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의 보시행
-보시의 완성-
짜리야삐따까 주석서註1)
아짜리아 담마빨라 지음
비구 보디 영역
보시 바라밀은 중생을 여러 가지로 이롭게 함으로써 실천된다. 자신의 행복
, 소유물, 몸 그리고 목숨까지도 내주는 것으로, 두려움을 제거해 주는 것
으로, 또는 법(Dhamma)을 가르치는 등의 방법으로 실천되는 것이다.
베풀어지는 내용에 따라 보시는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물질적인 보시(aamisa-daana, 財施), 두려움을 없애주는 보시(abhaya-daana, 無畏施), 그리고 법을 베푸는 보시(dhamma-daana, 法施)가 그것이다. 시물(施物)은 또 외적인 시물과 내적인 시물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외적 시물에는 음식, 마실 것, 의복, 탈 것, 꽃줄, 향, 연고, 침구, 거주처 그리고 등불의 열 가지가 있다. 이러한 시물들은 다시 그 내용과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음식에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있는 것과 같다.
외적 시물을 눈, 귀, 코, 혀, 몸, 마음의 감각 대상별로 분류하면 형태, 소
리, 냄새, 맛, 감촉 그리고 정신적인 것의 여섯 가지가 될 수도 있다. 어떤
한 감각의 대상들도 다시 세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각 대상인 형태에
도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가지 다른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외적 시물을 귀중품, 동산, 부동산 식으로 나누면 보석, 금, 은, 산호 등;
전답, 대지, 정원 등; 일꾼, 소, 물소 등 여러 가지가 된다.
큰 보살(Mahaa-satta, 摩訶薩)이 외적 시물을 베풀 때는 필요한 것이면 무엇
이나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가림없이 베푼다. 또한 구하지 않
아도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 알아서 베푸니 청해 올 때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는 너그럽게 베풀지 좀스럽게 주지 않는다. 베풀 만한 것이 있을
때 그는 넉넉하게 베풀지 모자라게 베풀지 않는다. 그는 보답을 바라고 베
풀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에게 충분히 돌아갈 만큼 넉넉하지 못할 때는 무
엇이건 나눌 수 있는 대로 고르게 나눈다. 그러나 그는 무기, 독약 그리고
술, 마약처럼 취하게 하는 것 등 남을 불행에 빠뜨릴 것은 주지 않는다. 신
상에 해롭고 게으름에 맛들일 재밋거리도 주지 않는다. 아픈 사람에게는 설
령 본인이 달라고 해도 적당치 않은 음식이나 음료는 주지 않으며, 무엇이
건 적당한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주지 않는다.
그는 또한 청하는 사람이 재가자이면 재가자에게 합당한 것을 주며 스님들
에게는 그들에게 유용한 것을 베푼다. 그는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는 법이
없이 부모, 일가, 친척, 친지, 자녀, 아내, 일꾼들에게 베푼다. 훌륭한 물
건을 주기로 약속하고 보잘것 없는 것을 베풀지 않는다. 그는 이득이나 체
면이나 명예를 원해서 혹은 어떤 보답을 기대하여 베풀지 않는다. 그가 바
라는 과보가 있다면 오직 최상의 깨달음 한 가지일 뿐이다. 물건이 싫어져
서나 또는 요구하는 사람이 귀찮아서 베풀지는 않는다. 설령 자기를 헐뜯고
욕하는 버릇없는 거지에게라도 버릴 것을 주지 않는다. 그 어느 때든지 항
상 정성스럽게 평온한 마음으로 자비심에 넘쳐 베푼다. 미신적인 예언을 믿
기 때문이 아니라 인과의 법칙을 믿음으로 베푼다.
베풀면서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사를 차리게 하지 않으며, 남들을 전혀
성가시게 하지 않고 그저 베풀 뿐이다. 속이거나 해치려는 생각으로 베풀
지 않으며 오로지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베푼다. 거친 말을 하거나 찡그린
얼굴로 베풀지 않으며 정다운 말과 선선한 어조로 웃으며 베푼다.
