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읽어보면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노선 문제다. 인적쇄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공천 잘못 탓이다 등등 모두 그럴 듯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런 것들과 거리가 멀다.
이게 당 대 당의 힘을 겨루는 총선이었다면 그런 분석이 모두 옳을 수도 있겠지만, 불과 15석을 가지고 겨룬, 그리고 15석 중 10석이 한나라당 의원에게 유고가 생겨 치러지는 선거에서 거대담론을 들이대어 분석한다는 건 소 잡을 때 써야 할 칼을 닭 잡는데 쓰고 있는 꼴이다.
왜 소 잡는 칼을 들고서 설치는 걸까? 친노와 486들은 안철수 죽이기가 목적일 게고, 새누리 지지자들은 새정치연합 죽이기가 목적일 것이다. 닭 잡는 칼로 그 원인들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기로 한다. 물론 안철수, 김한길에게 선거패배의 온갖 책임을 떠다 넘기고 있는 친노와 패거리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쓴 글이기도 하다!
1. 천정배
목포 3대 천재라 불리우고, 전두환 정권 하에서는 법복을 입지 않겠다면서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한 민주, 진보 진영의 큰 자산인 천정배, 그는 친노 패권에 맞서 정동영과 함께 쇄신위를 주도했다 해서 친노 이해찬에 의해 19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되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동영은 강남을을 천정배는 송파을을 택해 패배를 각오한 사지출마를 감행하였고, 결과는 둘다 낙선이었다.
천정배는 송파을에서 그대로 있다가는 정치생명이 끝날 것을 예감하고 일찌감치 광주로 낙향해 변호사 사무실을 내는 등 출마준비를 해 오던 중, 문제의 광산을에서 출마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출마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 지난 총선이 2012년 4월이었는데, 낙선한 지 2년 3개월 만에 그것도 새정치연합의 아성이라는 광산을에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천정배가 고만고만한 후보들과 경선을 치루겠다는 것은 지도부에 생떼를 쓰는 행위였다.
지도부의 재보선 공천방침은 젊고 유능한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는데, 천정배가 광산을을 손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접수하겠다고 나서자 거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더군다나 이게 전례가 되어 호남출신들로 서울에서 낙선의 좌절을 겪은 정동영, 유선호, 김효석 의원 등이 다음 총선에서 대거 낙향해 출마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는 셈이었다.
이런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천정배 의원은 호남에서의 지명도를 이용해, 지지자들을 규합해 당 지도부를 계속해서 압박했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고려라는 강수까지 던지게 되었다. 이제 선거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국의 모든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관심은 광산을에 집중되었고, 지도부가 권은희를 공천하자 천정배는 백기를 들고 말았지만, 전국의 호남 유권자들은 깊은 내막도 모른 채 한사코 천정배를 배제하려 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지도부에 대해 배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면 손학규, 김두관은 왜 공천이 가능했는가? 손학규는 대선 후보로 나오기 위해 총선 출마를 하지 않았었고, 김두관은 총선 당시 경남 도지사였기 때문에 역시 출마를 하지 않았었다. 백혜련의 경우는 이명박 정권 검찰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검사직을 내던진 전력이 있어서 비록 총선에서 안산 단원갑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었지만 권은희와 같은 경우로 특별히 예우된 경우였다.
사실과 상황이 이러함에도 조경태는 <천정배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서 권은희를 선택했다>면서 안철수와 각을 세우게 되었다.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다. 자기와 친한 사람에게는 당에 해가 가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공천을 줘야 한다는 말인가?
2. 권은희와 뉴스타파
권은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폭로하여, 일약 진보, 개혁 진영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녀가 수사외압의 주범으로 지목했던 김용판이 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무력감을 느꼈고, 그러던 중에 승진에서도 탈락되어 차별을 받자 사표를 냈었다.
원래 다음 총선에 출마하는 것이 순리였으나, 천정배가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자 지도부가 어쩔 수 없이 광주 지역 인기1위였던 그녀를 호출한 감이 든다.
하지만 그녀가 인터뷰에서 “제가 지난 대선에서 희망을 본 건 안철수 현상이었으며, 문재인에게 투표도 하지 않았다”라고 한 말이 말썽을 일으켰다. 이 말을 한 사실이 보도되자 그 때까지 영웅으로 받들던 친노들이 권은희에 대해 갖은 악담을 퍼붓기 시작했다. 공천해야 한다고 그들이 앞장서 주장하다가, 일단 그들 사람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자마자 벌떼처럼 달려들어 쏘아댔다. 급기야는 친노성향의 급진 대안언론인 뉴스타파에서 권은희 남편 재산이 수십억인데 이를 사실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방송을 했다.
