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생 (박현수, 1966~)
먼 길을 걸어
아이 하나, 우리 집에 왔습니다
건네줄 게 있다는 듯
두 손을 꼭 쥐고 왔습니다
배꼽에도
우주에서 갓 떨어져 나온
탯줄이
참외 꼭지처럼 달려 있습니다
저 먼 별보다 작은
생명이었다가
충만한 물을 건너
이제 막 뭍에 내렸습니다
하루종일 잔다는 건
그 길이 아주
고단했다는 뜻이겠지요
인류가 지나온
그 아득한 길을 걸어
배냇저고리를 차려입은
귀한 손님이 한 분, 우리 집에 왔습니다.
- 2010년 격월간지 <유심 3-4월호> 발표
*5월에 접어들며 갑자기 무더워진 날씨와 함께 봄비가 다소 내리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그에 따라 날씨도 냉온탕을 춤추듯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충분한 비로 인해선지 정원에서는 매일 새로운 꽃들이 눈부시듯 곱게 피며, 보는 이를 기쁘고 즐겁게 해줍니다. 꽃잎을 활짝 열고 하늘을 향해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낸 꽃을 가만히 바라보면, 참 예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생각이 들더군요.
꽃이 피는 것도 이럴진대,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에서는 신비로운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더없는 경외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 詩는 가장 신비롭고 소중한 생명의 탄생에 대한 환희와 생명에의 외경심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신비로운 일은 갓난아기의 탄생이며, 이것을 아득한 ‘우주에서 갓 떨어져 나온’ 경외로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즉, 아기가 ‘저 먼 별’을 항해하다가 ‘이제 막 뭍에’ 내린, 아주 오랜 여행 끝에 우주로부터 우리에게 온 참으로 신비롭고 ‘귀한 손님’이라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합니다.
시인의 이렇게 신선하고 기발한 발상은 읽어 내려갈수록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려.
그러고 보니, 막 태어난 갓난아기의 순수하고 초롱초롱한 눈을 직접 본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생각이군요.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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