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안양암 및 마애관음보살좌상

[최성호]

창신동 안양암 및 마애관음보살좌상

1. 안양암의 개략 연혁

안양암은 1889년 성월대사性月大師라고 불린 이성월이 칠성각을 짓고 개창한 절이다.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처사들의 염불법회 등으로 꽤 유명했던 것 같다. 과거 신문자료를 찾아보면 안양암에 대한 기사가 꽤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지금과는 비교가 안되는 위상이었던 것 같다. 안양암은 개인사찰로 현재는 조계종 등 기존 불교종파에 소속되지 않고 ‘한국불교 염불정토종’을 만들어 본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안양암이 개인사찰이다 보니 소유권문제로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인 1939년 동아일보에 주지 아들이 재산문제로 자살소동을 벌였다는 기사가 있다. 1960년대에는 이 절을 놓고 조계종과 원효종사이에서 분쟁이 있었다. 이 분쟁은 1974년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당시 주지였던 이상정 스님이 모든 권한을 안양암을 한국불교미술관 관장으로 있었던 권대성에게 넘겼다.

태고종으로부터 주지로 임명받은 권대성은 원효종과 법정소송까지 갔던 여러 문제를 1998년 해결하고 안양암을 2004년 5월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별관 사찰박물관>으로 등록하고 2005년부터 공개했다. 안양암에는 <한국불교미술관 별관>이란 명칭에 걸맞게 근대에 만들어진 불교 문화재가 많다. 현재 안양암에는 서울시유형문화재 10점, 문화재 자료 9점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유형문화재 122호로 지정된 ‘안양암 마애관음보살좌상’이다.

안양암에는 대웅전大雄殿, 관음전觀音殿, 명부전冥府殿, 금륜전金輪殿, 영각影閣, 천오백불전千五百佛殿, 염불전念佛堂 둥이 있다. 최초로 세워진 건물은 금륜전(1889년)으로 처음에는 칠성각으로 지어졌다. 금륜전에는 건물과 같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칠성신앙을 상징하는 치성광여래熾盛光如來와 권속 11구(문화재자료 제25호)가 모셔져있다.

두 번째로 지어진 건물은 관음전이다. 관음전에는 마애관음보살좌상(유형문화재 제122호)이 있는데 전각은 1909년에 마애불을 조성한 후 후대에 지어졌다. 현 목조건물은 1911년에 조성된 것이고 한다.(박주원) 세 번째로 지어진 건물은 대웅전(1914년)으로 아미타삼존상(유형문화재 제 190호)이 모셔져 있다. 대웅전에 아미타불이 모셔진 것이 특이한데 아마도 관음보살이 안양암에 상징이고, 염불업을 기본으로 하다 보니 전각명과는 다른 아미타불에 모셔진 것이 아닌가 한다.

네 번째로 지어진 건물은 명부전(1915년)으로 지장보살, 무독귀왕, 도명존자와 함께 시왕상이 모셔졌다. 다섯 번째로 지어진 건물은 영각(1926년)으로 창건주인 성월대사 사진과 영정이 모셔져 있다. 여섯 번째 지어진 건물은 천오백전불(1937년)으로 석고로 조성한 아미타삼존상과 함께 석고로 조성된 천오백불상 그리고 천오백불 신중도가 모셔져 있다. 이 셋은 모두 문화재 자료로 지정돼있다.

일곱 번째로 지어진 것은 염불당(1943년)이 있다. 이 건물은 현재 종무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기록에 산신각, 독성각, 설법전이 나타나는데 산신각과 독성각은 1980년대 낡아 멸실됐고 설법전은 2002년 3월 화재로 소실됐다.(박주원) 안양암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많은 불화와 불상이 있다. 이 부분은 내 전문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로 올린 안양암 보유 문화재 리스트를 올리는 것으로 끝내기로 한다.

2. 마애보살좌상

마애보살좌상은 옆에 새겨져 있는 명문을 통해 1909년(隆熙3年) 조성했다는 것과 조성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적기를 통해 조성에 대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예가 아닌가 한다. 조성연대가 1909년으로 근대이지만 마애불을 조성하는 기술과 과정은 최소한 조선시대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애불 조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조성배경이나 불상의 시대적 특징을 이야기하는 것은 내 분야가 아니니 건축이나 기술적 관점에 대해 주로 이야기할 것이다.

