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노후한 난방배관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면 이로 인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경기도 안산시에 소재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017년 11월경 B씨와 사이에 노후 중앙난방 관련설비 배관을 철거하고 고철을 약 300만원에 매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가 같은 해 12월 말경에는 B씨가 계약상 공사를 포기하고 수급인의 지위를 C씨로 변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B씨와의 계약서상에는 B씨가 2017년 12월까지 모든 작업을 마치되, 만일 계약기간 중 고의나 과실로 인해 입대의에 손해를 발생하게 했을 때는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고는 2018년 1월 3일 오전에 터졌다. B씨의 직원인 D씨가 아파트 지하실에서 용단작업을 위해 고용한 E씨에게 작업을 지시했고, E씨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노후 난방배관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씨가 주변에 있던 스티로폼에 옮겨붙은 것. 이 불은 지하실 연면적 140㎡ 중 12.6㎡에 번졌고 전기시설 및 통신시설, 소방시설 등을 소훼해 수리비 약 1억2,2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발생시켰다.
이와 관련해 A아파트 입대의는 B씨와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 결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5단독(판사 전경호)은 최근 ‘C씨는 입대의에 약 1억2,200만원을 지급하라’면서 C씨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였다.
법원은 “B씨가 최초 입대의와 사이에 계약을 체결했다가 공사를 포기하고 C씨가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입대의와 B씨, C씨 간에 체결했다”며 “C씨가 계약상 수급인의 지위를 B씨로부터 승계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계약에 따른 책임을 부담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C씨는 공사수급인으로서 현장 근로자 등에 대한 감독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로 화재사고를 발생케 했으므로 이로 인해 입대의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범위는 관련 확정 형사판결(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에서 인정된 약 1억2,200만원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B씨에 대한 청구부분은 기각했다.
입대의는 B씨가 C씨와 계약에 따른 공사를 함께 진행했으므로 B씨도 C씨와 공동해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법원은 “입대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변경계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사수급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입대의는 B씨가 직원 D씨의 사용자로서 D씨의 불법행위에 따른 사용자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지만 이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B씨의 직원인 D씨가 변경계약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E씨를 고용, 용단작업을 지시했고, E씨가 지시받은 작업을 하다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나, 입대의 및 B씨와 C씨는 B씨가 계약에 따른 공사를 포기하고 C씨가 공사를 진행하기로 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을 체결한 점, C씨는 ‘자신이 D씨를 공사현장의 책임자로 임시로 고용했고, B씨로부터 공사를 인수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등에 비춰보면 D씨가 B씨의 사무를 위하거나 그와 관련해 작업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아울러 “집합건물에 있어서 공용부분이나 구분소유자의 공유에 속하는 건물의 대지 또는 부속시설을 제3자가 불법으로 점유하는 경우에 제3자에 대해 방해배제와 부당이득의 반환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법률관계는 구분소유자에게 단체적으로 귀속되는 법률관계가 아니고 공용부분 등의 공유지분권에 기초한 것이어서, 그와 같은 소송은 1차적으로 구분소유자가 각각 또는 전원의 이름으로 할 수 있고, 입대의는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해 시행하는 등의 관리권한만을 가질 뿐, 구분소유자에게 고유하게 귀속하는 이 같은 권리를 재판상 행사할 수 없다”며 “입대의가 계약상 책임이 아닌 불법행위에 근거해 B씨에 대해 공용부분에 발생한 손해배상을 직접 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