사실 문제의 상가들은 권은희 남편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서 빚을 내서 투자 목적으로 산 것들인데, 마치 수십개의 상가를 소유한 거부가 이 재산을 불법으로 숨긴 것처럼 왜곡해 보도함으로써, 권은희는 신데렐라에서 일시에 부엌떼기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권은희는 정의와 양심의 상징에서 거대한 부를 불법적으로 숨긴 부도덕한 여자로 매도되었다.
KBS, MBC, SBS를 포함하여 보수 성향의 모든 언론들이 뉴스타파의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여 보도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권은희의 숨겨놓은 재산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종편 어디를 틀어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는 간략하게 권은희의 “나는 무죄다! 비상장 법인의 주식은 액면가만 신고하면 된다는 선관위 규정대로 했을 뿐이다!!”라는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지만 주 기조는 권은희의 비도덕성을 부각시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윤상현 사무총장의 비상장 주식 실평가액이 1,400억에 이르고, 같은 당의 광산을 송환기 후보는 13억1000만원, 홍철호 후보(경기 김포)와 이중효 후보(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도 각각 33억원과 57억원의 비상장 주식을 액면가로 신고했지만 이들은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적반하장격으로, 마녀 사냥하면서 낄낄대는 무리들처럼 권은희를 죽여댔다.
그러면서 그녀를 공천한 새정치연합의 비도덕성도 함께 공격했으며, 그 결과 새정치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뉴스타파는 도대체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따위 허위 과장 보도를 했던 것일까? 왜 그들의 주적인 새누리당 후보들을 먼저 검증하지 않고, 권은희부터 묵사발을 냈을까?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하여튼 뉴스타파 보도는 대히트를 쳤으며, 그 보도를 배후에서 기획한 자들은 어둠 속에서 잔인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거의 모든 언론이 보수 새누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를 사람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하기”에 비유한다. 이전에 있었던 천정배와 지도부 간의 갈등도 시시각각으로 특종처럼 다루었었다. 이를 통해서 호남출신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의 민심 이반, 혹은 정치 무관심을 조장했다. 이는 이어지는 금태섭-허동준-기동민 사건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일각에서 권은희의 공천으로 인해 보수층이 결집하였다고 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서,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이 권은희처럼 정의롭고, 양심적인 인물을 그 이유 때문에 공천하기를 포기한다면, 아예 당의 간판을 새누리당 2중대로 바꿔 다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이 논리는 새누리당스러울 따름이다.
3. 정세균 486과 금태섭-허동준-기동민-노회찬
안철수의 입노릇을 해왔던 새정치연합 대변인 금태섭은 일찌감치 동작을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사무소 개소식 까지 마쳤다. 그 과정에서 안철수와 상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설령 상의했다 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리고 나서 건너는 성격의 안철수가 금태섭에게 확실한 언질을 주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안철수는 7.30 재보선에 임하면서 구 새정치연합 출신 최고위원 등에게 출마에 대해 각자 앞서 나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바로 그 때문에 김효석, 이계안 최고위원이 출마를 포기했고, 김포의 이수봉 보좌관도 중도하차했다.
하지만 금태섭이 선거 사무소를 낼 때 까지 안철수가 아무 제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동작을에 그를 공천할 생각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금태섭 전략공천설이 퍼지자,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위원장인 486 오영식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공심위는 물론 당 지도부가 적합도나 경쟁력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없는 한 486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에게 출마의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 면서 지도부를 압박했는데, 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 분석에 의하면 이 성명서는 정세균계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문제의 허동준이 정세균계라는 사실과도 부합된다.
만약에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태섭 공천을 강행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 그들은 더 많은 세를 규합해서 계속 지도부를 압박했을 것이고, 새정치연합은 선거를 치루기도 전에 극도의 혼란 상태로 빠져 들었을 것이다.
금태섭 공천 건은 또 한 번 정치판을 뜨겁게 만든다. 안철수가 금태섭을 동작을에 전략공천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던지 수원 영통에 전략공천을 해주려 했다. 그런데 이를 논의하던 회의 도중, 갑자기 우원식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이의 부당함을 알렸고, 이 문제는 순식간에 SNS의 큰 이쓔가 되어 시끄러워 졌다. 모든 친노들이 나서서 안철수가 자기 사람 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아우성을 쳤다.
나중에 금태섭이 공천 받을 생각이 없다고 밝혀 이 문제는 유야무야 되었지만, 단 한명의 안철수 사람에게도 공천을 줄 수 없다는 구 민주계의 생각을 노출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이토록 금태섭 공천을 반대한 우원식은 누구인가? 내가 아는 한 우원식은 유시민의 개혁당 출신이다. 아니라면 개혁당 출신들과 아주 절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개혁당은 친노중의 친노였는데, 현재 우원식은 민평련 소속으로 있다. 그런데 민평련이라는 계파가 아주 묘한 조직이다. 한 마디로 색깔이 잡탕이다. 친노도 있고, 비노도 있고, 동교동계도 있고, 정세균계도 있다. 그들끼리도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한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한 우산 밑에 모여 있다. 계파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안 부르기도 그렇다. 현재는 486 보쓰 이인영, 동교동계 설훈, 김근태계 이목희, 친노 우원식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 한명의 자기 사람도 후보로 챙기지 못했으면서도 자기 사람만 챙긴다는 욕을 먹고 있는 안철수,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이는 모두 다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의 당내 장악력이 취약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앞서 정세균이 민주당 대표를 할 때, 지방 선거 공천을 한 적이 있는데,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갖은 편법과 합법을 총동원해서 자기들이 원하는 후보들을 거의 모두 공천해서 원성이 하늘을 찌른 적이 있었다.