보살은 어떤 물건이 값이 높거나 아름다워서, 혹은 값진 골동품이거나 사사
로이 아끼던 물건이어서 그것에 대한 자신의 욕심이 지나치구나 싶으면 바
로 그런 생각을 쫓아버리고 마땅한 사람을 찾아내 주어 버린다. 그다지 훌
륭한 것은 아니라도 남에게 줄만 하고 누군가 그것을 바라고 있다면 그는
두 번 다시 생각할 것 없이 받는 사람이 마치 숨은 성자라도 되는 양 공경
하며 서둘러 내준다. 그러나 보살은 누군가가 자기 자녀들이나, 아내, 일꾼
이나 하인들을 요구해 오면 그들이 기꺼이, 자진해서 가려고 하지 않는 한
보내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가고 싶어하고 기꺼이 응할 때는 보내준다. 더
구나 요구하는 자들이 도깨비나 귀신, 악귀들이거나 또는 성격이 잔인한 사
람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요구에 응해 주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는 사람들을 해치고 괴롭히고 불행스럽게 만들려고 하는 위인에게는 나라를
넘겨주지 않겠지만 정법(Dhamma)으로 세상을 보호할 의로운 사람에게라면
기꺼이 그것을 내어줄 것이다. 이것이 첫번째, 외적 시물을 베푸는 방법이다.
다음 내적 보시는 두 가지로 이해되어야 한다. 어떻게 둘인가?
어떤 사람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남에게 넘겨주고 남의
고용인이 되거나 종살이에 들어가듯이, 큰 보살은 모든 중생들의 최상의 번
영과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깨달음을 위해 보시바라밀을 성취하겠다는 마
음으로 남에게 자신을 넘겨주고 남들이 자신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내맡겨
중생들을 섬긴다. 그는 자신의 손, 발, 눈 등 신체의 부분 또는 기관을 필
요로 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에 떨거나 위축됨이 없이 베풀어 버린다. 신체에
집착함이 없이 마치 하찮은 재물을 내어주듯 그것들을 베푸는 일에 움츠러
들거나 피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보살은 두 가지 동기로 내적 시물을 베푼다. 하나는 남들이 원하
는 바에 따라 그것을 즐길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 또 하나는 사람들의 욕
구를 만족시킴과 동시에 자기 자신의 극기를 위해서이다. 이 점에 있어서
그는 완전하게 베풀면서 "무집착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하리라"고 생각한
다. 보살의 내적 보시는 이와 같이 이해되어야 한다.
큰 보살은 내적 시물을 베풂에 있어 오직 받는 이에게 이로울 것만을 베풀
뿐, 그 밖의 것은 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몸이나 몸의 일부 또는 기관들
을 요구하는 자가 마라(Mara)나 그의 사악한 권속들임을 알면 "나의 보시
행이 그들로 하여금 더 악행을 하게 만들어 그들을 해롭게 해서는 안 된다
" 생각하여 그것을 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마라나 그의 권속들에게 홀린
사람들이나 미친 사람에게도 보시행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밖의 사람
들이 요구하면 그는 즉시 그것들을 베푼다. 이런 요구는 극히 드물 뿐더러
그런 보시를 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남의 두려움을 없애 주는 보시[無畏施]는 포악한 왕이나 도둑들, 불, 물,
적(敵), 사자, 호랑이, 기타 야생동물들, 용, 도깨비, 귀신, 악귀들의 위협
으로부터 중생들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불법을 베푸는 법보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정한 마음으로 삿되지 않게
설명해 주는 행동을 말한다. 즉 금생에도 이롭고 내생에도 이로우며 마침내
는 궁극의 해탈로까지 이끌어 줄 체계적인 지침을 가르쳐 주는 선행이다.
그와 같은 가르침에 의해 아직 불교에 입문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불문에 들
어오게 되고, 이미 들어온 사람들의 수행은 더욱 성숙해질 것이다.
