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공평해”
“자기 같은 사람이 여자를 만족시키는 기술까지 갖추면 세상에 남아날 여자가 없을 텐데...”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하림은 그녀가 9부 능선을 오르는 순간 사정을 해 버린 것이다.
그녀마저 욕정의 노예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라면, 하림은 8등신 이었다.
하림의 물건이 하도 커서 몸 크기의 8분의 1은 될 것이라는 의미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 때 3학년 여학생에게 동정을 빼앗긴 이후 하림을 거쳐간 여자를 하림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분야 -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 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변강쇠 뺨을 왕복으로 갈겨대는, 정력의 화신이었다.
“그래?”
“자기 부인은 만족해요?”
“내 마누라는 아무 일 없이 잘 살아”
“성적 불만이 있다고 모든 여자가 바람을 피우진 않지”
“난 바람이 아니고 옛 사랑을 되찾은 거에요 뭐!”
”당신이 그렇게 떠난 후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어요. 남편에게조차…”
“그렇다고 해 두지”
하림이 그녀를 만난 것은 1978년 봄 이었다.
그녀는 미술대학 신입생이었고, 모두들 그녀를 장미라 불렀다.
하림은 <한 얼>이라는 동아리의 대표였다.
그 날은 축제 마지막 날이었고, 쌍쌍파티는 축제의 꽃이었다.
절정의 순간 최고의 커플에게는 북악파크호텔 2박3일 이용권이 주어졌다.
하림은 쌍쌍파티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동아리방에서 <인간시장>을 뒤적이고 있었다.
“형! 안가세요?”
“니들끼리 놀아”
“선배님~ 같이 갈 사람 없으시구나?”
“우리 과에 장미라는 애...”
“장미고 백합이고 관심 없다니까!”
“야! 이택아 함바집이나 가보자”
하림은 막걸리나 한 잔 할 요량으로 학교 밑 함바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머리를 두 갈래로 따 내리고 연분홍 원피스에 단화를 신은 여학생 하나가 가슴에 화판을 받쳐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형! 쟤가 장미라는 앤데요...”
“잠깐! 쌍쌍파티 몇 시부터냐?”
“가시게요? 시작했을 거에요”
하림은 장미에게로 다가갔다. 덥석 손목을 잡아끌고 뛰기 시작했다.
대강당은 젊은 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입장하는데 예약한 티켓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 없는 하림이었다.
표를 받는 학생이 표를 보여줄 것을 재촉했다.
그 순진한 학생이 <검은눈썹>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하림의 성질이 폭발하기 직전 저편에서 학생회 간부가 다가왔다.
“하림 선배!”
“어~~!”
“놀러 오셨어요? 영광인데요!”
“티켓 사야되냐?”
“야! 섭외부장! 하림 형 본부석으로 모셔!”
“본부석은 됐고 눈에 잘 안 띄는 곳으로 부탁하자”
지금껏 자신에게 무슨 이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끌려만 왔던 장미는, 이 남자 이름이 하림이고 뭔가 대단한 구석이 있는 남자쯤일 거라고 생각했다.
티비에서 한 번 쯤 본 것 같은 코미디언이 사회를 보고 희자매 윤시내 윤수일 함중아 뭐 대충 그런 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느린 음악에 맞춰서 부르스를 추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하림은 장미를 끌고 플로어로 나갔다.
아직 도살장에 끌려온 송아지 상을 하고 있는 장미를 달래가며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카바레를 순회한 전력의 하림인지라 누가 봐도 부드러웠다. 처음인 장미를 파트너로 난스텝을 밟아댄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그 두 사람에게 꽂히기 시작했다.
누군가 갑자기 짝! 짝! 짝! 짝!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박수소리가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로보의 시 오브 핫 브레잌이 조용히 흘러 나왔다.
하림은 초보자인 장미가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배려해 가며 젓가락 부르스의 진수를 보여 나갔다.