무소불위의 조직강화 특위라는 것을 통해서 사고 지구당 모든 곳에 자기 사람들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는데, 그때 임명된 위원장 중에 필자가 아는 유명인사들만 해도 신계륜(고대 후배), 설훈(고대 후배), 김상희 등등이다.
정세균은 한명숙 대표를 만드는데 총책임자로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공천권을 쥐고 전횡을 한 바도 있는 자인데, 자기는 그토록 많은 자기 사람들을 요소요소에 심었으면서도, 안철수가 단 한 명의 자기 사람 심는 것을 이처럼 강력히 저지했다.
허동준은 이전 총선 후보 경선에서 이계안에게 처참하게 패배하였을 정도로 지역에서 그다지 신망을 얻고 있지 못했는데, 그런 사람을 중요한 지역의 후보로 공천한다는 것은 패배를 감수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따라서 지도부에서 묘안으로 제시한 후보가 박원순 서울 시장의 정무 부시장 기동민이었는데, 그는 이미 광산을 후보로 출마선언을 하고 선거사무소까지 개소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동민을 동작을에 공천한 것은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사전 교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를 공천함으로써 직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승한 여세를 탈 수 있고, 박원순 후광효과로 지역발전 공약에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어, 선거운동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게다가 안철수가 “동작을에서 먹고 자면서 기동민 선거운동을 하겠다. 그 때문에 최고위원 회의에 출석하지 못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안철수가 앞장서고 기동민이 함께 하고, 이를 박원순이 받쳐 주는 구도로 선거를 치르고자 하였다. 나는 이런 구도로 선거에 완주했더라면 노회찬이 사퇴를 않고, 끝까지 완주했더라도 어느 정도 당선 가능성이 있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더군다나 노회찬이 사퇴를 했더라면 동작을 선거에서 필승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기동민 공천에 대해 또 반발이 뒤따랐다. 이번에도 오영식이 총대를 맸다. 이번 서명자들은 강기정, 김경협, 김태년, 김상희, 김영주, 김용익, 김현, 박남춘, 박민수, 박완주, 박홍근, 배재정, 서영교, 안민석, 오영식, 유성엽, 윤호중, 이목희, 이원욱, 임수경, 장하나, 전병헌(정세균계), 전정희, 전해철, 조정식, 최재성, 홍영표, 홍의락, 홍익표, 홍종학(정세균계) 등이었다. 1차 서명자 중에 일부가 빠지고 몇명이 추가되었다.
이들은 성명에서 기동민 전략공천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 개념없는 공천, 해석불가 공천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기존 후보들을 배제하고 전략공천할 뚜렷한 명분과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사실은 같은 정세균계에다가 486인 허동준을 후보로 정해 달라는 압력에 불과했다.
이들의 지원사격을 받는 가운데 허동준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출마 기자회견장에 난입하여 기자회견을 끝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기자회견장에 허동준이 난입하여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던, 20년 친구 사이라는, 기동민의 마이크를 뺏어 들고 소란을 피우던 장면은 모든 언론을 통해 그대로 방영, 전달이 됐는데, 이를 지켜보던 동작 유권자들과 전국의 국민들로 하여금 자중지란에 빠진 새정치연합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갖게 했을지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경쟁력도 없던 허동준이 20년 친구인 기동민의 마이크를 뺏고, 기자회견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만행을 저지른 데는 고도의 술수가 있다고 본다. 바로 안철수를 노리고 한 연출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친노와 범친노 정세균의 일관된 대권 전략은 안철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그중에 최상의 방법은 밖에 있는 안철수를 어떤 수단을 써서든 민주당 안으로 끌어 들여 놓고 서서히 죽여 가는 것이었다. 필자는 허동준의 만행을 지켜보며 그 만행이 안철수를 향한 것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동작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안철수 흠집내기를 통한 대권후보 장악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안철수의 정적들에게 최상의 상황은 어떻게 하든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해서 안철수가 큰 상처를 입고 당권을 내놓는 상황이었다. 안철수인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그들의 흉계를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 흉계 속에 갖힌 안철수가 합당이란 결단을 내린 입장을 나름대로 유추해 본다면 이렇다.