불법을 베푸는 법보시의 방법은 아래와 같다.
간략하게는 보시와 지계(持戒)에 관해서, 천상계(天上界)에 관해서, 감각적
쾌락에 가려 있는 괴로움과 더러움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을 버리는 데
서 오는 유익함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 좀 더 자세하게는, 부처님의 제자로
서 깨달음(saavakabodhi, 聲聞覺)을 향해 수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살은 다
음의 주제들 가운데서 합당한 것을 택하여 그들이 깨달음을 향한 정진에 더
욱 전념하고 청정을 이룩할 수 있도록 그 주제의 고결한 특성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다.
그 주제들은 삼보에 귀의함, 계율을 지키고 자제함, 감관을 단속하기, 음식
의 절제, 깨어 있기 정진, 칠선법(satta-saddhammaa, 七善法), 서른여덟 가
지 주제 (kamma.t.thaana)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사마타(samatha, 寂止) 수
행에 매진함, 신체를 비롯한 일체의 경험 대상들을 관(觀)하는 수행(vipassanaa), 청정에 이르는 여러 과정(visuddhipa.tipada), 정도(正道)의 이해(sammattagahana), 삼명지(3 vijjaa, 三明智), 육신통(6 abhi~n~na, 六神通), 사무애해(4 pa.tisambhidaa, 四無碍解), 성문각(saavakabodhi, 聲聞覺) 등이다.
또한 보살은 벽지불(paccekabuddha)이나 정등각불(sammaasambuddha, 正等覺
佛)의 깨달음을 발원한 사람들에게 각각 그들이 추구하는 깨달음을 거둘 수
있도록 이 부처님들의 신통력이 얼마나 수승한가를 설해 주고 십바라밀을
세 단계로 나누어 그 각각의 단계가 가지는 고유한 성질과 특징, 기능 등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그들이 향하고 있는 벽지불이나 정등각불의 길에 더
욱 매진하며 청정해질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보살은 이렇게 중생들에게
법보시를 행한다.
큰 보살이 물질을 베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음식을 줄 때는 "이 보시로
중생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아름다움과 행복, 건강, 지혜 그리고 순결무구
한 지복인 최상의 과보를 성취하게 되어지이다" 하며 베풀고, 음료는 감관
에서 일어나는 갈애가 없어지길 바라면서 베풀고, 의복은 염치와 양심을 갖
추게 되고 부처님처럼 훌륭한 용모를 지니게 되길 바라면서 베푼다. 또 탈
것은 신통력과 열반의 지복(至福)이 성취되길 바라면서, 향은 덕행의 아름
다운 향기가 나길 바라면서, 꽃줄과 연고는 부처님이 갖추신 공덕과 같은
아름다움이 생겨나길 바라면서, 좌구는 깨달음의 도량(道場)에 자리가 마련
되길 바라면서, 침구는 여래가 누리는 휴식이 얻어지길 바라면서, 집은 중
생들의 안식처가 되어 주길 바라면서, 등불은 다섯 눈[五眼]註1)이 얻어지
길 바라면서 각각 베푼다.
보살은 눈에 보이는 것[色]을 베풀면서 부처님 몸에서 나는 상서로운 빛을
얻기를 염원하며, 소리[聲]를 베풀면서는 부처님의 범음(梵音)을, 맛[味]을
베풀면서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를, 감촉되는 것[觸]
을 베풀면서는 부처님과 같은 고상한 기품을 얻게 되기를 각각 염원한다.
보살이 지금 약(藥)을 주는 것은 훗날 불과(佛果)를 이루어 중생들에게 생
사(生死)가 없는 열반의 경지를 베풀고자 함이며, 종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
은 훗날 번뇌의 노예 상태로부터 중생들을 구하고자 함이며, 허물되지 않을
놀잇거리나 재밋거리를 주는 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정법 가운데 환희심을
내게 하리라는 마음에서이다. 그는 또한 훗날 모든 중생들을 고결한 혈통을
이어 받은 자기 자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녀들을; 온 세상의 주인(samin,
남편)이 되기 위해 아내를; 32상(相)註1)과 80종호(種好)註2)를 갖추기
위해 귀한 금, 은, 보석과 온갖 장신구를 내어 준다. 정법이라는 보배를 얻
기 위해 금고를 열어버리며, 법왕(Dhammaraaja)이 되기 위해 나라를 내준다.
