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에 들어갈 때에는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이 평화를 누릴 만하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집에 네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그 평화는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마태 10,12-13)
모든 것을 다 잊고 나들이를 나가면 꼭 생각나는 것들이 한 가지씩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 집에 가면 해야 될 일들하며, 연락해 줘야 할 사람, 사 둬야 할 것들….
온갖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걱정이 되고 제대로 즐길 수가 없게 됩니다.
기도를 하려고 조용히 앉아있으면 별일들이 다 생각납니다.
불은 꺼졌는지, 문은 제대로 잠그고 왔는지, 텔레비젼은 무슨 프로를 할 것인지,
오늘 내가 이야기 나누었던 이야기들하며… 조금도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우리는 불안정한 하루를 걸어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불안해서 조금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 없는 그러한 인생을 우리는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류가 생겨나서 평화보다는 분열과 전쟁의 나날을 살아왔고,
이 세상에 전쟁이 없이 평화로운 날은 세계대전이 끝나고 단 사흘뿐이었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듣기보다는 우리들이 얼마나 평화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라든지, ‘눈코 뜰 새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들이 이러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우리들이 시간이 너무 없어서,
아니면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들은 마음이 평화로울 수 있기를 언제나 갈구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평화를 가질 수 없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그릇된 믿음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릇된 믿음은 우리를 언제나 불안하게, 언제나 바쁘게, 언제나 힘들게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평화로움은 돈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저것을 가지기 전에 나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것을 쥐기 위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는 순간 우리는 평화로울 수 없게 됩니다.
지금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집착하고 고민하기 시작함으로써 우리의 평화는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들은 스스로가 머릿속에 정해놓은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서는
나는 평화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평화가 없는 사람들처럼
느끼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오해와 착각 속에서 우리는 평화롭고 싶지만 도저히 평화로울 수 없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세상 속으로 보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목말라하는 그 평화로움을 우리들에게 전해주시고자 하십니다.
그것은 감각이 주는 안락이 아니라, 물질이 주는 풍요로움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영혼의
가장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그 그윽한 평화를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주시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우리의 영혼을 깨끗하게 만들고,
우리를 모든 근심과 두려움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그러한 평화인 것입니다.
내 마음이 평화로 가득 차 있을 때 우리는 예수님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평화를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나의 얼굴에서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 마음이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으면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서 혼란을
나누어 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에게 잊혀져가는 이 감미로움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 평화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왜곡시키고 있는 머릿속의 그릇된 집착으로부터 해방되는 순간, 내가 주님의 길로
발길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화된 영혼으로부터 들려오는 그 목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과 평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순간부터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라도 맛볼 수 있는 느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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