//신당창당을 하는데 소요되는 자금문제가 큰 원인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 점은 별도로 하고, 신당 창당을 한다 해도 어차피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광역 단체장의 경우, 전국에서 단 한 석도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인 마당에(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호남을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새누리당이 모든 광역단체장 자리를 차지할 텐데, 그 비난을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구차스런 후보 단일화를 할 바에는 큰 결단을 내려 합당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7.30 재보선도 있고, 앞으로 총선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단일화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또한 당을 혼자 힘으로 계속 꾸려 나갈 자신이 없었을 수도 있으며, 대선 국면에서 또 한 번 단일화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합리적인 최선의 단일화 방법을 찾을 수 없는 마당에 차라리 합당하여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 자리를 노리는 편이 더 합리적이 아니냐는 것이다.(합당에 대한 추측은 필자의 소설이니 사실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가려서 읽어 주시기 바란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 결국 허동준과 기동민이 예정된 기획대로 화해를 하고, 약속한대로 안철수는 동작을에 가장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며 기동민 선거운동을 해 가던 중에 문제의 노회찬 선언이 있었다.
그 선언은 “기동민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24일 6시 이전에 내가 후보 사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선언이 있고나자 친노대장 국민TV 서영석을 필두로 해서 수많은 친노들이 떼거리로 SNS에 나타나서 기동민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 주장의 근거는 여론조사를 한 곳에서 해본 결과 노회찬으로 단일화해야 몇% 더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후보 결정과정에서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서, 이제 선거운동의 페달 속도를 올리고 있는 단계였으니 경쟁력에서 뒤질 수도 있었겠지만, 정의당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당력에 안철수가 혼신의 힘을 다한다면 어찌 노회찬에게 경쟁력에서 뒤질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대부분이 친문재인인 이들 새정치연합 친노들이 왜 전혀 다른 정의당 후보 노회찬을 지지하고 나섰을까?
//이정희의 진보당과 결별한 후에, 노회찬, 심상정의 진보신당과 유시민, 천호선, 이재정의 국민참여당이 결합된 당이 정의당이다. 유시민이 누구인가? 노무현 대통령 선거 당시 개혁당을 결성하여 민주당 비주류인 노무현 당선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치하를 들었으며, 그 후 열린 우리당에 입당하여 노무현의 정신적 경호실장을 자임하면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는 명언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철저히 영남패권을 추구하는 인물로서 노 대통령 치하에서 호남을 경시, 멸시하는 수많은 어록들을 양산해서 정권 재창출 실패, 한나라당 집권의 최대 공로자 역할을 했다.
그 유시민이야말로 골수 친노이며 노무현이 대통령 된 후에 권력에 무임승차한 문재인과는 비교할 수 조차 없다. 문재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친노가 아니라 말 그대로 <노무현의 친구>일 따름인 것이다.
그런 유시민과 관련된 정의당에 대해 소위 친노들은 새정치연합 보다 더 강한 동질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며, 유시민을 추종하던 수십만에 달하던 극렬 유빠들의 태반이 현재 SNS에서 갖은 욕설과 비어를 배설하고 있고, 그들이 이번 기동민-노회찬 단일화 과정에서 기동민 사퇴를 주장했던 자들이다. 물론 서영석도 극렬 유빠이다.(국민TV 서영석은 빠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니 유시민과 엄청 친하다는 정도로 해 두자.)//
노회찬은 상기한 선언으로 정의당과 새정치연합 수뇌부간 만남을 유도하여, 그 만남을 통해 정의당 모든 후보들이 사퇴하는 조건으로 한 지역구를 보장 받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 의도가 새정치연합 지도부에 의해 좌절되자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최종적으로 제안했는데, 기동민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화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필자는 이 대목에서 왜 기동민 후보가 후보 단일화 제안을 단호히 뿌리치고, “제가 지지율에서 앞서니 후보 자리를 아름답게 양보해 달라!”고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당시의 여론 조사를 보면 3자 대결시 기동민 후보가 노회찬 후보에게 앞서고 있었다. 물론 “누구로 단일화 되는 것이 더 좋겠느냐?”로 설문을 넣게 되면 그 결과를 알 수 없었으나 전격적인 사퇴를 하는 것 보다는 그 편이 더 좋았다. 여론조사도 조사 항목과 문구에 대해 합의한 후 기관을 3개 정도 정해서 편차가 큰 하나를 제외한 후에 그 결과를 따지면 신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직의 개입에 의한 왜곡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단점이긴 하다.
투표용지에 사퇴라는 표기가 되는 시점이 24일이라는 주장이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되었다. 투표용지는 이미 22일 인쇄에 들어갔고, 기동민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실제 투표용지에는 기호 2번 기동민의 이름이 그대로 존재하여, 그 결과 나경원, 노회찬 양 후보의 표차보다 더 많은 (기동민에 투표한)무효표가 발생하였다. 정의당 후보였기 때문에 기권한 야권 지지자들도 꽤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는 사족을 살짝 붙이고 싶다.