선정(jhaana) 등을 이루기 위해 사원, 정원, 샘, 동산 등을; 발에 상서로운
법륜상(法輪相)을 갖추기 위해 자신의 발을; 정법의 손길을 뻗쳐 네 격류(
ogha)註3)로부터 중생들을 건지고자 손을; 신근(saddhindriya, 信根), 정진
근(viriyindriya, 精進根) 등의 정신력(indriya)을 이루기 위해 귀, 코 등
을; 세상을 두루 살피는 일체안(samantacakkhu, 一切眼)을 위해 눈을 베푼
다. 또한 보살은 "이 몸이 온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수단이 되어 지이다.
이 보시 공덕으로 인해 단지 내 모습을 보거나, 듣거나, 생각하거나, 따르
는 것만으로도 일체 중생들에게 늘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 주사이다" 하는
발원과 함께 자신의 살과 피를 베풀며, 온 세상의 으뜸, 무상존(Anuttara,
無上尊)이 되고자 머리를 베푼다.
보살은 이처럼 보시하기 때문에 마지못해서나,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면서나
, 두려움 때문에 혹은 양심의 괴로움 때문에 또는 없는 사람들의 비난 때문
에 베풀지 않는다. 또한 좋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잘것 없는 것을 베풀
지 않으며, 자신을 추켜세우고 남을 헐뜯으며 베풀지 않으며, 그는 결과를
바라고 주지 않으며, 요구하는 사람을 꺼리는 마음으로 또는 되는 대로 베
풀지 않는다.
이와는 달리 그는 정성을 다해, 손수, 적절한 시기에, 분별있게, 공평하게
그리고 내내 기쁨에 넘쳐 베푼다. 그는 주기 전에, 주는 동안에, 그리고 주
고 난 다음에도 기쁨에 차 있으며, 주고 나서 후회하는 일이 없다. 그는 받
는 사람에게 오만하게 굴거나 아첨하지 않고 다만 따뜻하게 대해줄 뿐이다.
후하고 넉넉하며 덤(saparivaara)까지 곁들여서 베푼다. 음식을 베풀 때는
"여기에 무언가 더 보태주자" 생각하여 옷가지 등을 곁들이며, 의복을 보
시하면서도 음식 등을 함께 베푼다. 탈 것이나 그 밖의 것을 보시함에도 또
한 그와 같다. 또한 감각의 대상이 되는 어떤 것을 보시할 때, 예컨대 눈으
로 보이는 것을 베풀 때는 좋은 소리, 향기, 맛 등이 곁들여지게 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보시한다는 뜻은 꽃이나 의복 또는 청, 황, 홍, 백색의
사리(sarira, 舍利) 같은 것이 생기면 그 모양새를 생각하면서 모양새를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적당한 수혜자에게 그 모양의 바탕인 실제 물건을 주
는 것이다.
소리 보시는 이를테면 북소리 따위의 보시를 의미한다. 사실 연꽃 다발을
따로따로 뿌리에서 떼어내어 받는 사람의 손에 올려 놓듯이 소리만을 분리
하여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소리를 보시한다는 것은 소리의 근
본, 즉 악기 따위를 주는 것이 된다. 따라서 삼보(三寶)전에 크고 작은 북
등의 악기를 기증하거나 또는 설법하는 스님에게 기름이나 당밀 등 목소리
를 도울 만한 약을 보시하는 것, 법회가 있음을 널리 알리는 것, 경전을 독
송하는 것, 설법하는 것, 불법에 관한 토론을 갖는 것, 또는 다른 사람의
선행을 소리내어 찬탄하는 것 등이 곧 소리 보시이다.
