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 21:7]
그 남은 자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면 아내를 얻게 하리요 우리가 전에 여호와로 맹세하여 우리 딸을 그들의 아내로 주지 아니 하리라 하였도다...."
그 남은 자들 -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패퇴하여 림몬 바위로 도망, 간신히 목숨을 보존한 베냐민 자손 600명을 가리킨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아내를 얻게 하리요...하였도다 - 본절에 나타난 바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들은 두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1) 남아 있는 600명의 베냐민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사람들의 딸들을 주어 한 지파의 사멸을 방지하는 것이다.
(2) 딸을 그들의 아내로 주지 않겠다고 한 맹세(1절)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이 맹세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딸을 베냐민인에게 주는 것이었다. 이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서둘러 조사를 시작하였는데 그 결과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일전의 미스바 총회에도, 그 같은 맹세에도 참여치 않았음이 밝혀졌다.
그리하여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의도는 감추고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을 치기로 결의한다..
[삿 21:8]"또 가로되 이스라엘 지파 중 미스바에 올라와서 여호와께 이르지 아니한 자가 누구뇨 하고 본즉 야베스 길르앗에서는 한 사람도 진에 이르러 총회에 참예치 아니하였으니..."
야베스 길르앗 - 요단 강 동쪽 길르앗 땅에 있는 갓 지파의 성읍이다. 이 성읍은 요단강의 지류 중 갈릴리 바다 남쪽 32km 지점의 동쪽으로부터 요단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와디 엘 야비스 근처에 위치하였다. 이 성읍을 진멸하기 위해 1만 2천 명의 군사만을 보낸 것(10절)으로 볼 때에 그리 큰 성읍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견해는 그 성읍에 결혼하지 않은 처녀가 4백 명 밖에 되지 않았던 사실로도 뒷받침 되어진다. 이러한 야베스 길르앗은 훗날 사울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성읍이다. 야베스 거민이 아모리 사람 나하스에게 포위당했을 때 사울이 성읍을 도와 구출해 주었다. 그리고 야베스 사람들은 훗날 사울과
그의 세 아들이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전사하자 벧산 성벽에서 사울과 그 아들들의 시체를 가져다가 야베스에 묻어 주었다. 때문에 사울을 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된 다윗은 용감하고 경건한 이들 야베스 사람들의 행위에 대하여 특별한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삿 21:9]"백성을 계수할 때에 야베스 길르앗 거민이 하나도 거기 없음을 보았음이라..."
백성을 계수할 때에...없음을 보았음이라 - 앞서 이스라엘이 미디안 총회로 모여 베냐민과의 싸움을 결의했을 때 그들은 분명 군사들의 수를 점호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야베스 길르앗에서는 한 사람도 총회에 참석치 않은 것을 알았을 것이다. 본절은 바로 그 같은 사실을 일컫는 듯하다.
[삿 21:10]"회중이 큰 용사 일만 이천을 그리로 보내며 그들에게 명하여 가로되 가서 야베스 길르앗 거민과 및 부녀와 어린 아이를 칼날로 치라..."
야베스 길르앗 거민과 및 부녀와 어린아이를 칼날로 치라 - 이는 곧 야베스 길르앗 성읍에 대하여 철저한 심판을 가하라는 뜻이다. 한편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이 미스바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비록 그곳의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의 책임이 아닐 터인데도 이처럼 그들까지 모두 함께 진멸시키도록 한 이유는 공동체적 책임 때문이다.
즉 당시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하던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한 성읍의 일개인이 범죄하였을 경우에도 그 성읍에 대하여 전체 책임을 묻곤 하였다. 그것은 곧 이웃이 범죄할 경우 그를 개도할 책임이 각자에게 있음을 교훈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본절에서 야베스 길르앗 성읍을 철저히 진멸토록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인데 그러나 당시 남자를 알지 못하던 처녀 400명만은 멸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삿 21:11]"너희의 행할 일은 모든 남자와 남자와 잔 여자를 진멸할 것이니라 하였더니...."
남자와 잔 여자를 진멸할 것이니라 - 여기서 '남자와 잔 여자'란 곧 '기혼녀'를 가리킨다. 고대 사회에서는 대개 전쟁이나 변란이 일어났을 때 기혼녀를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마 이는 그들을 살려둘 경우 남편의 원수를 갚으려 획책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여기서 '진멸하다'에 해당하는 '하람'은 '구분하다', '봉헌하다'는 뜻이다. 이는 곧 이스라엘 자손들이 하나님의 심판을 대행하듯 야베스 길르앗 거민들을 멸절시킨 것을 의미한다.
[삿 21:12]"그들이 야베스 길르앗 거민 중에서 젊은 처녀 사백인을 얻었으니 이는 아직 남자와 자지 아니하여서 남자를 알지 못하는 자라 그들이 실로 진으로 끌어 오니라 이는 가나안 땅이더라..."
젊은 처녀 사백인을 얻었으니 - 남은 베냐민 자손들에게 주어 그들로 하여금 후사를 잇게 하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야베스 길르앗을 치게 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의도가 분명히 나타난다. 그들은 겉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대행하는 것처럼 행했지만 실상은 교묘히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다.
즉 이로써 이스라엘 자손들은 그들이 서원한 것을 어김이 없이도 베냐민 자손들에게 아내를 구해줄 수 있게 된 것이다. 7절 주석 참조. 그들이 실로 진으로 끌어 오니라 - 2절에 따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베냐민 지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여 번제를 드린 곳은 분명히 벧엘이었다. 그런데 본절에서 야베스 길르앗 처녀 400명을 이끌고 간 곳은 벧엘이 아니라 실로였다.
이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의 견해가 매우 다양하다. 혹자는 이제 베냐민의 전쟁이 끝났기 때문에 벧엘로 옮겼던 언약궤를 다시 실로로 복귀시켰다고 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다시금 벧엘이 아닌 성소 실로로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19절에 언급된 바와 같이 여호와의 절기가 가까웠기 때문에 언약궤를 실로로 옮겼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리하여 백성들은 다시금 성소로 모인 것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처럼 실로는 엘리 제사장 당시까지. 희막이 있던 성소로 여호수아 시대에도 이곳에서 자주 총회가 열렸었다. 이는 가나안 땅이더라 - 야베스 길르앗은 요단 동편의 성읍인 반면 실로는 요단 서편, 즉 가나안의 성읍이다. 따라서 이러한 실로를 야베스 길르앗과 대비시키기 위하여 '가나안 땅'이란 말을 사용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