기동민 사퇴에 대해서는 다음의 시사인 기사를 참고하기 바란다.
//(노회찬이 아름답게 양보해 줄 것으로 오판한 기동민은)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까지 걸려 있는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는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노회찬 후보가 선배시니 양보해 달라”는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이 내용을 정의당이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기동민 캠프 분위기는 급변했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해 압박을 해온다고 느꼈다. 아, 이게 선의로 양보 의사를 밝혀온 것이 아니구나 하고 그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제 기동민 후보가 ‘아름다운 단일 후보’가 되는 길은 사라졌다고 캠프는 느꼈다. 노 후보는 그런 모양새를 연출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 캠프가 7월23일 내린 결론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두 가지였다. 사퇴 시한까지 못 박은 노회찬 후보를 버티기로 주저앉힌 ‘상처뿐인 단일 후보’가 되거나, 먼저 사퇴를 선택해 ‘아름다운 단일 후보 노회찬’을 만들어주거나. 전자는 명분은 물론이고 실리도 없었다. 그런 단일화로는 본선 승리 전망이 어두웠다. 기 후보는 후자를 선택했다.//
이 글을 읽어 보면 기동민 캠프가 너무 아름다운 단일화에 급급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젊기 때문일까, 너무 순진하다. 물론 양보해서 오래 사는 길을 택한 결단은 아름다우나, 끝까지 버텨서 후보직을 쟁취했다 패배했지만 지금도 뻔뻔스럽게 정계 거물로 활보하고 있는 문재인도 있질 않은가? 다음에는 양보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서 승자가 되길 바란다.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기회도 자주 오는 게 아니며, 지지자들은 항상 양보보다는 승리를 기대한다!
누차 밝히지만 기동민 후보로 단일화 되었더라면 안철수와 박원순의 힘으로 확실히 당선시킬 수 있었다. 물론 안철수의 입, 금태섭이 공천 받았더라도 당선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동민 사퇴와 함께 안철수-김한길의 운명도 결정되었다. 하지만 그 운명이 장차 안철수호의 침몰로 나타날지, 아니면 더 좋은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로써 복지세상은 더 이상 선거운동할 기력을 상실하였다. 마지막 까지 노회찬 후보 지지 선거운동을 해줄 생각이었으나, 너무나 지저분하고, 시끄럽고, 추한 선거 과정을 버텨 오던 나의 신경줄이 기동민 사퇴와 동시에 끊어져 버렸다.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캠프 소속도 아닌 자유인인 나는 자유를 찾아 떠났다.
노회찬 후보를 도와 끝까지 선거운동을 해주겠다던 나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 정말로 의도적 지지거부는 아니었다! 나중에라도 이런 경우가 닥치면 정말 끝까지 도와줄 생각이다. 나의 조그마한 힘이 있었더라면 노회찬이 당선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당혹스럽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이야, 929표차라니?
4. 적을 스스로 만들어 무너진 서갑원
7.30 재보선의 최대 이변은 새정치연합의 본거지인 전남의 순천-곡성 지역구에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일이었다. 이는 1988년 소선거구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 이래 초유의 일로서 호남-새정치연합, 영남-새누리당 구도로 짜여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구도에서는 놀랄만한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이정현의 순천 당선은 그 폭발력이 엄청나서 급기야는 김한길-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동반사퇴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순천-곡성의 여론에 따르면 새누리당 이정현이 좋아서 이정현을 지지한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 서갑원이 싫어서 이정현을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순진한 사람일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큰 사건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작은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정현의 <예산 폭탄> 공약은 그 파급력이 대단했다고 본다.
//인근 여수·광양 등에 비해 제철소·공단 같은 산업 기반이 취약한 순천과 곡성의 상대적 박탈감을 파고든 것이다.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순천대 의대 유치와 순천만공원의 국가공원화 같은 지역 숙원사업을 약속했다. 여당과 싸우느라 민생을 등한시한 야당에 실망한 민심은 빠르게 기울었다.(한겨레)//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새누리당의 공약이 통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이명박의 <야망의 계절>, 성공신화에서, 국민들은 박정희 경제도약,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꿈꿨다. 이명박을 찍으면, 보리 고개를 넘게 해주었던 박정희의 경우처럼, 그들의 어려운 생계문제가 쉬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환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박정희의 딸이니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환상은 환상이다.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할 대로 성장한 이 나라에서 <한강의 기적>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 폭발적 성장이 아니라 착실한 성장을 해가면서 그 동안 축적된 부를 가능한 최대한도로 나누는 방법밖엔 없다.