현재 마애불을 보면 앞에 보호각이 세워져있다. 보호각 좌측을 보면 이 마애불을 만들 때 관여했던 사람들이 쭉 새겨져 있고 왼쪽 끝에는 마애부도가 있는데 이 부도는 양학대사 마애부도로 전면에는 ‘중건주양학대화상정골사리함重建主養鶴大和尙頂骨舍利函’과 ‘계축육월십오일癸丑六月十五日’이라고 새겨져 있다.(옛님 블러그) 양학대사는 이태준으로 안양암을 중창한 분이다. 계축년은 1913년, 1973년이므로 이 마애부도는 1973년에 조성된 것이다.

보호각은 나중에 세웠기 때문에 명문 일부를 가리고 있다. 안쪽에서 보면 ‘대시주大施主’ 등의 글이 보인다. 현재 상태로 보면 건물 때문에 글이 두 줄 정도 글을 가려진 것으로 보인다. 최엽 논문에 의하면 화사畵師로는 몽화夢華가, 석수로는 ‘윤동근尹東根’의 이름이 새겨져있다고 한다.(최엽 72쪽) 이것을 보면 마애불을 만들 때 화사가 그린 그림을 본으로 해서 석공이 조각했음을 알 수 있다. 최엽은 <안양암지安養庵誌>에 있는 마애불 조성과정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김명환金明煥이란 석수가 작업을 했는데 목욕재계沐浴齋戒하고 조각하라는 말을 했는데 듣지 않고 작업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석수를 찾으려 했는데 또 죽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지원하는 석수가 없어 몇 달을 찾다가 윤동근尹東根이 지원했다고 한다. 윤동근은 죽은 석수보다 실력이 좋았는데 이리저리 돌며 일했기 때문에 궁핍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안양암을 찾아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윤동근은 술도 고기도 끊고 매일 목욕재계하면서 일을 해 일곱 달 만에 일을 끝냈다고 한다.

이 기록을 보면 마애불을 만든데 7개월 걸렸고 일을 할 때 매일 목욕재계하고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옆에 새겨있는 명문을 보면 ‘誦呪信士 金正因 李光眀’을 포함한 4명의 이름 새겨져있다. 이것을 보면 조각을 하는 동안 내내 불경을 독송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화사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화사가 밑그림을 그리고 석수가 조각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애불 머리 쓴 보관 가운데 화불이 있어 관음보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관음보살은 깊게 파진 아치형 감실 안에 연화좌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다. 수인은 왼손은 가슴에 올려 아미타인을 하고 있고 오른손은 손등이 보이도록 얹혀있다. 광배는 신광과 두광 구분 없이 3중선 광배를 만들었다. 머리 쪽 좌우에는 범자를 새겼다. 그리고 머리 화관 향 우측 부분에는 작은 감실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치형 감실 위쪽에는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 마애불을 계획한 사람은 처음부터 경사면을 이용한 좌상을 계획했을 것이다. 좌상은 무릎부분이 돌출된다. 완만한 경사면을 이용하면 자연스럽게 돌출된 무릎부분을 만들 수 있다. 마애불 앞에 있는 설명문에는 “폭이 좁은 전실건물을 세우고 이 안에 얕은 부조로 감실을 마련한 후 관음보살좌상을 새겼는데 이는 전형적인 마애보살상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애불은 결코 얕은 부조가 아니다. 마애불 몸 상부나 머리 부분이 상대적으로 낮게 새겨졌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태도 결코 낮은 것이 아니다. 전제적으로 높은 부조 즉 고부조라 할 수 있다.

마애불이 있는 부분은 감실형태로 만들었다. 최상부가 제일 얕은데, 이 부분만 해도 깊이가 20㎝가 넘어 보인다. 그리고 무릎 상부 쪽에는 거의 1m 가까이 된다. 이렇게 파는데 만해도 많은 공이 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정성을 가지고 만든 마애불이다. 이 마애불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전각을 짓기 전 마애불 상태다. 마애불 좌우에는 기둥이 서있다. 아래 기초부분은 폭이 35㎝ 정도의 사각형이고 중간부는 8각형 상부는 원형이다.

이렇게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4m 정도 되는 기둥이 하나의 돌이다. 중간 사각에서 8각형으로 바뀌는 부분과 최상부에는 연엽 문양이 조각돼있다. 그리고 기둥 하부는 ‘ㄷ자’형태로 파놓았다. 현재 상태로 보면 나무로 하인방을 걸어 놓고 앞에 넓은 판을 깔아 불단을 만들어 공양물을 진설하도록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기둥 상부는 연엽 장식을 U자형으로 파고 보 역시 아래 부분을 U자 형으로 만들어 기둥 주두 위에 걸쳐 놓았다. 가로지르는 보를 보면 ‘관음전觀音殿’이라고 쓴 돌 현판과 한 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쪽으로 판석을 덮어 지붕을 만들었다. 현재 상태로 보면 물이 스며든 흔적은 보이지만 주두 상부까지만 물이 침투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물이 관음전 내로 거의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감실 상부에 물길을 만들어 물이 새더라도 보살상에게 미치지 않도록 했다.