향기의 보시는 향기로운 뿌리 또는 가루향 등을 마련하여 그 향기로움을 생
각하면서 향기를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삼보전에 올린다. 또는 향 보시를 하
려는 의도로 침향(agalu, 沈香)이나 전단목(candana) 등을 베푼다.
맛의 보시는 잘 조리한 뿌리 등 맛있는 것을 마련하여 그 맛스러움을 생각
하며 맛을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적절한 사람에게 베푼다. 또는 곡식이나 젖
소 같은 맛좋은 것을 내준다.
감촉으로 알 수 있는 것을 보시한다는 것은 침구, 좌구, 덮개 등을 베푸는
것이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침대, 의자, 방석, 베개, 내의 또는 겉옷 등을
마련하여 그 감촉되어지는 특성을 생각하며 감촉 있는 것을 보시한다는 생
각으로 적당한 사람에게 베푼다.
마음으로 알아지는 것을 보시한다는 것은(dhammadaana)註1) 영양소, 음료,
생명을 보시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알아지는 대상물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영양소와 같은 좋은 물건
이 마련되면 마음으로 알아지는 대상물의 바탕이라고 생각하며 비감각적인
것을 보시한다는 생각으로 버터기름(sappi)이나 버터(nonita) 등의 영양
물 또는 망고즙과 같은 여덟 가지 음료를 베푼다. 또는 생명의 보시라 생각
하여 식권註1) 공양(salakabhattabojana, 籌食)이나 보름 공양(pakkhikam-
bhojana)을 베푼다. 그 밖에도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치료하도록 의사를
주선해 주고, 덫이나 그물에서 짐승을 풀어주며, 그물이나 새장을 부수어
없애고, 옥에 갇힌 사람을 내주거나, 짐승을 죽이지 않도록 권하며, 그 밖
에 중생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면 무엇이나 실천한다.
그는 이렇게 보시하여 성취한 모든 공덕을 온 세상 사람들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그리고 무상(無上)의 깨달음으로 자신이 얻게 될 해탈을 위해 회향
시킨다. 모든 공덕을, 선행을 쌓으려는 끝없는 의욕과 다함없는 선정, 지혜
, 지식, 해탈로 회향시킨다. 이와 같은 완전한 보시행을 할 때 보살은 생명
과 소유물을 무상하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생명이나 소유물을 많은 사
람들과 함께 나누어야 할 것으로 보아 항상 끊임없이 일체 중생들을 향해
큰 자비심을 일으켜야 한다. 마치 집이 불타고 있을 때 주인은 자기 몸과
귀중한 물건들을 밖으로 옮겨 집안에 중요한 것은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처
럼, 큰 보살은 차별이나 거리낌없이 한결같이 베푼다.
큰 보살이 그가 소유한 유정물[생명 있는 것]겧チㅉ°[생명 없는 것] 모두를
내주리라 굳게 마음먹을 때 극복하지 않으면 안될 네 가지 장애가 있으니,
곧 주는데 익숙치 못했던 과거의 습관, 보시물의 조잡함, 보시물의 훌륭함
과 아름다움, 그리고 그 물건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 이 네 가지이다.
(1) 보살이 베풀 만한 물건을 갖고 있고 구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마음에 베
풀고자 하는 생각이 솟아나지 않고 주고 싶지 않을 때는 이렇게 결단해야
한다: "지금 내 마음 속에 주고자 하는 생각이 일지 않는 것은 필시 과거
세에 주는 일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훗날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쉽
게 보시할 수 있도록 지금 주어야 한다. 앞날을 내다보며 지금 내 손에 있
는 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주어버리자."
이렇게 그는 너그럽고 후하게 기쁜 마음으로 내주며, 베풀고 나누어주는 일
을 마냥 즐거워하면서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낌없이 베푼다. 큰 보살은
이렇게 보시를 가로막는 첫번째 장애물을 산산이 부수어 없애 버린다.