박근혜 캠프도 기적적 성장을 약속해 가지고서는 더 이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선별적 복지를 통해 중산층, 서민들을 더 잘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대권을 거머쥐었다. 문재인이 약속한 보편적 복지는 중산층, 서민들이 그 실현 가능성을 믿을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이미 잘 먹고 잘살고 있는 부자에게도 복지하겠다>는 보편적 복지론은 오히려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국민 70%에 대해서만 복지혜택을 주고 나머지 부자에게는 복지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박근혜의 공약이야말로 필자가 누차 강조해 오던 대선방책이었다. 문재인 캠프는 예산이 얼마나 소요될 지 계산해 보여 주지도 않고, 실행 가능성이 과연 있는지를 설명도 않은 채 각종 보편적 복지공약을 남발하였다.
문재인 공약보다 훨씬 더 돈이 적게 드는 복지공약 조차 박근혜 정권이 전혀 이행할 수 없게 되어, 거의 모든 공약들을 파기하는 사태가 오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문재인이 한 공약은 <대국민 사기극>일 따름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박근혜 캠프는 문재인 공약의 바로 이런 허점을 파고들었으며, 문재인이 거짓 공약을 하고 있다는 박근혜 운동원들의 설명은 서민들에게도 쉬이 이해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서민들의 박근혜 지지표가 압도적으로 더 많았던 것이다.
그에 비해 안철수 복지정책은 상당히 합리적이었다. 가능한 한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되, 사회취약계층 대책에 우선적으로 국가재정을 쓰겠다는 것이 안철수 복지정책의 핵심이다.
안철수 정책은 하나하나가 모두 실행 가능한 공약들이었다. 문재인식 <뻥공약들>이 아니라, 먼저 실행 가능성부터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가면서 만든 <알토란 공약들>인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가 대선 후보로 되지 못한 점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잘살게 해줄 것 같다는 환상 때문에 투표를 한 경우는 동작을 정몽준에게서도 나타났다. 2008년 총선에서 동작을의 민주당 후보는 정동영이었고, 한나라당 후보는 이군현이었다. 정동영이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정동영은 이명박이 국회에서 그 얼굴을 가장 보기 싫은 사람이었다. 앞선 대선에서 대통합 신당의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은 전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BBK 도둑놈이 바로 당신 아니냐?”면서 집요하게 이명박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급거 이군현을 정몽준으로 교체하였다. 1조에 달하는 사재를 풀어서라도 그들을 잘살게 해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동작을 주민들은 정몽준 지지로 급선회하였다.
세상인심이란 그런 것이다.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그 이상의 공약은 없다. 현재 야권 일각에서 진보정당으로 나가야 한다든지, 여권에 대해 강성 투쟁을 하지 않아서 여러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하다.
대부분 국민들은 시위를 한다던가, 국회에서 멱살잡이하고, 연좌농성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저것들은 항상 저 모양 저 꼴이다. 또 저 모양이다. 정치라면 신물이 난다. 그러니 정치인들 똥은 개도 안 먹는다고 하지...우리 좀 먹고 살게 할 궁리 좀 해주면 안 되나?”
맞다. 불의, 부정과의 싸움을 중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목구멍이다, 이 바보야!!” 아마 순천에서도 이 목구멍의 문제가 작용한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후보를 제대로 된 과정을 통해 공천했더라면 동지애 혹은 자존심이 목구멍에 승리했을 것이다. 호남의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아무리 화려한 공약을 해도 통하지 않는데 왜 순천에서만 통했을까? 이정현, 즉 목구멍을 택하면서도 챙피하지 않을 변명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따위 후보를 우리더러 지지해 달라고? 어림 텍도 없다. 우리에게도 자존심이 있거든? 이정현을 지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서갑원은 절대 안 된다!”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의전 비서관을 역임하고, 이미 순천에서 재선을 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박연차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죄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경력이 있는 친노 486 서갑원, 그가 위태롭다는 뉴스를 접하고 서갑원을 트윗덱에 노출시켜 놓고서 지지운동을 막 시작하고 있는데, 서 모라는 순천의 새정치연합 중견당원이 냉큼 나에게 트윗을 했다. “우리는 이정현에게 투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격 없는 서갑원을 응징하고 싶다.” 실제 있었던 일이다. 기가 막혔다. “그래도 새누리당을 당선시켜선 안 된다”라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순천-곡성에서 서갑원에 의해 행해진 부정경선 의혹으로 그에 대한 악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결과였다.
승부는 정당해야 한다. 정당한 승부를 하지 않고 불법, 편법에 의해 승부가 가린다면, 패자는 이에 결코 승복하지 않는다. 이는 앞서 있었던 민주당의 대선경선에서, 경선주자들이 승자의 손을 들어주지도 않고, 선거운동도 거들지 않았던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안철수의 경우도 그랬다. 단일화 과정에서 안-문 양측의 합리적인 해결을 유도하는 대신에, 원탁회의의 노인들(사실은 문재인 지지자들이면서 원로라는 가면을 쓰고 있었음, 이해찬도 그 멤버였으니까)은 강압적으로 안철수를 밀어 붙였다. 결국 안철수가 대선출마포기 선언을 했지만, 그런 마당에 신이 아닌 사람인데 어떻게 상대를 위해 선거운동을 해 줄 마음이 나겠는가?