이런 지붕 방식은 도선사 마애석불과 유사하다. 그러나 도선사는 지붕 나무 판재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해서 비만 들이치지 않는 정도로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적극적으로 깊은 감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발전된 고급 방식이다. 이 마애불에 대한 조형이나 양식에 대해서는 전문분야가 아니라 평가할 수 없지만 이 마애불을 만든 석공의 능력만은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돌을 다루는 솜씨가 가히 당대 최고의 솜씨가 아닐까 한다.

석공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여럿 있다. 우선 기둥상부 연엽 주두부분과 보가 접합되는 부분이 조금의 틈새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엄청난 정성 없이는 보에 걸쳐진 관음전 편액처럼 돌출되게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아치형 감실 상부를 보면 돌을 그냥 판 것이 아니라 아래 부분을 모를 죽여 동그랗게 다듬어 놓았다.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을 다듬은 것은 처음 본다. 이것 외에도 전반적으로 돌을 정성스럽게 다룬 것이 느껴진다. 정말 대단한 정성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애불의 밑그림은 화승이 그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얼마나 잘 구현해 내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화사가 아무리 밑그림을 잘 그려도 석수 능력이 그것을 받쳐주지 못하면 조각은 엉망이 된다. 그런 점에서 안양암 마애관음보살은 화사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구현해 낸 대단한 석공의 작품이 아닌가 한다.

추신 1 : 박주원 논문에 소유자를 문화재 소유를 안양암(안동권씨 감은사)로 돼있는 것을 보면 안동 권씨의 원찰로 보인다.

추신 2 : 대웅전 뒤쪽으로 돌아 올라가다 바위를 다듬어 계단을 만든 곳이 있는데 그 우측에 감실형 마애불이 있다. 규모가 1.2m×1.2m 크기인데 앞에 있는 관음보살마애불보다 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며 솜씨도 한참 떨어진다.

추신 2 : 안양암 자료를 찾으며 근대기 불교에 대한 것을 조금 더 알게 됐다. 현재 창신초등학교 자리는 과거 대한제국에서 만든 ‘원흥사元興寺’가 있었던 곳이라 한다. 이 절에 대해서는 따로 소개할 필요가 있다. 간략한 소개는 아래 <조선불교...>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참고문헌

- 서울 안양암의 가람배치와 건축특성에 관한 연구/박주원/석사논문/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건축학전공/2007. 2

- 서울 창신동 <안양암 마애관음보살좌상> 연구/최엽/동국대학교 박물관/佛敎美術 Vol.20/2009

- 서울 안양암 금륜전 치성광여래 조상과 불화연구/정진희/서울시립대학교 서울학연구소/서울학연구 Vol.- No.69/2017

-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안양암

https://www.nl.go.kr/newspaper/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https://newslibrary.naver.com/search/searchByDate.naver

- (14) 한국불교미술박물관 권대성 관장

https://m.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007081817195

- <조선불교 지키고자 했던 대한제국 ‘국립사찰'>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140

- <서울... 안양암 마애부도. 정골사리비>

https://cafe.daum.net/moonhawje/DjZP/6227

- <도난된 백양사 아미타극락회상도 한국불교미술관에서 발견 돼>

https://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37958

안양암 입구

안양암 변천도 (출처 : 박주원 논문)

안양암 전각 건립연도(출처 : 박주원 논문)

안양암 전경

안양암관음전

관음전 내부 마애관음보살 좌상

측면에 새겨진 명문과 마애부도

마애보살 머리 부분(우측에 보장공이 보임)

마애보살 닷집 기둥

기둥 주두

관음전 석재 현판

관음전 석재 천정

도선사 마애불 옛날 사진

안양암 마애불

안양암 보유 문화재 현황 01 (출처 : 박주원 논문)

안양암 보유 문화재 현황 02 (출처 : 박주원 논문)

[선과]

마애관음보살
두 손 위치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군요
뒤편 마애보살상의 수인과 정반대이구요

[최성호]

최엽 논문에서도 뒤편에 있는 불상과 반대라고 하면서 독특한 수인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