젓가락 부르스란 부르스의 한 장르는 아니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공명이 처음 선 보였다는 젓가락 부르스는, 물론 공명이 젓가락처럼 야위기는 했으나, 부르스를 출 때 머리와 어깨와 엉덩이가 각각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는, 그러니까 젓가락처럼 일직선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중원의 고수들이나 시연하는 엄청난 내공의 무예(舞藝)다.
서양 애들이 여자 목을 끌어안고 엉덩이를 씰룩씰룩 흔들어 대는 것은 부르스가 아니고 지랄병의 일종이다.
하림의 라이벌 부르스 리(이 소룡)가 댄스 경연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대강당은 정적에 휩싸였다.
gkfla이 갑자기 장미에게 프렌체키쓰를 퍼부어 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더니 장미를 번쩍 안아들고 뚜벅뚜벅 본부석으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아든 하림이 소리쳤다.
“나 장 하림이야! 오늘 이 시간부로 장미 차 다혜는 내 여자임을 선언한다!”
“와~~~~~~~~~~~~~~!!!!!”
“한 번 더! 한 번 더!”
하림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디제이는 재빠르게 비지스의 토요일 밤의 열기를 틀었다.
장미를 가운데 세워놓고 원을 그리며 돌아가면서 디스코를 추었다.
명동 회성이나 코리아나 호텔에서 가끔 시연하던 춤사위였다.
학교 축제의 쌍쌍파티는 하림과 장미를 위한 파티 같았다.
허슬과 디스코에 펑키펑키 윌리윌리 까지 곁들여 가며 페어댄싱을 마친 하림이 장미의 손등에 키스 하자 모든 학생들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하림이 대강당을 빠져 나오는데 학생회 간부가 봉투를 하나 내 밀었다. <계속>
*
입맛은 참 까다롭다.
심심한 것을 잘 참지 못하는 성미가 화근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 하지도 빼지도 말고 꼭 그 만큼은 재탕을 할 수 밖에...
첫댓글 근데..ㅎㅎㅎ.. 우짠 일로 이 글이 오늘은 문학방에 있을까요..? 하긴 문학방이 어쩌면 제격 일것도 같네요.. 잘 보고 있습니다 오라버니..재탕이라도 저는 처음 보는 거니까... 재미 있네요..ㅎ
저도 첨보고 많은 사람들도 첨 일것입니다...갈수록 ㅎㅎ
하여간 궁금증 유발시키는 사람이어요. 빨래방님은 ..춤에 대해선 우리 사돈이 최고인줄 알았는디 가만보니께 빨래방님도 고수일 것 같은디................................은제 시연한 번 안 하남유.
근디 정말 오늘은 이글이 왜 문학방일까?....소설이라서....그런갑다 그죠?..
ㅎㅎ에고.. 언능 삶방으로 옮겨주셩 에바언냐.. 이렇게 잼난걸.. 같이 봐야제..ㅋㅋ 에고.. 8분의 1.. 8등신..ㅋㅋ ^.~
3부는 와 짤라묵었어요.. 안보인당.. 아시는 분? ^.~
장 하림~멋쟁이야.!!...계속 ....
에로소설 읽고 있는 것 같아...ㅎㅎㅎ....소설책 하나 내시지요......ㅎㅎㅎㅎㅎ
부르스는 힘들어요~~학생때 디스코장에서 부르스 제대로 추는사람 한번도 못봤걸랑요. 빨래방님의 실력이 궁금~
저도 심심한 것을 잘 참지 못해서 ..갑자기 돌발적으로 생각지도 않던 일을 벌리곤하죠..최근에 그랬듯이..ㅎ
삶방에 있으면 많은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데 와 문학방으로 왔을꼬,부르스를 못추니 뭐라고 하노, 혼자 가만히 있지못해 발발거리니 체력이 딸려 요샌 헤매는 중입니다
문학방에 글이 있으니 회원님들 애가 타나봅니다. 다음엔 삶방에 올려주세요~
정말 신문같은데 연재되는 소설같아요 다음편이 속히 기다려지구~~~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