
여기서 둔덕으로 올라서서 조금 걸으면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9층에 가면 각종 음식이 즐비하다. 오늘은 돈가스를 먹었다. 평소에 먹던 돈가스와 달리 촉촉하고 맛이 났다.
이만하면 고독여행이 되었는가?
계절에 고독을 즐겨보시라!
첫댓글 감사^^
즐거운 시간 되셔요
작은 곳에서
올 해의 고독이 다 털어지나요?
하늘만큼 땅만큼의 고독인데~~~~~~
ㅎ
넵, 쉬워요.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미련이 적으면
고독도 작아서
가보고싶네요~~
즐거운 시간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