(2) 다시, 베풀려는 물건이 볼품없거나 결함이 있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한
다: "과거에 베푸는 일에 마음쓰지 않았던 탓으로 지금 이 보시물이 변변
치 못하다. 마음이 아프고 이 물건이 비록 보잘것 없더라도 있는 그대로 베
풀어 보자. 이렇게 함으로써 훗날에는 최고의 보시 바라밀을 성취할 것이리
라."
그는 이처럼 너그럽고 후하게, 기쁜 마음으로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나 내
주며, 베풀고 나누어 주는 일을 마냥 즐거워하면서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큰 보살은 이렇게 보시를 가로막는 두 번째 장애물
을 산산이 부수어 없애 버린다.
(3) 베풀려는 물건이 너무 훌륭하거나 아름다운 것이어서 주저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 보살은 이렇게 자신을 타이른다: "선남자여, 그대 가장 고귀하
고 높은 경지, 최상의 깨달음을 성취하기로 발원하지 않았던가? 깨달음을
위하여 가장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시물로 내어 놓음이 마땅하리라."
그는 이처럼 너그럽고 후하게 기쁜 마음으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것을 내주
며, 베풀고 나누어 주는 일을 마냥 즐거워하면서,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큰 보살은 이렇게 보시를 가로막는 세 번째 장애물
을 산산이 부수어 없애 버린다.
(4) 큰 보살이 무언가를 베풀면서 그것이 없어져 손해라는 생각이 들 때 그
는 이렇게 반성한다: "물질적인 소유물의 성질은 본래 이런 것이다. 결국
없어지거나 사라지게 되어 있다. 더구나 과거에 내가 이런 보시를 베풀지
않았던 탓으로 지금 내 재산이 줄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많건 적건 간에 가
진 것은 무엇이든 베풀자.
이렇게 함으로써 훗날에는 최고의 보시 바라밀을 성취할 것이리라."
그는 이렇게 너그럽고 후하게 기쁜 마음으로 가진 것은 무엇이든 내주며,
베풀고 나누어 주는 일을 마냥 즐거워하면서, 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아낌
없이 나누어 준다. 큰 보살은 이렇게 보시를 가로막는 네 번째 장애물을 산
산이 부수어 없애 버린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추어 이와 같이 반성한다면 완전한 보시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제거할 수 있다. 보시를 완성하는 데 쓰인 똑같은 방법이 계율
이나 그 밖의 다른 수행 덕목들을 완성시키는 데도 적용된다.
주해
1) 三福業事(punnakiriyavatthu): 시(施), 계(戒), 수(修)(dana, sila, bhavana).
2) 四攝法(sangahavatthu):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동사(同事)(
dana, peyyavajja, atthacariya, samanattata).
3) Dhammapala 스님: Buddhaghosa 스님 이후의 주석가라는 것 외에 생존 연대
는 분명치 않음.
4) Cariyaapi.taka: Khuddaka-Nikaaya의 마지막 장으로 부처님의 전생 특히 십바
라밀을 닦는 보살의 수행을 운문체로 엮은 경전이다.
5) 우 치 틴의 「보시의 완성」 서문 참조(U chit Tin. The Perfection of Gen
erosity, Introduction).
6) E.W.Burlingame, 譯, 「불교설화집」(London;Pali Text Society, 1969), 2:
212-16
7) I.B. Horner 譯, 「짜리야삐따까」 참조 [Minor Anthologies of the Pali C
anon, Part Ⅲ(London:Pali Text Society, 1975)].
8) payatapaa.ni는 청정한 손(panisuddha-hattha)이라고 설명되며, 베풀기 전에
자신의 손을 닦는 풍습에서 유래된 것이다. 힌두 전적에서도 종종 관대한
사람이라는 표현에 ‘손이 늘 물에 젖은 사람’이라는 말이 쓰이는 것도 같
은 이유에서이다.
