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의 이별을 앞둔 시기에
그녀는 평생 동안 불러왔던 이름들을
쪼글쪼글해진 뇌세포에서 찾아내느라 힘들어하였다.
"영감" 어데 갔다 왔소?
"오빠"는 얼굴이 미남이요!
"내 새끼 보슬비야" 사랑한데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향하여
때론 영감이라 불렀고
때론 오빠라고 불렀고
정신이 맑았을 땐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치매와 당뇨
췌장암과 하반신 마비로 인한 발목 부분 괴사
80 넘어 오만가지 병을 달고 살다가
94세 때 소쩍새 따라 하늘나라 소풍 가신 울 엄마
지금은
컴컴한 7평 지하방에서
영감이랑 나란히 누워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실까?
성당에서 묵상의 기도를 올리거나
그녀의 지하방을 방문하여 기도를 올릴 때
항상 빠지지 않고 올리는 기도(소망)는
"부모님을 연옥에 머물지 않게 하시고
주님 곁으로 데려 가 달라"라고 생떼를 부려 왔었다.
기도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져
옆에 있는 자식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이곳저곳 2,000여 km를 달리면서
부모님 집이 있는 신불산 부모님 산소에 들렀다.
그녀와
하직 인사한 지 6년 차
그동안
일 년에 10번 정도 방문을 하고
그녀 집을 방문하고 돌아 설 때에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 때문에
한 번도 울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 집을 방문하고 돌아 설 때에는
눈물방울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것을 보니 신기롭기만 하다.
그녀에 대한 애정이 식었나?
이제 모자지간의 정이 완전 끊어졌나?
지금부터 고아로 살며 자유를 누리라고 그러시나?
아무튼
그녀의 지하 집에서 뒤돌아 설 때
눈물 흘리지 않는 현상은
그동안 사무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말끔히 씻어 내라는 신호인 것 같아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2023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이승에서 엄마와의 마지막 끈을 놓으려고 하니
엄마의 아들로서 66년을 살아온 세월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어느 음악 평론가가 말하길
나훈아가 부른 "홍시" 노랫말 중에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라는 가사가
대중가요 가사 중에서 으뜸이라고 칭송을 하였다.
초짜 노인에 입성한
온 백의 못난 아들이지만
"홍시"의 노랫말처럼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젖가슴을 더듬고 싶은 충동은
애정 결핍일까?
엄마에 대한 그리움일까?
아니면 모지라는 성격 때문일까?
8년 동안 엄마와 단 둘이 밀양에서 살 때
엄마 곁에 누워 자다가 엄마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밤마다 2~3번 엄마의 젖꼭지를 꼬집으면 주무시다가 아프다고 고함을 지른다.
고함소리를 들으면 안심하고 다시 잠을 청하고
엄니 돌아가시기 보름 전부터는 반응이 없어 엄마의 죽엄을 예견하였다.
큰일이던 작은 일이던
이래 저래 얽혀 있는 모자지간의 정을
이제 "울지 않는다"는 핑계로 혈연의 끈을 놓으려니 아쉬움이 남지만
혹자는
죽은 사람에 대해 울지 않아야
망자가 편히 좋은 곳 갈 수 있다는 조언이 현실감속으로 스며드는 가운데
이제
2023년이 지나고 2024년부터는
엄마에 대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행복이라는 공간에 빠져 남은 여생을 보낼려고 다짐을 해 본다.
첫댓글 엄마 눈물이 나네요 울엄니는 92 세 그냥 못걸어도 누어 있어도 엄마가 있어 행복 합니다
엄마 그이름은 눈물 입니다
님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행복감
세모 밑에
훈훈한 마음으로 다가 옵니다.
2024년도에는
2023년보다 더 멋진
어머님과의 추억 만드시길 갈망합니다.
내가 부를 엄마
희미해진지 오랜데
울컥 해지네요!!!
마음껏
불러보고 싶은 이름
어
머
니
희미해 진
어머님과의 추억
내리는 눈과 함께
옛 추억을 소환하셔서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시길......
울컥하지 마시고
엄마의 얼굴을 떠 올려 보십시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이제는 떠나보내시고 2024년
새롭게 지내보세요
떠나신분 너무 그리워 하면 이승에서. 떠나질 못한다고 하더이다
엄마의
자욱을 지워야만
서로가 행복하다는
님의
마지막 구절에
100% 동의하는 바 입니다.
위로와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그만
눈물방 뽀송뽀송히
주님의 은혜아래서
늘 마음 평안히 요🙏
네.
이제
그만 할께요.
내리는
하얀 눈이
뽀송히 쌓이는 세모 밑
님께
평화를 빕니다.
보슬비님의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도 가끔은 쉬엄쉬엄 함도 편할듯도 싶네요.
해도해도 어찌 평생 베풀어 주신 부모님 은혜를
갚기에는 늘상 불효자 마음으로 살아 가는 게지요.
이제는 그 자식도 황혼에 들어 섰으니 좀덜 생각한다 해도
부모님 마음은 "그래, 잘 생각했다" 하실겝니다.
늘상, 부모님은 자식에게 그리 대해 주신
천륜지정(天倫之情) 아니겠습니까...
한해 남은시간 편(便)히 마무리 잘 하시라고
2번째로 추천(推薦)드립니다., ^&^
고운 말씀으로
격려 해주시는
님의 말씀에
항상 고맙습니다.
2024년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곁에 행복이 늘 따라붙길 기원합니다.
맘에서 우러나오는 글에 감동을 받고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소박한 삶의 행복을 준 보슬비님
참 멋진분입니다~힘내세요
센스스런
마음이 어울리는
님의 닉네임이
한 해를 넘기는 길목에서
희망을 불어 넣어줍니다.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이세상이 아닌 다른 세계로 떠나셨으니 놓아 드려야 훨훨 떠나시겠죠
문득 문득 그리워 할수는 있겠죠 ᆢ
님께서는
저보다 먼저
어머님을 놓아준
선배님이 아니실까? 유추하여 봅니다.
그리워 함에 있어서
"문득" "문득"이라는 단어가
최고의 모범 답안인 것 같습니다.
2024년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소망
몽땅 이루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