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중턱 아늑한 계곡 사이에 내 종봉장이 있다.
몇 발짝 올라가면 백운암이라는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암자가 하나 있고, 세속에 지친이들이 찾는다.
절 앞 못에는 무수히 많은 연꽃이 피어있다.
물병아리들이 아무 생각 없는 듯 헤엄을 친다.
무심한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만이 적막을 깬다.
백수와 어린 아들은
연못에 낚시 던지고,
깊게 빨아들인 뿌연 담배연기
물병아리 철없이 텀벙 대는데,
황소 개구리 굵직한 울음이
흰구름 연기속에 시름을 삼켰다...
- 어느 날 오후 스키치 입니다.
오늘도 처마 및 풍경은 말 없이 흔들리고
목어소리 구슬픈데, 염불하는 노승의
독경소리는 처량하기만 하다.
처마 밑 풍경(風磬)은 말없이 흔들리고
목어(木魚)소리 구슬픈데,
노승의 독경소리 무심(無心)만 하구나.
- 어느 날 오후 산사(山寺)에서 홈 관리자 ...
팔공산 자락에 쭈그리고 앉아 벌들이 물어오는 밤꿀을
넘보기 10여일째, 한 통에 2되 채 못되는 꿀이 모여져 있고
나는 어제 아침에 이 꿀을 훔쳐야 했다.
훔친다기 보다는 강탈(强奪)에 더 가깝다.
기대치 이하의 흉밀로 조금 주심에도 또한 감사하며
주변 분들과 나눔 할 예정이다. 밤꿀이 적게(군당 1되)나온
원인을 분석해 볼 때 근본적으로 벌의 세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밤꿀을 받지않는 종봉군(왕대 생산군) 45통이 초 강군으로
한 봉장에 있으면서 역봉이 그 곳으로 쏠려서 밤꿀 생산군의
세력이 약해졌고 분봉을 시켰기 때문에 내역봉마져 빈약했다.
결국 한 손에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한 내 욕심이 미련했다.
긴 장마를 예측한 꿀벌들은 지키에에 안간힘을 다 쏟고,
나는 이 꿀을 뺏어 팔아야만 밀린 월세 방값도 주고
너희들이 차지했던 땅의 세도 줄수 있잖니...
꿀을 뺏고 설탕물을 주다보면
종종 꿀벌들 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긴 장마 걱정마라 !
내가 꿀 많은 못하더라도 넉넉한 식량일랑 준비해 줄께...
- 2010/06/26 양봉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