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전통주를 얻기 위한 수고로움
현대인들에게는 녹파주란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미 고려시대부터 빚어지기 시작하여 『동국이상국집』, 『산가요록』, 『음식디미방』,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십육지』 등 여러 문헌에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널리 애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멥쌀이나 찹쌀가루로 밑술을 빚고 찹쌀 또는 멥쌀로 덧술을 하는 이양주(二釀酒)로, 일찍이 평양지방의 명주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던 벽향주(碧香酒)와 흡사한 청주(淸酒)이다. 녹파주의 방문(方文)에는 문헌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이 글에서는 『산가요록』의 방문을 따르기로 한다. 『산가요록』 방문의 특이한 점은 밑술을 빚을 때 멥쌀을 가루 내고 바로 죽을 쑤는 것이 아니라 쌀가루를 푹찐 다음 다시 끓는 물로 죽을 쑤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한 과정을 더 거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죽을 태울 염려가 없어서 좋다.
우선 소량의 재료로 빚어보기를 권한다. 전통주의 뛰어난 풍미는 수없는 제조과정을 반복하면서 정확한 제조법을 터득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녹파주의 주조과정은 쌀 10kg을 기준(100)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참고로 각 재료의 비율은 쌀 100 : 물 100 : 누룩 3.3 : 밀가루 1.5 이다.
재료는 밑술용으로 멥쌀 3.3kg, 물 10L, 누룩 330g, 밀가루170g, 덧술용으로 찹쌀 6.7kg을 준비한다. 멥쌀 3.3kg을 깨끗이 씻어 8시간 이상 물에 담가 건진 다음 곱게 가루를 낸다. 멥쌀가루를 시루떡을 찔 때와 같은 방법으로 푹 찐다. 시루떡에 끊는 물10L를 넣어 잘 풀어 죽으로 만든 다음, 차게 식힌다. 죽에 누룩 330g과 밀가루 170g을 골고루 섞은 후 항아리에 넣어 밑술을 완성한다. 3일 후 찹쌀 6.7kg을 깨끗이 씻어 8시간 이상 물에 담가서 불린다. 쌀을 씻어 건져서 고두밥으로 찐 후 고루 펼쳐서 식힌다. 고두밥을 밑술과 고루 버무려서 덧술로 빚어 항아리에 넣어 14〜21일 간 발효시킨다. 맑아지면 채주한다.
제대로 빚어졌다면 술은 톡 쏘는듯 하면서도 감칠맛을 가지며 깨끗한 빛깔을 나타낼 것이다. 그 이유는 누룩 사용량이 아주 적어 자칫 텁텁하게 느낄 수 있는 누룩취를 줄였기 때문이다. 또한 밀가루를 섞어 빚을 때 톡 쏘는 맛과 감칠맛을 더 부여했다.
간략하게 녹파주 빚는 방법을 알아보며, 많은 한국인들이 전통주로 불리는 우리의 술을 아끼고 즐기게 되어 가까운 미래에 와인이나 맥주 등의 외래 주류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게 되고, 더 나아가 널리 세계에 알려져 한류의 일익도 맡아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Tip. 녹파주의 맛 친구 ‘꽈리고추 찹 스테이크’
깔끔한 맛을 갖고 있는 녹파주에는 양념이 된 고기가 안주로는 제격이다. 발사믹 식초로 숙성시킨 찹 스테이크 위에, 꽈리고추와 발사믹 식초를 끓여 만든 소스를 뿌리면 한국적인 스테이크 완성이다. 소스 안에 매콤한 꽈리고추향이 배어 느끼함을 잡아준다. 꽈리고추는 비타민 C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매운 맛의 성분인 캡사이신이 들어 있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글‧홍성희 사진‧안지섭 출처;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