안철수에게 왜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지금까지 입에 게거품을 무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겠다. 제발 한 표만 줄 수 없겠느냐?” 그들은 지난 2007 대선 당시 정동영 후보를 찍기는 커녕 이명박을 지지했거나, 기권했다. 역지사지가 무슨 뜻인지나 아느냐고 묻고 싶다.
하지만 안철수는 비록 마음을 추스르느라 다소 늦었지만, 선거운동이 끝날 때까지 문재인을 도왔다. 같은 당의 경선 후보들도 모두 외면하고 있는 마당에,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도왔다. 아마 그는 겉으로는 웃고 있었어도 마음 속으로는 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초인적인 인내력이었다. 그 정도만으로도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었다. “늬들이 그 의미를 알기나 아느냐?”
앞서 기술한 것처럼 서갑원은 박연차 게이트 사건에 연루되어, 박연차에게 의혹이 있는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1월 27일, 벌금 1,200만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하였다. 정치자금이란 게 독재정치 하에서 정치적 탄압용도로 자주 사용된 전례가 있으므로 그다지 큰 범죄라고 볼 수가 없다. 더구나 그는 2013년초에 이미 복권된 상태였다.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가 1996년 공영주파수통신 사업자선정 비리사건에서 특가법상 알선수재로 1000만원 벌금형, 2000년엔 선거법상 사후 후보자 매수로 80만원 벌금형을 받았는데, 이보다 훨씬 더 죄질이 가볍다. 검은 돈을 먹은 뇌물수수죄에 해당하는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다르다.
아마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지도부와 공심위에서는 그의 후보 자격을 문제시 하지 않은 듯하다.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생각한 것이다.
문제는 경선과정에 있었다. 경선이 치러지기도 전에 아래의 김영득 발언과 똑같은 주장을 하면서, 구희승 변호사는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경선 하루 전날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김영득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김영득 "불법·탈법 착신, 단기전화 가설 등은 중앙당 선관위 불법 선거운동으로 규정돼 있어 위반 시 후보자격 박탈은 물론 중징계 사안임에도 이러한 불공정한 경선이 시정되지 않아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순천·곡성 모든 주민과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들께서는 <우리 지역에 다시는 이런 후보가 정치를 할 수 없도록 단죄를 내려주기를> 간절히 호소한다."
이로써 경선은 서갑원, 노관규, 고재경 셋을 두고 치러졌는데, 경선을 하는 투표장 입구에서부터 이미 동원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권자들이 입장하면서부터 표계산이 실시됐고, 개표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잠입된 개표요원으로부터 개표결과가 통보돼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성과 탄식이 터지는 등 구태가 반복됐다.
개표 결과가 발표될 때 단상에 노관규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개표결과 사전유출에 항의하며 자리를 떠나 버렸던 것이다. 어찌됐든 이렇게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서갑원 후보가 결국 새정치연합 후보로 선출되었다.
이에 따라 7·30 순천·곡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새누리당 이정현 전 홍보수석, 새정치연합 서갑원 전 의원, 통합진보당 이성수 전 전남지사후보, 무소속 구희승 변호사간 4파전으로 압축됐다.
하지만 경선과정의 후유증은 컸다. 노관규 후보 운동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당원들이 이정현 선거운동을 공공연하게 하는 등, 새정치연합의 지지세력은 분열하여 자멸의 길을 갔다. 새누리당 후보는 하나인데, 야권 후보들은 서갑원, 이성수, 구희승으로 나뉘었고, 필자가 트위터에서 직접 목격한 바와 같이 노관규, 조순용, 고재경, 김영득 후보 지지자들은 선거기간 내내 반 서갑원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국면이 형성되었다.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이해찬, 박지원 등이 서갑원의 SOS를 받고 총출동하고, 안철수 대표도 재보선 마지막 주말 기간을 순천-곡성 지역 선거에 매진했지만, 이미 전세는 기운 뒤였다.
이제 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순천-곡성 지역 패배는, 친노 486 서갑원 후보가 재선이라는 관록을 믿고 초기 선거운동을 다소 느슨하게 한데다, 부정선거 의혹을 낳을 정도의 조직동원 경선을 하여 경선 주자들을 적으로 만든 결과이니 자업자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갑원의 낙선은 혼자만의 낙선에 그치지 않고, 결국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를 중도 사퇴하게 한 결정타가 되었으니, 친노 486이 선거를 망치고 김한길- 안철수가 독박을 쓴 셈이 되었다. 이정현이 이긴 것이 아니라 서갑원이 스스로 자멸해 버린 선거였다!
