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에서 김지수가 이런 말을 하지요.
"제 친구가 그러는데 상종 못할 세 가지 부류의 남자가 있데요.
첫번째,
외롭다면서 징징대는 놈들
두번째,
음악에 푹 빠진 놈들
세번째,
종교에 푹 빠진 놈들"
여기서 1번과 3번의 유효기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2번의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나 싶다.
왜냐면~
요즘 세상엔 음악에 심취한 사람도 없거니와,
설령 음악을 좋아하더라도 패가망신할 정도로 폐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을 혹시나 보면 이렇게들 말한다.
"미친 놈이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위험한 놈이네. 저런 놈이랑 사귀면 패가망신하기 딱이다."
전술했던 드라마가 ~ING 시절은 국가가 부도났던 IMF 시절이다.
이 시기는 한국 경제가 매우 위태롭고 서민 경제는 거의 개작살 났던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에 한국 사람들은 음반을 더 많이 샀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 말이다)
지금은 유투브에 영혼을 바친 사람들도 그 시기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서 레코드 가게에 들러 음반을 샀다.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 순수한 민간인이 운영하는 레코드 가게는 1도 없다.
전세계적으로 핫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보를 파는 레코드 가게는 1도 없다.
물론,
말도 안되는 뻥튀기 가격으로 음질도 개같은 엘피만 파는 레코드 가게는 더러 있다.
하지만,
이건 서민들을 위한 레코드 샵이 아니다.
돈을 물 쓰듯 쓰는, 막상 음반을 사도 거의 듣지 않는, 그저 소장하는 재미에 사는
금수저들을 위한 레코드 샵만 존재하는데, 그것마저도 그리 많지는 않다.
90년대 사람들은 음악에 돈을 쓰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식당에 가서 밥을 처먹으면 돈을 내고, 술집에 가서 술을 처마시면 돈을 내는 것마냥 레코드 가게에 가서 음반을 사면 돈을 내는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 시절에는 돈 없는 사람들도 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샀다.
주로 시디를 샀고, 돈이 없을 경우, 피눈물 무릎 쓰고 테이프를 샀다.
결코 공짜로 음악 듣는 사람들은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없었다.
심지어 IMF 시절인데도,
동네마다 레코드 가게가 있었고, 사람들은 힘든 경제 상황에서도 음반을 샀다.
바로 그렇기에,
전술했던 세 가지 상종 못할 놈들 리스트에 당당히 음악에 심취한 놈들이 들어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음악에 심취하다간 정말이지 패가망신할수도 있었다.
돈도 없는데 음악은 듣고 싶구, 그래서 음반을 사고, 결국 경제상황도 안 좋은데,
무리해서 음반 사다가 집안 말아먹는 남자들이 많았다.
진짜 이런 남자들 만나면 사단나기 딱이지.
뭐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레스토랑에서 좋은 음악이 나오면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친구한테 전화 걸어서
그 음악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그 곡의 제목을 알아내고, 이후 레코드 가게에 가서 그 음반을 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게 결코 뻥이 아니었다.
오죽 했으면 음악 좋아하는 놈들 만나면 인생 사단 난다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2024년 현재,
과연 음악에 심취한 남자들을 상종 못하겠다고 말하는 여자가 얼마나 될까?
내가 보기엔,
음악에 심취한 남자도 거의 없거니와, 유투브로 음악 아무리 들어도 백퍼 공짠데,
사단 날 일이 없잖아?
음악을 사랑하는 것은 더 이상 남자들의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게임이나 그 외 다른 것들, 룸싸롱 같은 것들? 에 심취한 남자들이 더 위험하겠지?
음악은 더 이상 남자들에게 위력적인 존재가 아니고,
성을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쉽게 접할수 있고, 동시에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인스턴트가 되어버렸다.
아...
음악에 심취한 놈들이 모두 상종 못할 존재라 매도 당하던 그 시절이 그립구나...
https://youtu.be/pRU-6vaKaf4
Radiohead - My Iron Lung‘My Iron Lung’ is taken from ‘The Bends’ out on XL Recordings. Buy & stream it here: https://radiohead.ffm.to/thebendsDirected by Brett TurnbullFollow Radioh...www.youtube.com
첫댓글 음...
그냥 저 드라마 작가가 음악을 싫어하는 남자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시련 또한 지나고 보니 다 이렇게 추억이 되는군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암튼 이런 드라마 대사에서조차 엑기스를 뽑아내어 본좌의 신념을 투영시키는 화랑님의 재능은 역시 신의 한 수 이신듯~~~*^^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선 음악에 심취한 저희같은 놈들이 다 또라이로 보이겠죠 ㅋㅋㅋ
아마 저 작가는 지금도 음악에 심취한 매니아들을 그 시절과 마찬가지로 버러지로 볼겁니다.
씁쓸하네요... 지극한 공감 + 감동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