9) 성위(聖位): 해탈 수행에 의해 성자가 차례로 증득하게 되는 네 가지의 초
세간적 경지.
10) 예류과(豫流果), 일래과(一來果), 불환과(不還果), 아라한과(阿羅漢果).
(보리수 잎 하나 P.15, 51쪽, 보리수 잎 열다섯 P.37쪽 법륜 다섯 P. 8 참조)
11) PTS 본에서는 ‘기꺼이 베푼다’로 되어 있지만 이 번역의 정확성은 의심스
럽다. 여기서는 보시의 동기를 저열한 의도로부터 점점 고상한 동기로 향상
되는 순서로 배열한 것으로 보인다. PTS 번역에 따르면 이 순서가 틀리게
된다. 더욱이 asajja는 치다, 거스르다, 공격하다, 모욕하다 등의 뜻을 가
진 asadeti의 동명사이다.
12) 오근(五根, Panca indriya):해탈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다섯 가지의 힘 또
는 능력. 신근 정진근 염근 정근 혜근을 말함. (보리수 잎 하나 P. 49 주해 참조)
13) 오력(五力, balabhaavanaa): 신, 정진, 념, 정, 혜가 확고하게 자리잡아 큰
힘을 발휘하는 상태. 오근이 더욱 진전, 성숙되어 확립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14) 칠각지(七覺支: bojjhangabhaavanaa): 깨달음으로 이끄는 일곱 가지의 성분 요소.
①염각지(Sati-bojjhanga), ②택법각지(Dhammavicaya-b), ③정진각지(Viriy
a-b), ④희각지(Piti-b), ⑤경안각지(Passaddhi-b), ⑥정각지(Samaadhi-b),
⑦사각지(Upekkha-b)(법륜 아홉 P, 58. 주해 참조)
15) Rhys Davids의 PTS 본 (Dial.II,372)에는 “Tasmim kho pana daane Uttaro
naama manavo vyaavato ahosi” 부분이 “웃따라가 분배를 담당했다”가 아닌
“웃따라는 이 큰 보시에서 자기 몫을 받지 못하고 제외되었다”로 오역되
어 있다.
16) 냐나뽀니까 테라의 「선과 악의 뿌리들」 (법륜출판 No. 251/253) 참조.
17) 「업과 과보」 (법륜 출판 No.221/224) 참조.
18) Paramatthajotikaa, 「The Illustrator of Ultimate Meaning」
Khuddakapaatha 주석서, (London : PTS, 1960).
19) 비구 보디 譯, Cariyaapi.taka A.t.thakathaa,에서 발췌. (The Discourse on the All-Embracing Not of Views: In The Brahmajala Sutta and Its Commentaries. BPS, 1978, PP. 289-96, PP. 322-23.)
20) 五眼:肉眼(mamsacakkhu), 天眼(dibbacakkhu), 慧眼(pa~n~naacakkhu), 佛眼(buddhacakkhu), 普眼(一切眼, samantacakkhu).
21) 32상(相): 위인에게 갖추어진 32가지 신체적 특징. 전승에 따르면 석존이
태어났을 때 아시타 선인이 와서 석존의 몸에 32상이 구족되어 있는 것을
보고 만일 석존이 세속에 머문다면 완전한 통치자(전륜성왕)가 될 것이고,
출가한다면 진리를 성취한 부처님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22) 80종호(種好): 범인들과는 다른 부처님 몸의 수승한 특징 80가지.
23) 네 격류(ogha): (=4 aasavaa) 欲流(kaama-ogha), 有流(bhava-ogha), 見流(di.t.thi-ogha) 無明流(avijjaa-ogha)
24) 여기서 말하는 dhamma(法)은 본문 내용에서 보는 바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생명(jiva)이나, 생명을 유지시키는 자양분으로 색, 성, 향, 미,
촉, 법의 마지막 법을 가리킨다.
25) salaka : 대나무 조각 등으로 만든 일종의 전표 혹은 초대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