오호~애재라, 통재라!!
5. 마치는 말
친노 SNS 맹렬전사로 이름이 높은 조기숙 전 참여정부 홍보수석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트윗을 했다.
RT @leastory:동작에서 금태섭 나왔으면 이겼을 거란 주장은 지난 대선 안철수로 단일화되었으면 승리했을 거란 주장만큼이나 정신승리다.문재인,노회찬이니 그만큼 득표한거다.그렇게 패하고도 아전인수가 판을 치니 또 패배하는거다.
이 트윗을 보고 엄청 화가 났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7.30 재보선에서 친노가 올린 성과가 어떠한지를 조사해 보았다.
보는 바와 같이 7.30 재보선에서 친노는 완전히 전멸했다. 누구나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했던 2008년 총선에서도 한명숙, 정세균, 이해찬의 나눠먹기 패거리 공천으로 민주당은 자멸한 바가 있었다. 이명박 실정으로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고 모두가 믿었던 2012 대선에서 또 친노 문재인은 패배했다.
왜 친노는 자꾸만 패배하는 걸까? 지나치게 계파의 이익만 생각한 나머지 구 민주당, 새정치연합, 나아가서는 전체 야권을 적으로 돌리고 있는 탓이다. 그들의 단결력과 전투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그 막강한 전투력은 극복해야 할 주적인 새누리당을 향했을 때야 만이 비로소 그 의미가 있다. 야권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그 화력을 아군에게 집중하는 순간, 그 화력은 언젠가는 다시 부메랑되어 친노의 가슴을 치고 만다는 것을 문재인, 이해찬, 정세균은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새누리당에게서 배워야 할 게 있다. 그들도 내부 경쟁을 치열하게 하긴 하지만, 일단 전선이 형성되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이 경선단계에서 생긴 골을 극복하지 못하고, 막상 새누리당과의 싸움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승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손을 놔버리는 것과 지극히 대조된다.
친노, 486은 노무현의 자식들이다. 노무현은 486에 의해 재교육되어서 재탄생한 정치인이다. 따라서 노무현의 체취에는 운동권의 냄새가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친노는 진보좌파에 속한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친노는 가장 왼쪽이다. 바로 그 점이 친노의 한계를 만들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탈이념된지 오래이고,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럿일 수도 있다는 다원주의 세상이 되었는데도, 친노는 지나치게 이념적이고, 흑백논리에 함몰되어 있다. 친노와 새정치연합, 나아가서 범야권이 2017년에 정권탈환을 하기 위해서는, 이념적인 색채를 완화시켜 새누리당에 이질감을 느끼는 합리적 보수와 여도 야도 다 싫다는 정치혐오증의 무당파까지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실용주의 정당, 민생정당을 지향하여, 새누리당과 5년 내내 싸울 것이 아니라, 민생문제에 있어 새누리당과 협력할 것은 과감히 협력하고, 대립할 것은 대립하면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세워 나가야 한다.
요즘 정의당과 합당하자는 의견이 있는 듯하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정의당은 친노 보다 더한 친노이다. 지지율 약3%의 정의당과 합당하려는 목적이 친노가 지분을 더 늘려 새정치연합을 접수하려는 술수가 아니길 바란다.
친노가 진정한 노무현 정신을 구현하는 길은 패권을 포기하는 것이다. 비주류중의 비주류 출신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패권을 추구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지금의 친노들의 행태를 보면 패권을 쟁취하기 위해 자파의 세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 이는 노무현 정신이 아니며, 바로 그 때문에 자파 세 불리기에 올인하는 친노들을 <매노>라 비하하는 것이며, <노무현 정신은 간 데 없고 계파패권 깃발만 나부낀다!>라고 조소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에게 고한다. 2012년 대선패배를 당한 후, 문 의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차기 정권창출에 밑거름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을 한 바가 있다. 문 의원이 그 약속을 지킬 때만이 야권의 정권탈환 가능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2017년 대선에 즈음하여 새정치연합 내에서 또 피터지게 싸운다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결국 모두 다 죽는 사태가 발생하여, 국민의 신음소리는 더욱더 커져만 가고, 이 땅의 선진화는 그만큼 더 늦춰질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 번 안철수가 큰 맘 먹고 내려 놨으니, 이번에는 문재인 의원이 내려놔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5천만 국민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장형의 대범함을 발휘하여, 과연 살신성인하는 큰 결단을 내릴지를, 앞으로 두 눈 크게 뜨고서 지켜 볼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7.30 재보선은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 김한길, 안철수 사퇴, 오랫동안 정계의 한 축을 담당해 오던 손학규 정계은퇴라는 충격파를 던지며 이렇게 끝이 났다. 7.30 재보선이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야권에게 주는 교훈은 딱 하나다! 분열하면 모두 망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