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이 바스락거리는 늦가을의 여행길
소쇄원을 찾아 들어가는 길엔
청량한 대숲이 먼저 손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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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소쇄원은
조광조의 제자 양산보가 지은 장원이다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에서 따온 소쇄원은
맑고 깨끗한 원림이라는 뜻인데....
오늘 만추의 향기를 뿜는 소쇄원을 거닐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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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엔 정자가 참으로 많다
송강 정철이 4년가량 머물면서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긴 <송강정>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
가사문학의 최고 백미인 면앙정가를 지은 <면양정>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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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산과 계곡의 자연적 지형을 살려
가장 자연스럽게 지은 소쇄원은
조선 시대 원림 건축의 백미라 일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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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기개와 깨끗한 절개의 선비들이
서로 벗 삼아 현실 정치의 울분을 토하던 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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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을 폐하고 왕위에 오른 중종은 정치를 개혁함에
대의명분과 오륜(五倫)의 도를 가장 존중하는 성리학을 크게 장려하는 과정에서
조광조와 젊은 선비 등 신진사류를 많이 등용한다
그러나 소학의 원칙주의자인 조광조는
이념과 현실의 차이에 안주하는 자들을 소인배라고 규탄하여
그의 미래지향적인 정치개혁엔 많은 적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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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肖爲王”(주초위왕)
불평이 많은 훈구파의 홍경주의 딸, 희빈은
천하의 인심이 조광조를 지지하니
조광조는 공신들을 제거한 후에
스스로 임금 될 꿈을 꾸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는 동시에
대궐 안의 나뭇잎에 꿀로 走肖爲王(주초위왕)이라는
4자를 써서 벌레가 파먹게 하여
이것이 묘하게 글자로 남은 것을 임금에게 보여 큰 충격을 주었으니.
조광조를 아꼈던 중종도 이 대목에선 조광조를 없앨 결심을 굳혔다는데 ..
예나 지금이나 권좌의 욕망은 통치자의 이성을 눈멀게 하나보다
꽃과 꿀과 벌레에도 놀아나는 허무한 권력의 어리석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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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가 기묘사화로 유배된 후 죽임을 당하자
제자였던 처사 양산보는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내려왔고
그가 자연 속에서 살기 위해서 지은 소쇄원은
제월당, 광풍각, 대봉대 등의 건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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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에 정자 문화가 발달한 것은
그만큼 모여서 두런거리며 토할 울분이 많았기에
모여서 뿜고 토하고 흡수해야 할 문화적 갈증이 강했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 강한 것인 정치판에서
조광조는 낙원건설의 이상을 펴보지도 못하고
반대세력인 훈구파들의 질시와 모함으로
사약을 받고 말았으니 애제라~ 어찌할꼬!!
잔혹한 당쟁과 사화가 중앙정치판을 휩쓸고 지나간 담양 들판에는
실의로 낙향한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시린 어깨를 기대며 서로의 울분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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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들의 시화전 등...
낙향한 울분 선비들의 작품들이
방안에 가지런히 운치 있게 걸렸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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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의 아름다운 담벼락"
계곡을 흐르는 물길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기묘하게 지은 건축미가 지금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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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이 들어찬 소나무숲의 청량한 공기가 휘감아 도는
원림의 가운데 앉아 있자니, 들뜬 마음이 차분하니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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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조가 못다 이룬 꿈
양산보가 어루만지던 꿈
찬 서리에 고개 숙인 한 송이 국화가 그들이 꿈처럼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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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바래가는 하루를 두고 나오는 소쇄원엔
옛 선비들의 시어들이 단풍 되어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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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설핏 기울자
허기진 역사의 허리춤을 더듬던 여행자는 담양의 맛을 쫓는다.
한 상 푸짐하니 차려져 나오는 떡갈비와 대통 밥에 침부터 꼴딱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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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여행의 행복한 코스 ~
담양온천은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스트론튬 성분이 진하단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게르마늄 성분까지~
가족여행이라면 가족탕도 좋고
별채에 마련된 객실에 히노키 탕이 딸려있다
시원한 바깥바람 속에 뜨거운 온천욕을 하는 노천탕도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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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길목에 여유롭게 거닐었던 담양 여행은
역사가 천천히 쉬어가며 내게 말을 걸었다.....
우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서하/
첫댓글 하령님 여행기를 읽노라면 여행 리스트에 올려놓고 싶어요
그런데 막상 한국에 가면 어찌 못가게되는지....스케즐을 잘 짜야징.다음번엔...
소쇄원...예전에 가보긴 했는데
눈으로 느껴지는 소쇄원보다
하령님의 플레임 속에 들어있는 소쇄원을 보니 새롭네요
그리고
가을이라서 더욱이나...
지금 여긴 고개를 돌려보는 창밖 풍경은 여름 끝자락처럼 보이거든요
잘 지내시지요 ? 간만에 아는척해봅니다.
은새암님 안녕~~^^♡
원래 떠나면 그리운 것이 고향산천이죠
언제 나오십니까?
벙개 함 할 때가 된 것 같은데요~~^^ㅎ
@하령 마음은 항상 내일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